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3부 마리우스
Ⅰ. 파리의 미분자(黴分子)
1. 꼬마
파리에서 건달이라 불리는 꼬마들은 숲속의 참새 같은 존재다. 이 작은 존재는 쾌활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그들은 일곱 살에서 열세 살까지고 떼를 지어 살고 거리를 쏘다니며 한데서 잔다. 온갖 상스러운 짓들을 하지만 가슴속에는 아무런 악의도 없다. 거대한 도시에게 저게 무어냐, 라고 묻는다면 도시는 아마 그건 내 꼬마다, 라고 답할 것이다.
2. 그의 특색 몇 가지
그들은 거리를 더 좋아한다.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 자기들만의 화폐도 있는데 공도에서 주운 구리조각이었다. 자기들끼리 결제에 썼다. 파리의 특정지역에 모여 사는 동물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그들은 냉소적이지만 정직하다.
3. 그는 유쾌하다
저녁이면 용케 손에 넣은 몇 푼의 돈으로 ‘꼬마’는 극장에 들어간다. 그러면 건달이던 꼬마는 장난꾸러기가 된다.
한 인간에게 무용한 것을 주고 그에게서 필요한 것을 빼앗아라. 그러면 그대는 건달을 갖으리라.
4. 그의 유용성
파리는 거리의 구경거리를 찾아 빈둥빈둥 돌아다니는 사람에서 시작되고 건달에서 끝난다. 모든 왕정은 빈둥거리는 사람 속에 있고 모든 무정부는 이 건달 속에 있다. 파리 문밖의 이 어린아이는 고통 속에서 사회적 현실과 인간사 앞에서 생각에 잠긴 목격자로서, 생활하고 발전하고 맺어지고 풀린다. 그대가 편견, 남용, 압제, 독재, 불법, 광신 등의 이름이 붙는 자라면 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건달을 주의하라.
5. 그의 경계(境界)
건달은 그의 속에 지혜가 있기에 도시를 사랑하면서도 쓸쓸한 곳 또한 사랑한다. 교외를 관찰하는 것은 수륙 양서류를 관찰하는 것이다. 파리의 변두리를 배회한다면 어디서나 더벅머리 소년들이 떠들썩하니 모여서 돈치기하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러다 낯선 사람이 보이면 뭐든 팔아보려고 덤빈다.
파리는 중심, 교외는 주변. 이것만이 그 아이들에게는 온 세계다.
6. 약간의 역사
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는 방황하는 아이들이 파리에 시글시글했다. 인간의 모든 범죄는 어린아이의 방황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파리는 제외하자. 파리의 건달은 내부적으로는 거의 나무랄 데가 없다. 프랑스 민중혁명이 소금처럼 그 도시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정이 깨지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비통한 심정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왕정은 때때로 어린아이들이 필요했는데, 그런 때에는 거리에서 긁어모았다. 루이 14세 때 갤리선(노예나 죄수들에게 노를 젓게 하던 범선) 함대 하나를 만들기 위해 되도록 죄수를 많이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 열다섯 살이고 집도 절도 없으면 갤리선을 타야했다.
루이 15세 치하에 어린아이들이 파리에서 사라졌다. 수수께끼 같은 용도를 위해 경찰이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갔다. 바르비에는 왕의 붉은 피 목욕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했다. 때로 모자랄 때 아버지가 있는 아이를 납치하기도 했는데 따지던 아버지들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7. 건달 부류 내에서의 위치
파리에서 건달은 거의 특권계급이다. 건달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요소는 다양하다. 어떤 건달은 노트르담의 탑 위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대단한 감탄을 받는가 하면 납을 좀 ‘훔쳤다’는 이유, 역마차가 전복되는 것을 보았다는 이유 등 존경받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들은 무신론적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종교에 관한 어떤 대담성은 건달의 가치를 높여준다. 자유사상가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사형집행을 꼭 구경했다.
주먹은 존경을 받는 시시한 요소가 아니다. 왼손잡이는 대단한 선망의 대상이고 사팔뜨기도 존경 받는다.
8. 선왕(先王) 멋진 말
여름에 건달은 개구리로 변신해 센 강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풍기단속법과 경찰법에 저촉되는 갖은 짓을 다 한다.
어리디 어린 건달 하나가 뇌이 궁전의 쇠문설주에 엄청 큰 배(梨) 하나를 그리는 것을 보고 루이 필리프는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금화 한 닢을 주면서 ‘저 위에도 배가 있구나.’라고 말했다. 배는 루이 필리프의 문장이었다.
그들은 법석을 좋아하고 신부를 조롱한다.
그들이 결코 이루지 못하는 두 가지는 정부를 전복하는 것과 바지를 다시 꿰매 입는 것이다.
완전한 상태의 건달은 파리 시의 모든 순경들을 잘 알고 이름을 댈 줄 안다. 개개인에 대한 특수한 기록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다.
9. 골(Gaule. 프랑스의 옛 이름.)의 옛 얼
파리의 건달은 정중하면서도 빈정거리고 건방지다. 배고프기 때문에 이가 못생겼고 재치 덕에 눈이 아름답다. 그들은 개골창에서 놀다가 폭동이 일어나면 쑥 일어서고 산탄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는다. 요컨대, 건달은 불행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노는 인간이다.
10. 여기에 파리 있고, 여기에 사람 있다
오늘날 파리의 건달은 서민적인 어린아이다. 이는 국민에게 매력이고 동시에 고쳐야 할 질병이다. 빛(지식)으로 고쳐야 한다. 조만간에 의무교육이라는 찬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인데, 프랑스 정신의 감시 아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의 어린아이들이냐, 파리의 건달이냐, 빛 속에 타오르는 불꽃이냐, 아니면 암흑 속에 반짝이는 도깨비불이냐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건달은 파리를 나타내고, 파리는 세계를 나타낸다. 파리는 인류의 천장이기 때문이다. 파리는 죽은 풍습과 살아 있는 풍습의 축도다. 거의 모든 철학, 학문, 유파, 문화 등 파리에 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는 코스모스(우주)와 동의어다. 파리는 아테네요, 로마요, 시바리스(이탈리아의 옛 도시.)요, 예루살렘이요, 팡탱(프랑스 센 지방의 조그만 도시.)이다. 모든 문명이 개괄돼 있고, 모든 야만 또한 그렇다. 파리는 단두대 하나만 없더라도 무척 섭섭하게 여길 것이다.
11. 조소하며 군림하다
파리에는 한계가 전혀 없다. 어떤 도시도 제가 제압하는 자들을 가끔 우롱하는 그런 위력을 갖지는 못했다. 그의 웃음은 온 지구에 용암을 튀게 하는 화산 분화구다. 그의 조소는 불꽃이다. 그는 세계를 해방하는 7월 14일 있고 그의 8월 4일 밤(1789년 이날, 프랑스 국회는 인권선언과 헌법 제정을 선포하고 법 앞에서 만인의 평등을 확립했다.)은 천 년의 봉건제도를 세 시간 만에 해결했다.
그는(파리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진보의 관념을 조성해 주고 해방의 교리로 무기가 된다. 그래도 역시 그는 건달 기질을 부린다. 파리는 위대하다기보다 무한하다. 왜? 감행하기 때문이다. 감행하는 것으로 진보는 이루어진다.
12. 민중 속에 잠재하는 미래
파리의 민중은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여전히 건달이다.
혁명은 변모가 아니던가? 철학자들이여, 가르쳐라, 비추어라, 불을 켜라! 생각하는 바를 분명히 말하라. 광장과 친하게 지내라, 좋은 소식을 알려라, 권리를 선언하라, 사상으로 선풍을 만들어라! 이 군중은 승화시킬 수 있다.
그 벌거벗은 발, 그 벌거벗은 팔, 그 누더기, 그 무지, 그 천함, 그 암흑, 이러한 것들은 이상의 쟁취에 사용될 수 있다. 민중을 통하여 바라보라. 그대들이 발밑에 짓밟고, 용광로 속에 던져 넣어 녹이고 끓이는 이 천한 모래는 찬란한 결정체가 될 것이고, 이 모래 덕분에 갈릴레오와 뉴턴이 천체를 발견할 것이다.
13. 소년 가브로슈
이 소설의 제2부에서 이야기한 사건 이후 팔구년이 지난 후다. 탕플의 가로수 길 위와 샤토 도 지역에서 열한두 살가량의 한 맨발 소년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부모가 있었지만 고아나 다름없었다. 그가 집을 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자유로웠다. 이 아이는 가끔 엄마를 보러 갔는데 장 발장이 세들어 살던 그 누옥이었다. 예전 노파는 이미 죽고 없었고 대신 다른 노파, 뷔르공 부인이 세를 내어주고 있었다. 이 누옥에는 극빈층들이 살고 있었다.
이 누옥에서도 가장 비참한 사람은 종드레트네 네 식구였다. 이 가정이 저 유쾌한 맨발 소년의 가정이었다. 그가 집에 오면 아이의 엄마는 ‘여긴 뭐 하러 왔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사랑을 못 받았지만 그의 부모는 그의 누이들을 사랑했다. 이 소년은 가브로슈라고 불렸다.
연결을 끊는 것은 어떤 빈궁한 가족들의 본능인 것 같다. 이 가족 집의 옆, 작은 방에는 마리우스 씨라는 퍽 가난한 청년 하나가 살고 있었다.
Ⅱ. 위대한 부르주아
1. 아흔 살에 서른두 개의 이
질노르망이라는 아흔 살이 넘은 노인은 18세기의 진짜 부르주아로서 착한 풍채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서른두 개의 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쉰 살이 넘은 미혼의 딸 하나가 있었는데, 화가 나면 호되게 때렸다. 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호색한이기도 했다.
2. 그 주인에 그 주택
그의 집은 이층집으로 너른 방과 멋진 그림이 있었다. 그의 방은 이층으로 서재와 잇닿아있다. 그는 위엄차게 말했다.
“프랑스혁명은 많은 무뢰한들이다.”
3. 뤼크 에스프리
열여섯 살 때 그는 당시 완숙하고 유명한 두 미인으로 볼테르의 찬미를 받고 있던 카마르고 양과 살레 양으로부터 동시에 추파를 받았다. 그는 외려 나앙리라는 귀여운 소녀 쪽으로 퇴각했다. 그는 비상한 미남이었다. 그는 정치에 냉소적이었다.
그의 대부는 그가 후일 천재가 될 거라 예언하며 ‘뤼크 에스프리’라는 두 개의 의미심장한 세례명을 주었다.(뤼크는 사도 누가, 에스프리는 정령이라는 뜻.)
4. 백 년 상수의 지망자
질노르망 씨는 부르봉 왕가를 숭배하고 1789년을 증오했다. 어떤 젊은이가 그의 앞에서 공화국을 찬양하면 난리가 났다. 그는 백 살까지 살고 싶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5. 바스크와 니콜레트
그가 홀아비가 되었을 때, 질노르망 씨에게는 꼭 먹고 살 만한 재산이 남아 있었다. 연 1만 5000프랑의 연금과 이층집. 유산을 남길 배려는 없었다.
그에게는 남자와 여자 두 하인이 있었다. 그는 남자 하인은 출신지로 불렀고 여자하인은 니콜레트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쉰다섯 살 하인이 바욘 태생이라는 이유로 바스크라고 불렀고, 요리의 명수 여자 하인은 니콜레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6. 마뇽과 그의 두 어린이
질노르망 씨는 고통을 분노로 표현했다. 어느 날, 배내옷에 갓 난 머슴애 하나가 바구니에 담겨 그의 집에 왔는데, 이 아이를 반 년 전에 쫓겨난 한 하녀가 그의 아들이라고 했다. 질노르망 씨는 당시 만 여든네 살이었다. 주변이 하녀를 욕하며 떠들썩했지만 그 자신은 조금도 역정을 내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애를 잘 돌봐주라 했다. 그 하녀는 마뇽이라는 계집이었는데 다음 해 그에게 두 번째 사내아이를 보냈다. 질노르망 씨도 그녀에게는 졌다. 두 아이를 다 돌려보내면서 매달 80프랑을 지불하기로 했다.
둘째 딸은 죽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워털루의 싸움에서 대령이 되었을 때, 그는 그 대령이 집안의 수치라고 여겼다. 그는 아주 조금밖에 신을 믿지 않았다.
7. 규칙: 저녁 외에는 아무도 접대하지 않는다
그는 18세기적인 사람으로 경박하고도 위대했다. 그는 누구든, 무슨 일이든, 저녁 외에는 결코 접대하지 않았다. ‘낮은 천격스러워서 덧문을 닫아 붙여야 한다. 훌륭한 신사는 창공에 별이 빛날 때 자기의 정신을 빛낸다.’라고 말했다.
8. 어울리지 않는 자매
질노르망 씨의 두 딸은 십 년의 차이로, 각기 다른 부인에게서 태어났다. 동생은 마음씨가 고왔다. 그런데 일찍 죽어버렸다. 둔재인 언니는 결혼도 하지 않았다. 좁은 집에서 그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언니 질노르망 양’이라 불렸다.
그녀는 위선적인 새침데기였다. 정숙한 체하는데, 그런 버릇의 특성은 요새가 덜 위험할수록 더 많은 파수병을 배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는 성모회에 속해 있었고 그 예배당에는 친구, 보부아 양도 있었다.
그녀는 집을 맡아보고 있었다. 이 집에는 질노르망의 손자도 함께 살고 있었다.
Ⅲ. 할아버지와 손자
1. 옛날의 객실
질노르망 씨는 왕당파 사람들과 T부인의 객실에서 사교계 인사들과 교류했었다. 질노르망 씨는 보통 딸과 어린애(손자. 그러니까 죽은 딸의 아이로 외손자가 되겠다.) 하나를 데리고 왔는데, 잘생긴 이 아이를 보고 사람들은 예쁘다고 하면서도 가엾은 아이라고도 했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루아르 강의 불한당’이었기 때문이다.
2. 그 당시 붉은 유령의 하나
베르농이란 작은 도시에 1817년 무렵 강가에서 꽃을 키우는 사내가 있었다. 그가 재배하는 꽃은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는 소심했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가 바로 루아르 강의 불한당이었다.
조르주 퐁메르시가 그의 이름이었다. 그는 용감하게 전장을 누볐고 사병에서 장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엘바섬에서 나폴레옹을 수행했고 워털루에서 뒤부아 여단 내 흉갑기병 중대장이었다. 워털루에서 얼굴에 큰 자상을 입은 채로 빼앗은 루네브르그 대대의 군기를 황제의 발아래 던진 사람이 그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대령이 되고 남작이 되었으며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에 수훈되었다. 그 또한 오앵의 협곡에 빠졌었다. 기억하다시피 그는 테나르디에에게 산 채로 발견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루아르 강의 숙영지로 돌아왔지만 그는 왕정복고에 의해 휴직급이 되었고 감시 받는 처지에까지 이르렀다. 왕정복고는 그의 훈장, 작위 등 모든 것을 무효화했다. 그에게 반급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부인, 질노르망 양은 아이 하나를 두고 세상을 떠났는데,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상속권을 빌미로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그의 질정 없는 애정은 꽃으로 옮아갔다.
퐁메르시와 질노르망은 아이에게 상속권을 주되 절대 퐁메르시가 아이를 만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질노르망 영감의 유산은 보잘 것 없었지만, 아이의 이모는 모계 쪽 유산을 받아 굉장한 부자였던 것이다. 어린아이의 이름은 마리우스였다. 아이는 주변 어른들로 인해 아버지를 수치스럽게 여겼다. 퐁메르시는 아이가 이모와 미사에 올 때 몰래 훔쳐보곤 했는데, 이를 본 신부와 성당집사인 마뵈프와도 안면을 트게 되었다.
3. 고이 잠드시라
마리우스에게 T부인의 객실은 세상을 향한 유일한 창이었으되 컴컴하고 음산한 창이었다. 그곳에서는 질노르망 씨가 군림했다. 이 객실은 파리의 왕당파 사회의 본질이고 정수였다. 이 모든 것은 오래전에 삶이 끝났는데도 그것을 거부하는 망령 같았다. 그들은 과격 왕당파였다. 과격 왕정주의자는 지나친 왕좌 찬양으로 오히려 왕권을 공격하는 무리들이었다.
마리우스는 왕정주의자고, 광신자고, 근엄했다.
4. 불한당의 종말
1827년 마리우스는 열일곱 살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그에게 아버지한테 가보라고 했다. 마리우스는 치를 떨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퐁메르시는 위독했다. 마리우스가 도착했을 때 퐁메르시는 이미 숨을 거두었다. 사흘 전 발병한 뇌염 때문이었다. 하녀가 전하는 퐁메르시의 유서에는 아들에게 작위를 물려준다는 내용과 자기 생명의 은인 테나르디에에게 도움을 주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5. 혁명아가 되기 위해 미사에 참례하는 유용성
성당에서 집사에게 마리우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를 왜 만나러 오지 못했고 가끔 여기서 자기를 보며 눈물지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날 마리우스는 친구들과의 사냥을 핑계 대고 며칠 외출했다.
6. 성당 집사를 만난 결과
돌아온 마리우스는 지난 신문을 뒤져 아버지의 행적을 찾았다. 성당 집사는 퐁메르시의 삶을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마리우스는 자기 아버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혁명과 공화국, 제국을 공부해 나갔다. 그는 혁명과 제국에서 프랑스 국민들의 위대성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고의적으로 자기 눈이 가려져 있었단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리우스의 사상적 변화는 극적이고, 과격했고 또 조용했다. 그가 거의 공화파가 되었을 때, 그는 ‘남작 마리우스 퐁메르시’라는 명함을 팠다. 할아버지를 혐오하게 되었지만 집을 떠나지는 않았다. 그의 태도변화에 할아버지는 마리우스가 연애를 한다고만 생각했다. 마리우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테나르디에를 찾아도 가보았으나 파산하고 여관의 문은 닫혀있었다.
7. 어떤 정사(情事)
질노르망 씨의 종손뻘 되는 창기병이 있었는데 테오뒬 질노르망이라 했고 미남자였다. 그가 질노르망 씨의 집에 왔다. 그에게 고모가 되는 언니 질노르망이 반겼다. 테오뒬은 얼굴도 잘 모르는 내종인 마리우스가 우연히도 같은 마차에 타게 되었다고 말했다. 질노르망 양은 마리우스가 외박을 자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테오뒬은 정사일 거라 말한다. 고모는 조카에게 마리우스의 뒤를 좀 캐보라고 부탁했다. 테오뒬은 마리우스가 베르농의 성당 뒤편 묘지에서 ‘육군 대령 남작 퐁메르시’에게 헌화하고 묵상하는 것을 보게 된다.
8. 화강암과 대리석
마리우스가 외박할 때마다 온 곳은 여기였다. 테오뒬 중위는 따로 고모에게 알릴 것이 없다고 여겼다. 삼 일만에 마리우스가 돌아와 방을 비운 사이 질노르망 씨와 그의 딸이 마리우스의 옷가지들 뒤졌다. 거기에서 퐁메르시의 유서와 마리우스의 명함 등속이 나왔다.
마리우스의 말 속에서 공화국이란 단어를 들은 질노르망 씨는 노발대발하며 퐁메르시를 모욕했다. 마리우스는 왕조를 모욕한다. 마리우스는 쫓겨났다. 유서를 찾을 수 없었다. 니콜레트가 계단에서 떨어뜨린 것이었는데 마리우스는 그것을 할아버지가 태웠으리라고 오해했다.
Ⅳ. ABC의 벗
1. 역사적인 것이 될 뻔한 한 그룹
이 시대(1831년.)는 왕정주의자들이 자유주의자가 되고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자가 되어갔다. 당시 프랑스에는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결사조직은 없었으나 태동하고 있었다. 특히 파리에는 ‘ABC의 벗들’이라는 서클이 있었다. ABC는 아베세로 민중이라는 뜻이었다. 이들은 뮈쟁 다방에서 관례적인 비밀 회합을 했다. 대부분의 성원이 학생이었고 몇몇의 노동자들과도 내통하고 있었다. 주요 인물들로 앙졸라, 콩브페르, 장 플루베르, 푀이, 쿠르페락, 바오렐, 레글 또는 레에글, 졸리, 그랑테르 등이 있었다.
앙졸라는 스물두 살의 미남자에 투철한 투사였다. 그는 혁명의 논리를 상징했다. 콩브페르는 그의 옆에서 혁명의 철학을 상징했다. 혁명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전쟁에 도달할 수 있는 반면, 그 철학은 평화에 귀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는 앙졸라를 보충하며 덜 높고 더 넓었다. 장 플루베르는 콩브페르보다 더 부드러운 성미였다. 그는 박식했고 동방어학자 수준이었다. 푀이는 부채를 만드는 노동자로 고아였다. 그는 세계를 해방한다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민족사상이라고 일컫는 것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쿠르페락은 젊은 활기를 가진 재치 있는 청년이었다. 쿠페르락은 모임의 중심이었다. 바오렐은 십일 년간이나 법률대학을 다니는 급진적인 인물로 담대한 인간이었다. 그는 후에 이 그룹과 다른 그룹 사이에 다리 노릇을 하게 된다. 레글은 보쉬에라고 불렀는데 스물다섯 살에 대머리였다. 그는 불운했기에 더욱 쾌활한 사내였다. 그 또한 법률을 공부하고 있었다. 졸리는 젊은 노이로제 환자로 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 젊은이들은 똑같이 프랑스혁명에서 태어난 아들들로 ‘진보’라는 하나의 똑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중에 회의주의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랑테르라는 이였다. 그는 주정뱅이였고 앙졸라를 광신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반대되는 앙졸라를 찬미했다. 앙졸라는 이 회의주의자를 깔보고 멸시하며 약간의 거만한 연민의 정만 주었는데 그래도 그랑테르는 앙졸라에 대해 ‘얼마나 아름다운 대리석인가!’라고 했다.
2. 블롱도에 대한 보쉬에의 추도문
레이글은 뮈쟁 다방 문설주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가 지나가는 이륜마차 위 가방에서 ‘마리우스 퐁메르시’라는 글자를 보고 그를 불렀다. 마리우스는 방금 할아버지의 집에서 쫓겨나오는 길이었다. 둘은 서로를 몰랐다. 마리우스는 웬 익살꾼이가 어리둥절했다. 레이글은 블롱도 교수의 수업에서 많은 생각 끝에 마리우스를 대리출석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대가로 자기 이름은 지워졌다고 했다. 블롱도가 죽은 것을 가정하며 익살스럽게 추도문을 하는 레이글이었다. 그는 이어 마리우스 덕분에 속물적인 변호사의 길을 가지 않게 되었다고 감사한다고 덧붙인다. 그가 마리우스에게 어디에 사는지 물을 때, 쿠르페락이 나왔다. 갈 곳이 없다고 마리우스가 답하자, 쿠르페락이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날 저녁 마리우스는 포르트 생 자크 여관의 방 하나에 쿠르페락과 나란히 정착했다.
3. 마리우스의 놀람
내력을 전혀 묻지 않던 쿠르페락이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그에게 정치적 의견을 물었다. 마리우스는 민주주의적 보나파르트 파라고 답했다. 안심한 생쥐의 회색분자라고 평한 쿠르페락은 이튿날 그를 뮈쟁 다방으로 데리고 갔다. 마리우스는 그들을 보며 얼떨떨하면서도 조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4. 뮈쟁 다방의 뒷방
거의 모든 ABC의 벗들 성원이 모인 가운데 그랑테르가 이미 취해 장광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성원들은 끼리끼리 몇 군데로 나뉘어 시시껄렁한 연애이야기도 하고 진지한 토론도 하며 나뉘어 있었다. 분위기는 활기차고 즐거웠다.
5. 시야의 확대
보쉬에가 콩브페르에게 어떤 질문 끝에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라는 말로 맺었다. 마리우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마리우스는 나폴레옹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좌중이 싸늘해진다. 마리우스는 장황한 말끝에 나폴레옹의 위업보다 위대한 것이 있겠는가, 라고 말을 맺었다. 그러자 콩브페르가 ‘자유가 있다.’라고 짧게 답했다. 모두 자릴 뜨고 앙졸라와 마리우스 둘만 방에 남았다. 계단에서 콩브페르의 노래가 들렸다. 카이사르의 영광과 전차보다 우리 어머니를 더 사랑하노라, 라는 노래였다. 마리우스가 ‘우리 어머니?’라고 탄식처럼 되풀이하자, 앙졸라가 답했다. 동지, 라며, 우리 어머니, 그것 공화국이다, 라고.
6. 빈궁
마리우스는 갈등을 느꼈다. 하나의 신념이 무너지는 고통이다. 그는 뮈쟁 다방에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마리우스는 돈이 없었다. 헌 옷과 회중시계를 팔았다. 이모가 보낸 600프랑을 고스란히 돌려보냈을 때 마리우스의 수중에는 3프랑밖에 없었다. 마리우스는 포르트 생 자크의 여관에서도 나왔다.
Ⅴ. 불행의 효험
1. 궁박한 마리우스
빈궁, 훌륭하고 무서운 시련, 약자들은 거기서 비루해져서 나오고 강자들은 거기서 숭고해져서 나온다. 마리우스는 양갈비 한 대를 사 사흘을 살았다. 그 와중에도 질노르망 이모는 그에게 돈을 보냈고 그는 필요없다고 다시 돌려보냈다. 이 모든 것을 거쳐 그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그것을 쌀쌀하지만 정중한 편지로 할아버지에게 알렸는데 질노르망 노인은 그 편지를 네 조각으로 찢어버렸다. ‘네가 바보가 아니라면, 남작인 주제에 동시에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도 남을 것이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이모 질노르망이 며칠 뒤 들었다.
2. 가난한 마리우스
그는 열심히 노력해 일 년에 700프랑을 벌게 되었다. 독일어와 영어를 배워 쿠르페락의 소개로 알게 된 출판업자가 주는 번역 일을 했던 것이다. 그는 고르보의 누옥에서 살게 되었다. 이 정도 되기에까지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의 가슴에는 아버지의 이름 옆에 테나르디에라는 은인의 이름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대령인 아버지가 남긴 부채라고 생각해 테나르디에를 백방으로 찾았지만 실패만 했다.
3. 성장한 마리우스
삼 년 전 집을 나와 이제 스무 살이 된 마리우스였다. 마리우스는 질노르망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사실 질노르망은 손자, 마리우스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 마리우스의 부재는 그의 마음속에 뭔가를 변화시켰다. 그에 반해 이모 질노르망 양에게 마리우스는 그리 큰 존재가 아니었다.
마리우스는 아버지를 내친 사람에게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했다. 젊은 마리우스에게 가난은 훌륭한 스승이 된다. 만인에 대한 연민의 정이 싹텄고, 명랑하고, 온화해졌으며, 사소한 것에 만족할 줄 알았고, 증오심은 사그라져갔다. 그는 명상 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생활을 했다. 그는 가능한 한 가장 많은 무형의 일을 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적은 유형의 일을 했다.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다. 쿠르페락이 그 한 명이고 나머지는 성당 집사인 마뵈프 씨였다.
4. 마뵈프 씨
마뵈프 씨는 고서주의자였다. 그는 주의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근방의 식물에 대한 책을 써서 일 년에 2000프랑 남짓한 수입을 얻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귀중한 진서들을 수집하는 데 썼다. 마뵈프 씨는 ‘플뤼타크 할멈’이라 부르는 늙은 가정부와 살았다.
그는 마리우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1830년경, 사제인 그의 형이 죽었다. 공증인의 파산이 그의 형과 그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전 재산, 1만 프랑을 앗아갔다. 7월 혁명은 그의 저작물 판매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그는 아우스터리츠의 초가집으로 이사해야 했다. 그곳에는 서적상 한 명과 마리우스만 드나들었다.
5. 가난, 곤궁의 착한 이웃
마리우스는 산책을 하며 어떤 주의보다는 몽상에 잠겨있길 즐겼다. 1831년 중간 무렵, 그는 고르보의 누옥에서 종드레트라는 불쌍한 세대가 쫓겨날 지경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방세 20프랑 때문이었다. 마리우스는 25프랑을 노파에게 주며 나머지 5프랑은 그들에게 전달하라고 일렀다.
6. 후계자
테오뒬 중위의 연대가 파리에 주둔할 때, 질노르망 이모는 테오뒬이 마리우스의 뒤를 잇도록 음모를 꾸몄다. 질노르망 양은 테오뒬에게 자기 아버지의 말에 무조건 맞장구치라며 그를 아버지에게 데려갔다. 질노르망 영감은 종손에게 왕당파의 입장, 즉 공화파를 혐오하는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말이 맺을 때마다 테오뒬은 고모가 시킨 대로 맞는 말씀이란 말만 반복했다. 말 끝에 질노르망 영감은 테오뒬에게 ‘넌 멍텅구리구나.’라고 쏘아붙였다.
Ⅵ. 두 별의 접촉
1. 별명, 성(姓)의 유래
마리우스는 신중하고 매력적인 중키의, 처녀들이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불식간에 돌아볼 정도의 멋진 청년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의 남루함이 부끄러워 처녀들을 피했다. 그런 마리우스도 한 소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는데, 예순의 노인과 함께 일 년도 더 전부터 뤽상부르공원의 인적 드문 통로에 늘 나란히 앉아 있는 처녀였다. 쿠르페락이 소녀를 리누아르(黑) 양, 아버지 같은 남자에게 르블랑(白) 씨라 별명을 붙였다. 마리우스는 남자는 마음에 들었으나 소녀는 꽤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2. ‘빛이 있었느니라’
반 년 만에 마리우스가 그 통로에 갔을 때 소녀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어있었다.
3. 봄의 힘
맑은 날 마리우스와 처녀는 눈이 마주쳤다. 마리우스는 그녀의 눈에서 심연을 보았다. 하늘 속의 여명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성숙한 여자처럼 바라보는 숫처녀다. 집으로 돌아온 마리우스는 자신의 평상복이 너무 남루해 부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4. 큰 병의 시작
이튿날, 마리우스는 새 예복과 바지, 새 모자, 새 장화를 꺼내어 입고 뤽상부르 공원으로 갔다. 그는 그녀 앞을 어색하게 오갔다. 그들도 자신을 의식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문득 한다. 집에 돌아온 그는 저녁 먹으러 가는 일을 잊었다.
5. 부공 할멈에게 떨어진 여러 가지의 벼락
부공 할멈은 고르보 누옥의 문지기이자, 셋집 주인이요, 가정부인 노파다. 뷔르공 부인이란 이름이 있었지만 쿠르페락이 그렇게 불렀다. 이 할멈은 마리우스가 또 새 예복을 입고 나가는 걸 보고 어리둥절했다.
마리우스는 오늘, 그들의 벤치 쪽으로 가지 않고 다른 벤치에 앉아 그들을 보았다. 공원 문이 닫힐 때야 돌아왔는데 그는 르블랑 씨 부녀가 집에 돌아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흘 째 마리우스가 새 예복을 입고 나가는 것을 본 부공 할멈은 경악했다. 미행하려다 마리우스의 빠른 걸음에 실패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두어 주일 그렇게 흘러갔다. 그는 그들의 벤치에서 멀찌감치 계속 앉아 있기만 했다. 그녀는 확실히 굉장한 미인이었다.
6. 포로가 되어
그날도 마리우스는 같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부녀가 마리우스 쪽으로 걸어오는 게 아닌가. 그를 부드럽게 바라보고 지나친 그녀의 뒤를 그의 시선이 따랐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들이 보이지 않자 그는 미친놈처럼 공원을 배회했다. 그는 그날 저녁부터 이튿날까지 엄청 먹어댔다. 마리우스는 한 여자를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7. 추측에 맡겨진 U 자 사건
마리우스는 한 달 내내 뤽상부르 공원에 갔다. 그는 그녀를 보았고 그녀도 그를 보았다. 르블랑 씨도 눈치를 챘는지 마리우스를 보면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점점 딸을 그곳에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런 징후에 마리우스는 전혀 주의하지 않았는데 그가 맹목의 단계로 빠졌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녀가 두고 간 듯한 손수건을 발견한다. U.F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들고 이름을 위르쉴이라고 상상하며 냄새를 맡고 했지만, 정작 그 손수건은 노인의 것이었다. 마리우스는 그 손수건을 그녀가 남긴 ‘수줍음’이라고 생각했다.
8. 장애자도 행복할 수 있다
마리우스가 르블랑 씨에게 처음 어떤 눈치를 채게 만들었을 때, 바람이 소녀의 치맛자락을 들어 올려 양말대님이 드러난 적이 있었다. 그는 바람을 질투했다. 그 때 한 늙은 상이군인이 마리우스 앞을 지나가자, 마리우스의 질투는 절정에 달했다. 그후 사흘 동안 마리우스는 토라져 있었다. 이 또한 정열적인 사랑의 병증이었을 뿐이다.
9. 잠적
마리우스는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는 뒤를 밟았다. 그녀는 웨스트 거리의 인적이 드문 사 층 새집에 살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문지기에게 부녀의 호구조사를 했다. 금리 생활자의 딸이고, 4층에 살며, 부자는 아니지만 적선을 잘 한다는 집안.
이튿날 르블랑 씨는 집 앞에서 딸만 들여보내고 돌아서서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그 다음 날부터 그들은 뤽상부르에 오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그들의 집 앞에 가서 보초를 섰다. 보초를 선지 여드레째 날부터는 4층에 불도 켜지지 않았다. 문지기는 부녀가 이사를 갔다고 했다. 마리우스를 형사라고 부르면서.
Ⅶ. 파트롱 미네트
1. 갱도와 광부들
경탄할 만큼 복잡한 누옥인 사회구조 아래에는 온갖 굴착들이 있는데, 종교의 갱도, 철학의 갱도, 정치의 갱도, 경제의 갱도, 혁명의 갱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사상의 곡괭이로, 어떤 사람은 숫자의 곡괭이로, 다른 사람은 분노의 곡괭이로 이 갱도들을 판다.
그들은 그곳에서 만나 서로 곡괭이를 빌려주기도 하고 때론 싸우기도 한다. 사회는 그 표면은 그대로 둔 채, 그 내장을 변화시키는 이 굴착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모든 작업에서 미래가 발굴되는데도.
깊이 들어갈수록 일꾼들은 신비로워진다. 존 하스 아래 루터가 있고 루터 아래 데카르트, 그 아래 볼테르, 그 아래 콩도르세, 그 아래 로베스피에르, 그 아래 마라, 그 아래 바뵈프(보보비즘(일종의 공산주의) 창시자.)가 있다. 그 아래로 계속된다. 어제의 사람은 유령이고 내일의 사람들은 유충들이다. 그들은 다양한 활동,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무사무욕하다.
그늘진 눈은 또 다른 표적이다. 그런 눈은 악에서 시작된다. 모두의 아래 무시무시한 마지막 갱도가 있다. 우리가 밑바닥이라 부르는 곳. 그것은 심연으로 통한다.
2. 밑바닥
거기서 무사무욕은 사라진다. 악마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저마다 자기만 생각한다. 오직 개인적인 욕망의 만족밖에 걱정하지 않는다. 무지와 빈궁이 그들의 어머니고 욕구라는 하나의 안내자를 갖고 있다. 이 인간쓰레기들은 고통에서 범죄로 간다.
사회 아래에는 그리고 무지가 사라지는 날까지 악의 소굴이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상부의 지하실은 이 동굴을 제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무지’의 지하실을 파괴하면 ‘범죄’의 소굴이 파괴된다.
사회의 유일한 위험, 그것은 ‘그늘’이다.
3. 바베와 괼메르, 클라크수, 몽파르나스
클라크수, 괼메르, 바베, 몽파르나스의 사인조 불한당이 1830년에서 1835년까지 파리의 밑바닥을 지배하고 있었다.
괼메르는 괴물 같은 자로 6척 장신에 장사였다. 그는 살인을 하고도 태연했는데 아르슈 마리용의 하수도에 소굴을 가지고 있었다. 바베는 작고 수척했지만 유식했다. 어릿광대 노릇을 하고 치과의도 겸했다. 그는 결혼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 후 그는 파리를 도모하기 위해 모든 것에서 손을 뗐다고 했다. 클라크수는 밤에만 나타났는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는 초가 켜지면 탈을 썼고 복화술을 썼다. 몽파르나스는 어리고 침울한 인간이었다. 그는 모든 범죄를 갈망했다. 그는 강도질을 해서 살았는데, 그의 모든 범죄 원인은 옷을 잘 입고 싶은 욕망이었다. 열여덟 살에 이미 여러 살인을 저질렀다.
4. 동아리의 조직
이 네 사람은 신비로운 도적 같은 것이었다. 하부 조직과 드러나지 않은 연고 관계의 망으로 이 넷은 센 도의 매복 청부를 도맡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깊은 지하실의 모든 비극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한 무리의 암흑 배우들을 가지고 있었다. ‘파트롱 미네트’가 지하 사회에서 이 네 명의 결사에 주어진 이름이었다. 주인 아가씨라는 이 뜻은 아침을 의미했다. 그들의 범죄에 가담한 종범들은 수두룩했다.
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가 현상대로 있는 한, 그들 역시 현상대로 있으리라. 개인들은 소멸해도 종족은 존속한다.
이 인간쓰레기들을 없애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빛이다. 밑바닥 사회에 비추어라.
Ⅷ. 악독한 가난뱅이
1. 마리우스, 한 처녀를 찾아다니다 한 남자를 만나다
겨울. 르블랑 씨도, 처녀도 다시는 뤽상부르 공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헤매는 한 마리 개처럼 그녀를 찾았다. 그는 경솔했던 출현과 미행을 후회했다.
어느 날 그는 르블랑 씨와 비슷한 사람을 보고 미행하려 했다. 그런데 이미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2. 습득물
그 시절 고르보 누옥에는 마리우스와 종드레트 일가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서던 마리우스는 두 여자와 마주쳤다. 그녀들은 쫓기는 모양이었다. 마리우스는 그녀들이 흘린 꾸러미 같은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미 그녀들은 보이지 않았다.
3. 한 몸의 네 얼굴
집에 돌아온 마리우스는 봉투를 뜯어보았다. 네 통의 편지가 그 속에 들어있었다. 하나는 그뤼슈레 후작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후원을 원한다는 내용으로 왕당파 기병 대위 돈 알바레스가 쓴 편지였다. 두 번째 편지는 몽베르네 백작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 또한 후원을 바라는 내용인데 발리자르의 아내가 쓴 편지였다. 세 번째 편지는 바부르조 씨에게 보내는 편지로 장 폴로가 자신이 쓴 희곡을 잘 봐달라는 내용. 마지막 편지는 생 자크 뒤 오 파 성당의 인자하신 양반에게 쓴 편지인데 P. 파방투가 기부금을 하사해 달라는 내용으로 쓴 편지였다.
어느 편지에도 주소가 없었다. 게다가 네 통이 모두 같은 필적이었다. 담배 냄새가 배인 종이에다 맞춤법도 엉망이었다. 퍼즐 맞추기를 그만두기로 한 마리우스는 편지들을 내버려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한 처녀가 부공 할멈을 앞세우고 마리우스의 집에 찾아왔다.
4. 빈궁 속에 핀 한 송이 장미꽃
빈곤에 찌들어 타락한 듯한 한 처녀가 마리우스의 문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마리우스에게 편지를 가져왔다고 했다. 편지는 종드레트가 은혜를 베풀어 주시라고 보낸 편지였고 여자는 그 집의 큰딸이었다. 마리우스는 어제의 편지도 같은 데서 나온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편지는 종드레트가 쓴 것이었다.
종드레트는 궁핍한 나머지 자선가들의 자비심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마리우스의 집안을 서성거리며 이것저것 만져보곤 했다. 책을 보더니 그녀가 자신도 읽을 줄 안다고 했다. 워털루에 대한 책을 읽다가 자기 아빠가 그곳에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리우스는 그녀에게 편지 네 통을 돌려주었다. 마리우스는 배곯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녀에게 주머니를 긁어 5프랑을 내어주었다.
5. 운명적인 들여다보는 구멍
마리우스는 오 년 이래 진정한 비참함을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그는 인간쓰레기였다. 그는 스스로 공상과 정열에만 열중해 이웃을 자세히 보지 않은 것을 자책했다. 마리우스는 옆집 종드레트네 집과 칸막이 하나로 나뉘어 있었다. 위쪽 천장 가까이에 세 가막쇠 사이에 난 세모진 구멍 하나가 마리우스의 눈에 띄었다. 이 사람들의 지경을 보고 싶었던 마리우스는 그들을 엿보기 시작했다.
6. 소굴 속의 야성인
야생의 동굴들이 빈민굴들보다 낫다. 마리우스가 보고 있는 것은 하나의 빈민굴이었다. 지저분한 방, 펜과 잉크, 종이가 놓인 탁자에 한 예순 살쯤의 사나이가 하나 앉아 있었는데, 키가 작고, 수척했으며, 창백하고 험상궂은 데다 교활하고 잔인하고 불안해 보였다. 그는 파이프를 물고 편지를 쓰면서 세상을 저주하는 욕을 내뱉고 있었다. 벽난로 옆에는 맨발로 웅크린 뚱뚱한 여자가 있었다. 열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 창백한 계집도 보였다. 어떤 생산적인 도구도 없는 집구석이었다. 서글픈 나태였다.
7. 전략과 전술
큰딸이 갑자기 그 집으로 들어오며 ‘그분이 와요!’라고 외쳤다. 생 자크 성당의 자선가가 온다는 이야기였다. 삯마차로 온다는 말에 남자는 꼭 로스차일드 같다고 했다.
남자는 창문을 하나 깨고, 의자의 짚을 뺐다. 더 없어 보이려고 하는 비열한 짓이었다. 그는 난폭했다. 아내에게는 환자 흉내를 내게 했다. 유리를 깨다 다친 딸을 보고는 잘되었다고 소리쳤다. 마무리로 깜부기불마저 꺼버렸다.
8. 빈민굴에 비친 햇살
자선가가 좀처럼 오지 않자 아버지란 작자는 당황했다. 그러면서 부자와 자선가, 종교인들을 비난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 하나와 젊은 처녀 하나가 나타났다. 마리우스는 ‘그이’를 거기서 보았다. 나타난 사내는 르블랑 씨였던 것이다.
9. 우는 소리를 하는 종드레트
르블랑 씨는 종드레트 씨에게 새옷과 담요들이 든 보퉁이를 주었다. 르블랑 씨가 방을 돌아보는 동안 종드레트는 딸에게 귓속말로 돈이 아니라고 불평했다. 종드레트는 자신이 편지에 써 보낸 대로 자기를 파방투라 소개했다. 그는 계속 자선가의 마음을 헤집기 위해 어려움을 과장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종드레트는 르블랑 씨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무언가 기억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돈을 뜯어내기 위해 돈타령을 시작했다. 방세를 60프랑 내어야 한다며 애걸복걸하자 르블랑 씨는 5프랑을 내어놓고 6시까지 60프랑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한 뒤 자릴 떴다.
10. 관영(官營) 마차 삯 시간당 2프랑
마리우스는 그 광경을 다 바라보면서도 못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만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마리우스는 저런 더러운 인간들에게 그녀가 둘러싸여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뒤쫓아 나갔다. 삯 마차를 따라가는 건 불가능했다. 마침 지나는 관영 마차를 붙잡았다. 2프랑 선금을 요구하는 마부에게 돌아와서 주겠다고 하자 마부는 가던 길을 재촉해버렸다. 그는 바로 그날 아침에 그 불쌍한 계집에게 주었던 5프랑을 생각하며 속이 쓰림을 느꼈다. 절망하여 누옥으로 돌아온 마리우스였다. 계단을 올라가던 마리우스는 종드레트가 ‘문밖의 부랑배’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자는 팡쇼라는 자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밤거리에 꽤 위험한 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프랑타니에라고도 하고 비그르나유라고도 하는 자다. 그는 후에 더욱 유명한 악당이 되는 자였다.
11. 가난한 자, 괴로운 자를 돕다
마리우스의 뒤를 따라 종드레트의 큰딸이 따라 들어왔다. 그가 슬퍼 보인다는 이유였다. 뭐든 돕겠다고 했다. 마리우스는 그 자선가의 주소를 알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줄 거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는 뭐든지 바라는 대로 준다고 해버렸다.
그녀가 가고 종드레트의 거친 목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를 알아봤다느니 따위의 소리였다. 그는 다시 종드레트의 빈민굴 내부를 엿보기 시작했다.
12. 르블랑 씨가 준 5프랑의 용도
두 딸을 내보낸 종드레트는 아내에게 그 아가씨가 그 계집애라고 말한다. 아내는 그년이라고? 하며 답했다. 아내는 그럴 리가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종드레트 씨는 그 계집이 맞다, 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아내는 그녀에게 저주의 상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음모를 이야기했다. 자선가를 해치울 계획이었다. 마리우스가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었다. 그는 철물점에서 무엇을 사고 누군가를 만난다며 나갔다. 이때가 1시였다.
13. 비밀히 만나는 자는 악인이거니
마리우스는 이런 악당들을 짓밟아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바라문 교도의 호의와 법관의 준엄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확실한 것은 끔찍한 매복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도울 수 있다는 데 기쁨까지 느꼈다. 일단 막연했지만 그는 길을 나섰다. 길을 걷다가 파트롱 미네트랑 함께 하면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대화를 엿들었다. 경찰서를 찾아가며 이것이 신의 섭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삯 마차를 타고 따라갔으면 이런 음모를 알 길이 없었을 터이니.
14. 경찰이 변호사에게 두 자루의 ‘주먹 치기 권총’을 주다
마리우스가 경찰서에 갔을 때 한 사복형사만이 있었다. 그자도 종드레트 못지않게 사나워 보였다. 음모를 개요하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경찰은 그곳을 안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엔 틀림없이 파트롱 미네트가 조금 관계되어 있을 거라 말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움직이면 연극이 취소될 테니 그럴 수는 없지, 라고 중얼거렸다.
그는 마리우스에게 곁쇠를 요구했다. 열쇠를 건네자 그는 마리우스에게 주먹 치기 권총이라고 부르는 두 자루의 작은 강철 권총을 마리우스에게 주었다. 당신 방에 숨어 있으라면서. 일이 벌어지면 한 방 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다 알아서 하겠노라고. 그 전에라도 필요하면 자신을 찾으라며 스스로를 자베르라고 소개했다.
15. 종드레트가 물건을 사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우연히 길을 가던 보쉬에와 쿠르페락이 마리우스를 발견했다. 보쉬에가 아는 척을 하려하자 쿠르페락이 말렸다. 쿠르페락의 말 대로 마리우스는 어떤 남자의 뒤를 밟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종드레트의 뒤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종드레트는 철물점에서 흰 자루가 달린 끌을 하나 사서 나왔다. 마리우스는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면서 빈 방에 꼼짝도 않는 네 사람의 머리를 본 것 같았다.
16. 1832년에 유행한 영국식 곡조의 노래
마리우스는 종드레트가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저것 점검하던 종드레트 씨는 딸에게 옆방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오라고 했다. 마리우스는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큰딸이 곧 마리우스의 방에 나타나 거울 앞에서 음산하고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는 종드레트의 고함소리를 듣고는 자기들 집으로 가버렸다.
곧 딸들은 망을 보러 나갔다. 집안에는 옆집 부부와 마리우스, 그리고 부랑자 넷만 남았다.
17. 마리우스에게서 받은 5프랑짜리의 용도
마리우스는 다시 구멍에 눈을 들이댔다. 풍로와 반사판을 설치해 괴이한 풍경이 된 그들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종드레트는 끌을 그 불에 달구고 있었다. 종드레트는 아내에게 자선가가 삯 마차를 타고 오면 빠르게 내려가 삯을 치르고 돌려보내라며 5프랑을 건넸다. 웬 돈이냐는 아내의 물음에 그는 옆방 사람이 준 돈이라 답했다. 종드레트가 갑자기 의자가 두 개 필요하다는 말에 아내는 성큼 마리우스의 방으로 와버렸다. 마리우스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둠속이라 그녀는 마리우스를 보지 못했다.
종드레트의 방에는 막동이, 절단기 등의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리우스는 권총을 장전했다. 맑고 둔탁한 작은 장전소리에 종드레트가 누구야? 라며 외쳤다. 그러다 칸막이 삐걱거리는 소리라고 혼잣말을 했다.
18. 마리우스의 두 의자가 마주 대하다
6시가 되었다. 르블랑 씨가 종드레트 부인과 나타났다. 그는 네 닢의 구이 금화(1루이 20프랑)를 놓았다. 아내는 빠져나가 삯 마차를 돌려보냈다. 르블랑 씨는 의자에 앉았다.
19. 어두운 안쪽에 신경을 쓰다
종드레트가 사설을 늘어놓는 사이 한 사내가 미끄러지듯 조용히 그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마리우스가 보았다. 얼굴은 시커멓게 칠했고 문신한 팔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르블랑 씨도 눈치를 챘다. 그가 누구인지 종드레트에게 물었다. 종드레트는 이웃이라 눙쳤다. 두 번째 사나이가 조용히 들어왔다. 종드레트는 아끼는 그림이지만 가난해서 처분할 거라는 그림을 르블랑 씨에게 보여주었다. 이제 네 사나이가 그 방에 들어와 있었다. 종드레트는 그 그림을 좀 사달라고 르블랑 씨에게 애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를 알아보겠는가? 라고 묻는 것이다.
20. 매복
다락방 문이 열리고 검은 종이 탈을 쓴 세 사나이가 나타났다. 각각 쇠 곤봉, 도끼 따위로 무장하고 있었다. 종드레트는 몽파르나스가 어디 있나,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내들 중 하나가, 그 색골이 종드레트의 딸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르블랑 씨는 당황하는 듯 보였으나 두려움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르블랑 씨는 탁자로 즉석 진지를 구축하고 의자 등에 그의 건장한 주먹을 올려놓았다. 먼저 들어와 있던 사내들도 고철더미에서 미리 숨겨놓은 무기들을 꺼냈다. 마리우스는 권총 쏠 준비를 했다.
자신을 몰라보겠냐며 르블랑 씨에게 종드레트는 자신이 몽페르메유의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라고 알렸다. 그러나 르블랑 씨는 침착하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히려 혼란에 빠진 사람은 엿듣고 있던 마리우스였다. 아버지의 은인, 테나르디에를 이렇게 만난 것이다. 마리우스는 딜레마에 빠졌다. 어느 쪽도 옳은 방향이 아니었다.
테나르디에에게 르블랑 씨는 계속 당신이 착각하고 있다, 당신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잠시 방심하는 틈에 르블랑 씨가 창문으로 뛰어올랐다. 불한당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르블랑 씨가 붙들리는 찰나 마리우스는 총을 쏘려고 했다. 그 순간 테나르디에가 해치지 마라, 라고 외쳤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르블랑 씨가 끝내 제압당해 붙들렸다. 뒤에 온 넷은 파트롱 미네트 놈들이었다. 그들은 르블랑 씨를 침대다리에 묶었다. 테나르디에는 르블랑 씨에게 왜 고함 한 번 안 질렀을까, 묻는다. 그러더니 당신도 경찰이 오지 않기를 원하는 거 아니냐 추측했다. 이 점은 마리우스까지 괴롭게 했다.
테나르디에는 시뻘겋게 달궈진 끌을 가져오며 20만 프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르블랑 씨에게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딸을 불러들이는 편지였다. 서명차례. 르블랑 씨는 자신의 이름이 위르뱅 파브르라고 했다. 테나르디에는 편지를 아내 편으로 보냈다. 마리우스는 돌아오는 그녀가 위르쉴이라면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 라고 다짐했다.
테나르디에는 위르뱅에게 당신 딸은 뒤따라간 사내가 지킬 것이고 당신이 20만 프랑을 주면 풀어줄 거라고 말했다. 마리우스는 당황했다. 처녀가 여기로 오지 않는다! 테나르디에의 아내가 돌아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거짓 주소라고 외쳤다. 마리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순간 포로가 포박을 풀고 새빨간 끌을 치켜들었다. 그는 1수짜리 동전 하나 속에 감춘 작은 톱으로 시간을 끌며 포승을 끊어냈던 것이다. 그는 자기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달군 쇠로 자기 팔을 지져 보였다. 그리고 끌을 던져버린 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악당들이 달려들었다. 부부는 그를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속삭였다. 마리우스는 기지를 발휘해 ‘개들이 거기에 있다.’라는 쪽지를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 던졌다. 그 글은 그의 딸이 쓴 것이었다. 그들은 창에 사다리를 매고 달아나기 바빴다. 누가 먼저 내려갈 것인가 다투는 와중에 진짜 자베르가 문 앞에 나타났다.
21. 언제나 피해자들부터 먼저 체포해야 할 것이다
잠복하고 있던 자베르는 확신이 서자 총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들어오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테나르디에는 비그르나유의 권총을 받아 자베르를 겨눴다. 쏘았지만 빗나갔다. 차례로 항복했다. 뒤에 있던 경찰들이 들어와 그들을 결박했다. 테나르디에의 아내가 남편을 지키며 끝까지 포석(바닥돌)을 들고 위협했지만 곧 자베르에게 제압당했다.
자베르는 포로를 가까이 오게 하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지만, 부하들은 그 명령을 따를 수가 없었다.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창에 드리운 사다리로 난리 중에 빠져나갔던 것이다. 자베르는 그가 제일 중요한 놈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22. 2부에서 울고 있던 어린애
다음날 한 아이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고르보의 누옥에 찾아온 아이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막내아들이었다. 할멈에게 가족 모두가 감옥에 간 것을 듣고 아이는 다시 노래를 부르며 사라졌다.(3부 마리우스 끝.)
레 미제라블 4부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로 이어집니다.↓
https://booklogoo.tistory.com/80
'문학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5부 장 발장 - 줄거리 (0) | 2021.05.17 |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4부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 - 줄거리 (0) | 2021.05.14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2부 코제트 - 줄거리 (0) | 2021.05.06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부 팡틴 - 줄거리 (2) | 2021.05.03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독서 후기 (0) | 2021.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