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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재 대하소설 '장길산' 구조와 인물 함께 들여다보기
황석영 작가의 대하소설 '장길산'은 1974년부터 1984년까지 한국일보에 총 2092회에 걸쳐 연재된 작품이다. 이번 글에서는 창비에서 출간된 2004년 개정판 2쇄를 기준으로 서술한다. 총 12권이나 되는 이 장편은 방대한 이야기와 수많은 인물, 그리고 수세기 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처음 읽으시는 분들에게 조금 벅찬 작품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작품의 큰 구조와 인물을 먼저 정리하고 대략의 줄거리를 설명드리려고 한다.

소설 장길산의 구조
소설은 장산곶매 전설로 시작해서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민중 영웅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는 4부로 나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로 나오는 장산곶매 전설은 시대를 앞서 간 선구자의 비극적인 최후를 통해 선구자와 민중 혹은 시대와의 관계를 은유한다. 이는 이야기가 비극적인 결말로 맺음할 것임을 암시하는 장치다.
이런 프롤로그는 마지막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운주미륵 전설과 대구를 이룬다. 프롤로그의 순간적인 좌절에 대비되는 꺼지지 않는 유구한 민중적 열망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결국 주체는 민중이며, 이들의 열망이 있는 한 역사는 진보한다는 민중사관적 입장을 수용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1부 '광대'는 주인공 장길산의 성장과 당시의 사회 상황을 보여주는 발단부이다. 2부 '군도'에서는 길산이 수행을 통해 성장하고 동료들과 함께 활빈당을 조직하는 과정을 그린다. 3부 '잠행'에서는 부패한 조선 후기 사회와 그에 맞서는 민중들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4부 '역모'에서는 억눌린 민중들의 폭발적 저항을 보여주며 좌절과 다시 타오르는 희망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장길산 등장인물
- 장길산: 주인공으로, 추노꾼에게 쫓겨 도망치던 여비의 아들로 태어난다. 겨울, 차가운 길에 내던져진 생명을 광대, 장충이 거두어 기른다. 자라면서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뜨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의적이 된다.
- 장충: 장길산의 양아버지로 문화 재인말의 광대이다. 그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 무동으로서의 재주, 태껸까지 가르쳐준 인물.
- 안무당: 장충의 아내로 만신 대우를 받는 큰 무당이다. 길산을 친자식처럼 돌보며 그의 진짜 어미가 되어준 인물이다.
- 봉순: 안무당이 신딸로 데려온 소녀다. 자라서 길산의 아내가 된다. 길산과 사이에서 수복과 구월을 낳는다.
- 묘옥: 어머니의 배신으로 집안이 몰락해 포한을 품고 창기가 된 여인이다. 다 죽어가던 그녀를 문화 재인말 총대인 손돌이 구원하면서 재인말에 머물다 길산과 연인으로 발전한 인물.
- 이갑송: 광대로 장길산과 함께 자란 막역지우이다. 굉장한 장사로 힘으로는 당할 자가 없는 역사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출가해 승병을 이끌게 된다.
- 박대근: 서얼 출신의 거상이다. 송도 배대인의 후계자가 되어 그의 딸과 결혼한다. 장길산 일파를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 강선흥: 이갑송에 미치지는 못하나 엄청난 역사로 소금장수이다. 부역을 나갔다가 사고를 치고 달아나 산적이 된다. 길산의 든든한 아우.
- 우대용: 해주 출신으로 물질에서는 그를 당할 자가 없는 뱃사람이다. 신복동의 계략에 빠져 사형수로 붙잡히게 되는데 그곳에서 길산과 만나 동지가 되는 인물. 둘은 박대근이 보낸 가어사, 이학선의 도움으로 함께 탈출한다. 그는 이후 수적당이 되어 길산과 같은 의적의 길을 걷는다.
- 홍천수: 한양 밤섬에서 설치던 왈짜이나, 자자형을 받고 유배를 가다가 탈출, 우대용의 심복이 된다.
- 김선일: 잠채꾼으로 유복령이란 자에게 속아 노예와 비슷한 생활을 하다가 수련 중이던 길산의 손에 구원되어 그의 휘하에 들어온 인물. 팔매질이 장기로 훗날 끝춘과 혼인한다.
- 마감동: 한양에서 주인을 죽이고 도망친 노비 출신의 구월산 화적패 두령이다. 영리하고 무예가 뛰어난 자로 길산을 만나 의형제가 되어 죽을 때까지 뜻을 함께 한다.
- 김기: 몰락한 양반으로 연이은 과거 실패에 좌절, 자결하려다 이갑송을 만나 개심하고 길산 일당의 모사가 되는 인물. 지략이 뛰어나고 의리가 두텁다.
- 오만석: 마감동과 함께 하던 화적당으로 평안진군의 초장이었던 탓에 창술이 뛰어난 인물. 길산의 의제 중 하나.
- 최흥복: 춘천 태생으로 작지만 독기가 보통이 아닌 인물. 민변을 주동했다가 입산해 일가를 이루다가 길산을 만나 휘하에 들어가게 된다. 방포술에 능하다.
- 운부 대사: 이름난 천재로, 금강산에 머물고 있는 민중 불교의 지도자 격 인물.
- 풍열 스님: 운부와 뜻을 함께 하는 중으로 구월산 월정사의 주승이다. 무예와 학식이 뛰어나고 민중적인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길산과 갑송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운부에게로 안내하는 인물이다.
- 옥여 스님: 풍열의 제자로 구척 장신에 무예가 뛰어난 무승이다.
- 강말득: 오공랑이란 별호로 불리는 도적이다. 자고를 잘 쓰고 발이 빨라 길산의 휘하에 든 이후 전국을 잇는 전령 노릇을 도맡는다.
- 강끝춘: 서녀라는 별호를 가진 영리한 여성으로 말득의 여동생이다.
- 이경순: 여주 분원의 주인 도장으로 엄청난 부가옹이다. 묘옥에게 반해 고달근의 사당패를 따라다닌다. 손재주가 뛰어나 화승총도 만들 정도. 총포도 잘 쏘는 명사수다.
- 고달근: 안성 청룡사 사당패를 이끌고 다니는 모가비로, 심하게 얽은 얼굴이 특징이다. 의리나 대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 황회: 사당패로 고달근과 막역한 사이이다. 이후 계급적인 각성을 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인물이 된다.
- 석산진: 산지니로 불리는 왈짜로 우연한 기회에 검계에 들어 활약한다. 검거되어 길거리에서 참수되지만, 끝까지 동지들의 이름을 팔지 않는다.
- 최형기: 파주 아전의 아들인데, 머리가 비상하고 무예가 뛰어나다. 출세욕이 강해 끊임없이 지배자의 측에서 길산을 뒤쫓는 인물이다. 마감동과의 일전에서 당할 뻔하면서 감동의 의형인 길산에게 경외심과 질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 명근 스님: 속명 보. 장길산의 생부.
- 신복동: 해주의 거상. 해주에서 박대근을 초주검으로 만든 배후. 이를 징치하고 달아나다가 붙들린 장길산이 해주 감영에서 우대용을 만나게 된다.
- 여환 스님: 해주 사자암에 은거하는 기승이다. 이후 미륵도를 이끄는 상징적인 인물이 된다.
- 홍원향: 구월산 탑고개 이웃마을인 사선골서 신맞이한 애기 무당이다. 어릴 때 월정사에서 여환과 보낸 추억이 깊다. 최형기의 구월산 토포 때 몹쓸 짓을 당하고 정신을 놓았다가 다시 해후한 여한의 정성으로 제정신을 차린다. 안무당의 뒤를 이어 만신이 된다.
- 정원태: 천마산 노적사의 기승으로 일대의 무뢰배, 사당패를 거느리고 있다. 검계의 핵심 인물이다.
- 오계준: 박수로 해금의 명수다. 미륵당과 연계된 풍류계를 조직하고 이끄는 인물이다.
대략적으로 주요 등장인물들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더 상세한 인물 정리는 아래 버튼을 통해 액셀파일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렇게까지 정리해 두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다양해서 파악하기 힘들 수 있는 데다 긴 호흡을 두고 읽어야 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며칠 씩 못 보다가 다시 펼치면 등장인물이 헷갈려서 맥락을 찾는 데 한참을 소비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방지하고자 부득이 그리고 매우 수고스럽지만 이런 분류로 인물들을 도표로 정리했다.
너무 긴 자료이므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둔 것이니 양해 바란다.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어떤 인물을 검색하고자 한다면, ctrl + f 를 눌러 검색창을 활성화한 다음, 인물을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소설 장길산 간략 줄거리와 작가 황석영 소개
전반부 - 광대에서 군도로, 장길산의 성장과 동지들의 결집 이야기
1부 광대
장길산이 태어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도망 여비의 자식으로 길에서 태어난 장길산은 광대 장충에게 거두어져 문화 재인말에서 자라게 된다. 장터에서 무뢰배들과 싸우고, 송도 상인 박대근과 인연을 맺으며 묘옥과 사랑에 빠지고.... 여러 사건들을 통해 길산과 주변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람인지, 시대가 어떠한지 보여준다. 결국 그가 어떻게 해서 세상과 불화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편이 1부 '광대'이다.
2부 군도
길산이 금강산으로 수행을 떠나 운부 대사에게 배움을 얻고, 점점 자신의 신념을 세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시기에는 그가 함께할 동지들이 모이는 시기이다. 박대근은 경제적인 지원을, 김기는 전략전술을, 강선흥과 우대용은 무력을 보탠다. 활빈당이 조직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무척 풍부하다. 묘옥과 이경순의 애틋한 관계, 박대근 상단의 성장, 이갑송과 도화의 비극적인 사건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얽히며 소설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이 길산을 중심으로 배치되면서 연대하거나 불화를 이루어 간다.
구월산으로 돌아온 길산과 동지들은 단순한 도적떼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실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이것은 조선 후기 민중 의식의 성장이자,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이상 사회의 작은 모델로 보인다.
후반부 - 잠행과 역모, 실패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민중의 희망
3부 잠행
이 부분에서는 길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는다. 길산의 활빈당과 더불어 검계, 살주계 같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저항 조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중들이 부패한 지배층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했고 그만큼 의식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지니라는 인물의 고난과 죽음은 민중의식의 각성과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최형기 같은 강력한 반동적 관료의 등장은 장길산의 겪게 될 시련, 곧 시대 변화에 따를 고통, 고난을 암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분 역모
실제로 봉기를 일으키는 민중들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활빈도와 승병조직, 미륵도, 검계, 살주계 등 광범위한 저항 조직이 민중 반란을 조직하지만, 준비 부족과 배신으로 실패한다. 그러나 길산을 중심으로 한 녹림당은 민중들과의 연계를 확대하며 새로운 반격을 준비한다.
이러한 장대한 서사는 단순히 장길산 개인의 성장기가 아닌, 민중의식의 성장과 역량 확대의 은유로 읽어야 한다. 장길산이라는 인물은 낡은 봉건체제의 해체와 새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민중 서사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뿐인 것이다.
간략 독후감
'장길산'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소설을 통해 7~80년대 한국 사회가 겪었던 현실을 은유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억압적 통치체제 아래에서 민중이 어떻게 의식화되고 조직되며 행동하는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이다.
사회계층의 분화와 기득권의 형성. 그리고 반드시 뒤따르는 저항은 어느 특정 시대의 풍경이 아니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최고 권력자가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는 시대. 장길산이 던지는 묵직한 화두는 여전히 그 울림이 크다고 하겠다.
하여 '장길산'은 단순히 한 명의 영웅의 서사가 아닌 것이다. 집단으로서의 민중이 주인공임을 후반부로 갈수록 알게 된다. 장길산이라는 인물은 실제 인물이라기보다 민중의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낡은 사회 구조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작가 황석영에 대하여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 중 단편소설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소설 '탑'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바리데기', '강남몽' 등 다수가 있다. 여러 나라에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으며, 만해문학상, 단재상, 이산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한국 노동자 삼대의 일대기와 현실을 다룬 '철도원 삼대'를 출간했다. 소설에서 작가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문장력과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식을 보여주었다.
위 버튼을 통하면 철도원 삼대에 대해 필자가 쓴 블로그로 이동하실 수 있다.
장길산을 마치며
긴 소설인 만큼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 정리했다. 정리한 것을 다시 정리하고 다시 또 정리해 최대한 간결하게 썼다. 모쪼록 이 소설을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