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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다소 옛 문체라 읽어내기가 그렇게 매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일제시대 1937년 조선일보에서 연재한 소설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하지만 옛날 극장에서 변사가 말하는 것을 듯는 느낌으로 읽으신다면 나름의 재미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필자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소설은 해왕좌, 라는 연극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연극단 단장이 살해당하면서 사건이 전개되지요. 재미 있는 것은 이런 살인상황을 유불란이라는 추리소설가가 극화하면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잡아나간다는 독특한 설정이란 점입니다.
유불란이 범인으로 지목하는 남자에게 극에 출현할 것을 제안합니다. 남자는 고민 끝에 수락의 편지를 보냅니다. 연극이 몇 회 상연되면서 경성은 이 사건과 극에 관심이 극도로 높아지게 되지요. 그리고 끝내 남자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고 경찰에 연행되면서 마지막 공연이 끝이 납니다.
이렇게 끝나면 시시합니다. 몇 가지 별 개연성이 없어보이는 사건들이 뒤이어서 일어나고 추리소설 특유의 꼬기가 몇 번 더해집니다. 약간은 머리가 아플 수 있고, 이것을 어떻게 이렇게 해석하는가? 너무 단순한 추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몇 번 들 때쯤 소설은 가파르게 결론으로 치달아가버립니다.
큰 기대를 하고 보실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추리소설가 1호라고 할 수 있는 김내성 선생의 작품임을 감안하고 보아야 할 테지요. 따지고 보면 허술한 헐리우드 영화들보다는 또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시대 경성, 초겨울의 스산함.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 다소 어둡지만, 신파극처럼 옛 문체 특유의 깜빡이 없이 들어오는, 툭툭 던지듯이 개입하는 작자의 말들이 구수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추리소설의 출발, 원형을 보고싶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지은이 김내성
1909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을 졸업했습니다. 1935년 일본 추리문학 잡지 [프로필]에 '타원형 거울'과 '탐정소설가의 살인'이, 대중잡지 [모던일본]에 '연문기담'이 당선되어 일본문단의 주목을 끕니다. 귀국 후 '탐정소설가의 살인'을 개작한 본 작품, '가상범인'을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로 등장하게 됩니다. 1957년 2월 뇌일혈로 작고했습니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는 생략합니다. 양해바랍니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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