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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미제라블 민음사판 표지

    2부 코제트

     

    . 워털루

     

    1. 니벨에서 오는 길에 있는 것

    작년(1861) 5월 이 이야기의 저자는 워털루에 와있었다.(워털루는 벨기에의 지역으로 1815618일 그 유명한 워털루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나폴레옹이 유배지를 탈출해 다시 정권을 잡자, 유럽의 각국이 대()프랑스 동맹을 구성했는데, 이에 나폴레옹이 대항해 벌인 전투다. 이 전투의 패배로 나폴레옹은 다시 실각한다.)

     

    2. 우고몽

    우고몽은 성이었으나 지금은 농가에 불과하다. 이곳은 나폴레옹이 봉착한 첫 위기였다. 이 안마당을 나폴레옹이 점령할 수 있었다면 그는 세계를 얻었을 것이다. 이 우고몽의 낡은 집에서만 삼천 명의 군사가 베이고, 찔리고 죽었다. 이 모든 것의 결과로 한 농부가 나그네에게 3프랑만 주면 워털루 이야기를 해준다고 흥정해 오는 것이다.

     

    3. 1815618

    비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나폴레옹의 기본은 포병이었다. 이날 비가 내린 탓에 나폴레옹의 장기이자, 주력인 포병의 기동력이 약해졌다. 그렇게 개전 시간이 늦어지면서 프로이센군의 합류를 방기한 셈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전쟁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전투에 앞으로 이야기할 사건의 모체가 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들의 연결이 워털루에서 두 장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신비로운 피고인 운명이 문제일 때, 저 순진한 판관인 민중처럼 판단할 것이다.

     

    4. A

    A의 두 다리와 가로줄로 이루어지는 삼각형이 몽생장 고원이다. 이 고원에서의 싸움이 전투의 전부였다. 두 장군은 그 몽생장의 벌판을 세심히 연구했다. 웰링턴은 그 전해부터 거기를 조사했고, 나폴레옹은 1815618일 새벽 망원경으로 그 들판을 살폈다.

     

    5. 암담한 전국(戰局)

    전투는 언제나 국지적으로 변질하는 순간이 있다. 전투가 따로따로 쪼개져 무수한 세부 싸움으로 흩어진다. 이렇게 되면 전투의 형태를 고정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오후의 어떤 순간에 전투가 분명해졌다.

     

    6. 오후 4

    영국군 등 연맹세력에 불리하게 전황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웰링턴은 침착하고 대범했다. 4시경 영국군의 전선이 뒤로 움직였다.

    퇴각하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이 외쳤다.

     

    7. 기분 좋은 나폴레옹

    전날부터 당일 새벽까지 나폴레옹은 승리를 확신하며 웰링턴을 조롱했다. 하지만 워털루는 험한 곳이었다. 길이 좁아 예로부터 많은 사고가 있었고 비가 오면 곳곳이 보이지 않는 진창이 되어 길이 빠지거나 무너져 내리는 곳이었다.

     

    8. 황제가 안내자 라코스트에게 질문하다

    전투가 시작되자 다양한 돌발 사건들이(악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어났다. 특히 포탄은 적 진영 진창에 박히며 폭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스스로 특별한 천운을 타고 났다고 믿었다 생각할 밖에.

    웰링턴이 후퇴한 순간 나폴레옹의 마음이 설렜다. 그는 승리했다고 파리로 전령을 보냈다.

    그는 몽생장 고원을 점령하라고 밀로의 흉갑 기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9. 뜻밖의 일

    그들의 수는 삼천오백 명. 거대한 말을 타고 있는 거인들이었다. 양 측면에서 적진으로 진격하는 그들은 두 마리의 거대한 구렁이 같았다. 그런데 영국군의 좌측으로 치고 들어가던 그들 앞에 움푹 팬 길, 구렁이 나타난 것이다. 뒤가 앞을 밀어 구덩이에 빠뜨렸다. 아비규환이 펼쳐져 버렸다. 기병의 삼분의 일이 빠져서 구덩이가 가득 채워졌을 때, 사람들이 그 위를 지날 수 있었다. 패전의 시작이었다.

    지형을 일개 농부인 안내자 라코스트에게 물어보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19세기에 나폴레옹의 자리는 없었다. 워털루는 결코 하나의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다.

     

    10. 몽생장 고원

    흉갑 기병들은 그러나 용맹하게 적진을 파고들어 싸웠다. 그러다 갑자기 공격을 하던 그들이 공격 받는 것을 느꼈다. 영국 기병대가 그들의 배후에 와 있었다. 몽생장 고원은 탈취되었다가, 탈환되었다가 또 탈취되었다. 만약 그 구렁에서 공격의 예봉이 꺾이지 않았다면 프랑스의 승리였을 것이다.

    웰링턴은 위기를 느꼈다. 5, 웰링턴은 블뤼허냐, 밤이냐!’라고 우울하게 중얼거렸는데 이때쯤 한 줄의 총검들이 프리슈몽 쪽 고지 너머에서 번쩍거렸다. 여기에서 거대한 급변이 일어났다.

     

    11. 나폴레옹에게는 나쁜 안내자, 뷜로에게는 좋은 안내자

    만약 블뤼허(프로이센군의 지휘관)의 부관 뷜로의 안내자를 하던 목동이 길 안내를 달리 했다면 19세기의 양상은 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앞서 전투가 비로 인해 지연된 것은 나폴레옹에게 악운이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프로이센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12. 근위병

    근위대는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을 느끼자 황제 폐하 만세를 외쳤다. 근위병들은 쓰러져가며 계속 전진했다.

     

    13. 파국

    근위병 뒤편에서 궤주(패하여 달아남.)는 비통했다. (프랑스군 사령관)가 도주를 막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었다. 나폴레옹도 도망병들을 따라다니며 설득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서로를 밀치고 짓누르고 죽이고 밟는 생지옥도가 궤주의 모습이었다.

    블뤼허는 적의 섬멸을 명령했다. 그 잔학함은 극도의 참상을 빚어냈다. 비극적인 궤주는 국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멎었다.

    그날 인류의 미래는 바뀌었다. 워털루는 19세기의 돌쩌귀다. 그 위인의 소멸이 위대한 시대의 도래에 필요했다.

     

    14. 마지막 방진

    근위병들은 도도한 궤주 속에서 엄연히 밤까지 버텼다. 밤이 오고 죽음도 왔다. 몽생장 고원의 기슭에는 그러한 방진 하나가 포위되어 공격받고 있었다. 그 방진은 캉브론이라는 한 무명 장교가 지휘하고 있었다. 그들은 적군마저 감동시키는 숭엄한 무언가가 있었다. 영국군 장교가 마지막 공격직전 공격을 제지하며 용감한 프랑스 병사들이여, 항복해라!’라고 권하자, 캉브론이 답했다고 한다. ‘아나, 똥 먹어라!’

     

    15. 캉브론

    캉브론은 죽지 못하고 포로가 되었다. 워털루에서 이긴 사람은 궤주한 나폴레옹도 아니고, 웰링턴도 아니며 블뤼허도 아니다. 캉브론이다. 파국에 대해 그런 대답을 하고, 살육 후에도 적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으니까.

    캉브론의 대답에 영국군은 포화를 날렸다.

     

    16. 지휘관에게는 얼마만큼의 보수를 줄 것인가?

    초인적인 필연성의 흔적이 드러나 있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몫은 아무것도 없다. 워털루가 단순히 군도들이 부딪히는 소리에 불과한 이 시대에 독일에는 블뤼허 위에 괴테가 있고 영국에는 웰링턴 위에 바이런이 있다. 이 나라들은 그들의 사상 때문에 장엄하다.

    개화된 국민들은 한 장수의 행운이나 불운에 의해 처지가 달라지지 않는다. 명예, 품격, 문화, 천재적 재능은 저 노름꾼인 영웅들과 정복자들이 전쟁이라는 제비뽑기에 걸 수 있는 번호가 아니다. 워털루는 하나의 요행이다. 유럽이 얻은 요행이요, 프랑스가 지불한 요행이다. 웰링턴은 블뤼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오고 나폴레옹이 기다리던 그루시는 오지 않았다.

    워털루는 이류 장수에게 승리가 돌아간 일류의 전쟁이다. 전리품이 있다면 그것은 영국에 돌려야 한다. 영국군의 계급제도는 장교 계급 이하는 어떠한 영웅이라도 그 이름을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는다.

     

    17. 워털루를 좋게 보아야 할 것인가?

    워털루는 그 의도에 있어 반혁명적인 승리다. 프랑스에 대항한 유럽이다. 그것은 창의에 대항한 현상 유지. 그들이 공격한 것은 1789714일이다. 프랑스의 폭동에 대항한 군주 국가들의 법석이었던 것이다. 워털루는 브라운슈바이크 가(), 나소 가, 로마노프 가, 호엔촐레른 가, 합스부르크 가, 부르봉 가의 제휴였다.(유럽의 왕가들이다.)

    워털루는 검에 의한 유럽 왕권들의 붕괴에 종지부를 찍었으나, 또 한편으로 혁명의 작업을 계속시키는 것밖에는 다른 결과가 없었다. 군도로 싸우는 사람들은 끝나고 이제 사상가들의 차례가 되었다. 이 상서롭지 못한 승리는 자유에 의해 격파되었다.

    반혁명은 본의 아니게 자유적인 것이 되었고, 그에 상응하는 현상으로, 나폴레옹도 본의 아니게 혁명가가 되었다. 1815618, 말을 타고 있던 로베스피에르는 낙마했다.

     

    18. 신수권(神授)이 다시 위세를 떨치다

    독재정치의 종언. 제국은 전제정치가 줄 수 있는 모든 캄캄한 빛을 지상에 퍼뜨렸다. 루이 18세는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그 왕들은 도로 용상에 앉았고 유럽의 주인은 우리 속에 갇혔고, 구체제는 신체제가 되었다. 그 이유는 어느 여름날 오후 한 목동이 숲 속에서 한 프로이센 사람(뷜로)에게 이리로 가셔야지 저리로 가셔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허위가 1789년과 결혼하고 신권이 헌장의 탈을 쓰고 의제가 입헌제가 되고 편견과 미신과 딴생각이 헌법 14조를 가슴에 부둥켜안고서 자유주의로 겉을 칠했다.

    신성 동맹이 맺어졌다. 넘어진 보나파르트는 서 있는 나폴레옹보다 더 커보였다. 그는 왕좌들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나폴레옹이 롱우드에서 죽어가는 사이 워털루 전장에서 쓰러진 6만의 병사들은 조용히 썩어갔다. 빈 회의는 그것으로 1815년의 조약을 만들었고 유럽은 그것을 복고라고 불렀다.

    워털루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무한에 대해 그게 뭐란 말인가?

     

    19. 전장의 밤

    다시 저 숙명적인 전장으로 되돌아가, 1815618일 밤은 만월이었다. 도망병들에게 극히 불리한 밤이었다. 618일에서 19일 사이의 밤에 전사자들은 약탈을 당했다.(전사자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이른다.) 웰링턴은 준엄했지만 약탈은 끈덕지게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총살을 당하고, 또 한쪽에서는 여전히 약탈을 감행하고 있었다.

    한 사나이가 오앵의 움푹 팬 길 쪽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길의 낭떠러지는 빽빽이 겹치고 쌓인 말들과 기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상부는 시체의 산더미요, 하부는 피의 냇물이었다. 그는 이곳을 뒤지고 있었다. 문득 어떤 손이 그를 잡았다. 그는 그 손 주변을 파헤쳐 그를 꺼냈다. 그는 상당한 계급의 장교였다. 그는 흉갑 위에 레지옹 도뇌르 은성 훈장을 달고 있었다.

    고맙소, 그가 가냘프게 말했다. 자신을 살려주었다며, 그 도둑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는 자신도 프랑스군이었다면서 상사 테나르디에라고 답했다. 장교는 잊지 않겠다며 자신을 퐁메르실이라고 소개했다.

     

    . 군함 오리옹

     

    1. 24601, 9430호가 되다

    장 발장이 다시 체포되었다. 장 발장이 탈주해 파리 쪽으로 향한지 사흘 만이었는데 그가 몽페르메유 마을로 가는 작은 마차 하나를 잡아타는 순간 붙들렸다. 장 발장은 사형이 확정되었다가 무기로 감형되었다. 다시 툴롱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의 수번은 9430번이었다.

    장 발장이 사라지고, 몽트뢰유쉬르메르의 번영도 사라졌다. 단체정신은 사라지고 투쟁심만 남았다. 마들렌 씨가 맺어 놓은 유대는 헝클어지고 끊어져버린 것이다. 국가 정부도 그 점을 깨달을 정도였다.

     

    2. 두 줄의 도깨비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곳

    몽페르메유에 미신이 하나 있는데, 도깨비에 관한 미신이었다.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죽는 날이 정해지는 것이었다. 그에 관해 트리퐁이란 수도사가 남긴 두 줄의 시가 전해진다.

    어째든 그 지역에 전과자 불라트뤼엘은 도로 수리를 하다가 옛 감옥의 동료 하나가 숲속에 웬 궤짝과 괭이를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늦었는데, 그 동료가 나올 때는 괭이만 들고 나왔다. 불라트뤼엘은 궤짝이 돈 상자일 거라 생각해 숲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이때 그를 본 사람들이 도깨비 보물을 찾는 거라 여겼다 한다. 차후 이 일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 하나와 테나르디에 뿐이었다.

     

    3. 쇠망치의 일격에 부서지도록 꾸며진 족쇄

    같은 해(1823) 10월 말경, 군함 오리옹호가 파손된 데를 고치려고 툴롱으로 돌아왔다. 이 오리옹호를 수리하던 어느 날 사고가 났다. 한 선원이 돛대 위에서 떨어져 줄에 대롱대롱 매달렸던 것이다. 그때 한 죄수가 그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죄수는 사관에게 부탁해 그를 구하러 온 것이다. 허락이 떨어지자, 족쇄를 쇠망치로 단번에 쳐서 부수고 밧줄 하나를 집어 들고 돛대 줄로 올라갔다. 그 죄수가 선원을 무사히 구해내자, 모여 있던 군중들이 저 사람을 용서해 줘라!’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 죄수는 그런 소리엔 아랑곳없이 다시 복귀하기 위해 뛰어가다 휘청, 바다 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저녁까지 수색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죄수는 9430, 장 발장이었다.

     

    . 고인과 한 약속의 이행

     

    1. 몽페르메유의 식수 문제

    몽페르메유는 조용하고 매혹적인 곳이지만 고원이라 물이 귀했다. 그래서 너나없이 물 한 통에 1리아르(1수의 4분의 1.)씩 주고 물을 사먹었다. 한 노인이 물을 길어 주고 하루에 8수가량의 벌이를 하고 있었다. 이 노인은 밤이면 일을 하지 않았다.

    코제트는 팡틴이 송금을 완전히 끊었는데도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붙잡혀 있었는데, 이 아이를 식모로 부려먹기 위해서 붙들어 둔 것이었다. 물 긷는 노인이 일을 마친 밤이면 코제트가 물을 길어왔다.

    1823년 크리스마스 무렵, 몽페르메유에 곡예사들이 오고 거리엔 노점들이 들어섰다. 그 거리에 테나르디에의 싸구려 음식점도 있었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사내아이 하나를 더 낳았다. 코제트는 남루한 몰골로 벽난로 가에 앉아 털양말을 짜고 있었다.

     

    2. 완결된 두 인물 묘사

    테나르디에의 아내는 마흔 줄이었다. 뚱뚱한 테나르디에 부인은 그 허름한 여관의 거의 모든 일을 했는데, 거의 남자에 가까운 여자였다. 그녀의 유일한 시종이 이 조그만 코제트였다.

    테나르디에는 쉰 줄에 접어든 깡마른 사내였다. 하지만 튼튼한 사람으로 대단한 사기꾼이었다. 그는 워털루에서 무용을 거짓으로 지어내 지껄여댔다. 그는 위선적인 악당이었다. 그는 아내를 전적으로 지배했다.

    부부는 파산직전이었다. 1823년 테나르디에는 독촉이 심한 1500프랑 가량의 부채가 있었다. 코제트는 테나르디에 부인에게 몰매를 맞았고, 테나르디에 때문에 겨울에도 맨발로 다녀야 했다.

     

    3. 사람에게는 술이 필요하고 말에게는 물이 필요하다

    상인 하나가 가게에서 자신의 말에게 물을 안 주었다고 따졌다. 코제트는 물을 주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고작 여덟 살이었다.

    코제트는 그녀보다 큰 물통을 들고 밤길을 나서야 했다. 테르나디에 부인은 코제트에게 오는 길에 빵을 사오라며 15수짜리 동전을 주었다.

     

    4. 인형의 등장

    물통을 들고 나가던 코제트는 화려한 인형이 세워진 노점 앞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 그때 테나르디에 부인의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 그녀는 현실로 돌아왔다. 코제트는 달아났다.

     

    5. 어린아이 혼자서

    마을이 끝나고 샘터까지는 깜깜한 길이었다. 달음박질 치고 무서워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통에 동전이 샘에 빠진 줄도 모르는 코제트였다. 물통을 들고 몇 걸음 못 가 멈추곤 했다. 물통은 여덟 살 아이에게 버거운 짐이었던 것이다. 코제트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물통이 전혀 무겁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다. 엄청 커 보이는 손 하나가 물통을 힘차게 들어 올린 것이다. 코제트는 이 남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6. 불라트뤼엘의 총명을 입증하는 것

    파리를 배회하던 허름하지만 어딘지 기품이 느껴지는 예순 가량의 사내가 라니까지 가는 마차를 탔다. 그러나 사내는 셸에서 내려 가버렸다. 사내는 그곳에서 걸어서 몽페르메유로 갔다. 그는 한 숲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후 몽페르메유 방향으로 다시 걸었다. 그러다가 코제트를 만났던 것이다.

     

    7. 어둠 속에서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걷는 코제트

    엄마가 없다는 코제트의 말에 사내는 물통을 내려놓고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이의 이름을 들은 사내는 감전이라도 된 듯 전율했다.

    여관 앞에 다다른 코제트는 물통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왜냐고 묻는 사내에게 코제트는 자신이 들고 오지 않은 걸 알면 아주머니가 때릴 거라 답했다.

     

    8. 부자일지도 모를 가난뱅이를 숙박시키는 불쾌함

    사나이는 식당에 자릴 잡고 코제트를 살폈다. 아이는 여덟 살답지 않게 작고 야위었다. 게다가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코제트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테나르디에의 아내가 빵을 찾았다. 코제트는 빵집 문이 닫혀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동전이 없어진 걸 알고 코제트는 새파래졌다. 테나르디에의 아내는 벽난로에 걸어 놓은 채찍 쪽으로 팔을 뻗쳤다.

    사내가 동전을 부러 떨어뜨리고 그것으로 찾은 척 여자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것은 20수짜리 동전이었다.

    에포닌과 아젤마가 가게로 들어왔다. 그들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코제트가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매질을 하려는 테나르디에의 아내에게 나그네 사내가 5프랑을 주고 코제트를 놀게 해주었다. 코제트는 주인집 두 딸이 흘린 인형을 집어 들고 몸을 웅크려 놀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이들의 눈에 그것이 띈 것이다. 코제트가 호되게 야단을 맞자, 사내는 길거리로 나가 예쁜 인형을 사와 코제트에게 주었다. 그러자 코제트가 받기는커녕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 제자리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술집 전체가 엄숙한 침묵에 빠졌다.

    테나르디에는 그에게서 돈 냄새를 맡았다. 그 인형은 최소 30프랑짜리였다. 부인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부인은 그 사내에게 증오를 느꼈다. 코제트를 재우러 보냈다.

    자정이 넘었지만 사내는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새벽 세 시경 테나르디에는 사내를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했다.

    남편이 방으로 오자 부인은 내일 코제트를 내쫓겠다 말했고 남편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9. 테나르디에의 술책

    테나르디에는 그 사내의 계산서에 이것저것 다 포함해 23프랑을 기입했다. 부인은 그 청구서가 무안해 변명을 한다는 것이 코제트 이야기로 이어졌다. 사내는 그 애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테나르디에는 방값은 6수만 치르라며 슬쩍 나섰다.

    테나르디에는 갑자기 코제트를 많이 아낀다며 헛소리를 뱉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사내의 신분증을 요구했다. 사내는 단호하게 그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그는 1500프랑을 제시한다. 사내는 지폐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코제트가 왔다. 사내는 보퉁이에서 여덟 살짜리 아이의 옷 일습을 꺼냈다. 모두 검은색이었다.

    둘은 리브리 쪽으로 향했다.

     

    10. 최선을 구하는 자는 최악을 당할 수 있다

    테나르디에는 아내에게 1500프랑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그것뿐이에요? 라고 되물었다. 테나르디에는 동의하고 모자를 썼다.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되씹으며 그들을 뒤쫓았다. 한참이 걸려 테나르디에는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는 사내에게 받았던 돈을 다시 내밀며 코제트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니면 내어줄 수 없다며 서명한 쪽지라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사내는 지갑을 꺼냈고 테나르디에는 침을 삼켰다. 그런데 사내가 내민 것은 이 사람에게 코제트를 내어 주라라고 쓰인 팡틴의 쪽지였다.

    테나르디에는 그간의 비용이라도 뜯어내려고 했지만 사내는 지금껏 팡틴이 지불한 돈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테나르디에는 막무가내로 3000프랑 지급을 요구했다. 사내는 말없이 코제트를 데리고 자릴 떠버린다.

    테나르디에는 그들을 미행했다. 사내가 갑자기 빽빽한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쫓아갔다가 험악한 사내의 얼굴을 본 테나르디에는 겁을 집어먹고 발길을 돌렸다.

     

    11. 9430호가 다시 나타나 코제트의 제비에 뽑히다

    장 발장은 죽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가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는 코제트를 데리고 파리로 돌아갔다.

     

    . 고르보의 누옥

     

    1. 고르보 선생

    파리의 외진 외곽, 밖에서는 작아 보이는 커다란 2층 누옥이 있는데, 백 년이 조금 안 된 노가였다. 이 집은 이 구역에서 옛 검사출신 고르보 선생의 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구역은 여러 역사적 일로 음산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2. 부엉이와 꾀꼬리의 보금자리

    장 발장이 걸음을 멈춘 곳이 고르보의 누옥 앞에서였다. 아이는 그의 등에서 잠들어 있었다.

    아이는 거친 수레 소리에 깨자마자, 아주머니! 가요, 가요! 하고 펄쩍 깨어나 외쳤다. 금세 자신의 바뀐 처지를 깨닫고 카트린(인형에 카트린이란 이름을 코제트가 지었다.)을 가지고 놀며 이것저것 장 발장에게 묻는 것이다. 코제트는 하루 종일 놀았다. 그 인형과 그 노인 사이에서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3. 두 불행이 섞여서 행복을 만들다

    코제트를 보았을 때, 그녀를 구했을 때, 장 발장은 자신 속에 있던 모든 정열과 애정이 눈을 떠 이 아이 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이 쉰세 살의 사내에게 미리엘 주교가 미덕의 여명을 떠오르게 해주었다면 코제트는 사랑의 여명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코제트 또한 첫 날부터 노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녀 또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환희를 느꼈다. 이 누추한 집을 예쁘다 생각하고 장 발장을 아름답다고 여겼다. 그렇게 장 발장은 코제트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 고미다락 셋집의 주인은 한 노파였는데 장 발장은 그녀에게 스페인 공채에 손댔다가 실패해 손녀와 함께 살러 온 것으로 해두었다. 노파는 문지기 노릇을 해주었다.

    장 발장은 인근 거지들에게 적선을 잘했다. 오죽하면 적선하는 거지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그래서 의심스러워 보이는 짓이었다.

    몇 주가 지났다. 장 발장은 코제트에게 읽기를 가르쳤다. 코제트는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는 이 아이의 버팀이었고 코제트는 그의 거점이었다.

     

    4. 셋집 주인이 본 것

    코제트는 쾌활한 아이가 되었다. ‘셋집 주인노파는 늘 이웃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는 사람으로 장 발장의 동정도 몰래 자세히 살펴왔다. 장 발장이 코트 솔기를 뜯어 1000프랑짜리 지폐를 꺼내 그녀에게 바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지폐는 온갖 억측과 꼬리가 붙어서 비뉴 생 마르셀 거리의 수다스러운 아낙네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노파는 장 발장의 옷을 슬쩍 뒤져보았다. 옷감 안쪽으로 돈다발이 만져졌고, 가발 따위가 있었다.

     

    5. 땅바닥에 떨어진 5프랑짜리 동전의 소리

    장 발장은 산책하며 으레 한 거지에게 적선을 하곤 했는데 어느 한순간 그 거지가 자베르로 보였다.

    어느 날 문소리에 장 발장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는 그들의 문 앞에서 한참 멈췄다가 가버렸다. 쉬 잠을 잘 수 없었던 밤이 지나고 새벽, 그 발소리와 같은 발소가 들려 열쇠구멍으로 확인했다. 자베르였다.

    노파는 그가 연금을 받는 뒤몽이라했다. 장 발장은 장롱 속의 지폐를 꺼내다 5프랑짜리 동전을 떨어뜨렸다. 큰 소리를 내었다. 그는 코제트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갔다.

     

    . 어둠 속 사냥에 소리 없는 상냥개 떼

     

    1. 책략의 갈지()

    장 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사냥꾼을 따돌리려는 사슴처럼 방향을 수시로 바꾸며 길을 걸었다. 그는 아무런 목적도 계획도 없었다. 자신이 열쇠구멍으로 본 자가 자베르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일단의 무리가 추적 중인지 알기 위해 장 발장은 네거리 문 아래에 숨었다. 곧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그를 추적 중이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얼굴이 자베르가 맞았던 것이다.

     

    2. 다행스러운 우스테를리츠 다리의 짐수레

    아우스터리츠 다리를 건널 때 육중한 짐수레의 그늘에 숨어서 건널 수 있었다. 오스테를리츠 다리가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네 개의 그림자가 다리로 들어섰다. 그들이었다.

     

    3. 1727년의 파리의 지도

    장 발장은 사람이 없는 시골 쪽으로 길을 잡았다. 장 발장은 다른 갈림길에서 막다른 길을 빼고 한 방향에 누군가 있는 것이 보였다. 길을 막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파리의 지점은 최근 공사로 많이 바뀐 지역이었다. 공화정부는 이곳을 파괴하고 관통했다. 쓰레기 매립장이 설치되었던 것이다.

    장 발장은 포위되었다. 그는 절망하여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4. 삼십육계의 암중모색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백방으로 고민하는 장 발장이었다.

     

    5. 가스등으로는 불가능한 일

    자베르가 일고여덟 명의 무장한 병사들을 이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가스등이 없던 시절이었다. 반사등을 올리고 내리는 줄을 끊어왔다. 그날은 마침 등을 켜지 않은 날이었다. 장 발장은 먼저 담을 넘고 미리 묶어놓은 코제트를 그 줄로 끌어올렸다.

    잠시 뒤 자베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막다른 골목을 뒤져라! 그때 장 발장은 코제트를 떠받치면서 지붕을 타고 미끄러져 땅바닥에 뛰어내렸다.

     

    6. 수수께끼의 시작

    둘이 들어선 곳은 무척 넓고 이상스럽게 생긴 일종의 정원이었다. 헛간으로 들어가 십오 분쯤 기다리니 담 너머 소란이 멀어져갔다. 저편에서 황홀한 노래가 들렸다. 환상인지도 몰랐다.

     

    7. 수수께끼의 계속

    새벽 1시나 2시쯤이었다. 겨울밤은 추웠다. 밤을 지내기 위해 큰 건물을 살피던 장 발장은 음산한 수수께끼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창 안으로 보이는 묘한 자세의 시체 같은 것.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장 발장은 달아났다. 이 해괴한 집은 무덤인가? 그는 코제트에게 갔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8. 갈수록 수수께끼

    잠든 아이를 보면서 장 발장은 확실히 깨달았다.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방울 흔들리는 소리 같은 것이 정원 쪽에서 들려왔다. 바라보니 누군가 있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방울소리가 났다. 두려웠다. 그런데 코제트가 싸늘했다. 천하가 없어도 십오 분 내에 코제트를 따뜻한 침대에 뉘어야 했다.

     

    9. 방울을 단 사나이

    장 발장은 그 사내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100프랑을 주겠다고 했다. 달빛에 비친 장 발장을 보고 그 사내는 마들렌 영감 아니오, 라며 놀란다. 노인은 포슐르방이었다.(마차에 깔렸던 마부로 장 발장이 구해준 바 있다. 1부 팡틴 참조.) 그는 멜론을 덮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집에는 처녀들만 있어서 그에게 방울을 달았다고 했다. 그곳은 프티 픽퓌스의 수녀원이었다.

    그에게 잠자리를 얻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10. 자베르가 사냥감을 놓친 까닭은

    경찰은 딴 데서 잃어버린 것을 파리에서 찾는다. 파리는 도피자들이 숨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탓이다. 자베르는 파리에 있으면서 장 발장이 죽었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보았다. 그리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몽페르메유 면에서 일어났다는 죽은 팡틴의 딸아이 유괴 사건을 보고 느낌이 이상해 직접 몽페르메유에 갔던 것이다. 테나르디에는 사법당국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거북해져 유괴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데려간 것으로 말을 바꿨다. 자베르도 그러려니 했는데 18243월 중에 적선하는 거지의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된다. 몽페르메유에서 온 소녀와 함께 있다는 연금 받는 늙은이! 그래서 정보원이던 거지의 자리에 앉아 장 발장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집에 입주했고,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노파가 그에게 장 발장이 도망치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추적을 시작했던 것이다. 다 잡은 줄 알았던 장 발장이 사라지자 그는 격분했다.

     

    . 프티 픽퓌스

     

    1. 픽퓌스의 작은 길 62번지

    항시 예배의 베르나르 교단 수녀원이라 불리는 집은 픽퓌스의 작은 길 62번지에 위치해 있었다. 수녀원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곳이었다.

     

    2. 마르틴 베르가의 분원(分院)

    그 수녀원은 마르틴 베르가의 분원인 베르나르 교단 수녀원이었다. 여기 여자들은 성 베네딕트에 귀의하고 있었다. 이곳은 규칙이 엄격했다. 일 년 내내 채식을 하고 특별한 날에는 단식을 했으며 초저녁잠을 자다가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일어나 새벽기도를 한다. 장 발장이 본 그 음산한 시체 같은 모습도 기도의 한 모습이었다. 그녀들은 목욕도 하지 않고 이도 닦지 않았다.

    이 수녀들은 쾌활하지도 않고 창백하다. 1825년에서 1830년까지 세 명의 수녀가 미쳤다.

     

    3. 엄격

    수녀원에 부속된 기숙사가 있었다. 대부분 돈 많은 귀족 집안 처녀들이 있는 곳이었는데, 수녀원과 거의 같은 규율을 지켜야 했다. 생톨레르 양, 벨리상 양, 그리고 탈보라는 여자가 이곳에 있었다.

     

    4. 쾌활

    어떤 때에 이 수녀원은 기숙생 아이들로 빛나고 있었다.

     

    5. 방심

    피리소리에 화들짝 하는 소녀들이 있었다.

     

    6. 작은 수녀원

    이 프티 픽퓌스 수녀원 울안에는 완전히 다른 세 채의 건물이 있었다. 수녀들이 사는 큰 수녀원, 여학생들의 기숙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수녀원이라 불리는 건물이 그 세 개다. 작은 수녀원은 여러 교단의 늙은 수녀들이 공동으로 머물고 있는 정원이 딸린 안채였다. 그곳은 혁명 때 흩어져 몸 둘 곳을 모르던 수녀들이 피신해온 곳이었다.

     

    7. 몇 사람의 옆모습

    1819년에서 1825년까지 여섯 해 동안 이 수녀원의 수녀원장은 이노상트 장로라고 하는 블르뫼르 양이었다. 그녀는 쾌활해서 인기가 좋았다. 부원장은 시느레 장로라고 하는 눈이 거의 먼 늙은 스페인 수녀였다.

    이 모든 여자들은 그 모든 어린아이들에게 친절했다. 다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엄격했다.

     

    8. 마음 다음에 돌

    이 수녀원 주변의 거리들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것들이었다. 오마레 골목길은 예전에는 모구 골목길이라고 불렸고, 드루아 뮈르(반듯한 담이라는 뜻.) 거리는 에글랑티에(들장미.)의 거리라고 불렸는데, 인간이 돌을 자르기 전에 신이 꽃들을 피웠기 때문이다.

     

    9. 법의를 입고 한 세기

    작은 수녀원에는 퐁트브로 수녀원에서 온 백 살 된 노파 하나가 있었다. 혁명 전, 그녀는 상류사회의 사람이었다. 노파는 어떤 물건을 서랍 속에 감추고 있었는데 그녀가 죽자 사람들은 그것부터 찾아보았다. 그것은 커다란 주사기를 가진 약국생들에게 쫓겨 날아가는 사랑의 신들이 그려진 파엔차 접시였다.

     

    10. ‘항시 예배의 기원

    1649년 파리의 두 성당에서 며칠 사이 두 번 성체가 모독되었는데 이 죄를 사함 받기 위해 항시 예배가 제안되었고 수도원 하나를 세우게 되었던 것이다.

     

    11. 프티 픽퓌스의 종말

    왕정복고 초부터 이 수녀원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18세기 후부터는 모든 종교단체와 기존의 질서들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1840년에는 작은 수녀원이 사라졌고 기숙생도 사라졌다.

    항시 예배의 규칙이 너무 가혹해 귀의하는 자는 줄었고 교단은 충원되지 않았다.

    19세기에 종교 관념은 위기를 맞고 있다. 한 가지를 잊어버려도 다른 것을 배우기만 한다면 잘하는 것이다. 과거는 미신을 갖고 있고, 위선을 갖고 있다. 그 얼굴을 널리 알리고 그 탈을 벗기자.

    수도원은 복잡한 문제를 제공한다. 문명의 문제, 이것은 그것들을 배척하고, 자유의 문제, 이것은 그것들을 비호한다.

     

    . 여담

     

    1. 수도원, 추상적 관념

    이 책은 무한(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볼 때 이 무한은 인류의 진보를 의미한다.)을 첫째 인물로 삼고, 둘째 인물로 인간을 삼는 드라마다. 그래서 수도원을 깊숙한 곳까지 두루 설명한 것이다. 수도원은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다. 인간에 의해 무한에 적용된 환등 장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 속에서 무한을 만날 때마다 그것의 이해와 상관없이 우리는 존경심에 사로잡힘을 느낀다. 유대교 회당에도, 이슬람교 사원에도, 불교 사찰에도, 흑인 사당에도 우리가 증오하는 추악한 일면과 우리가 썩 좋아하는 숭고한 일면이 있다.

     

    2. 수도원, 역사적 사실

    역사와 이성, 진리의 견지에서 수도원 제도는 사멸을 면할 수 없다. 수도자 단체들은 사회적 공동체에 기생목이나 혹 같은 존재다. 수도원의 번영과 비대는 곧 그 나라의 쇠약이다.

    수도원들은 근대 문명의 초기 교육에는 유익했으나 문명의 성장에는 방해가 되는 존재다. 10세기에는 좋았으나 15세기에는 좋지 않았고 19세기에는 가증스럽다. 수도의 병독은 몇 세기 간 스페인, 이탈리아의 광명을 그 뼈까지 갉아먹었는데 현대에 이 두 나라 국민들이 그 병에서 낫기 시작한 것은 오직 프랑스대혁명의 건전하고 강건한 위생법 덕분일 뿐이다.

    스페인 여자 수도원은 더욱 심각했다. 수녀는 후궁이이요, 신부는 환관이었다. 비인간적인 모든 것을 감내하게 했던 제도였다 말할 수 있다. 거기에 어떤 미사여구가 섞여도 똥통은 똥통이다.

     

    3. 어떤 조건에서 과거를 존경할 수 있는가

    스페인에 있던 것과 티베트에 있는 것 같은 수도원 제도는 문명에 대하여 일종의 결핵이다. 그것은 유폐요, 거세다. 유럽에서 그것은 천벌이었다. 양심에 가해진 폭행, 강요된 소명, 수도원에 의지하는 봉건성, 과잉 가족을 수도 생활에 쏟아 넣는 부형(父兄), 잔인한 행위들, 열반옥, 함구, 가두어진 두뇌들, 갇혀 있는 수많은 재능들 등등.

    그러나 수도원 정신은 여전히 작용하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과거가 죽었다는 데 동의하면 존중하고 아껴준다. 만약 과거가 살아 있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공격하고, 죽이려고 애쓴다.

    미신, 맹신, 위선, 편견들. 이런 망령과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19세기의 한낮에 프랑스에 수도원이 있다면 그것을 해를 향하고 있는 부엉이들의 학교다.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싸우자.

     

    4. 원칙들의 견지에 본 수도원

    수도원 생활은 절대로 자발적이고 동의밖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고찰할 것이다. 그런데 그 사면의 벽 뒤에 있는 그 남자들 또는 여자들, 그들은 거친 털옷을 입고, 서로 평등하고, 서로 형제자매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것도 하는가? 그렇다. 무엇을? 그들은 그림자를 바라보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마주잡고 있다.

     

    5. 기도

    신에게 기도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한은 절대적인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상대적인 것 아닌가? 아래의 무한을 위의 무한과 접촉시키는 것, 그것을 기도라 한다.

     

    6. 기도의 절대선(絶對善)

    기도는 진지하기만 하다면 무엇이고 다 좋다.

    유명하고 강력한 무신론자들이 있다. 그들이 신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이므로 모든 경우에 신을 증명하고 있다.

    허무주의와는 토론이 불가능하다. 허무는 없다. 모든 것은 무엇인가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은 빵보다 긍정으로 살아간다. 철학은 하나의 에너지여야만 한다. 인간을 개선하는 것을 노력과 결과로 삼아야 한다.

    진보는 목적이요, 이상은 전형이다. 이상이란 신이다. 이상, 절대, 완전, 무한, 다 같은 말이다.

     

    7. 비난 중에 취해야 할 주의

    가혹한 정치가에게 저항하는 것은 영원한 의무다. 그러나 수도원에는 그렇지 않다. 수도 생활은 인류의 한 문제다. 수도원, 그것은 모순이다. 그 목적은 구원, 수단은 희생. 그것은 결과로서 최고의 자기희생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이기주의다. 수도원에서는 죽어서 받을 환어음을 발행한다. 수도원에서 천국을 상속받을 선금으로서 지옥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바른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결코 나쁜 미소로 비웃지 않는다. 분노는 이해하지만 악의는 이해하지 못한다.

     

    8. 신앙, 법칙

    신앙은 인간을 위해 필요하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은 불행하다. 탈레스는 사 년 동안 정좌하고 철학을 창시했다.

    우리가 보기에 모든 문제는 기도에 섞여 있는 사상의 양에 있다. 나는 현세의 종교들에 반대하나 종교 자체는 찬성한다. 현세의 기도들의 비참함과 기도 자체의 숭엄성을 믿고 있는 사람이다.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며 경박하고 쾌락만 바라는 사람들 가운데서 은둔하는 사람은 존경할 만해 보인다.

    수도원은 자기 포기다. 그릇된 길로 가는 희생도 역시 희생이다. 가혹한 오류를 의무로 착각하는 것, 그것도 나름의 위대성이 있다.

    수도원 생활, 그것은 생명이 아니다. 자유가 아니기에. 무덤도 아니다. 완성이 아니니까.

    나는 그 여자들을 연민한다.

     

    . 묘지는 주는 것을 취한다

     

    1. 수도원에 들어가는 방법

    장 발장이 하늘에서 떨어진곳은 그런 곳이었다. 장 발장은 자기 전, 포슐르방에게 이제부터 나는 여기에 있어야겠다고 했다.

    장 발장은 칼날 위에 있었다. 금남의 집에서 발각되면 현행범이 되지만 여기에 받아들여지기만 한다면 또 그만큼 안전한 곳이었던 탓이다.

    포슐르방은 또 한편에서 고민 중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히 했다. 자신이 그에게 은혜를 갚을 차례라는 것. 그는 자신을 구해주었던 마들렌 씨를 구하리라, 결심했다. 문제는 수녀원 안에 있도록 할 방법이 무엇이냐, 이다.

    포슐르방은 수녀들이 이곳으로 올 일은 없지만 소녀들(기숙사생)은 올 것이고 들키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장 발장은 이 수녀원이 우리를 살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포슐르방은 장 발장에게 나가서 제대로 다시 들어오라 일렀다.

    한 수녀가 죽고 조종이 울렸다. 포슐르방은 자신이 관에 못질을 한다고 했다. 포슐르방은 종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원장에게 갔다.

     

    2. 어려움에 처한 포슐르방

    포슐르방은 원장 수녀에게 자신이 너무 늙고 일이 많아서 그러는데 나이 많은 동생을 하나 데려오면 안 되겠느냐고 청했다.

     

    3. 이노상트 원장

    죽은 사람은 크뤼시픽시옹 장로로 복자(교황청에서 인정하는 성인 바로 아래 단계.)였다. 트뤼시픽시옹 장로는 법으로 정한 묘지가 아닌 수녀원 제단 아래에 묻히길 바랐다. 원장은 그 소원을 들어주려고 했다. 포슐르방은 위생관과 경찰관을 이야기했지만 수녀원장은 세속의 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성현들을 들먹였다. 포슐르방은 원장의 뜻을 따른다. 수녀원 지하묘지는 바위로 막혀 있어 지렛대가 필요했다. 자정 전 11시경, 몇몇만 보는 가운데 일을 치르기로 했다. 포슐르방은 동생이 힘이 아주 세다며 몇 번 이야기하지만 원장은 들은 체, 만 체 한다.

    원장이 이제 빈 관 처리를 상의해 왔다. 포슐르방은 빈 관에 흙을 채워 내보내 묻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원장은 만족해하면서 매장이 끝나는 대로 동생과 딸도 데려오라고 일렀다.

     

    4. 꼭 오스틴 카스티예호의 책을 읽은 것 같은 장 발장

    포슐르방은 원장과 있었던 일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장 발장에게 설명했다. 흙을 채우면 흔들려서 티가 날 거라는 포슐르방의 푸념에 장 발장은 그 빈 관에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오스틴 카스티예호라는 수도사의 말을 믿는다면, 카를 5세 황제는 양위한 후 마지막으로 플롱브라는 부인을 보려고 관 속에 그 여자를 넣어서 자기가 있는 생 쥐스트의 수도원으로 들였다가 내보냈다.

    둘은 계획을 짰다.

     

    5. 죽지 않기 위해서는 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영구차가 보지라르 묘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포슐르방이 잘 알고 있는 메스티엔이란 주정뱅이 무덤구덩이 파는 일꾼이 죽어 새로운 인부가 온 것이었다. 새 일꾼의 이름은 그리비에였다. 그리비에는 포슐르방이 아무리 꼬드겨도 술 한 잔 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대서인이자, 무덤을 파는 일꾼이었다. 그는 꽤 똑똑한 척을 했다. 포슐르방은 망연자실했다.

     

    6. 네 장의 널빤지 속에서

    관이 무덤의 밑바닥에 닿자 장 발장은 오싹함을 느꼈다. 장례미사가 끝나면 포슐르방이 메스티엔을 데리고 술을 마시러 갈 것이다. 그 때 장 발장은 나가면 되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자마자 관 두껑 위로 흙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숨구멍들이 막히면서 장 발장은 의식을 잃었다.

     

    7. 카드를 잃지 않는다는 말의 기원(프랑스어에서 카드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당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포슐르방이 아무리 꼬드겨도 그리비에는 요지부동이었다. 일을 먼저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포슐르방은 그리비에의 주머니에서 묘지 출입카드를 슬쩍했다. 그 뒤, 그는 그리비에에게 카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비에는 카드가 주머니에 없자 당황했다. 해가 지기 전에 나가서 카드를 가져오라고 포슐르방이 쐐기를 박았다. (묘지 문이 닫힌 후 나가려면 출입카드가 있어야 했다. 없으면 벌금만 15프랑이었다.)

    포슐르방이 관 두껑을 열었을 때 장 발장은 의식이 없었다. 죽은 줄 알고 포슐르방은 울음을 터뜨렸다. 온갖 넋두리를 해대는데 장 발장이 눈을 번쩍 뜨는 것이다. 둘은 빈 관을 묻고 길을 나섰다. 포슐르방은 그리비에를 찾아가 태연히 그의 카드를 땅에서 주워 묘지기에게 맡겼다고 전했다.

     

    8. 구두 신문에 합격

    포슐르방은 원장에게 장 발장을 죽은 동생의 이름을 붙여 윌팀 포슐르방이라 소개했다. 장 발장은 합격했다. 그 또한 방울 달린 무릎 가죽을 받았다. 원장이 코제트를 기숙사에 넣어주었다.

    수녀원으로써는 포슐르방에게 감사가 대단했다. 그 이야기는 로마에까지 흘러들어갔는데, 어느덧 그는 성자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포슐르방이 알 방법은 없었다.

     

    9. 수녀원 생활

    코제트는 침묵을 지켰다. 장 발장은 둘째 포방이라 불렸다.

    그에게 매우 평온한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포슐르방 영감과 함께 정원 안쪽 오두막집에서 살았다. 장 발장은 정원에서 일을 잘했다. 그가 가지치기를 하던 노동자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코제트는 하루 한 시간여 장 발장의 처소에 올 수 있었다. 코제트의 웃음에 장 발장은 행복했다.

    수녀원은 그에게 두 번째 유폐장소였다. 장 발장은 형무소와 수녀원을 비교해보곤 했다. 형벌로 치자면 수녀원의 수행도 무거운 형벌이었다. 차이점은 형무소 남자들은 살인, 강도, 사기꾼 등이지만 수녀원의 여성들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단 것이다.

    그토록 판이한 그 두 종류의 인간들이 속죄라는 똑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장 발장은 수녀원 사람들의 속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 발장은 명상 속에 교만한 생각을 버렸다. 그는 수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그는 자기 일생의 두 위기에서 자기를 연이어 맞아들여 준 것이 천주의 두 집이었다고 생각했다. 여러 해가 그렇게 흘러갔고, 코제트는 커 갔다.(2부 코제트 끝.)

    레 미제라블 3부 마리우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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