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서사시 / / 2021. 4. 22. 18:03

단테 [신곡] '지옥편' 소개 및 줄거리

728x90
반응형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의 위대한 철학자로, 그리스, 로마의 고전, 중세의 신학과 철학,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했다. 어린 시절부터 싹튼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일생 동안 간직하며 창작의 영감을 주고 영혼의 구원을 이끄는 존재로 삼았다. 청년 시절 청신체파라는 혁신적인 문학운동을 주도했고,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을 표현한 시와 산문을 모아 새로운 인생’(1294)을 펴냈다.

이후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피렌체의 행정과 외교, 군사 방면으로 활동하다가 정쟁에 휘말려 1302년 피렌체에서 영구추방 당한다. 그 후, 세상을 뜰 때까지 유랑하며 속어론’, ‘제정론’, ‘향연등을 집필했다. 대표작 신곡1304년부터 1320년까지 구상하고 썼다.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이 각각 따로 출판되면서 계급을 초월하여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1321년 사망하여 라벤나에 묻혔다.

보편적인 언어와 권력, 지식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실현하려 했던 단테는 중세를 종합하고 근대를 연 지식인이자, 서양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줄거리를 읽기 전에.

1. 괄호()안의 설명은 각주에서 따온 것들이다. 읽는 데 참고가 될 각주들을 담아두었다.

2. 줄거리는 서술형으로 길게 써나가지만 실제로 원작은 시의 형태로써 서사시다.

3. 1곡을 시작하는 1300325일의 의미도 알아두자. 325일은 그리스도가 잉태된 날이자,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이며, 아담이 창조된 날이기도 하다. 중세 피렌체에서는 이 날을 한 해의 첫 날로 간주했다. 특히 1300년은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가 선포한 역사상 첫 번째 성년(聖年)으로 모든 사람들이 교회로 나아가 죄를 씻을 수 있는 때였다. 그래서 1300325일에 시작하는 순례는 구원을 상징하는 것이다.

4. ‘신곡에서 라는 1인칭은 작가 단테와 작중의 순례자 단테 두 경우에 모두 쓰인다. 당연히 후자는 허구다.

5. 각주를 괄호()안에 담았다면, 필자의 생각, 첨가는 []각괄호 안에 담았다.


 

1

(1300325일 목요일 밤에서 326일 금요일 아침까지)

돌이켜 보기에도 힘겨운 일을 말하려는 이유는 거기서 찾았던 선()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처음에 표범, 사자, 암늑대가 나타가 나의 길을 막아섰다.(이들은 각각 음란, 오만, 탐욕을 상징한다.) 두려움에 떨 며 물러설 때 그가 나타났다. 그는 베르길리우스였다.(단테가 정신적 스승으로 삼고 있는 로마의 시인,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를 의미한다.) 나는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베르길리우스는 나의 길잡이가 되어주기로 한다. 앞으로 끔찍한 것들을 보게 될 것이라 예언하는 베르길리우스. 나는 그를 뒤따른다.

 

2

(326일 금요일 저녁)

나는 베르길리우스에게 내가 왜 그곳에 가야하는지 주저하며 물었다. 그는 나에게 아름답고 복된 여인의 요청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고 했다. 그 여인은 베아트리체였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라고 나를 다그쳤다. 나는 다시 결심을 세우고 험난한 여행에 뛰어든다.

 

3

문 꼭대기에 쓰인 글을 보고 두려워하는 내게 베르길리우스는 불신과 두려움을 버리라 한다. 한숨과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베르길리우스는 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슬픈 영혼들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 설명했다. 그들은 거대한 파리와 벌 떼에게 무참히도 찔리고 있었다.

그 너머 아케론강기슭에 사람들이 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카론은 지옥으로 영혼들을 싣고 나른다며 살아있는 영혼인 내게 비키라고 한다. 베르길리우스가 높은 분의 뜻이라 이르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두려워하지 않은 자들이 그 배에 탄다. 선한 영혼은 본시 그 배를 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쓰러졌다.

 

4

나는 고통스러운 나락의 끄트머리에서 깨어났다. 베르길리우스의 손에 이끌려 나락의 첫 번째 고리로 갔다. 한숨 소리만 들렸다.(림보(고성소)라는 곳. 이곳의 영혼들은 육체적 고통을 받지는 않는다.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정신적 고통을 받는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세례라는 관문을 통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었다.(베르길리우스 또한 이곳에 속했지만, 그리스도가 부활할 때 이곳의 영혼들을 선별에 천국으로 데리고 갔는데, 베르길리우스는 그때 구원 받았다는 설정이다.)

그곳도 존엄한 사람들의 집단이 따로 있었는데 그곳에서 호메로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 등을 만난다. 다시 어느 고귀한 곳에 있는 한 채의 성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엘렉트라, 헥토르, 아이네이아스, 카이사르, 등이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살라딘까지 있었다. 스승(아리스토텔레스)도 보였다. 그 근처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있었다. 만물이 우연하다고 주장한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제논, 헤라클리토스[이들은 고대의 자연 과학자들로, 유물론자도 있었다.] 등도 보였다. 나는 빛이 전혀 없는 곳으로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향한다.

 

5

두 번째 고리로 내려갔다. 그곳은 미노스가 사람들의 죄를 조사하고 판단했다. 지옥의 태풍이 회초리가 되어 영혼들을 괴롭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육욕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이 벌을 받는 곳이었다. [세미라스미스, 클레오파트라, 헬레네 등 역사, 신화 속의 음란한 여성들이 주로 등장한다.] 아킬레우스, 트리스탄(켈트족 전설에 나오는 이모를 사랑한 남자.) 등도 보였다. 나는 프란체스카(시동생 파올로와 사랑을 나누다 남편에게 들켜 죽임을 당한 레벤나 영주의 딸.)를 불러 대화한다. 그녀는 파올로와 랜슬롯의 사랑 이야기(전설의 아서왕이 총애하던 기사 랜슬롯이 왕비 귀네비어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다가 입을 맞추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불쌍해 나는 정신을 잃었다.

 

6

정신을 차리니 새로운 죄인들이 보였다. 세 번째 고리에 온 것이다. 거대한 우박과 구정물이 눈과 뒤섞여 영겁의 비가 내리는 곳이었다. 그곳은 케르베로스가 영혼들을 할퀴고 뜯어 찢어발기는 곳이었다.

그곳의 영혼들을 밟고 나아갈 때, 누군가 나를 아는 체 한다. 그는 치아코라는 자로 나와 같은 동향[피렌체]의 사람이었고, 탐욕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했다. 내가 분열된 도시[피렌체]에 대해 묻자 그는 정치적 상황을 예언한다.(피렌체의 정치적 다툼이 일단락된 데까지 정확하게 예언하는데 작중의 시간이 현실의 시간보다 먼 과거기에 가능한 일이었음.) 다른 사람들의 안부를 묻자 치아코는 그들이 더 아래에 있다고 답한다.(지옥의 망령들은 예언 능력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음.)

베르길리우스는 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대화를 나누며 구부러진 길을 따라 내리막으로 향할 때, 거대한 적 플루톤을 만난다.

 

7

플루톤(지하세계의 왕으로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에 해당하지만, 신곡에서는 부자’, ‘풍요를 주는 자라는 뜻으로 쓰여 재화를 낭비한 자들과 함께 있다.)이 쉰 목소리로 말하자 베르길리우스가 호통을 쳤다. 그러자 그 맹수는 바닥에 고꾸라져버렸다. 그렇게 네 번째 고리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왜 그렇게 모으기만 하지?’, ‘왜 쓰기만 하는 거야!’ 따위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베르길리우스가 그들이 절제를 모르고 탐욕과 낭비, 즉 부를 유용한 자들이라 일러주었다. 머리카락이 없는 자들을 향해서는 교황들과 추기경들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스틱스 늪에 이르렀다. 그 속에 서로 싸우며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곳을 돌아가니 높은 탑의 발치에 이르렀다.

 

8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여기 이르기 전부터 탑 위 두 개의 불꽃 때문에 탑 꼭대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빛은 플레기아스(전쟁의 신 마르스의 아들로 아폴론이 자기 딸을 유혹하자, 아폴론의 신전을 불태웠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인물. 분노의 화신으로 불린다.)의 배를 인도하는 빛이었다. 우리는 플레기아스의 배에 올랐다. 필리포 아르젠티(피렌체에서 단테의 정치적 정적)가 불쑥 튀어올라 나를 놀라게 한다. 그는 스스로를 물어뜯었다.

디스라는 도시에 다다랐다. 타락한 천사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9

베르길리우스는 위대한 분의 도움을 기다렸다. 그곳에선 온갖 저주의 말을 들었다. 베르길리우스는 내 눈을 가려주었다. 그분이 드디어 오셨다. 그분이 가느다란 지팡이로 문을 건드리자, 문이 바로 열렸다. 위대한 의지를 막지 말라 호통을 치고 그는 말없이 돌아가 버렸다. 그안에는 두껑이 열린 무덤들이 즐비했는데 그 속에서는 고통에 찬 비명들이 새어나왔다. 이곳은 이교 분파의 두목들과 추종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삽화 중 일부. 윌리엄 브레이크 작.

10

나의 말투를 들은 어느 영혼이 무덤 속에서 나를 불렀다. 그는 파리나타(피렌체 귀족으로 기벨리니 당의 지도자. 두 차례 궬피 당(단테가 속했던 당)을 꺾고 피렌체에 진군했다. 1264년 사망. 1283년 종교재판에 의해 이단자로 선고.)였다.

 

11

우리는 가파른 둔덕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그곳엔 세 개의 구렁이 있었다. 첫 번째에는 폭력의 죄를 지은 사람, 두 번째에는 위선자, 아첨꾼, 마법사, 도둑, 성직 매매자 등의 사람, 세 번째에는 배신자들이 있었다.

고리대금업자가 왜 벌을 받는가에 대한 나의 질문에 베르길리우스는 창세기를 들어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스스로를 번영시켜야 마땅한데 다른 것에 희망을 걸기 때문이라 일러주었다.

 

12

매우 험난한 곳에 이르렀다.(미노타우로스가 지키는 곳. 7번째 고리의 첫 구렁. 폭력의 죄를 지은 자들이 있는 곳이다. 미노타우로스는 머리가 황소로 된 신화 속의 괴물로 영웅 테세우스에게 죽는다.) 그곳에는 끓는 피의 강물로 남을 해친 자들을 삶고 있었다. 주변에는 켄타우로스(반인반마의 신화 속 존재)들이 죄인들을 지키고 있었다. 케이론(켄타우로스의 지도자.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아킬레우스와 헤라클레스를 가르친 현자다.)의 명으로 이들은 끓는 피의 강의 얕은 곳으로 향한다. 그 강의 깊은 곳에는 알렉산더대왕[마케도니아의 왕. 우리가 아는 그 대왕이 맞다.]도 있고 디오니시오스(기원전 4세기, 시라쿠사의 폭군) 등의 폭군들이 있었다.[단테는 알렉산더 대왕을 굉장히 싫어한 모양이다.] 얕은 곳으로 향할수록 죄가 가벼운 이들이 있었다. 얕은 곳에서 우리는 그 강을 건넌다.

 

13

우리는 어두운 숲에 닿았다. 이곳은 두 번째 구렁으로 더러운 하르피아들(여자의 얼굴에 새의 몸통과 날개,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반인반수)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의 영혼들은 나무에 갇혀 있었다. 자살한 영혼들이 나무에 갇힌 채 하르피아들에게 가지를 뜯겨 먹히고 있었다.

 

14

(327일 토요일 새벽.)

세 번째 구렁이 시작하는 가장자리.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뿌리째 뽑혀 나간 벌판이었다. 벌판을 둘러 피의 강이 흐르는데 그 강가에는 불꽃이 비가 되어 내리고 모래에 불이 옮겨 붙어 고통이 배가 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카파네우스(테베를 공격하면서 제우스를 깔보고 업신여기며 모욕하다 번개에 맞아죽었다는 신화 속 인물)를 만난다.

거대한 노인 상의 이야기를 베르길리우스가 하는데, 위에서부터 황금 머리장식으로 시작해 몸은 은, 하체는 쇠, 발은 흙으로 된 상이다.(인간이 계속해서 타락해 온 것을 상징한다.) 이 상의 머리 쪽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데 지옥의 강들의 수원지라 했다.

 

15

강둑을 따라가던 중 한 무리의 망령과 마주쳤는데[순례자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둑 위, 이들은 불이 붙는 모래 위에 있다.] 한 영혼이 나를 알아보았다. 브로네토 선생(단테를 포함한 당대 청년들의 지도자. 문란한 성생활로 이곳에 와있다.)이었다.

브로네토 선생은 나에게 피렌체에 대한 몇 가지 조언과 예언을 하고 나의 영혼을 추켜세운다.[단테 자신의 바람을 담은 내용들이다.] 나는 선생의 무리 중 위대한 사람이 누군지 물었다. 브로네토는 프리스키아누스(5세기 경 콘스탄티노플에서 활동한 라틴어 문법학자. 주교. 남색을 밝힘. 증거는 없음.) 등을 이야기 한다. 다 문인이나 성직자였다. 그는 자기 책을 자신으로 생각해 달라 부탁하고 간다. 패배한 자가 아니라 승리한 자처럼 보였다.

 

16

다음 고리로 떨어지는 경계에 다다랐을 때 세 그림자가 몰려왔다. 어떻게 살아 있는 발로 지옥을 활보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귀도 궤라(궬피 당의 지도자, 시에나와의 화평 조언.),테기아이오 알도브란디(귀도 궤라처럼 궬피 당의 지도자, 시에나와의 화평 주장.), 야코포 루스티쿠치(부유한 상인)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존경의 말을 전하고 내 여행의 목적을 말했다.

폭포에 이르러 베르길리우스가 내 허리에 묶인 끈(순례자의 교만을 상징)을 풀어달라고 하더니 절벽 아래로 던졌다. 그러자 괴이한 형체가 헤엄쳐 올라왔다.

 

17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통을 한 추악한 형상(삼두삼신의 괴물 게리온. 단테는 그를 사기의 상징으로 등장시켰다.)이 다가왔다. 베르길리우스가 부르자 그 괴물이 우리에게 왔다. 베르길리우스가 괴물을 구슬리는 동안 나는 일곱 번째 고리의 가장자리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혼자 갔다. 그곳에는 고리대금업자들이 불비와 뜨거운 모래에 고통 받고 있었다.

베르길리우스에게 돌아가자 그는 그 사나운 짐승의 등에 올라타 내게도 타라고 했다. 게리온은 깎아지른 절벽 언저리에 우리를 내려놓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삽화 중 일부. 윌리엄 브레이크 작.

 

18

여기저기 뿔난 마귀들이 죄인들을 뒤에서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그곳에서 베네티코 카치아네미코(볼로냐 궬피 당의 수장. 에스테 가문에 환심을 사려고 누이 기소라벨라를 팔아넘겼다. 사촌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으나 살인의 죄를 벌하는 일곱 번째 고리 대신에 배반의 죄를 벌하는 여덟 번째 고리에 갇혀 있다. 단테가 배반의 죄를 더 무겁게 여기고 있기 때문.)를 만난다. 또 이아손을 만났다. 이아손은 임신한 힙시필레를 버렸다.

다른 구렁에 이르자, 똥물 속에 죄인들이 잠겨 있었다. 나는 루카 출신의 알레시오 인테르미네이(인테르미네이의 가문은 루카의 백당을 이끌었다.)를 알아보았다. 그는 혓바닥이 지칠 줄 모르고 알랑거린 탓에 여기 처박혔다고 말했다. 베르길리우스가 가리키는 곳에는 창녀 타이데(로마 희극에 나오는 인물로 아첨꾼을 상징한다.)가 있었다.

 

19

(327일 토요일, 오전 6.)

세 번째 구렁에는 세례자를 위한 구멍만한 곳에 사람들이 거꾸로 처박혀있다. 그들의 양발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구멍 아래편으로 내려가 당신이 누구냐 물었다. 암곰의 아들(교황 니콜라우스 3세로 곰 문양을 쓰는 가문 출신이다.)이라 밝히며 성물과 성직매매로 재물을 긁어모으다 여기 처박혔다 말한다. 그는 여기 다음 차례인 다음 교황이 오면 아래로 내려간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베르길리우스가 나를 안아 다른 구렁으로 이동했다.

 

20

저 바닥까지 볼 수 있는 데 이르렀다. 눈물을 흘리며 걸어가고 있는 그들은 목이 뒤틀려 얼굴이 등을 향해 있다. 내가 연민에 고통스러워하자, 베르길리우스는 하느님의 심판에 인정을 느끼는 것은 큰 죄라 깨우쳐준다. 이곳에는 거짓으로 진실을 비틀리게 한 자들의 지옥이었다.[신화 및 역사에 나오는 다수의 점쟁이, 마술사 등의 사람들을 베르길리우스가 알려준다.] 그곳을 떠난다.

 

21

(327일 토요일, 오전 7.)

참담한 어둠이 딸린 구렁. 역청의 검은 거품들이 부풀어 오르는 그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길잡이가 갑자기 조심하라며 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이곳은 공금을 횡령한 죄인들의 벌을 받는 지옥인데, 단테는 흑당으로부터 공금횡령죄로 기소되었다.) 시커먼 마귀가 다가왔다. 그는 한 죄인을 들고 와 아래로 던졌는데 루카(흑당의 본거지)의 관리였다.

마귀들 앞에 나선 베르길리우스가 하느님의 권위를 내세우며 우리를 지나가게 해달라고 외쳤다. 마귀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안내하기 시작한다.

 

22

(327일 토요일, 오전 8)

우리는 열 마리의 마귀들과 함께 걸었다. 역청 밖에 나와 있던 어떤 이를 마귀들이 벌주려고 했다. 그에게 이곳의 사정을 듣는데 탐관오리들이 이 속에서 벌 받고 있었다. 그와 잡기 내기를 하던 두 마귀가 싸움이 붙어 역청에 날개가 엉킨다. 마귀들이 그 둘을 건져내려고 할 때 우리는 그들을 버리고 떠났다.

 

23

(327일 토요일, 오전 9)

나는 베르길리우스의 뒤를 따르며 마귀들이 쫓아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베르길리우스가 나를 안고 다른 길로 가, 여섯 번째 구렁에 이르자, 마귀들이 우릴 더 이상 쫓지 못했다.

그곳에는 바깥은 금빛에 물들었으되, 안은 납으로 된 수도사복장 비슷한 것을 입은 사람들이 맴돌면서 울고 있었다. 그들은 향락을 즐기는 교단(1261년 볼로냐에서 창설된 영광의 동정녀 마리아 기사단에 속하는 수도사들을 가리킨다. 본래의 목적과 달리 세속적이고 편안한 생활에 빠져서 그렇게 불렀다.) 수도사들이었다. 유대인들을 위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바닥에 십자로 못 박혀 있었다.(대사제 가야바)

 

24

험난한 길을 계속 재촉하던 때, 다음 구렁의 밑바닥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덟 번째 둔덕으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그 구렁 안에 무시무시한 뱀들이 엉켜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의 죄수들은 뱀에게 물려 불타 재가 되었다가 다시 원래 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물려 재가 되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반니 푸치(피스토이아 흑당 지도자. 살인과 약탈을 일삼은 자. 그가 여기 있는 이유는 피스토이아사의 산제노 성당 성물을 훔쳤기 때문.)를 만난다. 그는 흑당이 피렌체를 변화시킬 것이라 예언한다.[단테는 이들의 숙적 백당 소속이다. 단테는 자신들의 정치적 적들을 지옥에 넣어놓고 조롱하는 듯하다.]

 

25

(327일 토요일, 정오 무렵.)

반니 푸치는 하느님아, 이거나 먹어라, 하며 상스러운 손짓을 해보이자, 뱀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달아났다. 잠시 후, 켄타우로스 한 마리가 무수히 많은 뱀을 싣고 나타나 그를 찾았다.

뱀이 사람의 형상으로, 사람은 뱀의 형상으로 변신하는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이들은 도둑들이었다.

 

26

여덟 번째 구렁 속에는 무수한 불꽃들이 있었는데 그 불꽃 하나, 하나에 망령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길잡이[베르길리우스]는 저 불꽃 속에서 그들은 자기들을 태우는 불에 휘말려 있다 말했다. 내가 갈라진 불꽃 속에 있는 자에 대해 물었다. 길잡이는 그들이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라고(트로이 전쟁의 영웅들.) 알려줬다. 나는 그들에게 어디를 헤매다 죽었는지 물었다. 오디세우스는 재능을 남용하여 남반구를 여행하다가 하느님의 뜻대로 바다에 가라앉았다 이야기한다.

 

27

불길에 휩싸인 한 망령(로마냐 지방을 다스리던 기벨리니의 당수 귀도 다 몬테펠트로)이 다가와 로마냐가 평화로운지 물었다. 나는 인근 지방의 대략적인 상태를 말해주었다.[비유들이 많이 나와 각주가 많다. 여기서는 생략.]

우리는 또 다른 활꼴 다리 위에 도착했는데, 그 밑 구렁에는 이간질 때문에 짐을 진 자들이 죗값을 치르고 있었다.

 

28

(327일 토요일, 오후 1)

그곳에서 나는 턱부터 항문까지 찢어진 어떤 자를 보았는데 두 다리 사이에 창자가 매달려 있고 내장이 드러나 있었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는 두 손으로 가슴을 열어 보이고는 스스로 난도질당한 무함마드[마호메트. 이슬람교의 창시자. 예언자.]의 몸을 보라, 이른다. 앞에 가는 자는 알리(마호메트의 사위. 4대 칼리프)라고도 일러준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살아 있을 때 불화와 분열의 씨앗을 뿌린 자들이었다.

[이슬람 신도가 본다면 이 책을 찢어버리고 싶지 않을까? 아무리 한계가 있는 시기라고 인정을 한다손 쳐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고 다른 망령이 내게 아는 체를 했다. 그는 갖가지 예언[이미 일어난 일들이지만 작품 속의 시점에서는 아니다.]을 한다.

잘린 자기 머리를 들고 가던 보른의 베르트랑(12세기 후반 프랑스 남부지방 영주. 자기가 모시던 영국 왕 헨리 2세의 장남 헨리 3세를 꼬여 아버지를 배반하게 했다.)이라는 망령이 자신이 아버지와 아들을 반목하게 한 죄로 머리가 잘린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 했다.

 

29

새로운 구렁. 썩은 인육의 악취가 났다. 그곳은 위조자에게 벌을 주고 있는 곳이었다. 딱지가 앉은 피부를 거세게 긁어대는 망령들. 그들은 연금술사들로 화형당해 죽은 자들이었다.

 

30

(327일 성토요일, 오후 2~3시 무렵.)

미친 망령, 지안니 스키키(변장술에 능했던 사기꾼.)가 미라(키프로스의 왕 키니라스의 딸. 아프로디테 여신을 제대로 모시지 않아 아버지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벌을 받음. 그녀는 변장을 하고 아버지 침실에 들어가 아버지와 관계를 가졌다. 들키자 달아나 떠돌다 죽어서 몰약 나무가 되었다.)망령을 물어뜯었다.

그곳에는 위폐범들도 있었다.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는 한 망령. 시논(거짓으로 항복해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도록 설득한 자.)도 있었다. 위폐범과 시논이 서로를 욕하며 다퉜다. 이 꼴을 재미있게 보던 나를 길잡이[베르길리우스]가 야단쳤다. 그런 것을 엿들으려 하는 것은 천박한 일이다고.

 

31

(327일 토요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곳. 뿔 나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쪽엔 높은 탑들이 어른거렸다. 베르길리우스에 의하면 그것들은 거인들(가이아의 아들들로, 우라노스, 티탄들. 그들은 높은 산을 만들고 교만을 부리다가 제우스에게 죽었다.)이었다. (이곳은 가장 낮은 지옥으로 질투와 교만의 죄를 지은 자들을 가둔 곳.) 천둥이 울릴 때마다 제우스가 하늘에서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우리는 안타이오스(포세이돈과 가이아의 아들로 신들과의 싸움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묶여있지 않았다.)에게 부탁해 루키페르를 유다와 함께 삼켜 버린 밑바닥에 데려다주도록 했다.

 

32

(327일 토요일,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

발밑에 호수가 펼쳐졌는데 유리 같이 보였다. 호수의 얼음 속에 갇힌 영혼들이 추위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곳은 카이나(단테가 지옥의 아홉 번째 고리의 첫 번째 구역의 이름으로 지은 것. 가족이나 친척을 살해한 죄인들을 가두는 곳.)였다.[친지, 존속 살해자들이 열거된다. 정치적인 배신자들도 다수 등장한다.]

한 망령이 다른 망령을 뜯어먹는 광경을 목격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33

(327일 토요일, 오후 6시 무렵.)

물어뜯던 자는 우골리노 백작이었고 뜯기던 자는 루지에리 대주교였다.(우골리노 백작은 전통적으로 기벨리니에 속한 귀족 가문 출신. 1275년 그는 사위 조반니 비스콘티와 함께 궬피 당이 피사를 장악하도록 도왔다. 이 배신으로 1285년 피사의 궬피 정권을 이어받았다. 삼 년 후, 루지에리 대주교가 우골리노를 배신해 기벨리니 당을 등에 업고 도시를 손에 넣은 뒤, 우골리노와 두 아들, 두 손자까지 함께 감옥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그는 자기와 자식, 손자들이 굶어죽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나는 굶어죽은 우골리노의 자식들을 한탄했다.

한 망령이 얼음을 깨고 자신의 호소를 들어 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수도사 알베리였다. 그는 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 사람. 그의 말에 따르면 영혼은 여기에 떨어지고, 육신에는 마귀가 깃들어 살아있는 것처럼 행세하기도 한다는 것.[아마도 단테가 아주 싫어하는 사람을 이렇게 등장시켰을 테다.]

 

34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의 왕의 깃발들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 일러주었다.(이곳은 지옥의 맨 밑바닥인 주데카다. 이곳의 죄인들은 저들을 믿었던 사람들 배신한 자들이 갇혀 있다. 정확하게는 교회와 제국의 배신자라고 하는 것이 더 구체적인 표현. 이곳엔 마왕 루키페르가 있다. 루키페르는 하느님을 배반한 천사로 뛰어난 용모였다고 함.) 루키페르[루시퍼]는 몸의 상반신을 가슴부터 얼음 밖으로 내놓고 있었는데 거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머리에 얼굴이 세 개 달렸고 앞쪽 얼굴이 진홍색(증오를 상징)이었다. 오른쪽 얼굴은 하양과 노랑 사이의 색(무력을 상징한다.), 왼쪽 얼굴은 나일 강이 흐르는 곳에서 온 사람(흑인을 일컫는 말로 검은색은 무지를 상징한다.)을 보는 것 같다. 등에는 박쥐의 날개 같은 것이 달려있다. 그 날개를 퍼덕이면 코키토스 구석구석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세 개의 입은 죄인 하나씩을 물고 있었는데 가운데 물려 있는 사람이 가리옷 사람 유다(은화 30냥에 그리스도를 배신한 자.), 검은색 얼굴에 물린 자가 브루투스, 나머지에는 카시우스(이 두 사람은 카이사르를 암살한 자다. 신성한 제국의 권력을 배반한 자들.)가 물려 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에 그의 목을 껴안았다. 우리는 루키페르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만들어진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단테 [신곡] '연옥편'으로 이어집니다.↓

booklogoo.tistory.com/73

 

단테 [신곡] '연옥편' 소개 및 줄거리

※연옥은 로마 카톨릭의 내세관에 나오는 곳으로,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기 때문에 영원한 구원은 보장받았으나, 완전하지는 못해 일정한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 곳이다. 1곡 (3월 28

booklogoo.tistory.com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