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적 / / 2023. 8. 18. 17:45

피터 브래넌 [대멸종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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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5대 대멸종. *대멸종: 보통 지구의 종 절반 이상이 약 100만 년 이내에 멸종하는 사건을 이른다. 
  • 전 지구적 참사의 가장 미더운 단골 관리자는 기후와 해양에 가해지는 극단적 변화이며 그 변화의 동력은 지질활동 자체인 것으로 드러난다.
  • 워싱턴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이자 페름기 말 대멸종 전문가 피터 워드
    “고이산화탄소시기-그리고 특히 이산화탄소 수준이 빠르게 상승한 시기-가 대멸종과 일치하는 것은 꽤 분명하다….. 여기에 멸종의 동인이 있다.”
  • 이산화탄소 농도나 기온은 그럭저럭… 그러나 기후나 해양의 화학적 성질이 갑작스레 변화했을 때, 그 결과는 생명체에 통렬했다. 최악의 시기마다 지구는 이러한 기후 발작으로 거의 폐허가 되었다. 치명적으로 뜨거운 내륙, 산성화하는 무산소 해양, 떼죽음이 행성 위를 휩쓸었기 때문.
  •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지구사 최악의 사건은 모두 행성의 탄소 순환에 일어난 격렬한 변화와 연관. 
  •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00피피엠 부근.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중기 이후 최고치일 것.

 

☆제1장 시작 - 행성의 시발, 아득히 먼 시간의 심연☆

 

  • 한 걸음에 100년을 거꾸로 간다고 했을 때, 행성의 모든 역사를 통과하려면 하루에 34킬로미터씩, 날마다, 4년동안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 빅뱅에 도달하려면 같은 걸음걸이로 거의 10년 동안 더 걸어야 한다.
  • 지구가 탄생한지 40억 년 동안은 무언가 흥분시킬 만한 생명활동 거의 없었다. 사실 18억5000만 년 전부터 8억5000만 년 전 사이의 10억 년, 지질학자들, ‘지루한 10억 년’. 지구 역사의 90% 동안 황량하고 쓸모없는 땅이었다.
  • 6억3500만 년 전 무렵, 고등생물의 기미가 비치기 시작.
  • 24-이소프로필콜레스탄←특정한 해면(sponge)에 의해 만들어진다. 해면이 분주하게 바닷물을 걸러내고 탄소를 묻으면서 해양이 환기되어 더 고등한 생명체 생겨날 수 있었을 것. 
  • 5억7900만 년 전 무렵 에디아카라기에 거의 씨를 말리는 전 지구적 빙하시대가 한바탕 쓸고 간 뒤, 크고 복잡한 생물체들이 갑작스럽게 태곳적 해양저 위에서 화석으로 모습을 드러내.
  • 캄브리아기 폭발은 이전의 생명체와 다른 류의 생명체 출연이다. 이전 생명체는 이런 이유로 멸종했는지도 몰라. 이 때 창조된 생물체의 명단에는 우리 조상도 올라 있다. 아마 2인치 길이의 보잘것없는, 창고기 비슷한 메타스프리기나metaspriggina가 그분일 것.
  • 캄브리아기에 굴을 파는 동물(남근 벌레penis worm)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미생물 깔개세계를 재조형한 것처럼, 인류는 행성의 육지 표면 절반을 농지로 바꿔왔다. 우리는 이산화탄소로 해양을 산성화하고 농경 중심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질소 · 인 비료로 대륙붕 전역을 무산소화하면서, 해양의 화학적 성질마저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아마 생명의 역사 전체에서 대적할 것이라고는 캄브리아기 폭발 때 일어난 생물학적 발명의 분출밖에 없을 것.
  •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가장 큰 단위를 이언Eon 이라고 하고, 전체적으로 화석이 많이 나오는 부분을 현생이언, 화석 기록이 매우 드문 그 이전의 구간을 은생이언이라고 부른다.



☆제2장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 - 4억4500만 년 전☆

 

  • ※드라이드레저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아마추어 화석 수집단체 중 하나.
  • 오르도비스라는 외계는 4억8800만 년 전부터 4억4300만 년까지 지속. 그리고 참사로 끝나. 빙하 다음 유독한 바다. 기후변동이 안겨준, 생명의 역사에서 둘째가는 최악의 대멸종으로 끝났다.
  • 오르도비스기, 물고기 없는 바다라고 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있었고, 이들이 우리 조상.
  • ※동물의 시대는 오래전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삼분. 중생대는 일반적으로 파충류의 시대,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로 여겨진다. 고생대는 중생대보다 먼저 왔던 동물의 기간 전부로 이루어지며,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를 포함.
  • 오르도비스기에는 광활한 열대의 바다가 오늘날 북아메리카의 대부분을 뒤덮었고, 거기의 모든 곳은 아마도 발목 또는 무릎 깊이를 그리 많이 넘지 않았을 것.
  • 이 광활한 얕은 바다 → 대아메리카탄산염 모래톱, 이라 부른다.
  • 이 시기, 곤드와나Gondwana: 초대륙 시대. 하루는 20시간. 밤하늘은 생소한 별자리들. 오늘날보다 풍부했던 이산화탄소가 세계의 많은 부분을 훈훈하게 대개는 얼음 없이 유지.
  • 오르도비스기, 4000만 년에 걸친 대생물다양화 사건. 행성 역사상 최대의 생물다양성 확장이었음. → 산소 공급이 늘어난 게 원인이 아닌가 한다.
  • 섬은 개체군을 분리시키는 동시에 그 개체군이 자기들만의 진화 이야기를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종을 창조하게 해주어 생물 다양성을 주도.
  • 오르도비스기에는 대륙들이 섬처럼 열대와 아열대 전역에 흩뿌려져 있었다. → 생물 다양성 폭발
  • 디키 밀브릭 화산재층Deike and Millbrig ash beds: 오르도비스기 세계를 재로 뒤덮었던 태곳적 분화의 낙진이 쌓인 층.→ 이 격변이 남긴 화산재 퇴적물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벤토나이트가 됨.(찰흙의 일종으로 설사제에도 쓰인다.)
  • 그러나 이 화산폭발은 생명체에 거의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 오르도비스기 땐 유성도 많이 떨어짐. 그러나 멸종과는 관련이 없다.
  •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지구상 동물 85% 제거.
  • 감마선 가설. ※감마선 폭풍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방사선 폭풍. 극도로 큰 별들이 격렬하게 충돌해 블랙홀로 붕괴될 때, 그 양쪽 극에서 제트방사선이 발생되면서 우주 전역에서 단 몇 동안 볼 수 있다고 추정. 이 씨를 말리는 폭풍의 진로에 있는 모든 행성은 근거리에서 토스트처럼 구워질 것.
  • 그러나 감마선 폭풍 가설은 그 여부를 판단하기 불가능. 예상 가능한 것은 지구의 한쪽 면만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는데, 그런 멸종 신호는 전혀 없다. 멸종은 전 지구적이었음. 거기다 한순간에 멸종한 것이 아니라 오르도비스기 말 생태계 종의 자연적 격감은 수십만 년 떨어져 두 번 고동친 별개의 멸종으로 완수.
    피니건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뭐가 되었건 전혀 없다.”
  • ※빙상(氷床(평상 상)ice sheet):대규모 대륙빙하
  • ※빙모ice cap:소규모 대륙빙하
  • 간빙기는 대체로 짧다. 2~3000년 정도. → 행성이 우주 안에서 주기적으로 흔들려 궤도가 율동적으로 변함으로써 마치 지질학적 메트로놈처럼 햇빛의 안팎으로 까딱거리며 북반구의 많은 부분을 번갈아 얼음에 가두었다 풀어주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데 있다.
  • 해빙기가 흔히 1만 년 이내로 지속된 뒤에는 극지에서 거대한 빙상들이 한 번 더 대륙 위에서 전진하기 시작해 해수면을 수십 미터 아래로 뚝 떨어뜨린다.
  • 이전, 휴지기 포함 스무 번쯤 간빙기가 흩어져 있고, 이번 간빙기 동안은 어쩌다 문명이-그리고 기록된 인간의 역사 전부가-탄생.
  • 기후, 화석 유공충 연구. 이 작은 플랑크톤, 자신의 껍데기 안에 기후의 징후들을 산소 동위원소의 형태로 기록.
  • 돌개구멍kettle pond → 부모였던 거대한 빙상을 잃고 남은 커다란 덩치의 얼음이 녹아버린 자리를 표시.
  • 찰흔擦痕 striation: 킬로미터 두께의 얼음 숫돌들이 전진했다가 후퇴하면서 뒤편 풍경을 남김없이 긁어낸 곳.
  • 오대호, 세계에서 가장 큰 웅덩이로서 겨우 수천 년 전 빙상들이 녹을 때 남은 것.
  • 요쿨라웁 홍수: 거대한 빙하가 강을 막고, 호수가 되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댐이 터지고 일어나는 파괴적인 홍수(?)
  • 빙퇴구氷堆丘 drumlin : 빙하가 퇴적물을 쌓아 만든 언덕
  • 적도 같은 뜨거운 지방에서도 발견되는 빙하의 흔적들.
  • 오르도비스기의 끝에 대규모 빙기가 있었다는 증거는 놀랍다. 왜? 오르도비스기는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오늘날보다 여덟 배쯤 많았던 따뜻한 세계였기 때문.
  • 남극아프리카 대륙 위에서 빙하가 갑자기 불어나 해양에서 물을 훔쳐가면서 해수면을 90미터도 넘게 떨어뜨렸다. 이는 신시내티의 얕은 바다에서 화석 기록이 사라진 까닭을 설명해 준다. 더해, 멸종 자체를 설명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 해양생물들이 100만 년 동안 말라갔던 것.
  • ※섭입대 攝入帶 subduction zone : 판구조론에서 판과 판이 수렴하는 경계에서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판이 밀도가 낮은 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곳을 지칭. 
  • ※밀도가 낮은 대륙 지각은 물 위의 거품처럼 지구의 맨틀 위에 떠 있어서 사실상 영원히 망가지지 않지만, 밀도가 높은 연안 해양 지각은 섭입대에서 파괴됨. 그 결과 해양저는 가장 오래된 부분이라야 2억 년도 채 되지 않았다.
  • 앤티코스티섬 - 오르도비스기 이후에도 파괴, 훼손을 피한 지역.
  • 탄산염 군집 동위원소 고(古)온도 측정법 → 오르도비스기의 끝에 열대 해양의 온도가 느닷없이 섭씨 5도쯤 떨어졌음을 발견.
  • 피니건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이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다.”
  • 사하라 빙기 Saharan glaciation 는 피니건이 퀘벡에서 수집한 데이터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앤티코스티섬의 태곳적 생물초에 들어 있는 산소 동위원소는 오르도비스기의 끝에 갑자기 유별나게 무거워진다. 이는 많은 양의 더 가벼운 산소 동위원소가 최소한 열대의 해양 안에서는 사라지고 없었음을 의미. 더 가벼운 동위원소는 말 그대로 더 가볍기 때문에 바다에서 더 쉽게 증발. 그래서 이 동위원소가 포함된 더 가벼운 물은 아프리카 위쪽에서 떠돌다가 눈이 되어 떨어졌고, 곤드와나를 뒤덮게 될 광활한 빙상들을 형성. 그 결과로, 해양에 남아 있던 바닷물은 동위원소가 더 무거웠고, 그 해양에서 자란 산호와 바다 조개도 마찬가지. 오르도비스기의 끝에 이러한 열대 생물초에서 수치가 더 무거운 쪽으로 크게 이동하는 양상을 해명하려면, 피니건이 판단할 때 그 세계의 반대쪽에서 갑자기 발달한 빙상의 규모가 엄청났어야 - 지질학적 근래에 있었던 가장 혹독한 빙하시대 동안에 보였던 규모보다도 상당히 더 컸어야 - 한다.
  • 여러 변수가 동일하다면 기후는 이산화탄소가 가는 대로 따라간다.
  • 이산화탄소는 비와 반응해 비를 살짝 산성으로 만든다. 이 약산성 비는 수백만 년에 걸쳐 암석을 후려쳐 깨뜨리고 칼슘 따위를 씻어내 강으로, 마침내는 바다로 들여보낸다. 탄소와 칼슘이 풍부한 국물은 해면, 산호, 플랑크톤 같은 생물의 몸속에 들어가 통합. 이 생물체들은 이후 그 탄소를 해양의 바닥에 탄산칼슘 석회암의 형태로 매장. → 이것이 바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빠져나와 암석으로 바뀐 다음 지구 안의 다른 곳에 안전하게 저장되는 방식.
    그러나 지구는 식지 않아. 왜냐면 중앙해령, 지상의 화산들이 이산화탄소 꾸준히 보충해 주니까.
    오늘날 인간은 지질활동이 매장한 이 수억 년어치의 탄소를 회수해 불태움으로써 해마다 화산보다 100배 더 많은 탄소를 대기에 보태고 있음. 
  • 온천 침전물이나 석순 · 종유석처럼 물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이 가라앉아 생긴 석회암인 트래버틴으로 이루어진 돌만 아니라면 석회암은 그저 생물 부스러기다.
  • 지구가 지나치게 많아진 이산화탄소 처리하는 방법: 증가한 화산활동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올라가면 행성은 온실효과 때문에 천천히 더워진다. → 과량의 이산화탄소로 산성도가 높아진 비, 더 따뜻해진 기온, 증가한 강우 모두가 힘을 합쳐 암석의 풍화를 강화 → 앞서 말한 방식으로 탄소 저장.(인간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인류가 생성한 이산화탄소를 이러한 풍화 과정이 대기에서 제거하려면 약 10만 년은 걸릴 것) → 이 순환을 ‘탄산염-규산염 순환 carbonate-silicate cycle’이라 부른다.
  • 이 지구온도조절장치는 가끔씩 망가진다.
  • 애팔래치아산맥은 오르도비스기에 어느 화산열도가 해양 지각을 먹어치우며 바다를 가로질러 가다가 북아메리카의 동쪽 모서리에 부딪쳤을 때 생성되기 시작. → 대멸종의 주동자 구실을 했을지도.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풍화 가능한 신선한 화산암이 끊임없이 하늘로 밀려 올라가 결국 침식되어 사라지는 동시에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끌어내렸다. 실제로 인도대륙이 아시아를 들이박아 생성된 히말라야. 그 시기, 남극에 빙상이 맨 처음 생겨나기 시작(이 시기는 공룡의 온실에서 매머드의 빙실로 식어간 시기)
  • 살츠만”이 석유 근원암의 매장이 모든 것을 식히고 있었다.”
  • 대멸종의 3요소. 얕은 바다에서 살았던 세계,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행성을 급속냉동시킨 초대형 산맥, 그리고 남극에 걸터앉아 그 모든 얼음을 놓아둘 간편한 장소를 제공하는 초대륙. 
  • 하지만 이것이 전체가 아니다. 260만 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겨우 수천 년 전에 잠정적으로 물러난 우리의 빙하시대와 달리, 4억450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의 끝에 온 빙기는 행성 위의 거의 모든 것을 죽였다. 왤까? 왜 깊은 바다 생물도 사라졌을까?
  • 대륙의 우연한 배향이 생명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쳐. 전위도에 걸쳐있는 아메리카 대륙은 기후변화 속에서는 생물들에게 축복. 오르도비스기 끝에 세상이 바뀌었을 때에는 그야말로 도망칠 곳이 없었다.
  • 완족류… 산소가 거의 없는 해양에서 환경에 적응한 생물. 대사활동이 정말 느리다. 
  • 심층수의 완족류-저산소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완족류-가 오르도비스기 빙하시대의 첫 번째 작은 전투에서 학살되었음. 심해의 눈먼 삼엽충도 마찬가지.
  • 오늘날 산소가 넉넉한 해양의 순환은 대부분 혹한의 극지와 열대의 훈훈한 해양 온도차이에서 동력을 얻어.
  • 오르도비스기의 세계는 순환이 더 굼떴을 것. 그러다 갑자기 아프리카에 거대한 빙하들 등장. 해양 순환에 시동이 걸리면서 산소가 폭풍처럼 심해로 배달되었을 수도 있다.
  • 저산소 환경(포식자도 없이)에서 지루한 삶을 상홰하는 방법으로 자기 몸에서 자란 세균을 수확했던 심층수 완족류는 아프리카가 얼음으로 뒤덮이며 해양 순환이 원활해져 이 서식지들이 사라진 순간 운을 다했다. 먹이가 사라졌던 것.
  • ※스티그 버그스트롬: 오드로비스기 연구계의 마이클 조던이라 불림.
  • 먹이사슬의 바닥이 해양 전역에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을 연구하는 동안, 미첼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실제로 적응을 시도하고 있던 종이 얼마나 적었는지에 충격을 받았다. 진화가 재난에 직면한 누군가의 기대만큼 그다지 유연하지는 않다는, 잠재적으로 섬뜩한 징후를 발견한 것.
  • 대멸종은 희생자의 진화 잠재력을 뛰어넘는다.
  • 살해 수법: 바다에서 물 빼기, 열대 식히기, 대륙 사이 떼어놓기, 심해에 산소 흘려 넣기, 먹이사슬 무너뜨리기. 그러나 최후의 일격이 아직 남아 있다.
  • 북아프리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빙하기 암석 바로 위에는 검은빛의 방사성 셰일이 있다. 뜨거운 셰일. 석유 근원암. 석유로 흠뻑 젖은 이 검은 암석을 배달한 바다가 오르도비스기 세계의 나머지를 끝장냈다.
  • 빙하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얼음의 해가 100만 번쯤 거듭된 뒤, 세계는 이 오르도비스기 말 빙하시대에서 튕겨져 나와 숨 막히는 온실로 돌진. 해수면 30미터 이상 상승, 대륙은 한 번 더 물에 잠기고. 산소가 부족한 오르도비스기의 따뜻한 바다가 돌아와, 이 일시적인 얼음 세계에 적응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소수의 살아남은 동물을 질식시키며 끝장냄.
  • 때때로 검은 셰일은 화석 기록에서 발견되는 SOS - 산소가 위태롭게 떨어져간다는 암울한 통지 - 에 가깝다. 그것이 검은빛인 이유는 죽은 바다생물에서 탄소가 번져가기 때문. 해양저로 가라앉은 시체는 거기서 산화하지도 부패하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남겨져 생명이라곤 없는 무산소 해저에 쌓인다. 그렇게 머물다 5억 년 뒤, 인간에게 발견되고, 인간은 그것을 불태우고 있다.
  • 오르도비스기 끝에 돌아온 바다에 왜 그토록 산소가 없었는가? 아프리카 빙상이 녹아 바다에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와 짠 바닷물 위에 뚜껑을 형성하면서다.. 오늘날 그린란드의 남해안에서 급속하게 녹고 있는 대륙의 민물이 엄청나게 유입 → 해양 순환에 이변을 일으키고 있으며, 멕시코 만류까지 늦추고 있을지 몰라. 
  • 리즈대학교의 얀 잘라시에비치
    “오르도비스기의 끝에 관한 그 한 가지는, 우리가 대규모 온난화, 해수면 상승, 정체, 멸종 사건을 본질적으로 빙하기 기후 구간 안에서 목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그 시기는 [현대의] 여러 시기와 비슷. 지난 250만 년의 경우도, 우리는 빙하기 기온과 대략 오늘날과 비슷한 기온 사이에서 - 약 1도 안짝으로 -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체계를 보아왔다. 우리는 완전히 간빙기 온기의 정점에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지극히 가까울 뿐.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이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분명 새로운 영역에 있게 되는 것. 수백만 년 동안 보인 적 없는 영역…. 오르도비스기의 끝에는 기온과 해수면과 산소 공급이 이와 비슷하게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펄쩍 건너뛴 사건이 있었다. 그게 우리가 향하고 있는 듯한 종류의 탈선과 흡사할지도 몰라.”
  • 행성이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데에는 500만 년 걸림.
  • 멸종은 다른 종에게 기회를. 특히 등뼈가 있는 것들.
  •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은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소 순환이 참사 내내 엉망이라는 점. 
  • 살츠만
    “탄소 순환이 심각하게 급속히 변하면, 좋게 끝나지 않는다.”
  • 행성이 다음 시대에 다시 태어났을 무렵, 생명은 이미 믿기지 않는 양의 탄소를 암석 안에 매장한 상태였고, 그 탄소는 결국 오늘날의 화석연료가 될 것이었다. 

 

☆제3장 데본기 후기 대멸종 - 3억7400만 년 전 그리고 3억5900만 년 전☆

 

  • 미국, 몇 년 사이 셰일가스혁명. → 뉴욕에서 노스다코타까지 펼쳐진 연료로 흠뻑 젖은 암석들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 검은 셰일을 파쇄한 효과는 애초에 이 모든 검은 셰일이 만들어지면서 행성 지구에 미친 효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풍부함에 감사하려면 미국은 데본기 후기의 무시무시한 대멸종에 감사해야. 3억500만 년도 더 전에 나라를 덮고 있던 바다가 숨통이 막히면서 집단으로 죽은 해양생물이 해저로 가라앉아 천연가스가 되었으니까.
  • 데본기가 대략 4억2000만 년 전 시작되어 6000만 년 뒤 재난 속에 끝나.
  •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의 파괴에 뒤이어 우리의 조상들 - 물고기 -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해양을 넘겨받음. 데본기에 이르러 지구는 ‘어류의 시대’가 됨.
  • 이들 중 몇은 육지생활까지 실험.
  • 데본기 후기 대멸종의 첫 번째 심각한 치명타는 3억7400만 년 전. 역대 최악의 5대 대멸종 가운데 하나가 될 자격이 충분한 사건. 지금껏 세상이 알았던 가장 방대한 생물초의 99% 파괴. 777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면적에 걸쳐 현대 생물초의 열 배 규모로 펼쳐져 있던 이 생물초의 유해가 오늘날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막대한 석유 비축량을 유지. 회복에 1억 년 걸려.
  • 두 번째 심각한 치명타. 3억5900만 년 전. 절정에 달한 얼음 속에서 이 시기를 끝장내면서 행성 위 최상위 포식자들 - 바다의 거수 -을 들어낸다.
  • 3억7400만 년 전과 3억5900만 년 전에 있었던 - 켈바제르 사건과 항엔베르크 사건으로 알려진(각각 프라스니안-파메니안 경계 및 데본기-석탄기 경계로도 알려져 있다.) - 두 번의 가장 극단적인 참사를 포함해 멸종의 봉우리가 최소한 열 번은 올라가는, 데본기 후기에 중간중간 끼어드는 위기는 다른 5대 대멸종의 어떤 위기와도 뚜렷이 다름.
  • 데본기 멸종 또한 소행성 충돌(예를 들면 대서양에 높이 6000미터 파도가 생기는 충돌 따위)로 인한 멸종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 앨지오. “저는 이 멸종이 육상식물의 진화와 관계가 있다고 꽤 자신한다.”
  • 뉴욕주 북부 캐츠킬산맥 길보아. 뉴욕 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호수 조성에 수몰된 마을. 주민 대부분 강제 이주… 길보아 댐 건설 중 믿기지 않는 화석 발견 성과는 있었다. → 행성 위 처음 선 나무들과 생명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숲을 발견한 것.
  • 지구사의 거의 전 기간 동안 대륙은 황폐하고 험악한 암석의 벌판이었다.
  • 오르도비스기, 아주 작은 식물들이 해안에 서식 시작.
  • 식물이 육지에 오른 순간, 한정된 부동산에서 햇빛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식물 내 혁신으로 이어짐. 데본기 중간에 이르자, 수직으로 치솟는 식물들.
  • 앨지오. “이때가 식물이 무릎 높이에서 나무 높이로 가는 때.”
  • 이전까지 화석 기록에 나무라곤 없던 길보아에 갑자기 9미터 키의 야자수 비슷한 게 밀림을 이루며 뉴욕주의 바닷가 평원과 습지 위로 솟아올라.
  • 원시나무들은 가느다란 섬유에 매여 땅에 정박했지만, 머지않아 아래로도 총구를 겨누어 뿌리를 개발하게 된다.
  • 최초의 곤충들 -다족류, 원시거미- 고 생기고.
  • 곤충은 물고기를 꾀어 마른 육지로 첫 발을 내딛도록 할 것이다.
  • 길보아 화석 숲은 행성 표면을 극적으로 개조할 것.
  • 오늘날 여름마다 멕시코만에서는 뉴저지주 크기만큼의 해양이 산소를 잃고 그 안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죽는다. 부영양화 탓. 
  • 부영양화는 좋은 것이 지나치게 많아서 - 식물에게 비료를 과잉 투여해서 - 일어나.
  • 미국 중서부와 대평원의 농원에서 질소와 인이 풍부한 비료를 뿌리면, 미시시피강을 타고 해양으로. 해양 조류의 폭발적 성장. 만발한 조류가 떼로 죽으면 가라앉아 분해되고, 이 과정이 물기둥 안의 산소를 거의 다 써버림 → 무산소. → 다른 모든 것, 질식.
  • 데본기에 몬산토가 없었으니, 태곳적 비료가 바다로 유입된 데는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앨지오와 동료들은 식물 자체라고 한다. 식물이 처음으로 뿌리로 암석을 깨뜨려 인과 같은 성분을 풀어주었다는 설명.
  • 길보아에 있던 나무들은 기이하게도 거대한 잡초 같다. 몸통은 야자수처럼 굵지만, 속새나 고사리와 더 가까운 친척. 
  • 최초의 나무들은 데본기 안에서 더 늦게 나타난다. 홀쭉한 삼나무를 닮은 나무는 공중으로 30미터도 넘게 자란다. 아르카이옵테리스(이 나무는 씨앗 대신 홀씨를 써서 번식)로 최초의 심근계 deep-root system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유기산을 분비해 처녀지를 파고 들어갔음. 퍼지는 동안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대륙성 암석을 공격해 분쇄하고 있었다는 뜻.
  • 이 나무들이 최초 토양을 형성. 이 토양이 얕은 바다로 들어가, 해양을 선사시대 미러클-그로로 넘쳐나게 만들어. 아르카이옵테리스가 번져 이들이 암석에서 풀어준 하류의 영양분이 해양에서 증식에 박차를 가했고, 이는 오늘날의 산업계 비료만큼 바다에서 생명체를 질식시켜. 이러한 플랑크톤 증식은 바닷속 1차 생산력의 특징인 거대한 탄소 매장 사건이 폭주함으로써 암석 속에 뚜렷이 드러남. 이 치명적인 물결에서 유래한 탄소가 오늘날 파쇄되고 있는 바로 그 탄소.
  • 나무의 혁신 - 데본기 맨 끝, 두 번째 대멸종의 물결 직전 발명된 씨앗 따위 -은 식물이 건조한 환경으로 더욱더 멀리 밀고 들어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었음.
  • 나무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 냉각효과
  • 데본기, 나무가 퍼지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결국 90%도 넘게 떨어질 것. 더해 플랑크톤 증식으로 무산소 해양에 매장되고 있던 엄청난 양의 탄소까지…
    → 날씨가 매우 추워짐.
  • 앨지오 “데본기 후기 최대의 두 대멸종 사건 모두가 저마다 급격한 한랭화 및 대륙 빙하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 앨지오에게는 안타깝게도 이런 견해에는 상충하는 증거가 좀 있다. 첫 번째 대멸종 사건, 켈바제르 사건. 100만 년에 걸쳐 일어난 데다 그 와중에 다섯 번이나 치명적으로 박동했다는 것. 온난화의 증거가 있다. 러시아 화산. 멸종이 박동하는 동안 해수면이 엄청나게 상승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존재. 
  • 본드 등, 대규모 해수면 상승과 지구온난화가 데본기의 무산소 해양을 대륙붕 위로 몰아넣으면서 해양 안의 거의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는 의견.
  • 지금 우리는 켈바제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모른다. 데본기의 이 첫 번째 대멸종은 단순한 냉기나 혹독한 용광로가 아니라, 불과 얼음을 빠르게 오가는 터무니없는 기후변동이 원인이었을 수도.
  • 하지만 데본기 두 번째 대규모 치명타인 항엔베르크 사건에 관해서는 앨지오가 옳은 듯. 행성이 잠깐 그리고 파국적으로 얼음에 목이 졸린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말.
  • 2002년 데본기 자갈 발견 ← 휘저으며 행진하는 빙하에 갈려 부서진, 숨길 수 없는 줄무늬를 지님. 언젠가 데본기에 얼음이 진군해 바다를 물리쳤을 때 마른 해저 안으로 새겨진 거대한 계곡들이 있었다.(해수면이 낮아졌을 때, 강물이 흐르면서 생긴 계곡)
  • 이런 것은 전 세계적 현상
  • 데본기 세계는 저체온증으로 생을 마감한 듯.
  • 데본기 맨 끝에 일어난 대멸종은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척추동물의 특대형 살육이었다. 96%제거. 
  • ※판피류 placoderms : 견고하게 갑옷을 두르고 데본기를 통치한 물고기를 싸잡아 이르는 절충적 분류명 ← 쥐라기와 백악기의 공룡과 같은 존재
  • 클리블랜드는 바다 괴물의 뼈를 기반으로 세워진 도시
  • 둔클레오스테우스: 최상위 포식자. 길이가 캠핑카 한 대만 하다. 
  • 시카고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닐 슈빈
    “데본기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단순. 몸집이 커지거나 갑옷을 두르거나 물 밖으로 나가는 것. 아마 우리 먼 선조는 싸움을 꺼리는 쪽이었던 모양.”
  • 육기어류? 실러캔스처럼 살덩어리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로 오늘날은 동물원의 진기한 구경거리지만 데본기에는 판피류와 대등한 주역이었음.
  • 히네르페톤 Hynerpeton : 애매한 물고기. 데본기 끝에 이르러, 아가미를 잃고서 공기만 호흡. 근육질의 팔과 이어져 있었을 커다란 어깨뼈가 발달해 있었다. 물 속에서 살았지만 분명 사지동물이다. 우리처럼.
  • 육기어류 일부는 데본기에 히네르페톤과 같은 사지동물이 되었고 이들의 살덩이 지느러미는 행성 위 육지에서 사는 모든 척추동물의 팔다리, 날개가 되었다. 하지만 물속에 머무른 자들은 섬멸되었다.
  • 육기어류인 실러캔스(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에서 포획된 바 있음.)는 다른 물고기보다 우리에게 가깝다.
  • 사지동물은 데본기 끝에 멸종을 겪은 뒤 1500만 년 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다.
  • 그 재난 이전에는 손가락이 여덟 개인 사지동물, 여섯 개인 사지동물, 다섯 개인 사지동물 모두 있었고 생활양식도 다양. 하지만 얼음과 무산소의 시련이 그 시대를 마감한 뒤, 민물 사지동물만, 게다가 손가락이 다섯 개인 사지동물만 살아남았다.
  • 대멸종의 이면인 종분화 speciation : 멸종 비율이 높아져도 진화하는 신종의 수가 더불어 많아지면, 새로운 종이 나서서 틈새를 메우는 세탁과정.
  • 그런데 데본기 후기라는 기간에서 이상한 것은 동물에게서 이 창조적 회복력이 차츰 무너진 듯하다는 점. ‘대고갈’이라 부르기도.
  • 데본기 데고갈의 열쇠는 외래 침입자. 태곳적 해양들마저 닫히기 시작하면서 오래도록 분리되어 있던 땅덩어리들이 서로를 더 가까이 끌어당김. → 초대륙 판게아 형성할 것이었다. 이 땅덩어리들이 접근하면서 해수면이 치솟았다가 내려감에 따라, 잡종들이 새로운 환경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기이한 현지 종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세계는 침입족이 퍼져 독특한 지역 동물군의 발생을 억제 → 전 지구가 서서히 바보처럼 똑같아 보이는 세상으로 변해.
  • 스티걸은 데본기 환경의 동질화를 현대에, 그러니까 인간이 침입종을 세계 곳곳으로 전달하면서 일종의 인공적인 생물학적 판게아를 만들어내고 있는 시기에 비교.
    “그러므로 서식지 파괴와 종 도입이 결합된 현대의 조합은 전면적인 생물다양성 손실을 낳을 가능성이 크며, 그 손실은 페름기 말 대멸종 동안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것.”
  • ※뱀눈 snake eyes : 주사위 두 개를 던지는 도박에서 두 개의 눈이 모두 1이 나오는 도박판 최악의 수를 말하는데 어떤 최악의 상황을 은유한다.
  • 데본기 연구는 아직 너무 부족한 실정. 우울하게도 중추적인 데본기에 관한 연구가 침체해 있는 동안 앨지오의 사무실에서 겨우 몇 킬로미터 떨어진 ㅣ곳에는 창조박물관이 건재. 이 기괴한 복음주의 유령의 집에서는 멀거니 바라보는 초등학생들에게 지구는 피라미드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려주고 티렉스가 노아의 방주에 타고 있는 실사모형을 보여준다. 기부금에다 주정부의 세금 우대 조치까지 넘쳐나는 창조박물관은 확장되고 있다.
  • 동물의 역사에서 가장 긴 빙하시대인 1억 년 고생대 후기 빙하시대.
  • 앨지오. “우리는 데본기의 나무입니다.” 인류 진화역사가 약 600만 년이라고 봤을 때, 데본기의 나무들과 우리는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데본기 이후는 석탄기로 알려졌고, 세계의 석탄 대부분을 공급한 시기. 
  • 서늘한 저이산화탄소 세계를 달리 말하면, 새로이 확립된 식물 세계가 내쉬는 산소가 확실하게 퍼지는 세계다. 산소 농도 35%까지 치솟아.(지금 21%)
  • 이런 고농도 산소세계는 거대한 동물, 곤충군을 설명해 준다. 
  • 불 위에 통나무를 얹었을 때 보이는 빛과 열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그 나무가 일생에 걸쳐 쪼인 수십 년 치의 햇빛. 억겁의 나이를 먹은 석탄 숲을 거둬다 발전소에서 불태울 때, 우리는 그 안에 붙잡힌 수백만 년 치의 선사시대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것.
  • 우리는 지금, 지질학적으로 오랜 세월을 암석에 묶여 잠자고 있던, 데본기의 열대 온실과 뒤이은 고생대 후기 빙하시대의 겨울 지역을 갈랐던 바로 그 이산화탄소를 한꺼번에 방출하고 있는 것.



☆제4장 페름기 말 대멸종 - 2억5200만 년 전☆

 

  • 스탠퍼드의 고생물학자 조너선 페인, 페름기 말 대멸종에 대해…
    “10억 년에 한 번 있는 사건. 뭐가 되었건, 이건 역대 최악의 것.”
  • 데본기가 끝난 이후로 1억 년. 육지에는 초목이 있었고, 큰 짐승들도 있었다. 육지의 식물과 동물이 우리에게는 지구의 기본 설정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40억 년이 넘는 동안 대륙이 불모지였던 행성에는 혁명과도 같은 일.
  • 데본기에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 두 갈래로 나뉘어. 한 계통은 파충류로 남아 있을 것이었고 다른 한 집단은 포유류가 될 것.
  • 연구자들이 최악의 참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페름기 말 대멸종이 대기에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꾸역꾸역 집어넣을 때 벌어지는 일의 결정체 - 최악의 각본 -이기 때문.
  • 엘캐피탄 El Capitan : 전적으로 바다생물로 지어진 태곳적 보초 barrier reef (육지에서 분리되어 해안을 따라 길게 발달한 생물초)다. 오늘날 이것이 서부 텍사스의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왕국 위로 우뚝 솟이 있듯이, 2억5000만 년이 넘는 세월 전에는 페름기의 해양저 위로 우뚝 솟아 있었을 것.(치와와 사막)
  • 고생대 기수인 삼엽충은 용케 3억 년 동안 모든 대멸종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페름기 말에 끝내 사라지고 만다.
  • 페름기의 참혹한 여파 속에서 생물초는 미생물 점액 더미로 대체. 이 더미는 스트로마톨라이트, 고등생물 이전의 따분한 억겁 때 등장했던 그 밋밋한 곤죽 무더기. 이런 격세유전은 으스스한 일.
  • 수백만 년에 걸쳐 플랑크톤이 눈처럼 해양을 가르고 떨어져 - 1000년에 1밀리미터씩 - 해양저에 쌓였을 때, 그 일부는 단세포생물 수십억 마리로 이루어진 이른바 처트chert라는 단단한 암석이 되었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의 화석 기록에는 이 생명체의 암석이 거의 사라지는 ‘처트 틈새’가 있다. 
  • 평소 중대한 위기에도 끄덕없던 곤충은 곤충사상 유일한 자연적 격감을 페름기 말에 겪어.
  • 식물계는 너무나 말끔히 지워졌다.
  • 바다의 처트 틈새와 나란히, 육지에도 멸종 뒤 1000만 년 동안 화석 기록에서 나무가 사라지는 ‘석탄 틈새’가 있다. 고생대의 커다란 목본 침엽수와 종자고사리 나무를 대신해 애처로운 발목 높이의 잡초 - 물부추류 -가 퍼져나가 연기 나는 행성을 뒤덮었다.
  • 5000만 년 길이의 페름기를 끝장낸 멸종. 고생대 전체를 끝장냈다. 
  • 전설적인 MIT의 지질연대학자 샘 보링은 페름기 해양에서 대멸종을 기록하는 중국의 암석들을 조사하다가, 그 악몽 전체가 6만 년도 안 되는 숨이 멎을 만큼 짧은 기간에 걸쳐 일어났음을 알아냄.
  • 조너선 페인
    “만약 생명의 역사에 사건이 둘만 있다면, 캄브리아기 폭발과 페름기 말 대멸종이 있을 겁니다.”
  • 페름기 말 대멸종은 동물이 동튼 이래로 어느 때보다도 더 행성의 씨를 말리는 지경에 근접. 다른 모든 대멸종을 무색하게 하며 지구상 생명의 이야기에서 행성이 모든 것을 잃은 순간으로 불쑥 등장했다.
  • 워싱턴대학의 고생물학자 피트 워드가 2007년 쓴 [초록빛 하늘 아래]에서
    ‘이산화탄소 방출이 그저 관료들이 규제할 골칫거리가 아니라 사실은 지구사 내내 멸종의 동인이기도 했다’라고 주장.
  • ※환초: 고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안쪽은 얕은 바다를 이루고 바깥쪽은 큰 바다와 닿아 있는 생물초
  • 피트 워드, 다이버에서 고생물학자가 된 이야기들. 
  • 단계통군: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진화된 생물 분류군을 의미. 
  • 소행성충돌설을 증명하려면 이리듐이 산재해야 하는데 페름기 말 멸종엔 없다.
  • 디스커버 같은 대중 과학 잡지는 여전히 페름기 멸종 원인에 관해 언론 친화적인 충돌 가설을 홍보하지만, 혁직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것은 베제되는 가설, 이라고 워드는 쓴다.
  • 단궁류 synapsids 는 제대로 된 포유류가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디메트로돈. 이와 더불어 산 페름기 짐승들은 우리 사촌.
  • 여러 초기 단궁류가 우리에게 너무 생소해 보인다면 그 이유는 페름기의 잔인한 전지가위가 만발하던 진화의 나뭇가지를 모두 쳐내고 우리 조상의 가지를 포함한 한두 개만 남겼기 때문이다.
  • ※올슨의 멸종?
  • 페름기 안에서만 해도 여러 차례 재앙이 닥쳤지만, 생태계는 굴하지 않고 빠르게 회복했다.
  • 궁극적 대멸종에 차츰 다가가던 순간, 페름기 포유류 선조의 마지막 대집단, 수궁류 therapsids가 지배. 수궁류에는 디키노돈트가 있었다. 개 내지 소 크기의 초식동물로 거대한 송곳니와 부리를 지녔던 짐승.
  • 대서양의 조상 해양이 오르도비스기 이후로 계속 닫히면서 추진해온 혼인이 페름기에 이르러 성사(대륙이 만나 판게아가 되었다는 말.). 이 초대륙의 끝없는 안쪽은 무자비하게 황량하고 건조. 터무니없는 열기와 혹독한 냉기가 교차할 뿐 비에도 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것이 판게아.
  • 대륙 이동설을 펼친 것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알프레트 베게너다. 그는 초대륙을 ‘모든 땅’이라는 의미로 판게아라 불렀다. 그의 논거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베게너는 동시대인에게서 노골적으로 멸시를 당했고 살아서 자신의 정당성이 입증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 페름기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이 초대륙 판게아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길게 벌어진 거대한 C자를 형성했고, 그 중간에 끼어든 동서 방향의 거대한 산맥에서 북아메리카가 아프리카 및 남아메리카와 만났다. 이 초대륙은 초대양, 판탈라사 Panthalassa에 둘러싸여 있었다.
  • 판게아의 위협적 존재, 고르고놉스. 늑대를 닮은 최상위 포식자. 이빨은 티렉스보다 길어. 
  • 피터 워드는 연구 기금을 들고 남아프리카박물관의 로저 스미스와 함께, 이 사상 최악의 대멸종 꾸러미를 풀러 사막으로 갔다.
  • 카루(페름기에 남극 근처에 있었던 곳)에서 잠깐 걷기만 하면 데본기 이후의 장엄한 1억 년 빙하시대에서 페름기 판게아의 메마른 황무지로 넘어가는 깜짝 놀랄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음. 
  • 워드와 스미스는 이 대멸종이 육지에서는 실제로 파국적이었음을 알게 됨.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사이 경계로 해석한 곳에서 수궁류 세계가 거의 사라진 기간의 길이는 수천 년으로 보임. 
  • 페름기 후기부터 알려진 초식성 디키노돈트 35속 중 두 속만이 대멸종의 체를 통과. 카루에서는 이 꿋꿋한 생존자 가운데 하나인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존재가 외로이 트라이아스기의 시작을 알린다.
  • 워드도 소행성의 충돌 잔해를 찾았지만 실패했고 대신 페름기의 끝에서 탄소 순환의 터무니없는 변동만 찾아냈다.
  • ※질량분석기: 암석을 기체로 만들어 모든 표본의 분자적 기본 요소를 밝혀준다.
  • 화석 토양의 덩어리와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송곳니까지 질량분석기에 넣고 확인한 결과 → 탄소 중에서도 동위원소 관점에서 가벼운 탄소의 양이 대멸종 시점에 치솟았음을 알게 됨.
  • 이 가벼운 탄소의 출처는? 워드, 이산화탄소 출처에 관해 “볼보인지 볼케이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페름기 말에 볼케이노가 많았다.
  • 2억5200만 년 전 러시아를, 그런 다음 세계를 황폐화한 분출은 현대에 유사물이 전혀 없어. 
  • ※동일과정설: 19세기 처음으로 명기된 이후로 늘 열렬히 추종된 지질학의 교의.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것. 이는 오늘날 행성 표면에서 작동 중인 지질학적 과정에 호소함으로써 지구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관념.
  • 하지만 페름기의 끝 심판의 날에 시베리아에서 작동한 화산작용은 이 금언에 이의를 제기한다. 
  • 다른 여타의 성층화산(또는 오르도비스기 내내 끊임없이 폭발한 성층화산)과 달리 시베리아트랩(시베리아와 러시아 전역에 걸쳐 있는 화산암 지대)은 대륙성 홍수 현무암으로 알려진 것을 분출.
  • 그것은 들리는 그대로, 부글거리며 범람하는 용암으로서 무섭도록 짧은 기간에 몇 킬로미터 두께로 쌓이면서 대륙 전체를 뒤덮었다. 이는 동물의 역사에 둘도 없는 가장 파괴적인 힘.
  • 이 트랩이 50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러시아 면적을 용암으로 뒤덮어. 이곳에서 분출된 넉넉한 용암은 인접한 미국까지 0.8킬로미터 깊이의 녹은 암석으로 뒤덮었다. 지금도 러시아 곳곳, 거의 4킬로미터 깊이로 쌓여 있다. 
  • 이 용암 홍수는 뜻하지 않는 방식으로 치명적인 파괴력을 얻어. 단순히 지구상의 생명을 덮거나 화장하는 방식이 아니다. 생물학에서 보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용암에 질식해 죽은 생명의 부활이다. ‘천이’로 알려진 그러한 생물학적 갱신은 1980년 종말과도 같은 분화 후 잿더미가 되어버렸던 세인트헬렌스산의 봄 비탈에서 오늘날에도 명백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륙을 질식시켜 죽이는 방법이 대륙의 씨를 무한정 말리기에 충분했다면, 오늘날 캐나다에 광대한 북방수림은 없었을 것. 이 나라는 겨우 수천 년 전, 1.5킬로미터도 넘는 깊이의 얼음에 숨이 막혀 죽었으니.
  • 대륙성 홍수 현무암의 일차적인 살해 수법은 엄청난 부피의 화산가스를 방출하는 것.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가스는 이산화탄소였을지도 모른다. 
  • 이산화탄소는 전 지구의 기후를 단락시키고 해양화학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수 있다. 더해 마그마까지 지구상에서 가능한 최악의 장소를 통해 분출했을지도.
  • 오슬로 대학 스벤슨. 퉁구스카 퇴적 분지. 탄산염, 셰일, 석탄을 비롯 지난날 말라버린 바다에서 유래한 엄청난 소금 층으로 가득한 곳. 세계 최대의 석탄 분지였는데, 페름기 경관 아래 묻혀 있던 태곳적 석탄, 석유, 가스를 시베리아트랩이 점화. 뻥!
  • 이는 페름기 말의 첫 번째 일제사격이었고 종말의 예고였다.
  • 스벤슨이 조사한 파이프들은 산산이 부서진 돌로 채워져 있었는데, 반마일(0.8킬로미터) 너비의 구덩이들을 남긴 격변이 일어나는 동안 작열하는 가스가 땅을 뚫고 치솟아 표면에서 폭발했기 때문.
  • 폭발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대기를 터질 듯 채웠을 것.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로서 분해되면 이산화탄소로 바뀐다. 바로 이 화석연료의 연소가 멸종 시점에 탄소 동위원소가 엄청나게 미친 듯이 급변하는 까닭을 해명.
  • 그렇다면 페름기 말 대멸종의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닥쳐오는 현대 참사의 원인과도 동일했는지도 몰라. 시베리아트랩은 고생대 동안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되었던 막대한 저장량의 석탄, 석유, 가스를 뚫고 들어온 뒤 삶아버렸다. 그것은 피스톤에서도 점화되고 발전소에서도 점화된 화석연료처럼 확실하게, 막대한 매장량의 화석연료를 수천 년 만에 남김없이 태워버렸다. 
  •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의 지구과학자, 앤디 리지웰
    “기본적으로 지구 경제 전체는 우리가 탄소를 얼마나 빨리 땅에서 꺼내 대기 중으로 집어넣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건 기본적으로 전 지구적 사업. 그래서 하는 사람 많아. 지질학적으로 볼 때, 정말이지 인상적인 노력이다.”
  • 시베리아트랩도 그랬다.
  • 오늘날 인간, 1년에 40기가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방출. 페름기 말 대멸종을 포함, 지구사 최근 3억 년 범위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지구상 화석연료의 기름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무연탄을 마지막 한 덩어리까지 태우면 대략 5000기가 톤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될 것.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행성은 알아볼 수도 없게 될 테고, 막대한 땅이 우리 같은 포유류는 살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질 것. (해수면이 60미터도 넘게 올라가서 문명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 하지만 페름기 말 대멸종에서 방출된 탄소의 추정치도 인간이 방출한 양만큼이나 예외적. 그 범위는 철저히 파국적인 1만 기가 톤 - 우리가 태울 수 있을 최대량의 두 배 - 에서부터 머리가 녹아버릴 만큼 헤아릴 수 없는 4만8000기가 톤에 이른다. 기온은 섭씨 16도나 뛰었을지도 몰라. 판게아 위에서는 섭씨 60도의 열파도 드물지 않았을 것. 해양 온도도 25도에서부터 치솟아 40도를 웃돌았을 것.
  • 다세포생물은 이런 종류의 범지구적 거품 욕조 안에 결코 존재 못해. 생명체의 단백질이 익어버린다.
  • 이 분화로 용암이 퉁구스카 분지에 있던 수 킬로미터의 암염 광상을 소각했을 때, 이 폭발물은 할로겐화 부탄, 브롬화메틸, 염화메틸 같은 무시무시한 화학물질이 혼합된 독약까지 만들어냈을 것. → 오존층 파괴. 치명적인 자외선B 방사선이 지표에 닿아. 식물은 저런 고온만으론 멸종 안 했을 것. 아마도 이 자외선이 문제 아닐까…
  • 염화불화탄소 퇴출의 경험에 비해 온실가스는….. 에혀….
  • 빌 게이츠 “우리의 열렬한 에너지 사용과 현대 문명은 일심동체다.”
  • 현대 해양의 산성도는 산업혁명 이후 이미 30%나 높아져.
  • 페름기 말 해양에서 가장 중요한 살해수법이 바로 해양 산성화다.→ 스탠버드대 고생물학자 조너선 페인의 생각.
  • 피피엠(백만분의 일 단위)
  • 지난 수백 년 동안 행성 위의 이산화탄소 수준은 빙하시대 동안 200피피엠 언저리, 훨씬 따뜻한 시기 동안, 280피피엠쯤 사이 오갔다.
  • 2013년 400피피엠 기록.
  • 손을 쓰지 않고 내버려두면, 이 전 지구적 화학실험은 거의 확실히 문명의 안정성을 위협할 것. 마지막으로 400피피엠에 이르렀을 때, 해수면은 결국 오늘날보다 15미터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었다. 
  • 페인 “그러니까 현대의 해양에 - 페름기 말에 그랬듯 - 탄소 4만기가 톤을 더하면, 말하자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피피엠에 있다가 3만피피엠으로 가게 됩니다.”
    농담일까? 그러나 페인이 이르길, 칙술룹은 근처도 못 갈 페름기 말 대멸종이다, 라고. 페름기엔 남획도, 환경파괴도 아니었다. 페름기 말엔 기후변화나 해양화학이어야 한다. 해양에서 종의 90%를 제거하려면.
    “저는 우리한테 3만 피피엠 이산화탄소를 배제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본다.”
  • 현재 일반적으로 페름기 말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를 8000피피엠 언저리로 추정하지만, 그래도 우스꽝스러울 만큼 높은 수치다.
  • 추가된 그 모든 이산화탄소는 어느 정도 빠르게 주입되기만 하면, 행성을 데울 뿐만 아니라 해양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 것. 바다가 이산화탄소 흡수, 해양의 pH는 곤두박질. 이 일이 우리의 현대 해양에서 시작되고 있다.
  • 하지만 기간이 그 무엇보다 중요. 대기 안에서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 서서히 형성되는 한, 아무리 막대한 양이라 해도 길게 보면 해양이 따라잡을 수 있다. 점진적인 풍화 과정이 육지의 암석을 부수어 해양으로 씻어 내리고, 그러는 동안 제산제가 배탈 난 위장을 달래듯이 바다가 산성화로 입은 충격을 완화한다. 대기 중으로 주입되는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암석은 더 빠르게 풍화되어 사라짐.
  • 페인
    “해양이 이러한 것들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기간에 달려. 장기적으로 여분의 탄소를 시스템 안에 많이 추가해도 대부분의 탄소는 지질학적으로 석회암(탄산칼슘)이 되어 도로 나온다. 그래서 멀리 보면, 이 모든 석탄과 석유를 우리가 태우고 있으니 결국은 해양에 석회암이 더 많아지게 되어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0만 년이라는 것. 이건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 돼. 그러니까 현대 해양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그냥 이산화탄소를 태우는 일이다.”
  • 2050년에 이르면 해양 산성화는 남빙양 전체를 익족류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
  • 중요한 것은 이산화탄소 방출의 속도지, 절대부피가 아니다.
  • 페인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각본은 우리가 해양을 산성화하는 것, 우리가 그 안에 사는 모든 산호와 다른 모든 큰 동물을 죽이는 것, 그래서, 맞아요, 결국은 당신도 점액 세계와 마주치는 거예요.”
  • 페름기 말 대멸종의 가장 기괴한 특징 → 온 세계 해양 퇴적물에 이소레니에레탄 isorenieretane 이라 불리는 색소 존재.
  • 이 색소는 녹색황세균이라는 고약한 더껑이가 광합성을 할 때 사용.
  • 이 균은 특이한 해양 조건에서 번성. 무산소, 유독한 황화수소 그리고 햇빛.
  • 햇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 균이 얕은 바다에서 증식했다는 증거.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산소를 빼앗긴 해양이란 해양학적으로 재고할 가치도 없어.
  • 페름기 끝에 판게아 안쪽이 메마른 초대륙의 지옥 구덩이가 되어감에 따라 전 세계의 내해가 바짝 말라가면서 거대한 소금 관상을 뒤에 남김.
  • 페름기 말 대멸종엔 너무나 많은 살해범들이 있다.
  • 황화수소: 산소가 없을 때만 세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썩은 달걀 냄새를 풍기는 독소. 1피피엠만 되어도 똥 냄새를 퍼뜨리고 700~1000피피엠쯤 되면 당신은 즉사한다. 분뇨가스로도 알려져. 종종 사람들을 죽이곤 한다. 
  • 해양 안의 무산소증이 페름기의 끝에는 전 지구적 신호처럼 보여. 그리고 그 신호는 멸종 뒤에도 수백만 년 동안 완전히 소멸되지 않아. 어쩌면 이로써 회복이 잔인하리만치 느렸던 까닭도 해명될지도.
  • 해양순환이 멈추었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만일 그 순환이 페름기에 완전히 멈췄다면 심해가 산소를 잃었을 테고 혐기성 세균이 도약하면서 해양에 황화수소를 퍼뜨렸을 것이라고 고해양학자들은 추측. 그러나 해양이 이처럼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이 밝혀져. 
  • 컴프, 무산소증으로 몰아간 게 해양 정체가 아니라 극도의 열 자체라고. 간단한 물리학은 물은 따뜻할수록 붙잡을 수 있는 산소가 적다고 말한다. 더해서 육지 풍화가 인과 같은 양분을 미친 듯이 바다로 쏟아 넣어 부영양화가 있었을 수도.
  • 컴프 “온실기후 아래서 육지의 풍화가 가속. 인이 해양으로 전달되어… 그 해양은 오염된 연못과 같다. 하지만 연못과 달리 해양에는 황산염도 있다. 그래서 황화수소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 해양에 불길하게도 녹색황세균이 존재하는 것에 더해, 전 세계의 페름기 말 해양 노두를 현미경으로 보면 바보의 황금(금빛 나는 황철석) 구슬들이 눈에 띈다. 황철석의 존재는 어느 수역에 유독한 황화수소가 퍼졌다는 숨길 수 없는 징후 중 하나.
  • 컴프, 2005년. 막대한 양의 유독한 황화수소 방울이 수면으로 올라와 바다 밖으로 퍼짐과 동시에 육지 위로 펼쳐지면서 연무로 땅을 뒤덮으며 거의 모든 것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논문 발표.→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
  • 컴프
    “자, 제가 최근에 구상한 공포영화에 관해 말해볼게요. 저기 미국국립대기연구센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 값비싼 모형은 하루 주기로도 돌릴 수 있고 1년 주기로도 돌릴 수 있는데, 페름기 조건을 넣을 때마다 거기서 하이퍼케인hypercane이 발생하고 있다.”
  • 이런. 하이퍼케인이란 시속 800킬로미터의 바람을 동반한 채 지옥에서 오는 대륙 크기의 허리케인으로, 대기 모형에서 해양 온도를 유례없는 영역으로 올릴 때마다 갑자기 튀어나온다. 섭씨 40도에 가까운 바닷물과 마찬가지로, 시속 800킬로미터의 바람은 거의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강력.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 안쪽의 가장 빠른 바람보다도 시속 320킬로미터가 더 빠르고, 오직 핵폭발의 영향을 직접 받을 때나 잠깐 도달하는 종류의 풍속이다.
  • 이런 게 발생한다면 컴프의 말대로 될 수도. 이런 태풍이 황화수소를 퍼나른다면….
  • 요약하자면, 해양은 급속히 산성화하고 있었다. 해양은 거품 욕조만큼 뜨거웠고 산소는 전혀 없었다.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너무도 많아. 러시아의 경관은 폭발하면서 몇 킬로미터 깊이의 용암에 질식. 화산에서 독가스. 오존층이 할로겐화탄화수소에 사라져 치명적인 방사선이 행성표면에 닿아. 산성비가 숲을 파괴하고 온실화로 지표의 대부분 너무 뜨거워져. 그리고 이제 늪지의 독가스로 만들어진 컴프의 비현세적인 초대형 허리케인이 나타나 하늘을 찌르며 대륙을 통째로 삼켜.
  • 이러한 페름기 말 각본의 일부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감안하여, 오늘날에 비교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고 컴프에게 물었더니
    “오늘날 우리가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있는 속도는, 우리의 가장 쓸 만한 추산에 따르면, 페름기 말 동안의 속도보다 열 배가 더 빠르거든요. 그런데 속도가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는 안 그래도 생명체가 적응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게다가 그 변화를 지구 역사상 최악의 사건들보다 열 배쯤 더 빠른 속도로 가하고 있단 말이죠. 그게 집에 가져갈 교훈이에요.”

 

☆제5장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 2억100만 년 전☆

 

  • 대규모 멸종을 겪은 행성은 살아남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새롭게 꽃을 피운다. 행성이 트라이아스기에 비로소 실행한 일이다. 
  • 지구사 최악의 순간을 지나 1000만 년이 흐른 뒤, 초대륙은 이제 신화적인 파충류의 시대를 열었다.
  • 2억 년 묵은 트라이아스기의 행성 살해범은 유구한 세월에도 지워지지 않았음.
  • 지구상의 생명체 ¾을 지워버린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의 범행자는 맨해튼 서쪽의 거의 모든 건물에서 여전히 뚜렷하게 눈에 띈다.
  • 사이언스 ‘트라이아스기 초 온실기 동안의 치명적으로 뜨거웠던 기온’이라고 공언. 수백만 년 동안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해수면 온도가 지속되었다. 육지, 무생물 행성의 중간부 전체가 섭씨 60도를 웃도는 비현세적 기온을 겪어.
  • 모든 회복의 사건은 어룡이라고 불리는 돌고래 비슷한 파충류의 놀라운 진화가 그랬듯, 대부분 극지로 이관.
  • 암석 안의 우라늄 동위원소를 분석하던 조너선 페인, 해양에서의 무산소증 또한 멸종 후 500만 년 동안 이어졌음을 보여주었다.
  • 판게아의 특이한 배치가 행성에서 대기 이산화탄소 규제 능력을 빼앗아 행성의 온도조절장치를 망가뜨렸을지도 몰라. 대륙 가장자리는 풍화로 행성의 온도를 끌어내렸지만, 광대하고 메마른 안쪽에서는 사실상 물이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 컴프 “우리의 기후 모형에서 초대륙을 형성해보면, 결국 안쪽은 말라. 내륙은 그 시점에 전 지구적 탄소 순환에 전혀 기여하지 않아. 물이 없으니까. 판게아처럼 대륙도가 높은 어느 시기에 화산이 분화한다면 이산화탄소 조절장치가 망가지는 것.”
  • 그 결과, 트라이아스기 초기는 극심하게 뜨거웠다.
  • 작은 대륙 한 묶음이 있으면 큰 초대륙 하나가 있을 때보다 해안선이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한 기하학적 사실.
  • 대죽음 2000만 년 뒤, 비가 오기 시작. 내리기를 그치지 않는 비였다. 공룡이 나타나. 머지않아 최초의 꽃(산미구엘리아를 가리키지만 최초의 꽃식물로서 지닌 지위는 논란의 대상이다. 꽃식물이 진정으로 번성하려면 1억 년도 더 걸릴 것이다.)이 피었다. 악어의 조상들이 다음 순서로 최초의 진정한 포유류와 함께 등장. 
  • 카르니아조다우多雨 사건으로 알려진 이 행성 규모의 폭우는 비범한 사건. 트라이아스기 지구 녹화로도 불려.
  • 이 시기도 자애롭지 않았을 수도. 소규모 대멸종 동반했을 수도. 이때 육지에서 느릿느릿 돌아다니던 많은 파충류와 페름기 말의 낙오자가 사라져감으로써 신세계에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여. 바다에서 탈라토사우루스라고 불리는 날씬한 해양 파충류가 이 사건 때 사라졌고, 암모나이트도 다시 한 번 강타당해.
  • 이 극적인 기후변화도 화산과 관련. 해양 아래에서 분출된 홍수 현무암은 오늘날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산맥에서 찾아볼 수 있어. 
  • 판게아가 북쪽으로 살짝 이동한 것도 행성이 초대형 몬순을 퍼 올리는 마중물이 되었을지도 몰라.
  • 트라이아스기 후기, 양서류, 거북이, 익룡, 공룡 등장. 트라이아스기 세계를 지배한 한 혈통은 살아남아 오늘날에 이른다. 바로 악어의 친족이 지구를 통치.
  • 판게아의 왕국이 마침내 분열하기 시작한 트라이 아스기의 끝에, 세상은 한 번 더 종말을 맞을 뻔했다.
  • 컬럼비아대 고생물학자 폴 올슨. 10대 때, 닉슨에게 편지를 써서 뉴저지주의 자기 잡 근처에 버려져 있던 화석 풍부한 채석장이 개발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
  • 펠리세이즈는 대멸종 연구 분야에서 신성시하는 땅.
  • 여러 차례의 분출이 한때 쪼개지는 초대륙을 용암으로 뒤덮은 면적은 달 표면적의 ⅓에 해당. 대서양중앙마그마지대로 알려진 이 영역은 시베리아트랩에 대한 트라이아스기의 응답이다. 이 화산작용에서 생긴 펠리세이즈 비슷한 경관이 지금은 프랑스, 브라질, 모로코처럼 멀리 떨어져 존재. 한때 뉴저지와 인접해 있던 모로코에서는 오늘날 똑같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치솟은 단면이 북아프리카의 아틀라스산맥 안에 줄줄이 늘어서서 그 경관의 특징을 이룬다.
  • 올슨 등, 2013년, 모로코, 캐나다 펀디만, 뉴욕시 맞은편에서 채취한 암석 심. 방사선 연대 측정, 그 땅이 처음 열린 때가 2억156만 년 전 - 바로 전 지구적 멸종들의 시기 -이었음을 알아냈다.
  • 올슨, 가장 통렬했던 첫 번째 멸종의 물결이 이 가운데 겨우 한 층 안에서, 아마도 2만 년 안짝 - 지질학적 한순간 - 에 일어났음을 알아냄.
  • 그것은 아찔하도록 짧은 시간에 지구상 동물의 ¾을 제거하고 트라이아스기를 끝내고 고대의 악어 계보를 신속히 퇴위시켜 이들의 짧은 치세를 일단락지은 사건.
  • 트라이아스기의 끝에 일어난 엄청난 화산작용. 트라이아스기 끝에 분출된 대륙성 홍수 현무암이 오늘날 차지하는 면적은 통틀어100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어.
  • 관입암상
  • 트라이아스기의 끝에 땅이 찢겨 열리고 골짜기마다 용암이 채워진 순간 불의 호수로 탈바꿈. 액체 암석의 간헐천들이 갈라진 땅을 따라 공기 중으로 1마일(1.6킬로미터) 높이까지 용솟음쳤고, 그 균열부는 수백 킬로미터를 뻗어나가며 -뉴욕주의 롱아일랜드해협에서 캐나다 퀘벡주까지, 다시 말해 모리타니에서 모로코까지 그리고 아마존 밑으로 거의 320킬로미터를 달리며- 연기 나는 시커먼 암석의 황무지를 뒤에 남겼다. 하지만 페름기 말 대멸종 때와 마찬가지로 행성을 황폐화한 것은 이 지역적 극심한 혼돈이 아니라, 지질구조가 아수라장이 된 동안 풀려난 화산가스, 즉 이산화탄소 증가다.
  • 이산화탄소 두 배, 기온은 평균적으로 3도 바뀌어. 대단치 않게 들리지만 이건 빙하시대와 오늘날의 차이다. 
  •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면 이 세기의 끝에 이르기 전에 온난화가 5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
  • 꽃가루는 사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견디는 생물학적 구조물 가운데 하나. 고식물학자 앨런 그레이엄 “만약에 망치, 자전거 사슬, 펜치, 꽃가루를 백금 도가니에 넣어 불화수소산과 함께 일주일 동안 가열한다면, 금속 물체들은 소화되거나 심하게 부식되겠지만, 꽃가루 벽은 거의 말짱할 것.”
  • 페름기 말만큼은 아니지만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도 미흡하나마 우리의 다음 몇 세기에 대한 섬뜩한 본보기 역할을 해줄지 모른다. 올슨 曰
    “이러한 분출에 걸린 기간은 현대의 지구온난화와 해양 산성화에 비교할 만합니다.”
  • 트라이아스기의 끝에는 열파가 육지를 덮쳤을 뿐만 아니라 바다도 초토화. 이매패(대합, 가리비, 굴 같은 생물체)는 대죽음 이후에 해양에서 완족류의 자리를 대부분 대신함으로써, 해양 생태계에 획기적인 이행을 표시한 터. 하지만 그 절반은 트라이아스기의 끝에 멸종. 신비한 코노돈트도 멸종. 이들의 작은 이빨들은 두 가지 이유로 흥미롭다. 첫째, 정유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된다. 가열하면 색이 변하는 이 이빨들이 암석 안에서 석유가 나오기에 완벽한 조건을 지닌 ‘원유생성구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려주기 때문. 둘째, 150년 동안 아무도 이 자질구레한 장신구의 정체를 짐작도 못했다. 코노돈트는 어디에나 있다고 신과 같다고 말할 정도였음.
  • 하지만 해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멸종의 특징은 산호가 대대적으로 파괴된 것.
  • 텍사스-오스틴대학교 로언 마틴데일
    “트라이아스기에 가장 늦은 말기에, 생물초는 정말로 크게 성공. 고전적인 사례가 바로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걸쳐 있는 알프스.”
  • 이 동화 속 산들은 대부분이 산호초로 지어져 있다.
  • 이 산호초가 형성된 시절에 유럽은 판게아의 동쪽 해안에 붙은 열대의 테티스해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 마틴데일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에 가보면, 약 30만 년 동안 암석 기록에 생물초와 산호라고는 한 종류도 없다.”
  • ※생물초 Biotic reef 생물들이 서로 붙어 자라며 만드는 구조로, 파도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구조를 만든다. 현생 환경에서 생물초는 산호초로 대표된다. 그러나 생물초는 다양한 지질학적 시기에 걸쳐 나타났으며, 과거에는 산호가 아닌 다른 저서 고착성 생물들이 생물초를 만들었다. 이는 생물의 진화와 멸종과정을 반영한다.(네이버- 지질백과)
  • 2억 년 전이었지만, 트라이아스기의 끝에 생물초가 소멸한 사건은 21세기를 위해 소름끼치도록 깊은 울림을 남겨.
  • 트라이아스기는 현생 산호초의 탄생을 대변한다. 트라이아스기-쥐라기 사건이 끔찍한 건, 그게 현생 산호에게는 사상 최대의 성공이라는 점. 
  • 현대의 산호초계를 보면 트라이아스기의 끝에 해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의 산호초계는 1980년대 초 이후로 아마 30퍼센트는 줄었을 것. (지질학적으로는 번개 같은 속도) 성장 속도는 과거 20년 사이 20퍼센트가 느려졌는데 백화 사건 - 물이 따뜻해져서 산호가 먹이를 얻기 위해 의존하는 미생물을 빼앗길 때 일어나는 일- 은 점점 더 흔해져.
  • 인간은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해마다 2피피엠씩 높이고 있다. 획기적이 ㄴ한 연구에 따르면 만약 이 추세가 계속되어 해양이 계속 산성화하면 전 세계의 산호초가 “급속히 침식되는 잠석 더미가 될” 시한은 세기 중반이다. 
  • 현대 해양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로 산성도가 30% 더 높아진 것으로 대기 이산화탄소에 이미 반응해왔다. 조개껍데기, 산호의 뼈대, 많은 유형의 플랑크톤 같는 것뿐만 아니라 오징어 머리에 든 가속도계까지도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산제나 분필 구실을 하는 탄산칼슘과 더 친숙하겠지. 
  • 이산화탄소가 퍼진 해양은 산성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변화된 화학작용이 탄산염을 생물학적으로 쓸모없는 중탄산염의 형태로 가둬버림으로써 해양에서 탄산염을 빼앗기도. 그 결과, 동물은 껍데기와 뼈대를 지을 탄산염을 구할 수 없게 되어. 
  • 산성이 더 강하고 탄산염이 덜 풍부한 물에서는 산호가 석회화하기 어려워서 밀도가 떨어지는 탓에 더 잘 깨지고 폭풍과 포식에 더 취약. 그리고 약해져만 가는 뼈대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느라, 평소 번식에 쓰던 자원이 소모.
  • 오베 호그굴드버그 등 과학자들 “생물초의 부식이 석회화를 넘어설 이산화탄소 농도는 450~500피피엠” 그러니까 이 농도에서 산호초와 산호초에 의존하는 동물의 붕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현재 추세로 볼 때, 가장 낙관적으로 봐서 세기 중반에 이르면 도달할 듯.
  • 호그굴드버그, 500피피엠 넘으면 산호가 성장을 완전히 먼추고 세기말까지 600~1000피피엠에 이를 것이라는 더 비관적인 방출 예상치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언급.
  • 산호는 온도 변화에도 예민. 많은 종이 차가운 온도에서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이 너무 따뜻해져도 생명을 위협하는 백화 사건을 겪는다. 생물초를 짓는 산호에는 황록공생조류라 불리는 미생물이 붙어살고(산호가 맨 처음 이 공생자를 모집한 때는 트라이아스기였다.), 산호는 이들에게 의존해 자신의 먹이를 광합성한다. 바다가 유별나게 따뜻해지는 사건이 터지면, 황록공생조류가 이 관계에 말 그대로 해독을 끼치기 시작해 산호는 이들을 쫓아낸다. 
  • 해수면 상승도 산호를 익사시키고 있다.
  • 다음 세기에 이르러 해양화학에 변화가 온 뒤에 이어질 전 지구적 생물초 붕괴는 지구사에 진정으로 드문 재앙이 될 것. 
  • 과학계가 해양 산성화의 무시무시한 현실성을 제대로 깨달은 것은 고작 지난 10여 년 사이다.
  • 우리의 플라이스토세-인류세 경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
  • 우리가 산호초를 제거하는 데에는 수십 년밖에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이 조금이라도 지침이 된다면 이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에는 수백만 년이 걸릴 것.
  • 현무암은 이산화탄소와 매우 빠르게 반응해 석회암을 생성. 이산화탄소 격리법 중 하나로 쓰일 수도. 
  • 이러한 인간의 독창성은 지구화학의 모든 추세가 현재 가리키고 있는 낭떠러지를 피해갈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
  • 지금 공격적인 기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다음 세기 동안의 어느 시점까지 기온이 자그마치 6도가 뛰어오르고, 해양은 수천 년 척도상에서가 아니라 수십 년 안에 산성화할 것으로 예상.
  • 이처럼 끔찍한 사건들조차도 희망을 품을 몇 가지 이유를 제공. 돌산호는 어쨌거나 트라이아스기 말 멸종을 견뎌냈다. 설사 최악의 전망이 실현되더라도 산호가 완전히 멸종할 공산은 매우 적다. 지질학적 기록에는 당찬 생존자가 가득. 
  • 이들이 들어가 벼텨낸 외딴 영역들(이른바 레퓨지아refugia)의 견딜 만한 국지적 조건이 이들로 하여금 최악의 상황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해주었다. 일부는 극한 조건에 적응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진화가 멸종에서 탈출하는 경사로를 열어줄 것. 
  • 위안 하나 더. 트라이아스기의 끝에 가담했을지도 모르는 추가 살해범들이 단기간에 인류를 위협할 것 같지는 않아. 시사되어온 바에 따르면, 트라이아스기 말 지구온난화는 해양 바닥에 막대하게 저장되어 있던 동결된 메탄의 안정을 깨뜨려서 그것이 부글부글 표면으로 올라오게 만들기도 했다. 메탄은 트라이아스기에 이미 벌어져 있던 기후 참사를 더욱 악화. 비슷한 매장량의 동결된 메탄이 오늘날에도 해양의 차갑고 어두운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시카고대 지구물리학자 데이비드 아처 “물 분자와 결합된 수화물hydrate 상태의 메탄이 2,3년 안에 10%만 대기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것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열 배 증가한 것과 동등한, 상상할 수 없는 기후 충격일 것. 메탄 수화물 저장고들은 지구의 기후를 [극한의] 온실 조건까지 겨우 2,3년 안에 온난화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그러므로 메탄 수화물 저장고가 제기하는 초토화의 가능성은 핵겨울이, 혹은 혜성이나 소행성 충돌이 제기하는 파괴 가능성에 맞먹을 것으로 보여.”
  • 하지만 현대 해저에 있는 메탄 수화물은 파국적 방출을 상당히 꺼리는 것 같다. 게다가 트라이아스기의 출발 상태는 현재 행성보다 훨씬 따뜻했다. 
  • 홍수 현무암 분출할 때마다 피나투보산이 하루에 세 번 분화할 때와 동등한 정도의 황산염 에어로졸이 방출 → 햇빛을 가려. 피나투보산은 1991년 폭발 당시에 전 지구의 기온을 3년 동안 섭씨 0.5도만큼 떨어뜨려. 
  • 황산염 에어로졸을 성층권으로 뿜어 넣는 방안이 현재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구공학적 해답의 하나로서 권유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음.(논란이 되는 한 가지 이유는 이것이 해양 산성화 해결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음.)
  • 트라이아스기가 쥐라기로 넘어가는 100만 년가량의 고통스러운 과도기가 지난 뒤, 생명은 다시 꽃을 피워. 

 

☆제6장 백악기 말 대멸종 - 6600만 년 전☆

 

  • 현생 인류가 이 행성에 머문 기간은 100만 년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 공룡은 2억 년 군림.  이 웅장한 시간 폭은 연대표를 혼란스럽게 한다. 백악기의 상징적인 슈퍼 포식자 티렉스는 시간상으로 인간과 훨씬 더 가까이 살았지, 쥐라기의 명배우 스테고사우루스와는 한번도 가까이 산 적이 없다.
  • 이른바 공룡의 몰락이라는 것조차도 반드시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현대의 조류(새)는 반박할 여지 없이 공룡(티렉스와 똑같은 수각류)이기도 하고 포유류보다 종이 엄청나게 더 풍부하기도 하다.
  • 폴 올슨 “포유류보다 조류의 종이 두 배는 더 많아. 우리는 아직 공룡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 포유류는 결코 공룡만큼 성공한 적이 없다. 아직도.”
  • 월터 앨버레즈 “[중생대는] 안정한 세계였다. 방해 받지 않은 채로 있었다면 [그 세계가] 무한히 계속되었을 수도, 조금 더 진화한 공룡의 후손이 지배하는 어떤 세상에서 인간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 아르젠티노사우르스:용각류. 엄청난 크기의 공룡. 
  • 백악기 끝에, 태양계 안에서 5억 년 사이에 어떤 행성에 충돌한 것으로 알려진 소행성 중에서도 가장 큰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했고….. 이와 거의 동시에 사상 최대의 화산 분화 한 건이 인도 곳곳을 깊이 3.2킬로미터가 넘는 용암으로 질식시켜.
  • 포유류도 엄청나게 사라져. 유대류도 거의 지워지고 조류도 어마어마하게 죽었다.
  • 티렉스는 1억 년 역사 대부분 동안 크기가 인간만 했고, 알로사우루스류 같은 더 원시적인 다른 집단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안락한 지위를 누리는 동안 하찮은 존재로 머물렀다. 하지만 매우 나쁜 일이 백악기의 더 초창기에 그 상징적인 대멸종이 일어나기 거의 2000만 년 전에 일어나, 티렉스가 꼭대기로 갈 수 있게 했는지도 몰라.
  • 온통자바고원
  • 엄청난 화산분출. 어쨌든 티렉스가 알로사우루스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 티렉스는 지금껏 육지에 살았던 포식자 가운데 가장 큰 놈.
  • 티렉스에 관해 많은 사람이 깨닫지 못하는 한 가지는 티렉스가 실제로 최후의 공룡이었다는 점이다. 
  • 1980년,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와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인 그의 아버지 루이스가 과학계에 펑 하고 구멍을 내면서 지질학의 150년을 뒤집었다. 동일과정설에 눌려 빈사 상태였던 격변론의 정신을 되살리듯, 앨버레즈 부자가 암석 기록에서 발견한 증거는 공룡의 시대 끝에서 성서에 나올 법한 파괴를 지목.
  • 이탈리아 소도시 구비오의 바깥쪽, 아펜니노산맥, 해양 바닥에서 밀고 올라온 어느 석회암 노두의 백악기 암석과 제3기 암석 사이에서 갑자기 플랑크톤이 거의 통째로 멸종한 구간을 발견, 당황. 두 층을 분리시킨 한 점토층에는 화석이 전혀 없어. 백악기-팔레오세K-Pg경계인데, 구식용어로 백악기-제3기K-T경계로 알려져 있다.
  • 앨버레즈 부자는 이 불모의 점토층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아내려고 → 나이 많은 앨버레즈가 무해한 유성우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미미하지만 꾸준한 속도로 수백만 년에 걸쳐 땅 위로 떨어질 것으로 추론. 그 층에 있는 미량원소 이리듐 - 이 먼지의 한 성분 -의 양을 측정하면 둘 중 한 가지가 명백해질 터. 결과는 놀라워. 표본에는 이리듐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100배. 그렇다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우주 먼지의 비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볍게 내린 게 아니라, 한 번에 갑자기 하늘에서 파국적으로 퍼부어졌다는 것.
  • 앨버레즈 부자가 구비오를 조사하던 때와 동시에 네덜란드의 고생물학자 얀 스밋도 이리듐 층 발견. 그러나 앨버레즈 부자가 먼저 발표한 덕에 지질학 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한 논문 속에서 영생을 얻었고 얀 스밋에게는 위키피디아 한 페이지도 할애되지 않았다.
  • 그러나 이리듐 층 하나로는 모든 사람 설득 불가능. 1980년대의 많은 날들, 논쟁 속에 보내. 원색적이고 저급한 비난도, 특히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 사이에 오가고….ㅉㅉ
  • 석영… 그러나 충돌구 찾아야. 
  • ※포인트 바 point bar : 강굽이에 초승달 모양으로 모래나 자갈이 퇴적된 지형
  • 1950년, 석유를 사냥하는 지구물리학자들이 국가 소유의 멕시코 정유회사인 페멕스에서 일하다가 유카탄반도 밑에서 거대한 원형 구조를 발견. 처음엔 거대 화산으로 추정.
  • 앨버레즈 부자가 1980년에 중대 논문을 발표한 결과로, 충돌구를 찾기 위한 광란의 전 지구적 수색이 뒤따랐다. 10년 넘게. 81년에 이미 안토니오 카마르고와 글렌 펜필드가 페멕스에서 일하다가 그 유카탄반도 아래의 구조를 그 지역의 중력 측량으로 재평가하고 나서 그것이 화산이 아니라, 칙술루브라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방사되는 충돌구 비슷한 구조라고. 공룡을 죽인 그 충돌구일 공산이 크다고 역설. 기사로도 송출되었지만 10년 동안 고생물학자들의 눈을 피했다. ㅋ 
  • 운석 자체가 너무나 거대해서 그 운석은 어떤 종류의 대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초당 20~40킬로미터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폭이 10킬로미터~14킬로미터였으니, 대기를 누르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압력을 형성해서 그 앞의 해양은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큰 돌이 총알보다 스무배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와 행성 지구를 때렸다는 말.
  • 거의 순간적으로 내려오는 동안 아래의 공기를 너무나 격렬하게 압축해서 소행성은 순식간에 태양의 표면보다 일곱 배나 더 뜨거워졌다.
  • 대기의 압력이 소행성 앞쪽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 다음에야 소행성은 구덩이에 닿았다. 그때 운석이 그라운드 제로(피폭 지점)에 접촉한 순간, 운석은 완전히 멀쩡했다. 운석이 너무나 육중해서 대기가 찰과상 하나도 입히지 못해. 
  • 소행성이 땅과 충돌한 순간 공기가 있어야 했을 그 위의 하늘에는 그 돌이 구멍을 뚫어놓은 터였고, 구멍을 채운 우주공간의 진공은 대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늘이 이 구멍을 닫으러 몰려든 순간, 엄청난 부피의 흙이 충돌 직후 1초 또는 2초 안에 지구 궤도와 그 너머로 배출되었다.
  • 진정으로 거대한 충돌구는 부서지기 쉬운 암석의 경관 전체를 거의 액체로 변형시키므로 외곽은 고속촬영한 우유 방울처럼 구르고 튀어 오른다. 칙술루브에서 소행성이 순간적으로 땅에 낸 구멍은 깊이가 32킬로미터 - 경악스럽게도 지구의 맨틀을 뚫을 정도 -가 넘었고, 폭도 100킬로미터가 넘었다. 상상할 수 없는 그다음 몇 초에 걸쳐 땅은 돌멩이를 던져 넣은 연못의 표면처럼 움직였다. 
  • 포유류가 육지에서 거물들이 사라진 유령 세계를 물려받는 동안, 유카탄에 팬 이 엄청나게 깊은 상처는 멸종 뒤에도 200만 년 동안 뜨거운 채로, 중생대에 바치는 펄펄 끓는 묘비로 남아 있었다.
  • 그래도 177킬로미터 구멍 하나가 나머지 4억4000만 제곱킬로미터의 행성에서 생명의 씨를 말린다는 게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 충돌 모형 연구자, 퍼듀대학 제이 멜로시
    “기본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종과 더불어 틀림없이 거의 모든 동물이 죽었다. 그것도 아마 충돌 당일에 그랬을 것이다. 공룡은 대부분 문자 그대로 그 자리에서 구워졌다.”

“당신이 충돌의 수천 킬로미터 안에 있다면, 맨 처음 보게 될 것은 불덩이다. 그리고 당신이 가장 먼저 겪게 될 일은 눈이 머는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 주위의 모든 것에 불이 붙을 것.”

  •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 불덩이 보고 있던 사람들 일시적으로 눈 멀게 해. 불덩이는 자외선도 많이 방출했고, 그래서 사람들도 햇볕에 탄 듯 그을려. 겨우 20미터밖에 안 되는 것이었다. → TNT 0.5메가톤의 에너지 양.
  • 칙술루브는 1억 메가톤 방출. 멜로시 “그 숫자를 체득할 현실적 방법은 전혀 없다. 산 하나를 들어서 다시 중력권 바깥의 우주로 던져 넣고도 남을 숫자인 것만 확실.”
  • 분출물은 대륙간 탄도의 궤적을 따라 지구의 멀리까지 도달. 돌아온 순간, 그것은 대기 중에서 활활 타며 전 세계를 운석의 눈보라로 몰아넣었다. 이것이 소행성 이론에 전 지구적으로 치명적인 추력 推力 (물체를 운동 방향으로 미는 힘)을 제공하는 기제 가운데 하나. “그 분출물이 약 한 시간 안에 땅을 뒤덮었다. 그게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하늘은 빨갛게 변했을 테고, 기온은 갑갑할 정도로 뜨거워졌을 것. 그런 다음 더 뜨거워지고, 더 뜨거워지고, 더 뜨거워졌을 것.” 멜로시의 말.
  • 멜로시는 동료들과 함께 도착한 암석으로 지표면이 받았을 에너지를 제곱미터당 10킬로와트로 계산. (오븐에서 구이모드. 제곱킬로미터당 약 7킬로와트.) 굽기는 20분 동안 지속. 피신처를 찾지 못한 모든 동물은 문자 그대로 통구이가 되었겠지만 그게 많은 생존을 설명. 현생 조류는 어느 물새목의 후손. 이 물새의 현생 친척들은 둑에 있는 구멍에 둥지를 튼다. 그래서 살아남았을 것. 포유류는 굴을 파서 지옥을 피했고.
  • 충돌은 6월에서 7월 사이. 조류가 알을 품고 있었을 때.
  • 그다음에 진도 12의 지진. [지각의] 탄력이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없어서 진도 12의 지진 같은 건 없지만, 충돌의 규모가 크다면 분명히 가능 - 멜로시. 진도 11~12의 지진이라면 행성 위 다른 모든 곳 어디에서라도 진도 9의 지진으로 느껴질 것. 
  • “그다음에는 마지막으로 폭풍이 있었다.” - 멜로시
  • 차르 봄바의 파괴력에 200만을 곱하면 칙술루브에 근접하기 시작. 
  • 1883년 8월 27일 화산 크라카토아 분화. 소리가 480킬로미터(대략 마이애미에서 알래스카 사이의 거리) 밖에서도 중포소리로 들려. 지구를 네 바퀴나 돌았다. 이 크라카토아를 가져다가 50만 번 더 한꺼번에 일어나도록 만들면, 칙술루브에 근접하기 시작. 칙술루브 충격은 29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시속 288킬로미터의 폭풍을 일으켰을 것. 목조건물과 일대 나무 90퍼센트를 쓰러뜨리고도 남았을 폭풍.
  • 충돌의 맨 처음 결과는 불이었을지 모르나, 말 그대로 바람에 떨어져 나온 낙진이 오싹한 최후의 일격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카탄의 황산염이 풍부한 탄산염 더미를 소행성이 때렸을 때, 햇빛을 막는 에어로졸이 행성 표면을 여러 달 동안 어둑하게 만들 만큼 성층권으로 주입되었을 것. 광합성 방해, 모진 추위 닥쳤을 것. 플랑크톤 사라진 현상 설명 가능. 
  • 이 충돌 겨울이 현대에 낙엽수가 상록수보다 우세한 이유를 설명할지도 모른다. 낙엽수는 춥고 어두운 고난을 몇 달이고 더 잘 견딜 수 있어서 이후로 언제나 이 지구적 가지치기에서 우위를 누려왔다. 
  • 한 가지 위안. 수십 년 사이 집중 탐색, 허공에서 우리를 당장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적어도 1000년 안에는 없다는 점. 그러나 수십만 년 내에는 에로스라는 칙술루브보다 훨씬 더 큰 소행성이 언젠가 우리와 교차할 것.
  • 소행성 충돌은 지구상 생명의 역사를 중대하게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유카탄에서 1000년이 넘는 인간의 역사 또한 빚어냈다. 마야유적이 유령 같은 고리의 테두리 위에 지어져. 유카탄에 민물을 공급하는 것은 석회암 안에 그림처럼 뚫려 있는 용식함지들. 세노테로 알려진 이 지형은 밀림 안에 깎아지른 오아시스로 돌연히 나타나. 이 절단된 석회암이 통째로 무너질 때 형성된 결과로 지하의 강에 접근하게 해줘. 그 강에는 백악으로 이루어진 유카탄의 바다 암석을 통화해 걸러지는 민물이 흐른다. 세노테가 마야문명을 가능하게 했다. 마야 사회가 유카탄 안에 있을 법하지 않은 160킬로미터의 호를 그렸다. 유네스코는 이를 세노테의 고리라 부르고, 월터 앨버레즈는 비운의 충돌구라 부른다.
  • ※그링고 gringo : 라틴아메리카에서 영미권 사람들을 낮춰서 부르는 말.
  • 마야판?
  • 마야문명의 끝과 마찬가지로 백악기에 무서운 끝을 가져온 것 또한 갈수록 개연성이 낮아지는 일련의 타격이었을지도 모른다. 
  • 충돌구의 정중앙에 있는 소도시 칙술루브푸에르토 Chicxulub Puerto 
  • 칙술루브는 어느 천체에 의한 대학살이 지구상 생명의 궤도를 재조정하고 우리의 존재를 가능케 만든 사건의 현장.
  • 프린스턴대 지질학자 거타 켈러는 칙술루브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 소행성 충돌과 같은 국지적 사건 하나가 중생대의 끝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발상에 켈러는 코웃음을 친다. “그 생각은 판타지다. 100~12-킬로미터의 구덩이를 남기는 충돌들이 무능하다면 150~170킬로미터의 구덩이는?” 그는 트라이아스기 마니쿠아강 충돌구 같은 불발탄과 칙술루브와 같은 이른바 세계 파괴범을 비교했다.
  • 켈러는 페름기 말과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때도 그랬듯, 화산이 공룡의 시대를 끝냈다고 주장. 지구온난화와 해양 산성화의 종료 시간이었다고, 먼저 왔던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의 종말과 꼭 같다고.
  • 10억 년 사이에 지구에 충돌했다고 알려진 소행성 가운데 가장 큰 소행성이 지구를 덮친 때와 거의 정확히 같은 순간에, 인도 서부는 - 곳에 따라 깊이 3.2킬로미터가 넘는 - 용암에 묻혀 질식되고 있었다. (이 인도의 화산작용은 만약 미국을 덮쳤다면 알래스카를 제외한 본토의 48개 주 전체를 180미터의 용암으로 뒤덮고도 남았을 만큼 극심.
  • 이것이 K-T의 가장 당혹스러운 측면. 유카탄에 있는 충돌구가 아니라 데칸트랩 Decan Trap이 백악기를 끝냈다는 주장 때문에, 그동안 켈러는 K-T학계에서 친구를 거의 얻지 못했다.
  • 켈러의 파란만장한 삶.
  • 켈러는 K-T에서, 그가 생각하기에는 이산화탄소가 몰아간 터무니없는 기후변동의 물증인, 자신이 나미비아 연안의 깊은 해양에서, 또한 튀니지와 텍사스에서 시추한 심들에 담겨 끌려 올라온 화석 플랑크톤의 동위원소로부터 해독해낸 암호를 가리킨다. 그가 말한 바로, 해양에서는 섭씨 4~5도, 육상에는 자그마치 8도나 치솟는 급속한 온난화가 1만 년이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나 생명을 몰살시켰다. 그러는 동안 해양은 산성화. 왜소해진 플랑크톤의 재해 종이 멸종 이후 수천 년 동안 번성한 사실이 이를 입증.
  • 충돌 겨울이 그랬듯, 해양 산성화도 먹이사슬의 바닥을 들어내는 강력한 수법으로 해양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 켈러, 대기가 일시적으로 피자 오븐의 온도까지 가열되었다는 주장을 생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왜냐면 공기를 호흡하는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가 살아남았는데 이들은 피자 오븐 속에서 숨을 쉬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산성비의 원인이 되고 햇빛을 차단하는 이산화항이 칙술루브 충돌의 중대한 한 요소라는 이론에 관해 말하자면, 켤러의 동료인 파리지구물리연구소의 안리즈 슈네는 데칸 화산작용이 한 번만 크게 박동했어도 이 스모그가 소행성 충돌의 총 산출량과 같은 양만큼 대기로 주입되었을 것으로 추산. 충돌 지지자들이 원래 상상했던, 킬로미터 높이로 전 세계를 질주하는 쓰나미도 수정되어 겨우 수십 미터까지 낮아졌다. 수십 미터도 여전히 무시무시하지만, 종말의 동인이 될 만큼은 아니다.
  • 켈러, 대멸종은 충돌 한참 뒤에 일어났으며, 따라서 소행성이 일으켰을 수는 없다는 뜻. 그는 충돌이 멸종보다 최소한 10만 년은 앞섰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 고수. 
  • 학자들 논란, 논쟁 중…..
  • 1억 년이 넘는 세월 전, 인도는 초대륙 곤드와나와 떨어져. 백악기 후기에 거의 1년에 반 발짝(15센티미터)이라는 (지질학적으로 말해) 맹렬한 속도로 원시 인도양을 가로질러 도망. 하지만 약속한 종점에서 아시아와 만나기도 전, 인도는 헤매다가 레위니옹열점 위를 지나. K-T에 가까운 어느 시점, 아직 섬이던 인도대륙은 잠시 안팎이 뒤집히면서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용암을 분출.
  • 이 데칸트랩은 오늘날도 여전히 용암을 분출. 마다가스카르의 800킬로미터 동쪽에 있는 섬나라 레위니옹의 동쪽 옆구리, 한때 인도로 용암을 쏟아냈던 레위니옹열점이 아직도 용암을 쏟아내는 것. 피통드라푸르네즈라는 화산은, 그리고 사실 레위니옹이라는 국가 전체는, 연대가 백악기의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색창연한 유산을 지닌 이 지구 맨틀의 변칙적으로 뜨거운 구간이 가장 근래에 표출된 것일 뿐.
  • 태평양판이 미끄러짐에 따라 하와이제도의 섬들이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더 젊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레위니옹열점도 머리 위의 지질구조판이 이동함에 따라 비슷하게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경로를 그려와. 데칸트랩의 분출 이후로 6600만 년 사이에, 이 열점은 지각을 뚫어 몰디브공화국, 세이셀공화국, 모리셔스공화국을 차례로 창건한 뒤 현재의 위치인 레위니옹섬 아래에 도착. 이 열점이 맨 처음 끓어오르기 시작한 곳은 인도의 밑이었다.
  • K-T 대멸종 수십만 년 전, 이 구간의 맨틀이 처음 깨어나면서 용암이 용솟음쳤다. 데칸트랩이 궁극적으로 분출한 용암의 4%밖에 안 되지만, 멸종 15만 년 전에 먼저 있었던 급격한 온난화, 해양 산성화의 증거, 탄소 순환의 변동은 화산성 이산화탄소 주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온기에는 급랭이 뒤따랐을지도. 
  • 어떤 이들은 K-T에 앞서 기온 변동이 그렇게까지 극심했다는 것, 또는 소행성이 덮치기 전에 생물권이 죽음의 문턱에 있었다는 것에 회의적. 
  • 데칸트랩에서 분출된 용암은 지구상에서 알려진 가장 광범위하고 방대한 용암류. 인도 아대륙 반대쪽 연안의 벵골만으로까지 넘쳐. 이 녹아 흐른 강은 약 1만 세제곱킬로미터의 용암을 싣고서 거의 1600킬로미터에 달했을, 대략 시카고와 보스턴 사이의 거리를 건너.
  • 승려들이 스물두 세기 전부터 서고츠산맥Western Ghats의 밀림에서 불교도들은 이 데칸 현무암의 절벽들에 수도원 20여 채와 절 다섯 채를 새겨 넣었다. 아잔타석굴이다. 세노테의 고리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수천 년 전 승려들이 깊이 들어낮아 조용히 명상에 잠긴 그 암석은 세상을 멸망시켰을지도 모르는, 너무도 기초적인 불교의 개념인 무상을 곰곰이 생각하기에 꼭 맞는 장소였다.
  • 와이Wai 아층군 亞層群은 데칸트랩 전체의 최소 70퍼센트 차지. 데칸트랩의 역사에서 더 일찍 분출된 더 작은 규모의 분출물에는 지구의 지각에서 온 성분들이 용암 안에 넉넉히 섞여 있는데, 이는 용암 표면이 느긋하게 올라왔음을 암시. 하지만 와이 아층군의 출발점에 있는 용암은 지구의 깊은 안쪽에서 온 암석의 징후밖에 띠지 않아. 이는 이 용암이 깊은 곳에서 미친 듯이 가파르게 탈출해서 지각과는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음을 나타내.
  • 1960년, 기록된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 칠레을 덮쳐. 38시간 뒤, 240킬로미터 떨어진 코르돈카우예 화산의 뚜껑이 열려. 지진과 화산. 지진의 규모를 진도 11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크기로, 그러니까 칙술루브가 유발한 것과 같은 종류로 키워서 계산하면, 그것이 화산을 작동시키는 거리는 사실상 전 지구적.
  • 소행성 충돌이 인도에서 화산작용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은 전혀 새롭지 않아. 충돌 뒤에 짜깁기한 행성의 솔기마다 불이 붙어 별처럼 많은 화산이 터졌을 것이라고. 
  • 전쟁 중인 이론들을 짜릿하게 화해시키고 백악기 말 대멸종에 화산작용의 역할을 부활시킬 가능성에도 불구, 리처즈는 지혜롭게도 공룡이 죽은 주된 책임을 할당하는 일은 피해왔다.
    “칙술루브가 총이었고 데칸트랩은 총알이었다는 게 답일 겁니다.”
  • 기후가 백악기의 끝에 점점 나빠지면서, 온실의 열파가 거듭되는 동안 간간이 짧고 매서운 겨울이 찾아와…. 샌프란시스코 크기의 소행성 하나가 멕시코 유카탄에 충돌, 주위의 모든 것을 소각하고 수백 킬로미터 내륙까지 쓰나미를 보내 먼 바닷가 너머 미국 동부의 해안 지역을 무너뜨리고, 암흑기를 몰고 오고, 플랑크톤 증식을 가로막고, 먹이그물을 망가뜨리고 나서 산성비가 내리고 그다음에…. 반대편 세상에서는, 중앙해령이 해양저에서 우르릉거리는 동안, 땅의 역사에서 이전에는 파국적인 두세 장에서만 그랬듯 땅이 열려 인도 서부를 불에 빠뜨려 죽이고, 해양을 산성화하고, 수천 년 동안 세상에 가혹한 더위를 가져왔다.→ 추측에 의한 스케치.
  • 공룡은 영원과 다름없는 시간 동안 행성을 절대적으로 지배했다. 돌아다니는 시간이 길수록 아주아주 드물고 아주아주 고약한 꼴을 보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인간은 100만 년에도 한참 못 미치지만, 우리가 100만 년을 수백 번 더 버틸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얼마간의 좋은 날과 얼마간의 궂은 날이 생길 것.

 

☆제7장 플라이스토세 말 멸종 - 5만 년 전☆

 

  • 공룡의 시대에 뒤따른 팔레오세는 기이한 세계.
  • ※티타노보아 : 팔레오세 때 15터, 1100킬로그램짜리 뱀. ※공포새 : 말 크기의 머리, 공룡 같은 발, 거대한 갈고리 모양의 부리를 가진 새.
  • “몇몇 아주 기이한 유형의 새들이 존재해서 본질적으로 공룡의 틈새를 메우다니. 새가 곧 공룡이라는 건 말할 나위도 없지만, 아시다시피 새들은 벨로키랍토르 같은 것들이 남긴 틈새를, 그들이 멸종한 뒤로도 수백만 년 동안 채우고 있는 거예요.” - 스티브 브루사테
  • 팔레오세와 에오세는 기후가 아주 정신없이 오간 시기. 그때는 정말로 뜨거운 시기.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고려할 때 우리는 뜨거운 시기 동안 우리 행성이 어떻게 될지를 알아야 한다.(ㅠㅠ) 그때는 훨씬 더 뜨겁기만 했던 게 아니라, 기온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치솟곤 하는데 그게 수만 년쯤, 아니면 기껏해야 수십만 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 ※악지 : 惡地 매우 심한 침식을 받아 깊이 1m 이상의 계곡(gullies, ravines)이 무수히 생겨 있고, 식생이 매우 빈약하거나 거의 없으며, 걸어다니기 어려운 지대를 말한다. 원래 이 용어는 미국 남 다코다의 반사막지에서 횡단부적지란 뜻의 불어에서 유래한 것이며, 이 지대 5,200km2의 계곡침식지 경관은 국립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현재는 건조기후대에서 지질적 보호층의 파괴나 과방목 등으로 인하여 생긴 계곡침식지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토양조사에서는 잡종지의 한 형태이며 정상적인 식생이 없는 지역의 형태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지질학적 모재가 부드러워 집중적인 침식에 의하여 일어난 좁은 계곡침식과 높은 배수밀도를 가진 배수네트워크에 의하여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짧고 가파른 경사를 가진 지역을 나타낸다. 

  • 포유류 시대 초기의 온실은 5600만 년 전에 찌는 듯한 최대치를 찍어. 대략 오늘날 화석연료 매장량과 같은 양의 탄소가 대기와 해양으로 방출되었다.
  • 2만 년도 걸리지 않은 그 과정의 결과로 기온이 섭씨 5~8도 치솟아. 이 사건은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 Paleocene-Eoercene Thermal Maximu, 약자로 PETM.
  • 출처는 북대서양 안의 해저 화산이었을지도.
  •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가스를 뿜어냄에 따라 기후는 지글거렸을 테고, 아마도 육지의 영구동토가 녹음으로써 되먹임 고리를 가동, 더욱더 많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내보낸 결과, 행성은 더욱더 온난해졌을 것. 
  • PETM 사이에 산호초는 복부를 심하게 얻어맞았고, 그동안 초기의 말과 같은 포유류는 몸집을 줄여 열을 억제하고 극지 쪽으로 내달았음. 거기 있던 북극해가 미지근한 섭씨 24도.
  • 열파가 수그러들었을 때조차 지구는 여전히 더웠다. 오늘날 캐나다 북극권 지역 안에 습지림이 있었고 그 숲에 날여우원숭이와 코끼리거북, 악어 등이 살았다.
  • 이산화탄소 방출과 기후 감도 climate sensitivity(햇빛을 가두는 힘이 달라졌을 때 기온이 바뀌는 정도) 모형들은 최악의 경우 우리의 현대 행성이 이 에오세의 증기탕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
  • 이 고이산화탄소 온실이 공룡의 시대에 시작되어서 포유류의 전성기 초기에 군림한 원인으로 제안된 한 가지는 인도. 섭입대들이 이 섬대륙을 질질 끌고 해양을 가로질러 아시아를 향해 접근하면서, 해양저를 퍼내 땅속으로 돌려 보내는 동시에 죽은 바다생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은 수천 킬로미터의 탄산염을 집어삼켰다. 탄산염을 먹은 암석은 선봉에 선 화산들을 통해 끊임없이 공기 중으로 탄산가스를 내뿜어.
  • 인도가 아시아로 충돌한 4500만 년 전 무렵, 수천만 년 동안 가동한 이 이산화탄소 공장이 문을 닫으며 화산들도 조용. 충돌이 히말라야를 하늘로 밀어넣는 동안, 화산의 암석들과 갓 태어난 산맥이 풍화하기 시작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욱더 끌어내렸다. 4억 년 앞서 애팔래치아와 함께 오르도비스기 빙하시대가 생겨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히말라야의 융기와 풍화가 시작된 순간 현대의 빙하시대로 가는 길고 느린 쇠퇴에도 시동이 걸렸다.
  • 남극대륙도 호주 대륙과 분리 시작. 초대륙 곤드와나의 마지막 흔적 사라져.
  • 최남단의 대륙이 빙모를 키우기 시작한 뒤 더 춥고 더 건조한 기후가 전 지구를 가로질러 퍼짐에 따라, 에오세는 3400만 년 전 오한을 느끼며 생을 마감.
  • 이렇게 오래된 온실기후가 극지에 얼음이 있는 더 현대적인 기후로 넘어온 결과로, 동물에 중대한 반전이 일어나. → 머리에 손잡이가 달린 코뿔소처럼 생긴 브론토테륨을 비롯, 기괴한 생김새의 여러 포유류도 극빙이 처음 비친 이때 자취를 감춘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초지와 사바나가 퍼지면서 원시림보다 더 커지기 시작. 이 전환을 ‘대단절’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로 ‘그랑드 쿠퓌르’라 부른다.
  • 하지만 멸종과 발생은 신생대에도 언제나 그랬듯 계속. 대개의 종은 천수를 누린 뒤에 다행히도 대멸종의 무차별 살육과는 아무 상관없이 지질학적 계절 변화에 굴복. 관심을 두지 않는 시기지만, 이 시기의 세계 또한 공룡 크기의 뿔 없는 코뿔소부터 18미터 길이의 메갈로돈 상어에 이르는 별의별 것이 주역으로 출연하는 신나는 시기.
  • 300만 년 전, 이산화탄소가 비실비실 빠져나가기를 계속하다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파나마에서 만나면서 - 이 결합으로 전 지구의 해양 순환 경로가 바뀌면서 - 행성의 꼭대기도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 북극은 이후 아마도 대부분이 언제나 - 우리 자신의 시기 이전까지는 - 변함없이 얼어있었을 것. 이제 북극은 앞으로 여름이 수십 번만 지나면 녹아 없어질 것으로 예상.
  • 땅이 식을 만큼 식었던 260만 년 전쯤부터는, 땅을 햇빛 속으로 기울여 넣었다 뺐다 하는 행성의 흔들림이 기후를 지배. 행성 전체가 대빙하시대 great ice age (신생대 제4기 빙하시대의 다른 말)의 얼음 속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
  • 이 주기적 흔들림이 여름에 땅을 태양에서 먼 쪽으로 기울였을 때에는 얼음이 두께 1마일이 넘는 초대형 빙상의 형태로 대륙을 가로질러 행진할 수 있었다. 그 땅에 온 겨울은 수만 년 동안 얼음의 품 안에 대지를 끌어안았다. 지난 수백만 년에 걸쳐 이 우주공간에서의 흔들림과 지구 궤도의 규칙적 변화가 행성을 얼음이 전진했다 후퇴하는 주기로 떨밀어 넣었다 빼기를 아마 50번도 넘게 반복했을 것.
  • 이는 우리를 오늘날로 이끈다. 우리는 문득 우리 자신이 대빙하시대의 빙하기들 사이에 끼어 있음을, 하나의 짧은 간빙기에 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전에 왔다가 간 수십 번의 따뜻한 유예기와 마찬가지로, 이 기간의 온기도 길어봐야 수천 년이다. 우리는 이 쾌적한 휴가가 이미 지속해온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질학적 한순간에 대빙하시대의 어느 한 빙기로 다시 던져질 것을 예상해야. 빙하시대가 돌아오면 바다들이 120미터를 곤두박질하면서 해안선을 수백 킬로미터 밖으로 밀어내고 호주를 아시아로, 아시아를 북아메리카로 연결할 것. 이런 장기 예측은 인간의 개입으로 혼란에 빠졌다.
  • 신기하게도 지난 수백만 년의 급격한 기후변동들은 - 가혹한 빙하시대를 들락거리는 동안에도 - 극소수의 멸종밖에 일으키지 않아. 털매머드, 거대 땅늘보, 커다란 유대류들과 아르마딜로는 빙하시대와 간빙기를 오간 근래 지질사의 많은 변동을 행동 범위를 바꿔가며 견뎌.
  • 그러다가 지질학적으로 한순간 전에, 그 세계는 소유했던 커다란 육상 포유류 절반을 잃어. 이 사건을 ‘근시간 near-time’ 멸종으로 불러. 지질학자에게 겨우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은 어제 일어난 것과 다름없기 때문. 이 근시간 멸종은 백악기 끝의 혼돈 이후로 대형 육상 척추동물이 입은 가장 큰 타격에 해당. 이는 다른 멸종과 전혀 다른 양상. 해양 영역은 완전히 피하고 식물군도 거의 말짱하게 내버려둔 채, 주로 대형 육상 포유류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
  •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수백만 년이 지난 뒤, 심지어 셀 수 없이 많았던 가혹한 기후변동을 모두 헤쳐 나온 시점에 갑자기 낯선 멸종의 물결이 행성 전역을 휩쓸었다. 이 망령은 근래에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영장류의 한 종인 호모사피엔스가 영웅적으로 이주할 때마다 소름 끼치도록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겨우 수만 년 전에 시작된 이 멸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사실 인류의 이익은 출생 이후로 지금껏 생물다양성의 손해와 동의어였다.
  • 4만~5만 년 전 사이 어느 시점에 호주는 유대류 사자와 거대 캥거루를 잃어. 디프로토돈도. 날지 못하는 거대 새도 잃었다. 거대 비단뱀, 육지 악어 두 종, 메갈라니아라 불리는 커다란 왕도마뱀도 잃어. 호주는 땅 위의 동물 가운데 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 동물이란 동물은 마지막 한 마리까지 완전히 잃었다. 이 멸종의 물결이 덮친 때는 첫 번째 인간이 호주에 도착한 때와 얼추 그 시점이 같다.
  • 현생 인류가 유럽과 아시아로 처음 퍼져 들어갔을 때, 그 지역의 동물군은 더 오랜 기간 멸종에 시달려. 상아가 곧은 코끼리, 털매머드, 털코뿔소, 털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던 코뿔소를 비롯해 하마,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뿔을 뽐내던) 거대 사슴, 동굴 곰, 동굴 사자, 점박이하이에나를 앗아갔다. 유라시아는 네안데르탈인도 제거했다. 도구와 불을 사용했고 죽은 동족을 묻었던 그 다른 종류의 사람 말이다. 그들과 현생 인류의 만남은 지독히 짧았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유럽인과 아시아인 안에 아직도 살아 있으니, 둘의 사랑은 종을 초월한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 털매머드의 멸종 시점은 너무도 근래여서, 눈 속에서 다시 꺼낸 털매머드의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정도. 과학 저술가 리처드 스톤은 시베리아에 갔을 때 한 러시아 동료가 먹는 걸 목격. “그는 직접 먹어본 뒤 보드카를 연거푸 마신 다음, 윽, 정말 지독하군. 마치 아주 오랫동안 냉장고에 넣어둔 고기 맛이 나는데요. 라고 했다.”
  • 동유럽과 러시아 전역, 매머드 뼈만으로 지어진 주거지 유적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그중, 우크라이나의 메지리치 유적지에는 150여 마리에게서 나온 뼈가 포함.
  • 1만2000년 전쯤, 인간은 북아메리카에 도착. 북아메리카 역시 어마어마한 수의 대형동물군을 잃어. 이 대륙의 장엄함으로 치면 어디든 현대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목격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동물 한 벌의 고향이었다. 토종 매머드 네 종, 토종 코끼리 비슷한 곰포테리움, 토종 거대 땅늘보, 토종의 거대 아르마딜로, 곰만 했던 비버, 지금 살아 있는 어떤 곰보다도 훨씬 더 컸던 짧은얼굴곰Arctodus 같은 곰들, 거대한 종류의 페커리, 맥, 스태그무스, 카피바라, 들개, 난쟁이영양, 관목소, 삼림사향소, 마스토돈도.
  • 북아메리카는 그 많던 낙타도 잃었다. 낙타는 이 대륙에서 진화해 다른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아메리카얼룩말뿐 아니라 말도 잃었다. 말은 이 대륙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다음, 1억2000만 년 전쯤 갑자기 멸종했다가 수천 년 뒤에야 스페인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다시 들여왔다. 만약 말이 지금부터 수백만 년 동안 이 대륙에 존속한다면 먼 미래의 지질학자들은 아마도 이 이상한 수천 년 기간의 부재를 알아채지 못할 것.
  • 넘쳐나던 북아메리카 대형동물군의 사체를 청소하는 것으로는 먹고살 수 없게 된 결과로 대륙은 지금까지 날았던 새 가운데 가장 큰 새에 속하는 테라토르니스와 더불어 콘도르의 다수를 잃었다. 다이어울프와 검치호도 잃어. 아메리카치타도 잃었고 아울러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큰 고양잇과의 하나로서 아프리카의 사촌보다도 더 컸던 아메리카사자도 잃었다. 
  • 이 동물들 다수의 유해를 그들이 죽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동물들 모두가 북아메리카를 너무도 근래까지 돌아다녀서 미래 지질학자들에게는 이들이 본질적으로 바로 지금 멸종한 것처럼 보일 것. 우리 시대가 자연사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세계들보다 덜 웅장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착각. 지질학적 한순간 전.
  • 하지만 그 야생 동물들은 진화적 유령들 안에 아직도 살아 있다. 미국 서부의 발 빠른 가지뿔영양들은 자신들의 어떤 현존 포식자보다도 우스꽝스러울 만큼 빨리 달린다. 필시 이미 사라진 아메리카치타의 끔찍한 추격에서 도망쳐야 했던 흔적일지도.

플라이스토세의 진화적 그림자는 농산물 통로 안에도 아직 살아있다. 열매 안의 씨앗은 동물이 먹은 다음 퍼뜨리라고 고안 된 것이나, 아보카도는 너무 커서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무에서 먹이를 구하는 거대 동물들이 사는 땅에서는 그 열매의 존재가 이해가 간다.
그랜드캐니언에는 거대 땅늘보의 똥으로 가득한 동굴들이 아직 남아 있다.

  • 인간에게 운 좋게 발견되지 않은 땅에서 이들의 유사종들이 근대까지 살아 있었다는 것만 보아도 인간이란 침입종이 멸종의 원인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 ※아우트리거: 뱃전에서 배 밖으로 노받침대를 내밀어 단
  • 마다가스카르, 토종 하마, 토종 코끼리거북, 어마어마하게 큰 토종 코끼리새(선 키가 3미터가 넘었다. 낳은 알도 용량이 2갤런(약8리터)을 넘어 공룡을 포함해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동물의 알려진 알 가운데 가장 컸다.) 잃어.
  • 지난 수백 년 사이, 폴리네시아인들이 태평양 길에 올라 수천 킬로미터씩 떨어진 조그만 환초들과 군도들을-뉴칼레도니아에서부터 하와이와 이스터섬을 거쳐 핏켓언제도에 이르기까지- 기적처럼 식민지로 삼은 결과, 수천 종의 날지 못하는 새를 포함한 각 섬만의 동물군은 무수한 달팽이를 비롯해서 그 밖의 동물들과 더불어 뿌리가 뽑혀. 하지만 사냥은 인류의 멸종 설비에 들어 있는 유일한 무기가 아니다. 이 섬의 동물군은 주로 우리의 털북숭이 화물인 쥐와 돼지 따위가 파괴했을지도 몰라.
  • 뉴질랜드, 날지 못하는 모아라는 새는 500년 전,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도착한 뒤 자취를 감춰. 이 멸종은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당혹케 해. “카우티에르에서 일하기 전까지, 나는 얼마 안 되는 마오리족이 그 광활한 뉴질랜드 남섬에서 어떻게 모아를 전부 죽일 수 있었을지, 그리고 클로비스의 사냥꾼들이 1000년여 만에 남북 아메리카에서 대형 포유류 대부분을 없애버렸다는 모시만-마틴 가설을 도대체 어떤 사람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취나무타기캥거루라는 그 커다란 캥거루를 떠올리면, 더는 그 가설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 녀석은 나무 줄기의 2미터 높이에 가만히 서서, 근처 훤히 보이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나와 내 조수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 인간을 접해본 적 없는 동물들의 천진난만함이 그 멸종들의 많은 부분을 해명할 것.
  • 남극 마찬가지. 이 생소한 동물들은 다윈이 사람에 대한 ‘유익한 두려움’이라 부른 것을 발달시키지 못했던 것.
  • 영국의 지질학자 앤서니 핼럼 “식민지시대 이전 비서구 사회의 생태적 지혜가 우월하다는 낭만적인 생각은 영원히 떨쳐버려라. 대자연과 사이좋게 사는 고귀한 야만인이라는 관념은 그것이 속한 신화의 영역으로 보내야 한다. 인간은 결코 자연과 사이좋게 산 적이 없다.”
  • 이 파괴적인 인간의 그늘은 지난 몇 세기 사이에 넓어져왔고, 이 매우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멸종들의 목록은 비극적이고 잘 알려져있다.
  • 호주의 유대류 태즈메이니아호랑이에서 출발한 그 목록은 북아메리카의 나그네비둘기를 거쳐(둘은 모두 마지막 날들을 동물원에서 보냈다.), 우럽의 큰바다쇠오리와 모리셔스의 도도에까지 이른다. 양쯔강돌고래를 멸종까지 몰아온 것은 겨우 지난 10년 사이.
  • 2015년에는 북부흰코뿔소의 맨 마지막 수컷이, 행성 위를 달려온 100만 년의 끝에서 무장한 수단인 야생동물 순찰대의 경호를 받고 있는 모습이 전 지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2018년 3월 19일 사망했다.) 
  • 그래서 진화는 인간에게 어떤 혁신거리를 마주쳤던 것일까? 무엇이 이만한 파괴를, 이렇게 빨리, 전적으로 단 한 종의 영장류가 제공한 까닭을 해명할 수 있을까? 문화와 관계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하는 호모사피엔스의 능력 말이다. 문화는 DNA와 마찬가지로 정보다. 터프츠대학교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주장했듯, 이 과정은 인간의 독창성을 조금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폴리네시아인의 배 형태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비슷한 어떤 것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데닛은 말한다. 열악한 배 설계는 그 배에 탄 사람들이 항구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다음 세대의 배 제작자들에게 채택받지 못했다. 그 대신에 배 제작자들은 바다가 선택한, 여행을 견뎌낸 설계만을 채택.
  • 문자 언어의 발명은 물리적 세계를 다루는 일에 관한 이 정보가 - 이제는 유전체 바깥의 책, 잡지, 신문, 과학 학술지 안에, 그리고 최근에는 인터넷 안에 살면서 돌연변이하는 가운데 - 훨씬 더 널리 퍼지도록 해주었다. 창에서부터 핵무기로 이어지는 일직선의 문화적 진화 - 문화적 단계통군 -가 존재. 문화는 우리가 진화 시간의 족쇄를 벗어 던지게 해주었다.
  • 오늘날 문화적 진화 덕에 우리는 물리적 환경에 너무도 막강한 장악력을 가져. 
  • 한 가지 혁신은 특히 더 우리를 진정한 의미의 지질학적인 힘으로 탈바꿈시켜. 바로 태곳적 탄소를 암석 기록에서 최대한 많이 꺼내 대기 중에서 모두 한꺼번에 불태우려는 우리의 전 지구적 노력 말이다. 이는 보통 때는 대륙성 홍수 현무암이 사용하도록 마련된 초능력이다.
  • 수억 년 동안 행성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밀림의 석탄 속에, 해양저에 흩날리는 플랑크톤 속에 묻어서 저장해 왔다. 겨우 2,3세기 사이에 인류는 이 모두에 성냥불을 붙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여러 모로 이 지질학적 모닥불은 기괴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지구의 역사에 비추어 바라보면, 수억 년 또는 수십억 년마다 발생하는 중대한 대사적 혁신의 하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역사 이래로 생명활동은 아직 손대지 않은 에너지 저장고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발명해왔고 그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지구를 때리는 햇빛에서 온다. 이 태양에너지를 붙잡는 한 방법은 식물 안에 있는 광합성. 또 한 방법은 그 태양에너지를 자신의 잎속에 당으로 저장하는 식물을 먹는 것. 또 다른 방법은 그 식물을 먹는 생쥐를 먹고 소화시킴으로써, 먹이사슬의 더욱더 높은 곳에서 그 태양에너지를 빼돌리는 것.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1억5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폭발하고 있는 어느 별에서 흘러나오는 광자의 에너지를 붙잡는 것일 뿐. 

석탄과 가솔린에 들어 있는 태곳적 식물의 탄소를 태움으로써 복잡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사회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법은 그러한 생물학적 혁신 가운데 가장 근래에 이루어진 혁신일 뿐이다.

  • “석탄은 3억 년 동안 아무도 사용법을 알아낸 적이 없는 자원이에요. 그것은 그냥 거기에 놓여 있었어요. 에너지 저장고의 하나일 뿐이었는데 우리가 사용법을 알아낸 거죠.” 스탠퍼드의 조너선 페인.
  • 이 혁신의 결과, 끊임없는 에너지 폭발, 수억 년어치 햇빛이 연소 기관과 발전소에서 한꺼번에 방출되는 전 지구적 초대형 물질대사에 의해 떠받쳐진다. 이산화탄소는 문명을 지탱하는 이 새로운 물질대사의 한 가지 부산물. 우리는 지금 해마다 화산보다 10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는 지구 온도조절장치가 암석 풍화와 해양 순환을 통해 따라잡는 능력을 한참 추월한다. 두 과정은 늘 그렇듯 1000~10만 년의 기간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
  • 우리는 25억 년 사이에 지구의 질소 순환에 일어난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식물은 살려면 질소가 필요. 미러클-그로도 질소로 만든다. 20세기에 이를 때까지 생물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소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 들어 있는 미생물에 의해 고정되었다.(질소고정이란 공기 속의 질소 기체 분자를 원료로 하여 질소 화합물로 만드는 일) 이제 인간은 화석연료를 태워 이 비료를 합성함으로써, 해마다 자연계가 고정하는 것보다 두 배 더 많은 질소를 고정한다. 20세기 이전에는 인구가 키울 수 있는 작물의 수가 인구의 크기를 제한했고, 작물의 수는 자연에 있는 거름 같은 공급원에서 구할 수 있는 질소 비료의 양이 제한했다. 그러다 1909년에 독일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인공적인 질소고정 공정을 발명해 이 자연적 한계를 깼다.
  • 뒤이어 농업이 폭발한 게 직접적 원인이 되어 수십억 명의 사람이 오늘날 살아서 존재한다. 이게 바로 인구 도표상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그 직각이 하필 20세기에 있는 까닭이다. 전 세계 인구가 10억 명으로 불어나기까지는 1850년 전후까지 20만 년이 걸렸다. 이제 우리가 10억 명을 인구에 한 번 더 보태고 있는 주기는 10여 년, 인간이 물리도록 공급하는 이 식물 먹이(인공 비료)가 이러한 높은 출산율을 떠받친다.
  • 인위적인 질소고정은 그 사람들 모두뿐 아니라 전 세계 해양의 광대한 데드존에 책임이 있다. 산업적 농경에서 유출된 비료가 데본기/페름기/트라이아스기 방식의 식물성 플랑크톤 증식을 일으켜 해양에서 산소를 강탈하기 때문. 그리고 이 질소 순환에 일어난 커다란 동요는 거꾸로 탄소 순환으로 되먹임된다. 그 수십억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또 에너지를 사용. 
  • 지난 빙하시대의 끝에 인간이 만든 멸종들이 인류가 세계를 통과한 경로와 많은 연관이 있었다면, 오늘날의 멸종들은 세계가 우리를 통과하는 경로와 더 많은 연관. 생명을 지속시키는 산소와 질소의 순환이 인간의 계획에 의해 경로가 바뀌고 틀어지기 때문.
  • 하지만 영장류의 한 종인 우리의 개체 수를 부풀리고 쉽게 퍼지는 데드존을 해양 안에 창출하는 것 외에도, 그 모든 추가된 식물 먹이는 지구 동물군에게 훨씬 더 미친 듯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아주 근래까지도 행성 위의 모든 척추동물은 야생동물이었다.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오늘날 야생동물은 지구의 육상동물 가운데 3%밖에 안 된다. 인간과 우리의 가축, 우리의 애완동물이 나머지 97퍼센트 생물량을 차지. 이 프랑켄슈타인 생물권은 산업적 농경이 폭발한 결과이기도 하고, 야생동물 자체의 존재비가 1970년 이래로 50%나 감소해와서 속이 빈 결과이기도 하다. 이 도태는 직접적 사냥뿐만 아니라 전 지구 규모의 서식지 파괴에서도, 이를테면 지구의 땅 거의 절반이 농지로 바뀌어온 데서도 비롯한다.
  • 해양이 비슷한 변형을 겪은 기간은 겨우 지난 수십 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발전했을지도 모르는 공산품이 이 기간에 바다 위에서 단련되어왔다. 해마다 저인망 어선들이 미국 본토 두 배 면적의 해저를 갈아엎어 저서생물을 없애버린다. 다채로운 바다생물을 접대하던 산호와 해면의 정원들이 아무도 살지 않는 고랑 진 벌판으로 변해버린다. 이 저인망 어선들이 이 모든 파괴의 성과로 보여줄 것이라고는 1950년 이래로 모든 대형 해양 포식자의 최대 90퍼센트를 제거한 게 전부다. 여기에는 저녁 식탁의 친숙한 주요리인 대구, 넙치, 농어, 참치, 황새치, 청새치 따위, 그리고 상어가 들어간다. 그 초토화의 한 조각으로 27만 마리의 상어가 단 하루 만에 죽임을 당하고, 주된 목표물인 이들의 맛도 없는 지느러미는 지위를 상징하는 고명으로서 중국인 기업 오찬의 사발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날, 어업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어선의 수가 늘어나는 바로 그 순간, 산업적 저인망 어선들이 고갈된 전래의 어장을 버리고 더욱더 먼 곳의 수산자원을 뒤쫓으며 더욱더 정교한 어군 탐지 기술을 사용하는 바로 그 순간, 전 지구적 어획량은 바닥나고 있다.
  • 해양 생물다양성의 원천인 산호초도 규모가 1980년대 이후로만 세 배나 감소. 이 천국은 남획, 오염, 침입자로 괴로워하지만, 5억 명의 사람들은 거기에 의존해 먹을 것을 구하고, 폭풍에서 보호받고, 일거리를 얻으며, 그 가운데 다수는 개발도상국에서 가난하게 산다. 지질학적 과거의 몇 번 안 되는 생물초 붕괴 사건에서 그랬듯 현생 생물초도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로 말미암아 이 세기의 끝에 이르면 붕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기는 훨씬 더 이를 수도 있어. 1997~1998년, 기온이 종전의 최고 기록을 깨는 동안, 전 세계 생물초의 15%가 죽었다. 2015년에 이상하게 미지근한 물로 에워싸인 죽음의 물결이 이미 강타당한 플로리다키스 제도 남부의 생물초들을 한 번 더 휩쓸고 지나가면서,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았던 산호들을 포함한 광활한 산호 지대를 없애버렸다. AP통신의 보도, 그동안 하와이에서는 “이 섬들이 지금껏 목격한 최악의 산호 탈색”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자연적 격감은 따뜻해지는 바다에 힘입어 태평양 전역을 휩쓸 것으로 예상되는 전 지구적 탈색 사건의 일부이며 마지막도 아니다.
  • 태평양 연어와 같은 물고기의 먹이를 절반까지 대주기도 하고 남극 생태계의 기초를 구성하기도 하는 그 나풀거리는 익족류와 마찬가지로, 몇몇 종류의 플라크톤은 이미 태평양 북서부에서도 남극대륙 주위에서도 녹아가고 있다. 이들은 2050년에 이르기 전에 남빙양에서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그리고 바다에 얼음이 줄어들면 크릴도 줄어들 것. 크릴이 먹고사는 말무리는 얼음 밑면에서 재배되기 때문. 크릴은 또 산성화하는 해양에도 민감, 세기의 끝에 이르면 남극 크릴의 최대 7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 크릴은 물개, 펭귄, 고래를 먹여 살리지만, 생태계 안에서 살파salpa라 불리는 젤라틴 튜브 같은 플랑크톤의 군체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크릴은 플랑크톤의 태양에너지를 고래로 바꾸는 반면에 살파는 영양적 가치가 거의 없어서 포식자도 드물다. 익족류나 크릴이 없는 남빙양은 완전히 결딴난 남빙양이다.
  • 그리고 다가오는 수십 년 사이에 우리는 해양에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만 할 것이다. 인구가 성장해 아마도 110억 명을 넘길 테고, 그 성장의 대부분은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비롯할 텐데 가난한 개발도상국은 운이 다한 산호초에서 거두는 해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
  • 어디를 봐도 상황이 안 좋다. 동물계 안의 희생자에는 최상위 포식자, 사자도 있다. 이천 년 전 100만이었다가 1940년대에 45만, 오늘날에는 2만. 98퍼센트가 감소. 나비와 나방도 존재비가 1970년대 이후로 35% 정도 감소.
  • 지금까지는 이 사건도 단계적으로 복잡하게 진행. 그 기간은 수만 년에 걸쳤고 우리 종이 아프리카를 떠난 때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지질학자들에게, 수천 년 전 제일국민이 퍼져나가 새로운 대륙들과 외딴 제도들로 들어가는 동안 일으킨 멸종의 거대한 물결은 현대성과 그것의 커가는 식욕에 의해 현재 풀려나고 있는 파괴의 물결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것.
  • 자, 이제 그 미치광이 같은 부분, 그리고 5대 대멸종이 실제로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밝혀내야 하는 부분으로 넘어간다.
  • 인류는 아직 지난 5억 년 사이에 있었던 대규모 대멸종들 사망자 수에는 발끝에도 다가간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 지난 400년 사이에 문서로 입증된 것만 따져도 800여 종의 멸종이 있었다.
  • 알려진 190만 종으로 나눌때 1퍼센트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멸종에 해당. 이는 페름기 말에 대면 하늘땅 차이. 페름기 말 동안에는 후하게 반올림하면 거의 100퍼센트에 달하는 고등생물이 죽임을 당했다.
  • 물고기는 과거 수십 년 사이 산업적 규모의 어업으로 열에 하나씩 죽어왔을지 모르지만, 멸종한 경우는 매우 드물어. 이를테면 해마다 향유고래는 우리와 같은 양의 해산물을 먹는데도 - 이들의 역사적 개체수에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 수십만 마리의 향유고래가 아직도 존재. 
  • 지구상 생명체의 총체적 붕괴와 같은 것은 페름기의 끝에도, 아니 다른 어떤 대멸종에서도, 육지에서건 바다에서건 존재한 적이 없었다. 사실, 생물다양성은 아직도 번성하고 있다. 그 많은 종을 잃고도 큰 그림에서 우리는 이 찬연한 생물권의 복부를 한 방 갈겼을 뿐이다. 아득히 먼 시간의 전 지구적 대학살들에 비교하면 특히 더 그렇다.
  • 때 이르게 행성의 사망 기사를 내는 게 일부 계통에서 줄곧 유행한 데 관해 미래학자 스튜어트 브랜드는 “헤드라인들은 부정확하기만 한 게 아니라, 누적되는 동안 우리와 자연의 관계 전체를 끊임없는 비극의 관계로 규정해. 비극의 핵심은 그것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절망과 무위를 위한 공식이다. 임박한 불운에 관한 나태한 낭만주의가 내정된 관점이 된다.”
  • 사실 지질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행성은 오늘날 그 역사에서 어떤 시점보다 더 대멸종에 대한 저항력이 강할 것. 무엇보다도, 우리는 탄소를 쑤셔 넣는 판게아 초대륙의 기하학적 구조 안에 있지도 않고(비록 인간이 전 세계에 침입종을 도입해 초대륙 살이의 부정적 측면 일부를 재창조해오긴 했지만), 도망칠 길이 원천봉쇄된 오르도비스기의 고립된 섬 세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비록 서식지 분열이 비슷한 난제를 제기하겠지만). 하지만 어쩌면 현대의 지구가 지닌 회복력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해양에서 지난 수억 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일지 모른다. 지금 해양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산소가 공급된다. 지구의 가장 유익한 변화 일부는 지구의 가장 소박한 거주자, 플랑크톤 덕분에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 플랑크톤은 시간이 가면서 몸집도 몸무게도 점점 더 늘어왔고, 동시에 해양과 지구상의 생명에 엄청난 결과를 남겨. 오늘날의 갑옷을 두른 단세포 부유생물 - 유공충류, 식물을 더 닮은 규조류, 석회비늘편모류 같은 생물체 - 은 우리 눈에는 현미경으로나 보이지만 그래도 고생대의 단세포 플랑크톤, 다시 말해 세균과 녹조류가 주류였던 한 벌의 생물체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것. 이런 종류의 현생 플랑크톤에는 또한 광물 바닥짐(배의 균형을 위해 바닥에 싣는 중량물)이 실려 있다. 이 추가된 짐은 플랑크톤의 크기와 합쳐져 플랑크톤이 훨씬 더 깊은 해양으로 가라앉았다가 나중에야 다시 생명체에게 먹히도록 해준다. 여기에는 엄청난 결과들이 따르는데, 해양에서 눈발처럼 내려앉은 이 생물체를 먹으려면 산소를 있는 대로 다 쓰며 해저로 내려오는 동안 바다를 휘저을 수밖에 없기 때문. 만약 플랑크톤이 먹히기 전에 해양으로 더 깊이 가라앉을 수 있다면, 해양의 산소극대역 Oxygen Minimum Zone, OMZ도 마찬가지일 것. 해양에 용존 산소가 존재하는 최저층을 말하는 OMZ는 오늘날 약 600미터 아래에 있다. 하지만 지구의 과거에는 - 플랑크톤 입자가 더 잘아서 더 천천히 가라앉을 때에는 - OMZ가 훨씬, 훨씬 더 얕아서 생명을 초토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OMZ가 바다생물 대부분이 사는 곳인 얕은 대륙붕의 범위에서 안전하게 벗어나 있다. 하지만 고생대에는 더 얕았던 OMZ가 (예컨대 해수면 상승이나 지구온난화, 영양분 오염 때문에) 올라가기만 하면 대륭붕 위로 쏟아졌으므로, 산소에 굶주린 물이 얕은 곳까지 올라와 바다생물을 질식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대멸종이었다.
  • “고생대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해양 무산소 사건에 관해 언급도 하지 않습니다. 너무 흔해서요.” 조너선 페인의 말. “중생대 안에서는 그것을 이런 흥미로운 일들이 있었다고 언급하지만, 신생대에 이르면 기본적으로 그냥 그걸 찾지도 않습니다.”
  • 오늘날의 상황은 지극히 특이한 것.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속도로 동물을 사냥하고 파괴하고 있지만, 인류가 내일 사라진다면 행성은 금세 회복할지도 몰라. 우리가 탄소를 대기와 해양으로 던져 넣는 일을 멈춘다면, 수천 년 만에 탄소는 석회암이 되어 그 체계에서 빠져나올 것. 하지만 우리가 조만간 멈출 것 같지는 않아. 아아, 우리의 약탈은 지질학적으로 심각한 초토화를 불러일으키지 않고서는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 2011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고생물학자 앤서니 바노스키와 그의 동료들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이미 도착했을까?’라는 논문 발표. 그 논문에 관한 언론보도 → 답은 명백히 긍정적인 것으로 보여. 하지만 사실 그 논문이 예측한 바에 의하면, 행성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환경 파괴를 계속해서 늦추지 않은 뒤에야 5대 대멸종 수준의 멸종에 도달할 것. 이 결과도 지질학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순간적이겠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은 아직, 다행히도 약간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 논문이 다음을 언급하기는 했다. 빙상 붕괴에 대한 추정들과 마찬가지로 이 예보도 얼마간의 예기치 않은 기습을 간과할지 모른다고. “생태계는 비선형적 방식으로 응답할 것”이라고 바노스키와 그의 동료들은 경고했다. “점진적으로 누적되는 환경적 동요에” 생태계가 그렇게 응답하리라는 이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피해를 그다지 알아차리지조차 못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생태적 문턱”에 도달해서야 그 시점에 우리에게 “크고 갑작스러운 생물적 변화”가 닥쳐올 수도 있을 것. 티핑포인트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말.
  • 미국지질학회의 2014년 연례회에서 스미스소니언의 고생물학자 더글러스 어윈이 강단에 올라 대멸종과 전력망 고장의 역학관계 연설. 둘이 같은 방식으로 펼쳐진다는 주장. “이것은 미국해양대기청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2003년 미국 대정전의 사진이다.” 그렇게 말한 그는 밤 시간 위성사진 하나를 끌어 올렸다. 북동부의 초거대도시가 우주공간의 차가운 암흑 아래 수백만 와트를 불사르며 이글거리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정전된 사진을 뒤이어 보여준다. 뉴욕시는 거의 캄캄하다. 정전은 쭉쭉 뻗어 올라가 토론토로 들어갔다가 더 뻗어 나와 미시간과 오하이오에 이른다. 캐나다와 미국 양쪽의 엄청난 구간을 이동. 그런데 그게 대부분은 오하이오의 통제실에 있던 소프트웨어 버그 탓. 
  • 어윈이 내놓은 의견에 의하면, 대멸종도 이 전력망 고장처럼 펼쳐질지 모른다. 손실의 대부분은 최초의 충격 - 전력망 고장의 경우는 소프트웨어의 작은 결함, 그리고 대멸종의 경우는 소행성과 화산 - 이 아니라, 뒤따라 쏟아지는 이차적 고장들에서 비롯될 것. 이는 아무도 이해 못하는 파괴적인 연쇄반응. 어윈이 생각할 때, 대부분의 대멸종은 결국 외부의 충격 때문이 아니라, 먹이 그물 내부 역학관계가 예기치 않게 흔들려서 파국적으로 고장 난 데 따른 결과였다. 2003년 정전, 사소한 국지적 사고 때문이었듯.
  • “그 붕괴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 다 지나고 난 후에는 그것이 쉽게 진압되었어야 했다는 게 분명해졌지만 - 그것이 미국 북동부를 가로지르는 망들의 고장으로 비화된 겁니다. (...) 제가 이에 관해 언급하는 이유는 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먹이그물을 이해하는 문제는 정확히 전력망의 성격을 이해하는 문제로 밝혀지기 때문. 이와 같은 대멸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생태계가 매우 빠르게 붕괴한다.” - 어윈 曰
  • 저자, 어윈에게 글을 써서, 의견을 구한 터. 5대 대멸종과 동등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요즈음 유행하는 생각에 관한 그의 의견을 구한 것. 많은 대중과학 기사가 이를 기정사실로 취급하고 아닌 게 아니라 인간의 자만심과 근시안이 지나치게 심해서 우리가 행성 전체를 우리와 함께 무너뜨리고 있다는 생각에는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운 뭔가가 있다. 어윈은 그것이 쓰레기 과학이라고 생각.
    “현재 상황과 과거 대멸종을 안일하게 비교하는 사람들 다수는 그 데이터의 성격 차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 바다의 화석 기록 안에 기록된 대멸종들이 실제로 얼마나 진정으로 끔찍했는지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인간이 바다에서든 땅에서든 멸종에 대단한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고, 많은 멸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멸종은 더 일어날 게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과학자로서 우리에게는 그러한 비교에 관해 정확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뿐.”
  • 코맥 매카시의 [로드]-한 번 읽어보자잉….
  • 어윈
    “만약 우리가 정말로 대멸종 도중에 있다면 - 만약 우리가 그때 [페름기 말]에 있다면- 가서 스카치 위스키나 한 상자 가져오라.” 
  • 그의 전력망 비유가 옳다면, 이미 시작된 뒤에 대멸종을 멈추려 애쓰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여섯 번째 대멸종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논변에 있는 논리적 결함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대멸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걸 사람들에게 겁을 줘서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주장하고 있다. 사실은, 만약에 우리가 여섯 번째 대멸종에 들어섰다는 게 진실이라면, 보존 생물학이라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데 말이다.”
  • 대멸종이 시작될 무렵이면, 세상은 이미 끝났을 것.
  • 저자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정말로 대멸종의 한복판에 있다면, 그것은 호랑이와 코끼리를 구하는 문제가 아닐 거라는?”
    어윈 답 “그렇다. 아마 코요테와 쥐를 어떻게 구할지 걱정해야 하다. 이건 네트워크 동역학 연구는 이전부터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받아내고 있다. 그걸 연구하는 사람들은 죄다 물리학자라서 전력망이나 생태계에는 관심이 없고 수학에만 신경을 써. 그래서 전력망에 관한 비밀은,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제로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그건 생태계에서 겪는 것과 정확히 같다. 나도 우리가 모든 것을 똑같이 유지하면서 갈 데까지 가면 대멸종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아직 대멸종에 들어서지 않았고 그건 낙관적인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실제로 아마겟돈을 피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니까.”
  • 어윈의 다른 논점, 5대 멸종의 규모에 비하면 지금까지 인류가 저지른 파괴는 왜소해진다는 것은 미묘해. 그는 인간이 초래한 무시무시한 파괴를 경시하려는 게 아니라, 대멸종에 관한 주장은 필연적으로 고생물학과 화석 기록에 관한 주장임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어윈이 다시 말한다.
    “나그네비둘기의 현존량이 19세기에 얼마였는지에 대한 추정치가 있다. 50억 비슷하다. 새들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었겠지.”
    나그네비둘기는 거의 여섯 번째 대멸종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다. 이들의 절멸은 막대한 규모의 생태적 비극일 뿐 아니라, 인간이 지질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묻자. 비고고학적 문맥 안에는 화석 나그네비둘기가 얼마나 많을까?”
    “많지는 않겠지.” 저자 답.
    “두 마리다. 자, 여기에는 우리가 없애버린 새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잔뜩 있다. 하지만 화석 기록을 들여다본다면, 그들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어.” 어윈 말.
  • 어윈은 자신이 언젠가 갔던 어느 강연을 즐겨 떠올려. 연사는 자신이 경력을 쌓는 동안 높은 고도의 우림에서 보아왔던 고질적인 손실을 상세히 기록한 생태학자였다.
    “그는 이 경험을 베네수엘라에 있는 이런 운무림 속에서 식물이 파괴된 사례로 사용했는데, 이 모든 것이 완전히 사실일 수는 있지요. 문제는, 그런 운무림 하나를 화석 기록에서 찾아낼 확률이 제로라는 거죠.”
  • 화석 기록은 믿기지 않을 만큼 불완전하다. 대략적 추산에 의하면 우리는 여태까지 감질나게도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종의 0.01%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화석 기록에 들어 있는 동물 대부분은 완족류나 이매패류처럼 지질학적으로 널리 퍼지기도 했고 뼈대도 튼튼한 종류의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 우리가 애당초 대멸종에 관해 알 수 있게 된 유일한 이유는 이 믿기지 않을 만큼 풍부하고 오래가고 다양한 해양 무척추동물 세계의 기록이 있어서이지 공룡처럼 크고, 카리스마 넘치고, 희귀한 것의 기록이 있어서가 아니다.
  • “그래서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좋아,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널리 퍼졌고, 풍부했고, 뼈대도 튼튼했던 해양 분류군은 지금까지 얼마나 멸종했는데?’ 그리고 그 답은, 제로에 상당히 가깝다는 거다. 우리가 많은 것을 잃은 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잃어온 것과 같은 종류의 분류군을 화석 기록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채로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다.” 어윈의 말이다.
  • 대멸종은 코끼리 같은 큰 대형동물군이나 운무림 같은 틈새 생태계만 솎아내면서 들이닥치지 않는다. 강인하고 어디에나 있는 유기체 - 조개와 식물과 곤충 같은 것 -도 함께 들어낸다. 이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려운 일.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게 미친 듯 돌변해 대멸종 모드로 바뀌면, 아무것도 안전하지 않다. 대멸종은 행성 위의 거의 모든 것을 죽인다.
  • 대멸종이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어윈의 주장은 인류를 굴레에서 풀어주는 것 - 지구가 매질을 견딜 수 있을 듯하니(행성은 분명 더 험한 꼴도 보아왔으니), 지구를 더 약탈하라는 초대장 -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더 미묘하고 어쩌면 훨씬 더 무서운 주장이다. 여기가 생태계의 비선형적 응답, 혹은 티핑포인트가 들어오는 지점이다. 대멸종에 조금씩 다가가는 일은 블랙홀의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에 조금씩 다가가는 일과 약간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일정한 선, 어쩌면 그다지 주목할 만하게 보이지도 않을 한 선을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 저자 질문. “그러니까, 모든 게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구태의연하게 있다가 다음 순간……” 어윈 답. “그렇지. 모든 게 괜찮다가 마침내 괜찮지 않게 되면, 그 순간 모든 게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다.”
  • 달리 표현하자면, 대멸종은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방탕한 등장인물이 설명하는, 파산이 펼쳐지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것. ‘두 가지 방법으로 파산했지. 천천히, 그러고 나서 갑자기 쾅한 거야.’
  • 어윈이 말했다. “우리의 앞날에 있는 희망은 이것뿐이다. 부디 우리가 대멸종 사건에 들어선 게 아니기를.”

☆제8장 가까운 미래 - 100년 안에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에 대하여☆

 

  • 조지 퍼킨스 마시 1863년. “지구는 빠르게 가장 고귀한 거주자에게는 맞지 않는 집이 되어가고 있다. 한 시대만 더 인간의 범죄와 경솔함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비슷한 기간 내내 조금씩 이어진다면, 지구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표면이 박살나고, 기후가 극으로 치닫는 상태가 심해지다 못해 타락과 야만의 조짐이, 그리고 어쩌면 그 종이 멸종할 조짐까지 보이게 될 것이다.”
  • 우리 다수는 세상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는, 중심을 유지할 수 없다는 희미한 불안을 얼마간 공유한다. 여러 기상 이변. 이 모두가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도 안 되는 만큼 올라가 행성이 따뜻해진 뒤에 일어났다. 
  • 만약 인류가 매장된 화석연료를 모두 불태운다면, 행성은 자그마치 섭씨 18도만큼 온난해지고 해수면은 수십 미터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페름기 말 대멸종의 규모보다도 더 큰 규모의 온난화 등급. 오늘날의 해양·기후계의 위협쯤은 예스러워 보일 것. 그 양의 4분의 1만 온난화한다고 해도 인간이 진화했던, 혹은 문명이 세워졌던 행성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행성이 될 것. 행성이 마지막으로 4도가 더 더워졌을 때 북극에건 남극에건 얼음이라곤 없었고 해수면은 오늘날보다 80미터가 더 높았다.
  • 고기후학자 매슈 휴버는 앞으로 몇 세기 사이에 우리는 5000만 년 전 에오세 기후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 바로 알래스카에 야자수가 있었고 악어가 북극권에서 살던 때로. “현대 세계는 PETM 때보다 대량학살 현장에 훨씬 더 가까워질 것. 오늘날은 서식지가 분열되어 있어서 이주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테니. 하지만 우리가 온난화를 10도 아래로 제한한다면, 적어도 광범위한 열사는 없을 것.”
  • 2010년에 휴버는 스티븐 셔우드와 공저로 근래에 기억하기로 가장 불길한 과학 논문 한 편 발표. ‘열 스트레스로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의 한계’
    “도마뱀은 괜찮을 것이고, 새도 괜찮을 것” 그렇게 말하면서, 생명은 인위적 지구온난화로 예상되는 가장 파국적인 기후보다도 더 뜨거운 기후에서 번성해왔다는 주석을 달았다. 이는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생물학적 대멸종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문명의 붕괴가 올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한 가지 이유. 촘촘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정치적 경계선으로 분할되어 있는 전 지구적 사회는 생명이 견뎌온 조건들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 물론 우리는 당연히 문명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고, 휴버의 말에 따르면 대멸종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노쇠하고 부적절한 기반시설 - 아마도 가장 불길하기로 말하자면, 전력망 -에 대한 우리의 간당간당한 의존이 인간 생리의 한계와 결합해 우리 세계를 무너뜨리고도 남을 것. 1977년에 고작 하루 동안 뉴욕에 정전이 왔을 때, 폭동이 도시 전역을 휩쓸었다. 수천 군데 사업장이 파괴되었고 방화범이 저지른 환재가 1000건을 넘었다. 2012년 인도에 우기가 오지 않았을 때에는 6억7000만 명의 사람들 - 다시 말해, 전 지구 인구의 10%-이 전력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이때 배전망은 자기 밭에 물을 대려고 발버둥치는 농부들의 유달리 높은 수요로 마비되었고 높은 기온은 많은 인도인이 에어컨을 찾게 만들었다.
  • “문제는 오늘날 사람들은 전력망이 없으면 뜨거운 한 주조차 감당할 수 없는데, 그게 정기적으로 고장이 난다는 것. 사람들이 뭘 보고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겠나? 평균 여름 기온이 오늘날 5년 만에 한 번 겪는 가장 뜨거운 한 주와 같아질 테고, 가장 뜨거운 기온은 미국에서 이전까지 한 사람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범위에 들게 될 텐데 말이야. 그게 2050년이다.”
  • 2050년에 이르면, 50억 명의 사람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아가게 될 것. “30~50년 전후해 물 전쟁이 시작될 것” 휴버가 말했다.
  •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리 컴프와 마이클 만, ‘무서운 예언’에서 단 한 지역을 예로 가뭄, 해수면 상승, 인구 과잉이 어떻게 합쳐져서 문명의 대갈못을 뽑아버릴지 묘사.
    “서아프리카에서 가뭄이 점점 더 심각해진 결과로 나이지리아에서는 인구 밀도 높은 내륙으로부터 해안의 초대형 도시 라고스로 대규모 이주가 일어날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위협받고 있던 라고스에는 이 어마어마하게 밀어닥치는 사람들을 수용할 능력이 없을 것. 나이저삼각주의 줄어들어가는 석유 매장량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질은 국가의 부패 가능성과 합동으로 여러 요인에 추가되어 심각한 사회 불안을 야기할 것.”
  • 휴버 “만약 인구의 10% 난민촌 피난민이라면,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이 어떻게 될지를 모형화하는 작업은 아무도 안 해. 만일 중국에서 노동하던 한 사람이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야 하는데, 거기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나? 경제 모형과 다르다. 그들은 그냥 거기 앉아서 분통을 터뜨릴 것. 경제적 희망도 없이 쫓겨나면, 사람들은 악에 받쳐서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종류의 세계에서는 대규모 이주가 전체로서의 국가를 포함한 중요한 제도들을 위협하게 돼. 내가 보는 세기 중반까지 상황은 그리로 가고 있다.”
  • 하지만 사회 붕괴에 관한 예보는 대멸종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 휴버에게 더 흥미로운 것은 생명활동의 한계. 습구 온도(기본적으로 주어진 온도에서 열을 얼마나 식힐 수 있느냐를 측정. 예컨대 습도가 높으면 땀이나 바람 같은 게 체온을 식히는 효과가 떨어지는데, 습구 온도가 이를 설명한다.)를 써서 기온 임계값을 계산.
    “그러니까 이 온도 한계가 인간에게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강풍급 바람이 벌거벗은 인간에게 부는데, 그는 물에 흠뻑 젖은 채 햇빛 한 없는 데서 꼼짝도 하지 않아서 사실상 기초대사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조건”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습구 온도의 최고치는 섭씨 26~27도. 섭씨 35도나 그보다 높은 습구 온도는 인류에게 치명적. 이 한계를 넘어가면, 발생하는 열을 무한정 발산할 수 없기 때문에 몸을 식히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몇 시간 만에 과열로 죽는다.
    “현실적인 모형화를 실시하면, 당신은 훨씬 더 일찍 한계에 부딪혀.”
  • 휴버와 셔우드 모형화 결과, 섭씨 7도만 온난화되어도 지구의 많은 부분이 포유류에게 치명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할 것. 이를 지나 온난화가 계속되면, 현재 인간이 거주하는 참으로 막대한 넓이의 행성은 습구 온도 섭씨 35도를 넘어가고, 인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할 것. 안 그러면, 익어서 죽을 것.
  • 2003년에는 뜨거운 두 주가 유럽에서 3만5000명을 죽였다. 500년에 한 번 있는 사건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 일은 3년 뒤 다시 일어나. 2010년에는 한 열파가 러시아에서 1만5000명을 죽였고 2015년에는 많은 이슬람교도가 금식하고 있던 라마단 기간에 파키스탄을 덮친 열파로 카라치에서만 거의 700명이 죽었다.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섭씨 1도도 가열되지 않은 오늘날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것도 앞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 “2050년 또는 2070년 안에 미국 중서부는 가장 세게 얻어맞는 한 곳이 될 것.”
    중국, 브라질, 아프리카도 비슷하게 지옥 같은 예보들을 대면하는 동안, 4년 간 혹독한 가뭄 뒤에 시리아 사회의 붕괴와 집단 이주가 찾아왔다. 해마다 200만 명이 메카를 찾아가는 핫즈Hajj가 수십 년만 있으면 이 지역의 열 스트레스 한계 때문에 이행 불가능한 종교적 의무가 될 거라 예측.
  • 최악의 방출 각본이 실행된다면, 인류는 지금 거주하는 땅의 대부분을 버려야 할 것. 휴버와 셔우드 논문,“섭씨 10도의 온난화가 다음 3세기 사이에 정말로 일어난다면, 아마 열 스트레스로 거주할 수 없게 될 육지의 면적은 해수면 상승으로 악영향을 받게 될 면적을 무색하게 만들 것.”
  • 휴버, “공룡시대, 포유류는 지하에 살면서 밤에 밖으로 나왔다. 열 스트레스가 아주 간단한 설명이다. 흥미롭게도, 새들은 체온 설정점이 더 높다. 우리는 섭씨 37도인데, 새들은 41도에 가깝다. 이게 사실이면 아주 먼 과거에 바로 그곳에서 일어난 진화의 유물이라고 생각. 그 습구 온도의 최고치가 아마도 백악기에는 섭씨 37도가 아니라, 41도 언저리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 지난 1만 년은 과거 100만 년 사이에 기후가 드물게 쾌적했던 시기. 이 일시적인 기후 배치에 오늘의 안녕 - 지극히 드문 행운 - 을 감사해야 한다.
  • ‘그걸 다 태워버리는’ 악몽 조건에서, 휴버의 모형들은 행성의 표면적 절반과 현재 인간이 거주하는 육지 거의 전부를 아우르는 전 지구적 황무지 산출
    “우리가 식물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토대로 말하자면, 결국 어기게 될 그 온도 임계값에서는 식물 대부분이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지점에 이르면 아마 식물 대부분은 이미 사라졌을 테고, 포유류 대부분은 죽었거나 밤에만 나오거나 둘 중 하나. 하지만 당신이 시베리아에 있다면, 사정이 꽤 좋을 것. 캐나다 북부, 남아메리카 남부, 뉴질랜드, 나는 이런 데다 땅을 살 계획.” 그는 덧붙여 “북위나 남위 45도에 있어야 한다.”
  • 다른 행성으로의 귀환일 것. 호모사피엔스 진화보다 한참 먼저 있었던, 밀림과 파충류가 북극을 에워쌌던 시대의 행성. 하지만 실제로 이 원시적 행성을 되살릴 만큼 땅속에 화석연료가 남아 있을까?
    “우리가 하는 말이 바로 그거다. 실제로 분명히 가능한 일이라는 거.” 휴버가 말했다. “그것은 그저 아마도 일어날 수 없을 어떤 것이 아니다. 우리가 쓰고 있던 논문이 ‘이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어도 기꺼이 발표했을 것. 그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면 저는 밤에도 더 잘 잘 테고. 하지만 우리는 수학 계산을 하고 나서 말했다. ‘아아, 실제로 이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겠어.’”
  • 온난화 12도는 고사하고 7도 부근에라도 도달하려면(논문에 따르면 대사로 열을 발산하는 게 불가능하게 될 지대들이 조금 생겨나는 온난화 온도가 7도, 그런 지대가 늘어나 오늘날의 인구 대부분을 에워싸게 될 온난화 온도가 12도다.),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1세기도 넘게 탕진해야 할 것. 하지만 그 일을 피하려면, 에너지 회사들이 호의를 베풀어 자신들에게 수익을 주는 매장량의 80%를 땅속에 내버려두어야 하고, 어마어마하게 큰 무탄소 에너지원을 새로이 만들어내야 할 것.
  • 2015년, 세계 모든 나라 파리에서 만나, 행성이 2100년까지 2도 만큼 온난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계획 협상. 실패. 구속력 없고, 합의 준수도 각자 의지에 달려. 그 합의 자체가 만일 모든 나라가 저마다 방출 서약을 지킨다 해도 행성은 2도를 지나쳐 순항할 것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설사 그들이 2도를 조약을 공들여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하더라도 산호초 대부분과 우림의 중요 부분을 없애고, 유례없는 열파와 수많은 멸종을 가져오고, 전 세계의 해안 도시를 물에 빠뜨리는 수준으로 온난화를 제한하리라는 의미 정도다. 그리고 해양·기후계가 2100년이 되면 활동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므로,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은 지속되고, 실제로 수천 년은 아니더라도 수백 년 동안 증가할 것.
  • 시카고대 지구물리학자 데이비드 아처 “내 예감으로, 섭씨 2도에 다가갈 무렵이 되면 우리는 그게 노릴 만한 목표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던 게 상당히 정신 나간 짓이었다고 여기게 될 것.”
  • 그렇다 해도 2도는 야심차다. 세계인구가 계속해서 수십억의 영혼을 보태는 동안 화석연료 사용이 세기 중반까지 0으로 떨어져야 하는 동시에, 세계가 거의 30테라와트(이는 세계가 현재 소모하는, 대부분이 화석연료에서 오는 양의 두 배가 넘는 어처구니 없는 양)의 새로운 무탄소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할 것이기에. 그래서 컬럼비아의 경제학자 스콧 배럿, 파리협정에 관해 “지금까지 서약된 자발적 기여로 공동의 2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유일한 길은 2030년 무렵에 기적이 일어나서, 어떤 기술적 돌파구가 전 지구적 탄소 방출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것. 심지어 그때도, 2도 목표 안쪽에 머물 확률은 반을 넘지 않아.”
  • 휴버, 기후학자 치고 이 세기의 끝까지 행성을 섭씨 2도만 오르도록 제한할 희망을 가진 사람 거의 없어.
  • 소박한 과녁을 정함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빗맞히더라도 행성이 에오세로 내던져지는 대신에 4도쯤만 따뜻해지도록 할 수 있을지 모른다. 2012년, 세계은행 펴낸 보고서.
    “이 새로운 고온 기후 체제 안에서는 [열대의 남아메리카와 중앙아프리카, 그리고 태평양의 모든 열 섬의 경우] 가장 시원한 달이 20세기의 끝에 가장 뜨거웠던 달보다 상당히 더 뜨거울 것. 지중해, 북아프리카, 중동, 티벳 고원 같은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여름철이 현재 경험해온 가장 극심한 열파들보다 더 더울 것.(...) 열파, 영양실조, 해수 침입에 의한 음용수의 질 저하 따위나 인간의 건강에 대한 스트레스는 보건 체계에 적응이 더는 불가능한 지점까지 과중한 부담을 지울 잠재력이 있다.”
  • 국제 기후 협상에서 사용되는 함수들, 지질학적으로 맞지 않아. 플라이스토세의 기후변동들을 거치는 내내 북아메리카를 뒤덮었던 - 현대의 남극대륙보다도 더 컸던 - 빈상은 2,3도의 온난화에 응답해 줄어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폭발했다.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드는 대신, 이 얼음의 대륙은 때때로 단 몇 세기에 걸쳐 장관을 펼치며 격렬하게 분해되었다. 1만4000년 전에 일어난 한 차례의 급속한 붕괴인 이른바 해빙수펄스1A(Meltwater Pulse 1A) 기간에는 그린란드 세 개만 한 얼음이 바다에 빠지며 형성한 얼음 함대들이 해수면을 18미터나 치솟게 만들었다. 가장 근래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보고서가 촉구하는 해수면 상승의 규모는 2100년까지 0.5미터다.
    “지질학적 과거의 해수면은 IPCC가 2100년이라는 해를 바라보며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구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카고대 데이비드 아처. “과거 해수면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변할 때마다 10~20미터씩 달라졌다. IPCC의 BAU가 예보하는 섭씨 3도는 20~50미터의 해수면 상승으로 번역될 것.
  • 2100년 너머의 수만 년 동안에도 지구는 여전히 훨씬 더 따뜻할 테고 근래 수백만 년 동안 보여온 모습과는 완전히 다를 것. 영구 동토의 해동과 심해에서 빠져나오는 메탄도 결국은 인간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만큼의 탄소를 대기에 추가함으로써, 기온을 더더욱 - 최악의 각본에서는 어쩌면 파충류가 북극권에서 일광욕을 하던 에오세 만큼 높이- 급등시킬 것.
  • 그러니 해수면이 계속 올라갈 것은 뻔하다. 3도 더 따뜻한 여름철 기온이 반복되면 결국 그린란드는 전부 녹아버릴 것. 그리고 빙상 모형 연구자들과 과거 간빙기들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듯 서남극빙상West Antarctic Ice Shelf의 붕괴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라면 두어 세기 안에 플로리다의 많은 지역은 물에 잠길 것. 방글라데시, 나일강 삼각주, 뉴올리언스도 그럴 것. 우리의 기후 실험이 제멋대로 가면, 그 이후 몇 세기 사이에 뉴욕시, 보스턴, 암스테르담, 베네치아를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인류의 임시대피소도 많은 부분 잠길 것. 그 자리에서 수만 년, 심지어 수십만 년 동안 물속에 누워 휴식을 취할 것. 문명은 지금까지 예순 세기를 헤아려왔지만, 우리가 그걸 다 태워버린다면 그다음 몇 안 되는 세기에 해수면이 60미터 넘게 올라간대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명 이전에도 수천 년 만에, 해양은 대륙붕의 가장자리에 있다가 120미터를 올라왔다. 항구도시 보스턴은 120미터 상승 전, 육지로 둘러싸여 해양에서 320킬로미터도 더 떨어져 있었을 것. 
  • 그래서 이 모든 잠재적 변화와 대멸종과의 관계는? 시카고대 데이비드 야블론스키. 생명의 역사 전체를 통찰하려는 학자.
  • ※콜리어 형제: 1947년에 170톤에 달하는 쓰레기로 채워진 자택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형제.
  • 나사로 분류군, 단계통군….
  • 레퓨지아 refugia : 특이한 보호구역. 희귀한 장소. 국지적 환경의 우연한 유별남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파괴로부터 유기체를 보호해준다. 진정한 노아의 방주.
  • 야블론스키. “그건(레퓨지아) 암흑물질과 비슷. 그게 거기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걸 볼 수 없기 때문.”
  • “레퓨지아는 많지 않을 것. 인간의 발자국은 진정 구석구석 침투. 오지의 호수에도 금속이 가라앉고 해양은 플라스틱 천지. 차라리 가장 성공할 집단은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집단일 것. 하지만 사회가 붕괴한다면, 개들은 그냥 되돌아가서 늑대가 될 것. 개속은 끝내 아무렇지도 않을 것. 하지만 해양 산성화와 같은 것은 정말 문제. 많은 단계통군은 온난화에 돌아다니는 것으로 대처. 그러나 당신이 호텔을 지어놓고, 하수를 방출하고, 생물초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있다면, 더는 돌아다닐 수가 없다. 두말할 나위 없이, 만약에 그것도 모자라 해양까지 산성화한다면, 당신은 한 번 더 잠재적 레퓨지아를 없애는 것. 진정한 문제는 우리가 퍼펙트 스톰(개별적으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한꺼번에 일어나 재앙을 낳는 사건들의 조합)이라는 사실. 우리는 온난화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오염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과잉 이용만 한 것도 아니라, 그것을 동시에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 그래서 온난화는 과거에도 있어왔기 때문에 지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정말로 부정확. 온난화는 퍼펙트 스톰의 일부이기 때문. 나는 모든 대멸종이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고 생각. 그것-많은 것이 잘못되는 것-이 5대 대멸종 모두의 작동 방식으로 드러나리라고 생각. 단일요인 설명에서 벗어나야 해. 나는 생명의 역사에서 일어난 많은 중대 사건이 퍼펙트 스톰을 연루시키지 않을까 생각. 그리고 우리는 그 많은 퍼펙트 스톰의 하나다.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빠르게 하고 있으니까” -야블론스키.
  • 문명의 경로에 따라 초토화의 흔적을 남길지언정 인간은 결국 알고 보면 극도로 멸종에 잘 버틸 것이라고 야블론스키 생각. 두 가지 이유 때문. 인간은 아주 넓게 퍼져 있고, 온갖 끔찍한 것을 견디는 일에 관한 한 문화(정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 “그럴 법한 결과는 인간 대부분이 삶의 질이 형편없어지는 것이지, 종 자체가 위험에 처하는 게 아니다. 우리를 제거하려면 정말로 정확하게 조준해서 주의를 집중해야 할 것.”
  • 야블론스키는 우리가 아직 세상에 대규모 대멸종을 일으키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어윈의 의견에 동의.
    “맞다. 우리가 거기에 있지 않은 건 확실. 통계적으로 말해 지금 당장은, 멸종의 선택성이 주로 배경멸종background extinction과 흡사. 멸종 여부가 개별 종의 지리적 범위 같은 것에 달려 있고, 또 영양 수준과 몸 크기를 비롯해 5대 대멸종 동안에는 특별히 중요한 선택 요인이 아닌 것들에 달려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직 배경 지대에 있다. 그건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퍼펙트 스톰을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고, 그건 우리가 앞으로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 ※트랜스휴머니스트: 과학기술로 인간의 조건을 바꾸려는 사람.
  • 안데르스 산드베리.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트랜스휴머니스트.
  • ※바보스러움 발견법silliness heuristic: 고려할 가치를 재빨리 판단하는 방법으로 ‘바보스러운’것은 무조건 무시하는 전략.
  • 기술적 변화가 멸종을 이산화탄소의 형태로가 아니라 실리콘의 형태로 우리의 문 앞에 데려올 수 있다. “초점을 완전히 기후 같은 것에만 두고 초지능을 무시하면, 그래요, 클립쟁이가 먼저 우리에게 덤비게 될 지도 모른다.” 산드베리.
  • 클립쟁이?
  • “클립쟁이로 표현한 내 발상은, 이 인공지능이 생긴 당신은 녀석에게 클립 만들기라는 목표를 준다. 그래서 녀석은 클립의 수를 최대화하는 조치를 취하려 노력하고, 자신을 더 영리하게 만드는 법도 알아낸다. 그래서 녀석은 스스로를 정말로 영리하게 만든 뒤, 절대 실패하지 않고 지구를 클립으로 바꾸는 계획을 짜서 그 계획을 실행. → 맹목적으로 클립을 절대적으로……흠….
  • 당연히, 산드베리의 사고 실험은 실제로 우리를 능가할 수 있고 자체의 목표가 인간의 번영과 들어맞지 않을 수 있는 모든 초지능 체계에 관한 것. 
  • 인간의 계획이 이다음 수 세기 사이에 실패하면, 그 실패는 수십억의 삶이 기쁨과 슬픔을 누릴 가능성을 빼앗을 것. 
  • 1만2000년 길이에서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우리의 따뜻한 간빙기. 이미 과거 플라이스토세의 간빙기들 다수보다 더 오래 지속. 당시 간빙기 대략 1만 년의 막간 뒤에 다시 빙하시대로 돌진. 오늘날 북반구의 여름 햇빛은 흐려져가면서, 과거에 여러 차례 빙하의 시대를 촉발해 10만 년이 넘도록 지속시키고도 남았던 수준에 근접 중. 이 흐려지는 햇빛이 다음 몇 세기 사이에, 근래의 지질학적 역사에서 빙하를 불러들여 북아메리카를 가로질러 행진하게 함으로써 해수면을 수십 미터 떨어뜨렸던 어느 문턱에 도달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가 한숨 돌리는 짬이 이미 과거의 간빙기들보다 더 오래 지속되어온 것은 농경이 동튼 이후로 인간이 탄소 순환에 끼어든 결과물일지도. 하지만 이는 우리 궤도의 현재 모양과 더 관계가 깊을지도 몰라. 궤도는 수십만 년에 걸쳐 원에 가까운 모양과 타원에 가까운 모양을 오갔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의 궤도는 40만 년 전의 궤도와 비슷한데, 당시에 원에 더 가까웠던 궤도는 따뜻한 간빙기를 5만 년 동안 지속시킬 수 있었다. 만일 행성이 다음 수천 년 동안 빙하작용을 위한 문턱을 스치기만 하고 그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면, 다시 5만 년은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비틀거리며 동결 상태로 돌아갈지도 몰라. 하지만 여기서 가정하는 행성은 인간의 영향 없이 작동하며, 그 행성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그래왔듯 얼 수도 있고 녹을 수도 있다.
    그러는 대신에, 빙하시대는 다음 수천 년 사이에는 돌아오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하고, 이는 틀림없이 좋은 일.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대안, 수천만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극한 온실로 뛰어드는 방안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은 아냐.
    만약 인간이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각본 아래 예상되듯 2만 기가톤의 탄소를 태운다면, 5만 년이라는 빙하시대 개시 기한마저 열 속으로 녹아들 것. 일부 이산화탄소는 해양에 의해 1000년 단위의 시간에 걸쳐 제거될 것.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죽은 바다 생물이 해양저에 쌓여 있다가 산성화하는 해양에서 제산제 알약처럼 녹음으로써, 바다가 더욱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도록 해주기 때문. 하지만 상당량은 여전히 대기중에 남아 있을 것. 이는 이산화탄소 중에서 암석 풍화로 제거되어야 할 부분. 이 작용은 최소한 10만 년 단위의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만약 5만 년 만에 빙하시대가 개시되기에는 날씨가 여전히 지나치게 뜨겁다면, 냉장고로 다시 들어갔다 나올 다음 기회는 지금으로부터 13만 년 뒤에나 있을 것. 하지만 만약에 인간이 화석연료를 다 태워버린다면, 행성은 빙하시대로 진입하는 이 옆 차선마저 놓칠 것. 플라이스토세의 얼음 궤도가 다시 열릴 만큼 자연적 과정들이 탄소를 끌어내릴 때까지 세상은 40만 년을 기다려야 한대도 무리가 아냐. 만약에 우리가 어떻게든 그렇게까지 오래도록 얼쩡거릴 수 있다면, 아마 우리가 우리의 탄소 배출량을 냉정하게 관리하고, 필요할 때 빙하의 전진을 좌절시키되 오늘날 시동이 걸린 것과 같은 전 지구적 참사를 일으키지는 않을 만큼 탄소 배출량을 늘림으로써 이 급속냉동을 미룰 수 있을 것. 아니면 아마도 우리의 화석연료 사용은 너무도 방탕해질 것이고, 우리의 예지력은 너무도 형편없어질 것이어서, 우리는 압도적인 온난화와 상승하는 바다를 둘 다 자초한 다음에 터무니없이 단번에 빙하시대로 휙 돌아갈 만큼 빠르게 그것을 남김없이 다 태워버릴 것.
  • “인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음 빙하시대의 시작을 근본적으로 멈추거나 거의 50만 년  동안 미룰 수 있다는 발상을 나는 믿을 수 없다.” 기후와 해양 모형을 설계하는 앤디 리지웰의 말.
  • 과학의 많은 부분은, 그리고 특히 지질학과 천문학은 큰 그림에서 인간의 하찮음을 납득시키지만, 지금 우리는 진짜 지질학적 시간 덩어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 우리가 하나의 문명으로서 다음 수십 년 사이에 내리는 결정은 우리 종이 과거에 존재해온 기간보다 두 배 더 먼 미래까지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지도 몰라. 그래도 인간이 무슨 짓을 하건 암석은 풍화되어 흘러갈 테고, 바닷물은 빠질 테고, 결국 세상은 덜덜 떨게 되리라. 설사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에오세 수준까지 늘리고, 악어와 청새치를 북극까지 밀어내고, 해수면을 60미터도 더 치솟게 만들더라도, 그 모두는 십중팔구 격렬하게 무너져 내려 빙하시대로 들어가게 되리라. 이 빙하시대가 앞으로 13만 년 뒤에 돌아오든 40만 년 뒤에 돌아오든,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스, 뉴욕, 나일강 삼각주의 폐허는 다시 노출될 것. 보존은 다른 문제지만.
  • 피터 워드의 책 ‘지구의 삶과 죽음’에도 짧은 온실기 뒤에 오는 이 얼음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 나온다.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잊힌 위성에 올라 앉아 지구를 내려다본다고 치자. 위성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모습은 눈부시다. 온통 흰색으로 덮여 있고 흰 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썼다.
    “빙하가 확장되고 있다. 문명이 최고로 번성했을 때 잠시 상승했던 해수면은 내려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안 평야가 새로이 드러나고 섬들이 서로 연결되거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육교가 생겨나기도 했다. 항구는 목장으로 바뀌었다. 영국해협과 베링해협은 육상의 연결통로가 되었다. 지구의 지도가 온통 바뀐 것.
    밤이 되었다. 북극부터 남반구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은하수처럼 수놓던 도시의 불빛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북극에는 아무도 살지 않게 되었고 남반구의 바다는 대부분 얼어붙었다. 불빛이라고는 적도와 중위도 사이의 좁은 띠에 모여 있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대부분 모닥불이다.”
  • 해양이 복구되는 데에도 비슷하게 웅장한 기간이 필요할 것. “우리가 마침내 어떤 교란을 꾀하건, 해양의 탄산염 화학이 인위적으로 발생한 조건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10만 년은 걸릴 겁니다.” 캘리포니아대 샌타크루즈캠퍼스의 고해양학자 제임스 자코스. “이걸 예측한 건 25년 전인데, 우리가 PETM을 가지고 그 이론을 입증했다. 해양화학을 복구하려면 10만 년이 걸린다.”
  • 하지만 생물권에 미친 효과는 훨씬 더 오래도록 살아 있을 것. 생명활동은 해양화학이 자신을 수습하고도 한참 뒤에야 회복된다. 만약 우리가 마치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을 거슬러 가듯 플라이스토세의 빙실에서 출발해 잠깐 에오세 온실로 들어갔다가 다시 얼음 속으로 들어간다면, 생물권은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여기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정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지점일지도 몰라. 인간이 이미 그것을 먼저 치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 “나는 우리가 이러한 대멸종에서 배우는 핵심이 그거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회복되는 게 생명활동이라는 것.” 조너선 페인. “탄소를 그 체계에서 빼내는 데 수십만 년이 걸린다. 생태계를 다시 짓는 데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이 걸리고. 그게 실은 지금으로부터 1억 년 뒤에 되돌아올 고생물학자를 위해 지질학적 기록에 가장 긴 흔적을 남길 내용이다. 인류의 궁극적 유산은 우리가 일으키는 멸종이 될 거다.”
  • 다음 간빙기의 열대에서는, 그러니까 앞으로 50만 년쯤만 있으면, 바다가 다시 한 번 탄산칼슘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산호초가 한때 총천연색 구름 같은 물고기를 접대하던 곳에서는 세균이 지은 스트로마톨라이트 무더기만 휑뎅그렁하게 번성. 육지에는 그놈이 그놈인 설치류, 들개, 작은 새와 잡초가 세상의 주인. 하지만 지구를 태양 주위로 50만 번만 더 돌리면 새 세계의 첫 윤곽이 모양을 잡기 시작한다. 이것이 다음 대방산 great radiation(진화생물학에서 방산이란 하나의 공통 조상이 적응을 통해 매우 다양한 종들로 진화해 널리 퍼지는 과정을 말한다.)의 시작이다. 이것이 회생이다.
  • “사람들이 늘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 공룡이 망한 뒤에 최고 포식자는 날지 못하는 거대 새인 공포새,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또 한 갈래의 공룡이었다는 것.” 야블론스키가 말했다. “그런데도 백악기 말 이후 1000만~1500만 년 안에 포유류는 박쥐도 얻고 고래도 얻으면서 육지에 진정한 방목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었고, 그 생태계는 정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 모든 게 겨우 1000만~1500만 년 뒤에 일어났다니. 굉장하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잘 들어라. 인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1000만 년은 상상도 할 수 없이 긴 시간이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오, 길게 보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건 정말로 긴 흥행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 인간에게 의미 있는 것은 장기 흥행이 아니다.”

☆제9장 마지막 멸종 - 8억 년 후의 세계☆

 

  • 이제 우리 자신을 아득히 먼 미래로 던져 넣어보자. 이 행성에서는 인간도, 우리의 기계도, 우리의 문명도 아무 관계가 없다. 대륙들이 배치를 바꿈에 따라 해양은 통째로 삼켜졌다가 새로 만들어졌고, 별자리도 뒤죽박죽 섞였다가 하늘을 가로질러 황급히 흩어졌다.
  • 지금부터 수억 년이 지나면, 세계지도는 그 세계의 산골짜기에 살고 그 세계의 생물초를 돌아다니는 생물체들만큼이나 알아볼 수 없을 것. 오늘날 대륙들은 앞으로 2억 5000만 년 뒤에 다시 만난다.
  • 비록 매우, 매우 짧은 기간에 - 다음 몇 세기에 걸쳐 - 이산화탄소는 인간의 활동으로 위험하게 치솟겠지만, 지질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행성에는 이 재료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행성의 온도조절장치를 설정하는 바로 그 풍화 과정이 늘어나고 있다. 태양이 - 성간가스에서 태어나 주계열성으로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뒤 중심부의 수소를 모두 태우면 거성으로 진화하는 별의 한살이에서 - 주계열성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점점 더 밝아지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풍화 활동과 땅에서 이산화탄소가스를 내보내는 활동 사이에서 균형에 도달.” 시카고대 지구화학자 데이비드 아처.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을 똑같이 유지하면서 태양을 더 밝게 만들면, 물 순환이 빨라져. 그러니까 더 많은 물이 암석 위로 쏟아질 테고, 그래서 더 많은 암석을 녹일 테고, 그래서 더 많은 탄소를 싣고 내려가 땅속에 탄산칼슘의 형태로 집어넣을 터.”
  • 지구의 평생에 걸쳐 태양이 밝아져왔기 때문에, 이 배경 풍화 활동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왔고 이산화탄소는 숨 막히는 선캄브리아기의 최고 수준에서부터 빙하시대의 최저 수준일 수도 있는 오늘날의 수준까지 꾸준히 떨어져온 뒤로 지금도 떨어지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생성해 순식간에 쏟아낸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꺼내져 석회암으로 해양저에 묻힌 지 수백만 년 뒤, 대기 이산화탄소 수준은 계속 떨어질 것. 그래도 태양은 더 밝아지기만 하므로, 결국 우리의 빙하시대는 종료될 것. 이는 뜨거우면서도 이산화탄소는 별로 없는 낯선 세계로 이어질 것이다. 결과, 어디에도 식물은 많지 않을 테고, 그러니 동물도 마찬가지. 이미, 공룡의 시대 이후로 이산화탄소가 떨어지는 동안, 식물은 새로운 광합성 경로를 진화시켜 이 새로운 저이산화탄소 체제에 적응해왔다. 이것이 이른바 C4식물, 풀과 관목과 선인장 같은 식물.(일반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탄소 수 세 개의 유기산으로 만드는 C3 식물이며, 탄소 수 네 개의 유기산을 만드는 C4 식물보다 가뭄이나 고온에 취약.) 다음 수억 년에 걸쳐서는 이런 식물이 이 뜨겁고 축축하고 전반적으로 불쾌한 세계를 서서히 차지, 그동안 탄소가 부족한 대기에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많은 나무와 숲은 사라질 것.
  • 행성은 관목만 늘어나는 검누런 불모지가 되어가다 지금으로부터 약 8억 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가 10피피엠 아래로 떨어질 것. 그러면 광합성을 불가능해지고 따라서 식물도 살 수 없게 될 것. 당연히 동물도 사라진다. 이런 불모의 대륙 위, 강들은 육지식물에 붙잡혀 물길을 따라 구불거리게 되기 아주 오래전에 그랬듯이(그리고 대죽음과 같은 재앙 뒤에 감시 그랬듯이) 한 번 더 넓고 성긴 그물 모양의 급류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갈 것.
  • 설사 탄소 순환이 흐지부지되지는 않았더라도, 거의 같은 시기에 날씨는 참을 수 없이 뜨거워질 것. 기온이 극지에서조차 섭씨 40도를 능가하고 하이퍼케인이 거의 불모지인 대륙을 후려침에 따라, 남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무자비하게 뜨거운 날들이 몇 달이고 이어지는 동안 북극과 남극에서 굴을 파고 겨울잠을 잘 것.(열대는 오래전에 이미 지옥 같은 풍경으로 전락했을 것.) 이제 회복기는 없다. 태양이 갈수록 더 밝아지면서 날씨는 쉬지 않고 사정없이 더 뜨거워질 테니. 식물은 계속 사라질 테고, 이산화탄소도 산소도 끊임없이 빠져나갈 것. 단백질 사슬도 풀리고 미토콘드리아도 망가질 테지만, 바람은 여전히 더 뜨거워질 것. 이것이 행성 지구 위에서 벌어질 마지막 대멸종이다. 모일 모시에, 마지막 남은 동물이 영영 죽을 것.
  • 고등생물이 가버린 한참 뒤, 그에 대한 기억은 화석 속에만 보존되어 버려진 절벽에서 침식되어가는데, 기온이 섭씨 70도를 웃돌게 되면, 단세포 진핵생물마저 죽을 것. 
  • 작고한 지구화학자 지크프리트 프랑크는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에 있을 때 ‘미래 생물권 멸종의 원인과 시기’라는 논문에서 이 모두가 지금으로부터 약 13억 년 뒤에 일어나리라고 추산. 
  • 진핵 미생물의 우주마저 사라진 뒤에는 세균이 그 시작과 마찬가지로 수억 년 더 행성을 물려받게 될 것.
  • 16억 년만 있으면, 세균마저 소멸할 것. 이 마지막 대멸종의 반대편에는 ‘영원’이 있다. 이 지구상 생명체의 이야기에는 시적인 대칭성이 있다. 여기서 다세포 생명체, 진핵생물, 원핵생물은 처음 무대에 등장한 순서와 반대 순서로 퇴장.
  • 그렇다 해도, 이 음울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지질학적 역사에서 우리는 아주 운이 좋아. 이 행성 위의 우리 앞에는 아직도 수억 년이 펼쳐져 있고, 우리가 다섯 차례의 대규모 대멸종을 모두 견뎌냈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적인 상황일지도 몰라. 우리의 이런 행운을 탕진하는 것은 그저 한 문명의 파산이 아니라 아마도 우주적으로 중요한 파산일 것.
  • 대멸종의 역사가 이 행운을 강조한다. 만약에 이 사건들 모두가 조금만 더 심각했어도 우리는 여기에 없다.
  • “행성들이 풍선처럼 터지는, 행성들이 매우 높은 확률로 파괴되고 있는 우주를 상상해볼 수 있다.” 옥스퍼드대 안데르스 산드베리.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우주여서 마구잡이로 아주 운 좋게 선택된 소수의 행성은 수백만 년, 수십억 년 동안 터지지 않을 것. 그 행성은 독특해지고, 몹시 기이해질 것. 하지만 우주가 넓어서, 그런 행운은 거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행성들 가운데 몇몇 위에서는 관찰자들이 진화할 테고 그들은 생각하겠지. ‘오, 우리 행성이 수십억 년 동안 활동해왔다니, 이곳은 안전한 우주로군!’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선택해온 것은 바로, 그들의 존재가 의존하는 그들의 행성이 극도로 운이 좋다는 사실이기 때문.”
  • “헤일 밥 Hale-Bopp이 우리를 때렸다면, 이 행성 표면에는 어떤 생명체도 없을 것.” 피터 워드. 언급한 혜성은 1997년에 지구인들에게 밤하늘에서 유쾌한 쇼를 제공했지만, 크기가 칙술루브 충돌물의 네 배였다. 궤도가 조금만 달랐어도 행성은 씨가 말랐을 것. “우리는 희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운도 좋다.”
  • 어쩌면 해일 밥 같은 혜성이 지구 같은 행성에 충돌하는 일은 줄곧 일어날 것. 그런 혜성이 우리를 - 게다가 이상하게도 결코 - 강타하지 않는 이유는, 정작 얻어맞은 모든 행성 위에는 그 후로 빈둥거리면서 그에 관해 궁금해하는 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 이것이 “관찰자 선택 효과 observer selection effect”인데, 실제로 여러 곳에 응용. 예컨대 해일 밥 크기의 암석이 가까운 미래에 지구를 때릴 가능성을 추정하려 한다면, 얼핏 논리적인 첫 단계는 지질학적 기록을 보고 지구의 과거에 그만한 규모의 충돌구가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 이는 가망이 없다. 지구를 살해하는 충돌구가 가까운 과거에 존재하는 모든 행성에는 뒤이어 그것에 주목할 관찰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들은 “인류의 그림자 anthropic shadow” 안에 존재한다. 우리의 존재 자체에 의해 삭제된다는 말이다. 설사 지구 살해급 소행성이 흔해빠져서 우리 행성 같은 행성들을 줄기차게 때린다고 해도, 그 확률을 질문할 유일한 관찰자는 반드시 우주 돌멩이를 피하는 행운이 예외적으로 연속되는 드문 행성에 살 것. 
  • 그리고 광대하고 끝도 없는 우주 안에는 그런 행성이 얼마든지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앞으로 살아남을 확률도 행성이 앞으로 거주 가능할 확률도 추정치는 애당초 그걸 물어볼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에 의해 편향된다. 
  • 우리가 다섯 번의 대규모 대멸종 모두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지구의 회복력에 관해서보다는 우리의 존재 자체와 이 행성의 천문학적 행운이 얼마나 편파적인지에 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 
  • 드러나듯이, 우주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과거를 기반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보다 엄청나게 더 위험할 수도 있을 것. 어쩌면 우리의 과거가 극도로 운이 좋은 경우일 수 있기 때문.
  • 그 결과 인류를 확실히 소멸시킬 사건들의 경우 역사를 근거로 한 확률 추정치는 결코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뻔한 결론 같겠지만, 널리 인식되지는 않는다. 소행성/혜성 충돌, 초화산 사건, 초신성/감마선 폭발 같은 참사와 연관되는 위험은 그것이 관찰되는 빈도를 근거로 한다. 그 결과, 관찰자를 파괴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관찰자의 존재와 양립할 수 없는 참사의 빈도는 체계적으로 과소평가된다.
  • 우리의 행성에서 거주 가능한 시간이 약 8억 년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 태양의 수명은 그 후로 겨우 수십억 년이지만, 우리의 은하계 안에서 마지막 별이 꺼지기 전까지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기간은 아직도 100조 년이 남아 있다. 만약 인류가 태양계와 그것의 임박한 사망에서 탈출한다면, 우리는 은하계를 가로질러 뻗어나가서 이 미지의 이언으로 들어가리라는 게 아기레(캘리포니아대 샌타크루즈캠퍼스 우주론자 앤서니 아기레)의 생각. 
  • 이 ‘스타트렉’스러운 미래에 참여할 기회는 겨우 다음 수십 년 사이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아기레가 연구하는 규모와 시간 간격은 우리 종의 천문학적 하찮음을 더 확실히 하지만, 그래도 그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앞으로 행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실존적으로 심지어 우주론적으로도 중대한 문제.
    “나는 지금 우리가 본질적으로 - 다음 100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 둘 중 하나가 되리라 여겨지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 문명과 함께 어쩌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자멸하든가, 그러지 않는다면 내 생각에는 우리가 어떻게든 근처 행성들로, 다음에는 멀리 떨어진 행성들로 도달하는 식으로 은하계 구석구석까지 퍼지게 될 공산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두 미래를 비교하면, 한 미래에서는 누군가가 의식하는 흥미로운 일이 기본적으로 하나도 일어나지 않고 한 미래에는 누군가가 의식하는 흥미로운 경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점점 더 많이 공급된다. 이건 큰 거래다. 만약 우리가 은하계 도처에 깔린 많은 종 가운데 한 종일 뿐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렇게 될 것. ‘뭐, 우리가 자살한대도, 그건 우리가 자초한 거야. 받아 마땅한 걸 받은 거지.’ 하지만 우리가 뭐랄까 은하계 안에 유일한 하나 - 또는 극소수 가운데 하나 - 라면 우리는 엄청난 미래를 소멸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모두는 순전히 지금 우리가 어리석게 굴고 있기 때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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