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 / 2024. 1. 15. 22:45

완득이 줄거리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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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득이

 

 

2023년 특별판 완득이 속 표지

완득이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필자 또한 소설보다는 영화를 먼저 접한 사람이다. 딱 알맞은 캐스팅에 멋진 연기로 녹여낸 영화, 완득이는 원작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원작이 창비에게 주최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임을 알고는 언제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미루다 십수 년의 세월이 흘러 버렸다.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완득이 출간 15주년 기념 특별판을 발견한 아내가 2012년 생 아들이 읽으면 좋겠다며, 사러 간 책 위에 번외 지출로 이 완득이를 얹었다. 뜻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뜻했다고 말하기도 그런 완득이가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이다.

영화 완득이를 기대하고 오신 분이라면 아래 영화포스터를 클릭해 확인하시면 된다.

영화 완득이 포스터 - 나무위키 인용. 김윤석배우는 정말 똥주 그 자체였다.

영화 완득이는 소설의 전체적인 맥락은 따라가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다.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리라.

기본적으로 완득이는 한국사회에서 불우하다고 할 만한 많은 것을 두루 갖춘 청소년이다. 장애가 있는 아버지, 가난에 더해서 단일민족 신화 사회에서 차별받기 일쑤인 다문화가정. 허우대 멀쩡하고 싸움까지 제법 하지만 완득이가 늘 조용히 살아가는 이유였다. 정확하게는 숨어서 지내는 이유다. 그렇게 평소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완득이. 고등학교에 올라와 담임, 이동주, 일명 똥주를 만나면서 조용하던 그의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린다. 똥주는 사사건건 완득이의 일에 간섭하고 온갖 오지랖으로 수면 아래 잠잠이 지내던 완득이를 기필코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거룩한 사명감에 사로잡힌 열정적인 선생 혹은 온화하고 따스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라 반쯤은 건달 같은, 아주 통속적인 대한민국 아저씨의 모습으로 소외와 열등감에 질식해 가던 한 소년을 구원해 낸다. 이런 소설의 요소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냈던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화 속에서 그런 똥주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잘 소화해 낸 김윤석 배우가 떠올라 피식, 피식 웃음이 났다. 사설이 길었다. 각설하고 이제 이 소설의 작가와 줄거리를 살펴보겠다.

2. 완득이 작가 김려령과 소설 완득이

완득이 작가 김려령

김려령 작가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2007년 이 작품, 완득이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마해송문학상, 문학동네어린이문학 대상 등을 받았다. 2012년 '우아한 거짓말'이 IBBY 아너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완득이는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연극,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특별판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해 원문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완득이는) 연극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음악으로, 심지어 책갈피 모델로도 활약했습니다. 워낙 뚝심 좋은 녀석이라 저를 탄생시킨 작가 따위 뒤로하고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오랜 세월 입었던 옷을 벗고 새 단장까지 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 특유의 구김살 없는 예쁜 모습으로.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김려령 작가는 이후 '우아한 거짓말' 등을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아한 거짓말도 완득이처럼 영화화되었다. 

3. 완득이 줄거리

 

 

1부

완득이 - 옥탑방 이웃인 똥주와 완득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앞집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욕하고 있는 장면이다.

체벌 99대 집행유예 12개월

완득이는 작은 옥탑방에서 키 작은 아버지, 지적장애인 민구 삼촌과 셋이 함께 살고 있다. 체벌 99대 집행유예 12개월은 완득이가 학교에서 친 사고로 담임 선생 똥주에게 받은 형량이다. 완득이 교회 예배당에서 이 똥주(이동주)를 죽여달라고 기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완득이는 자신의 조용한 일상이 담임, 똥주를 만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똥주는, 학교에서는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떠벌려 완득이를 창피하게 했고 하필 이사한 옥탑방마저 똥주가 자취하는 옥탑방의 옆집인지라, 집에서도 똥주의 온갖 간섭을 피할 수가 없었다. 

체벌 3개월 할부

아버지와 민구 삼촌이 춤꾼으로 일하던 캬바레가 콜라텍으로 바뀌면서 둘은 지하철에서 잡상인 일을 했다. 어느 날 민구 삼촌은 구역에서 텃세를 부리는 놈들에게 실컷 얻어맞고 온다. 아버지를 보호하다 그랬던 모양이었다. 우울했던 민구 삼촌은 '몽키 매직'을 크게 틀어놓고 디스코를 추었다. 똥주가 술을 들고 찾아와 아버지와 한잔했다. 앞집 아저씨는 시끄럽다고 욕지거리다.

야자를 튀다가 똥주에게 걸려 3개월 할부로 99대 중 서른세 대를 맞았다. 그랬으면 그만이지 똥주는 완득이 아버지가 채칼 열심히 파는 이야기를 꺼내 망신을 준다. 맞는 말이지만 기분이 상한 완득이. 깐죽거리는 혁주의 손가락을 비틀어버렸다. 지하철역에서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찾아갔다가 쫓는 사람들과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그 일로 완득이는 아버지에게까지 혼난다.

모릅니다

학교에서 완득이를 따로 부른 똥주는 뜬금없이 완득이의 어머님이 베트남 분이시더라고 툭 던진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지 않고 별거 중이었던 것이다. 완득이는 만나보겠냐는 선생을 뒤로하고 학교를 뛰쳐나와버린다. 똥주는 완득이 두고 간 가방을 들고 집까지 찾아왔다. 완득이의 가방에서 소주를 꺼내는 담임선생. 말인즉 똥주의 교회 외국인 노동자 쉼터가 어머니가 계신 성남 쉼터와 연결되어 알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어머니가 완득이를 보고 싶어 하신다고 전한다. 완득이는 아버지한테 물어보라며 버텼다. 

한편 혁주는 깁스를 하고도 깝죽거린다. 똥주가 완득이 정학 먹지 않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녔단 소문이다. 혁주는 똥주와 완득이 친척이라고 소문내 버린다.

기억에 없는 모유

 아버지의 티코 앞에 '씨불놈'이라고 크게 낙서가 된 사건으로 똥주와 앞집 아저씨가 한판 붙었다. 아버지와 삼촌이 나오자 앞집 아저씨는 '병신들'이란 말을 썼고 이것은 완득이의 발작 버튼을 건드린 셈이 되었다. 경찰서에서 똥주는 완득이를 열심히 변호했다. 기어이 합의를 하고 만다.

아버지와 삼촌은 똥주에게 완득이 잘 부탁한다며 충청도 쪽 오일장으로 떠났다. 똥주는 또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 완득이를 괴롭혔다. 모유만 떼고 떠났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교실로 돌아왔는데 혁주가 범생이 준호와 한판 붙었다. 범생이 준호가 완득이 반 1등 정윤하와 혁주를 주인공으로 야한 만화를 그렸다가 들킨 것이다. 야릇한 상상으로 완득이의 아랫도리도 묵직해졌다.

2부

완득이 - 정윤하는 평소 말이 없는 완득이에게 하소연하며 운다.

신성한 교회에서 웬일이야

그 일 이후 유독 완득이에게만 다정한 정윤하였다. 어느날 정윤하가 완득이를 따라왔다. 뭔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완득이는 윤하를 교회에 데리고 갔다. 윤하는 뭔가 쏟아놓고 싶었고 가장 있는 듯, 없는 듯한 완득이를 선택한 것이었다. 준호와 윤하는 잠깐 사귀었던 사이었고 준호의 만화는 헤어진 윤하에 대한 복수였던 것이다. 완득이는 하소연하는 윤하를 보면서 자꾸 이상한 상상을 한다. 완득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은 윤하가 속 시원해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늘 완득이를 보고는 자매님, 자매님 하는 동남아 남자와 마주쳤다. 

꽃분홍색 낡은 단화

똥주의 심부름으로 쉼터에 다녀온 완득이는 집앞에서 어머니와 마주친다. 그분은 완득이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하고 완득이는 라면을 끓인다. 방에 들어간 어머니의 낡은 꽃분홍색 단화가 완득이의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편지를 하나 전한다. 미안하고 잊지 않았었다고 전화번호와 함께 연락하라고. 아버지 심부름으로 세탁소에 가던 완득이와 마주친 똥주가 후다닥 자기 집으로 도망가 문을 잠갔다. 문을 두드리며 열라고, 집을 왜 가르쳐줬냐고 실랑이가 붙었다. 소란이 일자 앞집 아저씨가 또 고함을 지른다. 완득이는 끝내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자릴 떴다.

종이 한 장 차이

완득이에게 늘 자매님이라고 부르던 핫산의 눈가가 찢어져 있었다. 완득이는 외국인이라고 함부로 대하며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있을 거라 짐작하고 누가 그랬냐고 핫산을 추궁했다. 알고 보니 핫산은 킥복싱 시합을 하다가 다친 거였다. 그렇게 완득이는 킥복싱에 입문하게 된다. 아버지는 완득이가 킥복싱하는 것을 반대했다. 말다툼 끝에 완득이는 마음과 다르게 아버지의 춤까지 비난했다. 완득이는 아버지에게 뺨을 여러 차례 맞는다. 

준호는 만화 사건이후 여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다가 전학을 가고 말았다. 그러자 이젠 똑같은 것들끼리 붙어먹은 거였다는 식으로 정윤하가 왕따 당하기 시작했다. 윤하는 계속 완득이를 찾아와 자기 신세타령을 했다. 똥주가 윤하가 전학 가려는 걸 말렸다는 것도 듣는다. 버티면 오해는 풀리기 마련인데 그냥 사라지면 오해는 끝까지 간다면서. 

관장님은 완득이에게 스포츠와 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완득이는 이해가 잘 안 갔다. 스파링만 하면 격해져 실수를 하곤 한다. 관장님은 그런 완득이를 심하게 꾸중했다. 완득이는 캬바레 기도를 보던 건달 삼촌들에게 싸움을 배우던 시절을 떠올린다. 집에 오자, 문 앞에 어머니의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잠깐 나와 주시죠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관비를 대어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완득이는 주말 알바를 했다. 피곤해서 졸다가 똥주에게 핀잔을 들은 날, 똥주는 학생들 앞에서 '잠깐 나와주시죠' 라며 찾아온 경찰에 의해 연행되어 간다. 그 후로 나흘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혁주가 어머니회 운영위원인 자기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 불법 체류 노동자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 전해 준다. 완득이는 교회에 달려갔다가 만난 대학생 형에게서 핫산까지 함께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닌 척해도 신경이 쓰여 밤잠도 설치는 완득이였다. 완득이는 정윤하를 데리고 똥주에게 면회를 갔다. 면회실에서 나와 이제 어디 갈 거냐고 묻는 윤하에게 완득이는 아르바이트 가야 한다며 바로 작별을 고했다. 정윤하는 화를 내더니 달려가 버렸다. 완득이는 그런 그녀가 의아하다.

스텝 바이 스텝

아버지는 일주일 만에 유치장에서 나온 똥주에게 두부와 술을 사들고 찾아뵙자며 내키지않아 하는 완득이를 앞세운다. 똥주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보호하다가 유치장 신세를 진 것이었고 핫산은 그런 활동을 하는 똥주 같은 사람들을 염탐하다가 추방당한 거였다. 체육관에서 완득이는 핫산이 추방당한 이유를 따로 관장님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다. 연습하는 완득이에게 체육관 친선 시합을 제안하는 관장님. 우산 끝으로 완득이의 발을 찍어댔고 그걸 피하느라 완득이는 식겁을 한다. 부은 발등 때문에 맨발로 집으로 가는 길, 배달 오토바이가 동방신기의 스텝 바이 스텝을 신나게 틀고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데, 열쇠를 돌리자 문이 외려 잠긴다. 도둑이다! 완득이는 조용히 신발을 신고 들어가 정확히 정강이로 상대의 옆구리를 걷어차버렸다. 그런데 도둑이 아니라 똥주다. 똥주는 또 결근. 갈비뼈에 금이 가서 입원해야 했다. 

3부

완득이 - 킥복싱 초보자 완득이는 시합마다 T.K.O. 패한다.

원 투 차차차, 쓰리 투 차차차

냉랭한 분위기의 병실.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는 똥주의 아버지였다. 알고보니 똥주가 신고한 악덕 고용주가 바로 자기 아버지였던 것이다. 둘은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끝내 그 할아버지가 화가 나서 나가버렸다. 완득이는 가난한 척하는 똥주가 재수 없다고 몰아붙인다. 체육관에 가려는 완득이에게 윤하가 널 좋아하는 거 같다고 똥주가 전한다. 그리고 상처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네 입으로 먼저 말해버리라 충고한다.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어린 완득이. 비장애인 아버지를 둔 사람은 우리 아버지 비장애인이라고 말하고 다니냐고! 그러나 윤하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며 아무것도 아닌 것에 실실 웃음이 나는 완득이였다. 

이제 완득이는 주말에도 운동하기 위해 새벽 신문배달로 아르바이트를 바꿨다. 그런 완득이에게 똥주는 신문을 '쌔벼'오라 시킨다. 정윤하는 왠지 완득이에게 쌀쌀맞다. 교회도 이상하다. 교회에 있을 때만 전도사라는 대학생 형이 있지를 않나, 사이비라고 가지 말라 말리는 할머니도 있지를 않나. 개천을 따라 올라가다가 반찬통을 챙겨 돌아가고 있던 어머니와 마주친다. 완득이는 터미널근처 시장까지 따라가 어머니에게 신발을 한 켤레 사드린다. 

목에 박힌 말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정윤하와 교회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 똥주가 나타났다. 중요한 회의가 있다면서 둘을 쫓아내는 똥주였다. 교회는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살피기 위한 위장이었다. 교회 건물을 똥주가 전재산을 털어서 매입한 거라고 했다. 완득이는 윤하를 데리고 체육관으로 갔다. 그날 이후 윤하는 방학 내내 체육관에 왔다. 윤하는 완득이 매니저를 자처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났다. 완득이는 어머니를 따라 시장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정육점에서 폐닭을 세 마리나 샀다. 아버지가 좋아하신다면서. 똥주도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똥주는 앞집 아저씨까지 부르자고 했다. 어른들은 폐닭을 씹으며 서로 통성명을 했다. 앞집 아저씨는 어머니를 가리키며 누구인지 물었고, 아무도 대신 대답해 주지 않았다. 완득이가 '제..... 어머니십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말하고 나니 속 시원한 기분이 드는 완득이였다. 

T.K.O. 레퍼리 스톱

교회도 아니라는데 자꾸 발걸음하게 되는 완득이. 이제는 똥주를 죽여달란 소원은 빌지 않는다. 이제 앞면을 튼 외국인 노동자들이 꽤 알은체한다. 체육관에 도착했는데 웬 말끔한 아주머니가 완득이를 좀 보자고 한다. 윤하의 어머니시다. 윤하 좀 만나지 말라는 뻔한 말이었다. 완득이는 뚱뚱한 애 별로라고 말하고 만다. 완득이는 짜증이 나서 훈련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관장은 본 시합 전 실전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제자가 체육관을 운영하는 성남으로 완득이를 데리고 간다. 완득이는 돌려차기 한방에 T.K.O. 당하고 말았다. 알고 보니 상대는 고등부 챔피언이라고 했다. 체육관을 나서며 관장과 헤어진 뒤 완득이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만 하고 끊은 뒤 윤하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도 안 된다. 토라지는 완득이.

다친 얼굴로 아버지를 마주했다. 민구 삼촌이 갔다고 한다. 다시 춤판으로 간 것이다. 완득이는 정신지체 장애인 삼촌을 혼자 보내도 되겠냐는 말을 하다 말끝을 흐린다. 아버지는 평생 '난쟁이'라 조롱받으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버지는 자기 몸이 싫었고 자기를 투영해 완득이를 바라보는 것이 싫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되도록 완득이와 떨어져 있고자 했다고. 그런 행동이 완득이마저 숨어 살게 만든 것 같다며 후회했다. 아버지는 서로 인정하고 살자, 제안했다. 자신은 춤, 완득이는 킥복싱, 이렇게. 완득이는 열등감이 아버지와 자신을 키웠다고 생각했다. 영 나쁜 것 같지 않은 게 똥주 같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관장님을 뵈러 가자고 했다. 관장님은 그 자리에서 완득이를 마지막으로 링에 올려보낸 뒤 체육관을 닫을 것이라 했다. 관장님은 체육관을 그만두고 아픈 아내와 요양차 홍천으로 간다 했다. 그때 체육관으로 정윤하의 전화가 왔다. 윤하는 이십 분 뒤에 교회에서 보자고 하고는 끊어버린다.

첫 키스는 달콤하지 않았다.

윤하는 여행간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돌봐주는 이모에게 부탁해 잠시 빠져나온 거였다. 윤하는 자기 엄마의 무례를 대신 사과했다. 완득이는 자신의 상처를 살피려고 바짝 다가온 윤하에게 뽀뽀를 해버렸다. 완득이는 달콤하지 않고 쑥스럽지도 않다고 느꼈다. 윤하가 발끈하는데 똥주가 나타났다. 둘은 손을 꼭 잡고 교회를 나온다. 윤하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완득은 자꾸 웃음이 났다. 똥주가 따라붙었다. 생닭 두 마리를 주고 간다. 완득이는 생닭을 핑계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뻔히 다 아는 백숙 레시피를 물어보았다.

아침을 똥주와 함께 먹게 되었다. 두 분의 대화를 들어보니 뭔가 또 작당하는 것 같았다. 교회에 댄스교습소를 여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춤선생이 된단다. 민구 삼촌도 부르기로 했다. 완득이는 자기 국그릇에 있던 고기를 똥주의 국그릇에 덜어주었다. 윤하의 전하가 왔다. 몇 시에 체육관에 가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완득이도 이제 휴대폰이 필요할 거 같다고 알아보라고 하셨다.

못 찾겠다, 꾀꼬리

친선시합에서 1라운드에 T.K.O.로 패한 날, 관장님이 떠났다. 똥주는 2학년 때도 혁주와 완득이, 정윤하의 담임이 되었다. 완득이는 성북의 체육관으로 옮겨 운동을 계속하게 되었다. 윤하와 알콩달콩 메세지를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거슬리게 말하는 한 해 동생에게 덤볐다가 다시 지고 만 완득이. 3패가 쌓였다. 

어머니는 주말마다 와서 댄스 교습소에 관심을 가지셨다. '신나는 댄스' 댄스 교습소는 아버지가 이론을 맡고 삼촌이 실습을 맡아 운영했다. 똥주는 여자 교습생과 수다를 맡고 완득이는 잡일 담당이었다. 똥주는 전단지를 신문 돌리는 완득이게 신분 배급소 모르게 시켰다. 완득이는 너무 오래 숨어 있어서 두렵기 시작했을 때, 똥주가 자신을 찾아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이든 찾을 차례다. 찾다 힘들면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찾을 요량이다. 

4. 완득이 독후감(독서후기)

 

 

완득이는 꽤 오랫동안 내 주변에 머물렀다. 케이블 티비의 영화채널에서 종종 나와서 문득문득 반가웠고, 가끔 보이는 유아인 배우의 모습도 내게는 완득이로 다가왔다. 정감 있는 완득이란 이름은 왠지 귀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완득이는 긴 방황이나 어려움을 모르고 지나온 내 청소년 시절에 바치는 위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위 '이빨'까기 좋은 소재가 별로 없는 내게 완득이는 일종의 우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생에서 유년기나 청소년기는 아주 짧은 시기에 해당한다. 사회적인 규정에 따라 조금은 차이가 있겠지만 20대가 되기 전 모두 끝난다. 인생 80으로 보았을 때 겨우 4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짧은 시기, 우리의 많은 것이 판가름 난다. 대학, 직장, 인생의 목표..... 우리는 활시위에 메겨진 화살처럼 그렇게 파르르 떨며 그 시절을 보냈다. 곧 놓일 거야! 그러니 집중해! 어디에 가서 꽂힐 테냐? 그것이 어른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의 요체였다. 그렇다. 우린 또 다른 완득이였다. 누구도 우리 제 가각의 재능에 집중하지 않았다. 조금은 다른 양상이었으나 우리 또한 숨어 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우리는 똥주 같은 어른을 만나지 못 한다. 그것이 찰나의 위안일지라도 말이다. 완득이 이야기의 십 년 후를 상상해 본다. 완득이는 과연 킥복싱을 계속하고 있을까? 윤하와는 어떻게 되었을까? 똥주와 아버지는 금전적인 문제로 갈라서지는 않았을까? 민구 삼촌은 장가라도 갔으려나? 똥주처럼 세상살이 모든 것에 오지랖을 부리며 욕설과 온정을 마구 뿌려대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나는 좋은 결말을 상상하지 못한다. 찌들었지, 충분히. 

그래서 완득이는 이런 이야기로 남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덧칠하고 덧칠하면 보기에 낫지 않을까? 완득이의 환경이 아니라 완득이의 회복력.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족과 참다운 스승이라는 주변. 이것들이 주는 안정과 위로가 찌들어버린 내 마음 또한 따뜻한 색깔로 덧칠해 주지 않을까? 

짧은 소설이다. 그리고 실제 조금은 과장된 표현과 문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도 몇 번을 읽었다. 덧칠하는 거다, 덧칠. 삭막한 회색빛에다가 완득이란 왠지 포르스름할 듯한 색깔을. 그래서, 그래서 완득이는 별생각 없이 하라는 대로 하고 산, 약간의 반항을 하긴 했지만, 내 청소년 시절에 보내는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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