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북로구라는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일 기피했던 것이 장편소설입니다. 한 편, 한 편 써서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블로그 운영의 거의 전부라고 한다면 제 블로그의 특성상 장편소설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입니다. 많은 내용이 있으니 한 작품으로 여러 개의 포스팅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너무 늘어지게 되는 단점이 있지요. 게다가 장편소설은 분석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에 이르고야 말았네요. 다가올 4.3항쟁 추념일에 맞춰 여순항쟁(여순반란)과 한국전쟁 기간-통칭 해방기 공간-을 다룬 작품을 블로깅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독이야 오래 전에 했지만 기억이 희미할 만큼이나 지난 세월입니다. 다시금 꼼꼼히 읽으며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게 써내려갈 수 있습니다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맥락만이 아닙니다. 맥락을 이해하되, 어떤 이념, 어떤 격변기의 사변이든, 그 속에 민중의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피와 살, 생명을 가진 그들은 단순히 희생자 통계 속의 숫자가 아닙니다. 그 숫자들에 이름과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어쩌면 작가 조정래의 가장 큰 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민중은 거대한 물결 속에 휩쓸리는 너겁이기도 하면서 쌓이고 모이면 또 그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힘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근현대사를 살다간 우리의 할아버지, 큰아버지 세대는 어떤 꿈을 꾸었고 또 그 물줄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의 서사는 비극적입니다. 그 비극의 시작은 일제강점과 미군정에서 배태된 분단이라는 사생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벌교와 여순항쟁, 또는 여순반란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태백산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입니다. 근현대사, 한국전쟁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면 그냥 넘겨도 좋을 이야기들입니다.
★벌교
벌교는 순천에 인접한 포구입니다. 1922년 이후 경전선 철도가 지나면서 벌교역을 중심으로 번성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전남 동부지방의 물산을 일본으로 실어나르는 창구가 되어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1937년 읍으로 승격합니다. 특산물로 너른 갯벌에서 나는 꼬막이 유명합니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고장입니다.
★제주 4.3항쟁
제주 4.3항쟁은 해방이후 1948년 남한의 단독선거를 반대해 제주에서 일단의 무장대오가 일으킨 폭동에서 비롯됩니다. 주 계열은 김달삼을 비롯한 좌익계열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기실, 이 운동은 분단고착을 반대하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겪었어 최종적으로 종결된 시점은 한국전쟁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했으며 그 악명 높은 서북청년단이 이 사건에서 맹활약합니다.
인명피해는25,000명에서 30,000명 가량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나 다른 참고서적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여순반란
1948년 여수, 순천 지역 국군 제14연대에서 일어난 무장폭동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해방직후 군대로 도피한 좌익계열들이 주도한 사건으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제주에서 4.3항쟁이 터지자 국군은 14연대의 1개 대대를 제주에 파견하기로 합니다. 이에 좌익계열의 주도로 군내부에서 폭동이 터집니다.
이현상(지리산 빨치산의 총대장격.) 평전에 의하면 이현상은 스스로 이 사건을 반란, 폭동으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여순항쟁이란 표현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너무 우발적이고 비조직적인 폭동이라, 이현상 씨는 그 폭동을 책임은 지되, 항쟁이라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하튼 하사관과 사병이 위주가 되어 장교들을 처형하고 그들은 시가지로 나아갑니다. 이 때 희생된 장교들 중에는 신분을 감춘 남로당의 좌익계열 간부들도 다수 있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죠.
그들은 무장한 군대로써 여수, 순천지역의 경찰서를 습격해 장악하고 치안을 완전히 장악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발적인 폭동에 목표가 명확할 리가 없고 다른 지역에서 동조 폭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장악한 일대에서 친일지주, 경찰, 부역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숙청을 단행합니다.
약 일주일 정도 장악했던 군인들은 광범위한 토벌작전에 의해 완전히 진압됩니다. 그 과정에서 또 좌익부역자 처형이 이루어지면서 여수, 순천 일대에서 희생당한 군, 민간인 수가 1만여 명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 빠져나간 일부가 저 유명한 지리산 빨치산이 됩니다. 이들을 뒤늦게 합류한 이현상이 지도하게 되는 것이죠.
소설 태백산맥은 이즈음에서 시작합니다.
태백산맥 1부 한의 모닥불(1권)↓
태백산맥 1부 한의 모닥불(1권)
1. 일출 없는 새벽 정하섭은 새벽 야음을 타고 벌교로 잠입합니다. 외딴 폐허가 된 현부자네 제각에 딸린 무당 월녀의 집에 찾아가 소화를 만납니다. 정하섭과 소화는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깊었
booklogoo.tistory.com
'문학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맥 1부 한의 모닥불(2권) (0) | 2021.03.24 |
---|---|
태백산맥 1부 한의 모닥불(1권) (0) | 2021.03.23 |
가상범인 - 김내성 (0) | 2021.03.04 |
삼포 가는 길-황석영 (0) | 2020.04.15 |
칼의 노래-김훈 (0) | 2020.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