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 / 2024. 1. 17. 22:23

어린 왕자에 나타난 상징들 의미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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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에서 나타난 등장인물이나 배경의 상징성을 톺아보는 것은 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역시 정답은 없다. 보는 사람마다, 문화권, 인종, 성별, 자란 곳, 가족구성, 직업……. 우리는 모두 제 각각의 경험으로 살아가기에 그 해석 또한 다를 것이고 같은 상징을 보아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이런 상징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것이지, 이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어린 왕자

 

소행성 B612

이 소행성은 짧은 유년 시절이나 순수한 자아를 상징한다고 보았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자아. 부서지기도 쉽고 돌아가기도 어려운 곳. 또 점점 작아지고 외로워지는, 지키기 힘든 자아, 동심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보아도 될 듯 싶었다. 그리고 끝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일종의 심적 도피처 또한 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불교식으로 보자면 열반이나 성불, 해탈 같은 것이랄까? 



바오바브나무(바오밥나무)

장미꽃의 꽃씨와는 다르게 원래 어린 왕자의 소행성에 많다고 한다. 거대하게 자라는 바오바브나무는 그 자체로 한 인간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간의 흐름과 성장. 이것이 그대로 자라면 어린 왕자의 소행성을 파괴해 버린다. 소행성이 어린 동심, 혹은 순수한 자아를 의미한다면, 어린 왕자가 바오바브나무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라고 소위 ‘철’ 드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린 왕자의 소행성이 위험하도록 커다란 바오바브나무



장미꽃

아주 작은 소행성은 어린 왕자가 살아가는 세상의 전부다. 그곳에서 어린 왕자는 외로움도 느끼고 지겨움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가시 돋친 작은 장미꽃 하나가 나타나면서 어린 왕자의 이전 세계는 무너진다. 정확하게는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관계는 어려웠다. 결국 어린 왕자는 자기 별의 장미꽃과 이별하기 위해 자기 소행성을 떠났다. 마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어린 왕자는 어떤 다른 존재와 연결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성장통을 이끌고 의미하는 것이 이 장미꽃이 아닐까? 

또 유일한 존재라고 여겼던 장미꽃이 지구에서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꽃이었다. 장미꽃은 다른 세계를 만나면 일어나는 화학반응 같은, 인간에게 흔한, 일종의 성장통 같은 것이었다.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자그만 마음에 돋아난 세상을 향한 어떤 의구심이자, 또한 책임감 같은 것. 그러나 그런 것은 누구나 겪는 흔한 경험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겪으니까. 그러나 자신의 경험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므로 소중하지 않을 리는 없다. 어린 왕자는 그것을 깨닫고 장미꽃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장미꽃을 만나기 위해 돌아가는 어린 왕자를 보면서 나는 자기애의 회복이라고도 느꼈다. 

 

 

 

무능하면서도 세상을 지배한다고 여기는 어른들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결국엔 아무것도 바꾸거나 명령할 수도 없으면서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고 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자위하는 기성세대. 슬프게도 내 안에도 이런 모습들이 있었다. 짜증 나는 왕. 그래도 안쓰럽고 미워할 수가 없다.

 

허영쟁이

칭찬과 숭배를 받고 싶어 하는 허영쟁이는 광대 같은 어른들을 빗댄 느낌이었다. 어른들은 여러 가면을 쓰고 산다.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 따위다. 가식적이다. 아이들을 귀찮아하며 짜증을 내다가도 전화가 오면 바로 친절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아이들이 볼 때 얼마나 가당찮을지. 흠. 부끄럽다. 나도 칭찬을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술꾼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이 술꾼은 전형적인 순환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만, 필자의 감정이 가장 잘 이입되는 등장인물이었다.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거나, 진짜 술을 많이 마시는 어른들을 나타내지 싶다. 어리석음으로 어리석음을 덮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풍자다.

 

사업가 혹은 상인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세상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는 무의미한 사람이었다. 진지하게 일하는 것 같지만 어린 왕자가 볼 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자다. 어른들이 무언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관계’ 맺기에 소홀한 것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가로등 점등꾼

어린 왕자가 나름 호감을 보인 인물이지만, 꽤 벽창호다. 이미 의미가 없어진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 또한 기성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꼰대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도덕률이나 사회규범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던가. 더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모습 또한 투영된 인물이다.

 

지리학자

진짜 세상을 모르면서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책상물림.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랫말이 떠올랐다. 결국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모두 다 아는 척하는 사람, 그런 어른을 상징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는 어린 왕자에게 지구를 소개한다. 지식은 어떤 경우에나 쓸모가 좀 있다.

 

어린 왕자가 거쳐 온 소행성들과 만난 사람들

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갇혀 자족하며 살고 있다. 이것들은 어른들, 혹은 인간들의 단편적인 모습들이다. 작품 속에서 과장된 이들의 행위는 헛된 욕망, 별다른 가치 없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사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어린 왕자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

 

사막과 우물

이런 격리된 공간은 위험하지만 사색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6년 전 사막에 불시착한 작가는 내면으로 침잠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몰라.

또 메마른 대지는 세상살이의 삭막함, 꿈을 잃고 황폐해진 우리 내면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는 그러나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인간이 만든 것임을 암시하는 두레박과 도르래가 달린 우물을 만나는 것은 인간을 향한 어떤 가능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완전히 메마른 인간은 없고 그 조차 사람인 바에야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 어디에든 우리가 노력만 한다면 찾을 수 있는 온정, 사랑 등 본질적 가치를 끝내 찾자는 뜻일 수도 있겠다.

 

여우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우정을 쌓는 법, 관계의 의미를 알려주는 영리한 영적 지도자로 나타난다. 길들이기의 의미와 방법을 가르쳐 주고, 눈보다는 마음으로 볼 것, 사랑과 우정에는 슬픔이 뒤따를 수 있음도 가르쳐주는 존재다. 어린 왕자는 여우를 통해 수많은 장미꽃 중에 자신이 사랑하는 장미꽃이 유일한 존재임을 자각한다. 이 여우는 정말 명언 제조기다.

 

길들이다

이 말은 차라리 깃든다는 말로 들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깃드는 행위. 관계 맺음. 우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사귐. 이것이 길들여지고 길들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린 왕자의 죽음

올 때는 그저 왔는데(추측으로 철새 떼를 타고 이동했을 것으로) 갈 때는 육신을 버리고 가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몸뚱이가 너무 무겁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렇다면 올 때는 어떻게 그렇게 왔던가? 동화 같은 이야기에 웬 현실성을 따지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만 굳이 이런 설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린 왕자가 육신도 버리지 않고, 작자의 믿음이 아니라 실제 살아서 돌아간 결말을 원했다. 물론 그러면 여운은 덜했겠지. 그러나 나는 어린 왕자가 완전히 살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기에 이런 설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작자가 어린 왕자의 죽음을 왜 설계했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어린 왕자는 무거운 몸뚱이를 버리고 자기 별, 사랑하는 꽃의 곁으로 돌아간다.

여러 별들을 다니고 지구에서 많은 일을 겪는 사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린 왕자는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시간이고 또 성장이다. 어린 왕자는 그것이 동심이든, 깨달음이든, 순수한 자아든, 그 시공간에 머무는 방법이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그 기억, 그 시간에 영원히 멈추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게 아닐까?

어린 왕자의 줄거리와 필자의 독후감을 보고 싶다면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필자가 정리한 어린 왕자 줄거리와 독후감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정리 후기

간략하게 등장인물들과 배경 등이 상징하는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 혼자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름 드러내놓고 댓글로 토론해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 길들여보는 것도 좋지 아니하겠는가 말이다. 그러게 해준다면 나는 이 블로그를 열 때마다 설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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