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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독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필자는 줄거리, 요약 전달에 힘써왔다. 왜냐면 접하고 읽기 힘든 책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용 전달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바, 많은 학생들이 독후감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필자의 아들이나....
지식인에는 독후감 써달라는 이야기가 부지기수로 올라와 있다. 읽고도 못 쓰겠다는 거다. 더해서 얼마 전 아들과 책 읽기를 이야기하다가 독후감이 막연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학생들이 독후감을 쓰는 방법은 줄거리 요약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독후'라는 증명될지언정 '감'은 못 된다. 感: 느낄 감. 독후감의 방점은 여기에 있다는 것. 줄거리를 궁금해하는 독후감 감상자는 그다지 없다. 그런 것은 차라리 요약이나 줄거리를 찾아서 보는 것이 낫다.
독후감
독후감은 책을 읽고 스스로가 어떤 느낌, 변화, 감동을 받았는지를 기록하는 일종의 '읽기의 자기화'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식 위주든, 주장이든, 드라마든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으로 인해 촉발된 내 느낌이 구 할이 되어야 한다. 독후감을 읽는 사람은 특정 책에서 이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라고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기 위해 읽는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유명하거나 권위가 있는 사람이 쓴 독후감을 읽고 그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읽기도 한다. 요약은, 곧 줄거리는 사실 인터넷만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다. 이 블로그에도 많다. 줄거리에 집중하지 말고 '감'에 집중하라.
독후감 쓰는 법 1
1이라고 굳이 넘버링한 것은 모든 글이 마찬가지겠지만 독후감에 어떤 정해진 형식이 있으랴. 그래서 붙여본 것이다. 다른 방법이 생각나면 또 번호 붙이고 쓸 것이다. 이런 방법도 있다,라는 정도로 보고 앞으로 독후감을 쓰는 데 참고하면 좋겠다.
1. 사전 준비
1) 작가연구
연구라고 쓰니 거창해 보인다만 그렇지 않다. 생몰연도, 어떤 경향성을 가졌는지 정도만 파악해도 된다. 그러면 우리가 배운 세계사나 국사를 통해 작가가 살았던 세상이 보인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라면 글이 쓰인 시기를 참고한다.
2) 지역을 연구한다.
작가가 태어난 국가, 자란 곳은 물론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을 간략히 알아본다. 이런 내용을 독후감에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고 내용과 짝지어 얼마든지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2. 독서를 하면서
1)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작품의 상징성을 몇 가지 고민해 본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작가 또한 시공간을 떠나 살 수가 없다. 일기를 하나 써도 배경이 있고 등장인물이 있고 역할이 있으며 그 역할들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한정되어 있다. 그렇게 어떻게든 시공간은 작품 속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작가들은 특히 그런 것을 많이 의도하고 쓴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쓰인 소설 속에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가 등장한다면 국가권력을 상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명한 영화 '에일리언'의 경우 미래가 배경이지만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질서가 가진 폭력성을 비판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독서 후 감상은 오롯이 본인의 것. 연결은 자유다.
2) 가슴에 와닿는 구절 몇 개와 등장인물을 기록해 둔다.
어떤 작품 속에서 특정한 대상에게만 통하는 말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되도록 보편적인 것을 찾아라. 상황은 아주 구체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군가 "네 인생을 살아."라고 말했다고 치자. 이런 대사는 누구에게나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
문장이 아주 아름다운 것도 좋다. 이런 문장을 한번 필사해 보는 것은 문해력, 문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본인이 읽기에 아름다운 문장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름답다, 멋지다,라고 느낀다.
여기에 더해서 주요 등장인물들을 기억, 혹은 기록해 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독후감을 쓰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는 점. 특히 외국 문학의 경우(특히 러시아) 주인공부터 이름을 기억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3. 독후감 쓰기
만고의 금언이지만, 솔직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이다. 억지로 과장하거나, 감동을 부풀릴 필요, 절대 없다.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들머리-감상-화두-마치는 글 순서로 잡아보았다. 사실 필자는 이런 순서를 따지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에게 보여야 하는 글일 때는 이렇게 어떤 논리적인, 아니면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지도를 그려놓고 쓰는 것이 좋다. 나만 보는 일기와는 다르니까, 보는 사람의 입장도 조금은 생각해 줘야지, 별 수 있나.
1) 들머리
이 책을 읽게 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달하라. 그리고 이 독후감의 목적도 간략하게 밝혀 두면 좋다. 이런 것도 좋다. '너무 하찮아서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들을 말리기 위해 쓴다.'
2) 감상
독후감을 읽는 사람이 책의 내용 정도는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쓴다. 이런 내용은 어떠했다. 저렇게 전개되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주인공이 갑갑했다. 여러 가지 평이 있을 수 있겠다. 이런 나름의 다양한 감상을 쓴 뒤에 앞서 독서 전에 준비한 바탕 위에 작품을 얹어 보는 것이다.
작가가 태어난 시대와 지역, 사상적 지향이 이러하고 문학적 경향성으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이러저러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없으면 좋겠지만 오류가 있어도 상관은 없다. 우리 독후감은 문학지나 과학지에 발표할 논문이 아니다.
이런 오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는 한도 내에서만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그리고 불분명한 추측은 반드시 '~라고 추측해 본다.'라는 식의 화법을 쓰는 게다.
이 정도만 써줘도 독후감이 상당히 풍성해지며, 독후감을 읽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식, 관점을 제시하게 된다.
3) 화두
빠져도 되는 부분이지만 독후감을 풍부하게 또 강렬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총, 균, 쇠' 같은 책을 읽었다고 가정하자. 이 책은 한 인류학자가 서구문명과 이외의 문명이 왜 다르게 발전했는가 연구하면서 그 원인이 인종적 우월성이 아닌, 지리적, 자연환경적 우연에서 기인했음을 증명해 가는 글이다.
이런 글을 읽고 몇 가지 화두를 던져 볼 수 있다. 단일민족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모해 가는 우리나라, 우리는 선민의식, 혹은 우월의식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종차별적 요소를 어떻게 제거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보자는 따위의 화두.
4) 마치는 글
여기서는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점을 간략하게 다시 한번 강조해 주고, 어떤 실천의지나 마음가짐의 변화를 기록해 준다. 스포츠 관련 책을 읽었다면 당장 운동하러 나가겠다든지.
그리고 책을 친구나, 부모 등에게 추천하거나, 이 책과 연계해서 수립한 독서 계획 등도 밝혀준다. 이렇게 마무리하면 독후감으로써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딱 하나 더. 퇴고하라. 최소한 두 번은 하시라. 문장 어색한 것 고치고, 오탈자 수정하시라. 내용이 아주 좋은 글에 오탈자는 마치 풍선을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다. 펑, 순식간에 감흥이 사라질 수도 있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유롭게 쓰되, 남에게 보여 줄 글이라면 남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써라,라는 것이다.
그러데 그게 어렵다면 위에서 필자가 제안한 방법 대로 써보라. 몇 번 쓰다 보면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고 이건 빼고 저건 더하면서 자신만의 형식이 완성될 것이다.
왕도는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 외에 무슨 길이 있겠는가?
이런 시리즈를 더 하게 될지, 얼마나 하게 될지 모르겠다만, 독후감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나 여타의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써보았다. 나름 독서논술지도과정도 이수해 보았고, 독서 블로그도 5년 정도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했다.
이런 독후감 쓰기는 정규과정에서 가르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정답은 아니라도 당신에게 유용한 정보였으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