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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전체적으로 액자 형식을 띈다. 처음 설명할 ‘뫼비우스의 띠’ 편이 프롤로그라면 마지막 에필로그는 ‘에필로그’편이다. 두 편은 모두 수학선생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읽은 뒤, 이 두 편만 따로 읽어보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에 미리 언급해 둔다.
이 작품에 주요 화자이자 등장인물을 우선 정리해 놓겠다. 앞 편에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각 편마다 화자가 달라지지만 전체적인 사건 전개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필자가 그 부분을 정리해 놓는 것은 일종의 교통정리다. 나중에 지면이 허락한다면 시간순서대로도 한번 정리해 볼 요량이다. 특히 1인칭으로 서술되는 편의 경우 대화와 사건과 자기 회상, 생각이 별다른 구분이나 드러냄 없이 갑자기 나오기 때문에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독자는 언뜻 이해가 힘든 구성이 또한 이 작품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난장이와 난장이 가족. 난장이의 이름은 김불이. 그리고 김불이의 아내. 큰아들 김영수, 작은아들 김영호, 막내딸 영희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중산층 정도의 신애와 율사(법률가)의 아들로 부잣집 아들 윤호, 윤호의 벗, 은희가 주변부 인물로 등장한다. 지섭은 윤호와 난장이 가족을 잇고 이끄는 인물이다. 주로 첫 편과 마지막 편에 등장하는 꼽추와 앉은뱅이도 있다. 또한 주요한 등장인물로, 은강그룹 지배일가 사람들인데, 창업주 할아버지와 후계자, 아버지, 그리고 숙부, 경훈과 경애 등이다.
눈치챘겠지만, 난장이 가족과 은강그룹 가족은 대척점에 있는 계층이다. 이 작품의 후반부 주요 갈등은 이들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눈여겨 봐 두시기 바란다.
<뫼비우스의 띠>
대학입시를 마친 학생들의 마지막 수학수업이 시작된다. 수학선생은 굴뚝청소를 한 두 소년의 그을음 묻은 얼굴과 묻지 않은 얼굴, 그리고 뫼비우스의 띠 이야기를 해준다. 안과 겉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굴뚝청소를 한 두 아이 중, 누구는 그을음이 묻고 누구는 묻지 않고 내려올 수 있을까?
철거민으로 사는 집이 헐린 앉은뱅이와 꼽추가 콩을 까먹으며 뭔가를 벼르고 있다. 이 둘은 철거민에게 싼 값으로 아파트 입주권을 쓸어가, 비싸게 되판 사람에게서 돈을 빼앗고 달아난다. 불길이 치솟지만 그 부동산 거간꾼이 죽은 것인지, 서류와 돈만 태운 것인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시 교실로 돌아와 수학교사는 학생들에게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라는 당부로 마지막 수업을 마친다.
<칼날>
이 단편은 신애의 이야기다. 신애의 집에는 칼이 세 개 있다. 두 개의 부엌칼과 하나의 생선칼이 그것이다. 가족의 병원비 등으로 살림이 궁벽해져 벽돌공장 굴뚝 -난장이가 이 근처에 산다- 이 보이는 변두리로 이사한 신애네 집은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뒷집은 세무서 조사과 직원으로 알부자다. 앞집은 제과회사 선전부 차장으로 여기 또한 살림살이가 따뜻하다.
난장이는 수도꼭지를 갈아주고 다녔다. 낡은 부대에 도구들을 담고 다니며 수돗물이 다른 집보다 잘 나오게 해준다는 것이다. 앞뒷집 주부들은 이미 우물도 팠겠다, 난장이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새벽마다 2시경에 물을 받던 신애는 그에게 일을 맡기고 싶었다. 스스로를 난장이라 이르던 일도 있었고, 일정 동정심도 작용했으리라.
그렇게 난장이는 신애네 집 일을 하게 되었다. 계량기보다 높던 수도꼭지를 낮게 달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하던 그때, 그 동네에서 우물파는 사업을 하던 건달 같은 사내가 집안으로 난입해 난장이를 마구 때린다. 신애는 부엌으로 달려가 생선칼을 집어들고 사내에게 달려들어 쫓아버린다. 난장이는 피범벅이 되고 부은 얼굴로 도구들을 챙겨 떠났다.
그날 밤, 수돗물을 대신 받겠다며 나선 신애의 딸아이가 신애가 낮에 휘두르고 둔 피 묻은 생선칼을 수도꼭지 밑에서 발견하고 놀란다. 신애는 그냥 칼을 빼앗아 옆으로 밀어놓고 양동이를 받친 뒤, 수도꼭지를 비튼다. 꾸르륵 소리를 내던 수도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가 되려면 서너시간이나 남은 시간에.
<우주여행>
윤호의 이야기다. 윤호는 율사, 즉 법률가의 아들이다. 집안은 상당한 부자로 커다란 저택에 살며,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 기간, 고위급 자제, 혹은 부잣집 아이들과 어울려 그룹으로 고액과외를 받는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타락한 생활을 하며 지내는데, 한편으로 그런 자신을 혐오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이 단편은 윤호가 자살하기 위해 책 속에 숨겨놓은 아버지의 권총 찾아 계속해서 서재 책을 뒤지면서 이어진다. 그 뼈대 위에 전화 대화나 인물간의 대화, 지난 일들이 엉겨붙는다.
명문대학에 들어가길 바랐던 윤호의 아버지는 윤호 할아버지 친구의 손자인 지섭을 과외선생으로 붙여준다. 지섭은 윤호가 진학하려는 명문대의 법학과 사학년 재학 중에 쫓겨난 인물이다. 반체제인사인 정도로 보면 맞겠다. 윤호는 지섭을 잘 따랐고 서로 좋아했다. 지섭은 늘 '일만 년 후의 세계'를 들고 다니며 읽었다.
윤호의 집에서 개천 건너로 보이는 난장이가 사는 빈민촌은 지섭의 활동무대였다. 지섭을 통해 윤호는 난장이네 식구와 만난다. 거기서 윤호는 ‘재개발 사업 구역 및 고지대 건물 철거 지시’라는 철거계고장을 보게 된다. 지섭과 윤호는 그날 밤 달나라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달은 끔찍한 지상에 비해 행복할 거라고 지섭이 말한다.
지섭은 곧 과외선생 자리도 쫓겨나고 만다. 이 단편에선 직접적인 언급하지 않지만 지섭이 난장이네에 나타난 철거반원들과 싸우고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갔다가 오면서 쫓겨난 것이다. 아무튼 그가 쫓겨나가고 윤호는 그해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만다. 윤호 아버지는 그를 고액과외그룹에 집어넣었다. 그곳에서 만난 은희라는 여자 아이를 좋아하지만 윤호는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고 잠을 잤다.
권총을 찾았을 때, 은희가 찾아온다. 윤호는 은희에게 총을 건네며 자신을 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달에 가는 거라고 말한다. 은희는 윤호를 품는다. 윤호는 이난 이 년 동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을까 생각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이 단편은 전체적으로 상징이 많아 이해하기가 난해하다. 우주여행은 다른 단편에도 계속해서 나오며 어떤 이상향을 향해 가는 여정처럼 묘사된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겐 아직 아홉 편의 배가 아닌 단편이 남아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읽기 1편은 여기서 마친다. 2편에서 다시 만나길…....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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