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 / 2019. 10. 27. 22:40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펼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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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고전이 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의 독서 감상문을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이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지는 위상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그러하기에 이미 훌륭한 평론들이 너무나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 소설에 대해 쓰지 않을 수도 없는 이유 또한 분명히 있다. 짝사랑 같은 열병이다. 이십 대에 만난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난장이를 생각하며 가슴 한켠을 쓰려했던 기억 때문이다. 

난쏘공은 70년대 출판된 이후 백만 부 발간이 넘은, 이 시대의 고전이 된 소설집의 제목이자, 이 소설집에 실린 12편의 난장이 연작 중, 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들은 각 단편에 따라 1인칭 주인공의 시점과 3인칭 시점을 넘나들며 한정된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얽힌 몇 가지 사건에 대해 관점을 달리하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서술자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다소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이런 약점은 소설집의 첫편에 프롤로그처럼 편성한 ‘뫼비우스의 띠'라는 단편으로 몰입도를 높여서 해결한다. 

그렇다고 온전히 이 소설들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대는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이었으며 산업화의 미명아래 자행되던 폭력적인 착취가 만연했던 야만의 시대다. 

‘아직 젊었던 시절 칠십년대와 반목했던 것과 같이 나는 지금 세계와도 사이가 안 좋다.’-서문 작가의 말 중.

2000년 판 서문에 쓴 작가의 말이다. 조세희는 70년대와 반목했고 여전히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은 세상과 화해하지 않았음을 덤덤히 말하고 있다. 

‘어느 날 나는 경제적 핍박자들이 몰려 사는 재개발 지역 동네에 가 철거반-집이 헐리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야 되는 세입자 가족들과 내가 그 집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들은 철퇴로 대문과 시멘트담을 쳐부수며 들어왔다-과 싸우고 돌아오다 작은 노트 한 권을 사 주머니에 넣었다. ‘난장이 연작'은 그 노트에 씌어지기 시작했다.’-서문 작가의 말 중.

조세희 작가는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작가생활을 포기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철거 반대 투쟁에 연대하고 있었을 테다, 위 인용 서문에서 보다시피 철거반의 폭력적인 철거를 겪고 집으로 돌아오며 작은 노트 한 권을 사 ‘난장이 연작’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로 시대적으로는 불행한 시절을 겪었지만 그런 불행이 없었다면 ‘난쏘공' 또한 태어나지 않았을 거란 말이었다. 시대적 아픔이 명작의 밑거름임을, 해서 시대를, 아픔을 돌아보지 않는 예술이 명작이 될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말이다. 작가의 이어지는 말을 보자.

‘나는 지금도 박정희, 김종필 등 이 땅 쿠데타의 문을 활짝 연 내란 제일세대 군인들이 무력으로 집권해 피말리는 억압 독재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문 작가의 말 중.

그러나 아직도 본질적인 변화는 요원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삼성에서 부당하게 해고 당한 김용희 씨는 아직도 철탑위에 있다. 노동자들은 산업현장에서 재해의 이름으로 매해 900명 이상씩 죽어나간다. 이런 수치를 보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일반 사람들은 접해봐야 일 년에 서너 건이 고작인 산재사고 사망이다. 대체 누구의 목숨값이 어떻게 중하기에 죽어서까지 차별 받는 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말 마지막 말이 그래서 더 깊이 와닿는다.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서문 작가의 말 중.

필자가 유독 서문을 많이 인용한 이유는 작가 조세희가 쓴 ‘난쏘공'이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40여 년이란 물리적 거리는 아주 큰 것이다. 여전히 본질적 변화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군부독재 같은 권위주의 독재정권은 물러난 시대다. 물질, 문화적 세태도 많이 바뀌었다. 시대적 상황이나 작가의 태도를 모른다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앞으로 4편, 이 글까지 총 5개의 포스팅으로 난쏘공 감상을 써갈 예정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앞서 말했듯 총 12편의 단편 소설 연작집이다. 

‘뫼비우스의 띠', ‘칼날', ‘우주 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육교위에서', ‘궤도 회전', ‘기계 도시',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 이렇게 총 12편이다. 

3편 씩 기계적으로 잘라 4편으로 본편 리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글에 이어지는 1편, 2편에서 전체 내용을 간략히 보여줄 것이다. 개인적인 비판이나 감상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뺄 것이다. 그리고 3편, 4편에서 전체적인 상징체계와 의미, 필자가 느낀 점을 상술할 것이다. 그래야 독자의 이해도 빠를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 책은 작중 화자가 여러 번 바뀌고 과거와 현재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아 한꺼번에 내용을 통으로 보는 것이 이해에 편하다. 그리고 느낌에 대한, 의미체계에 대한, 이 작품이 갖는 현재적의미에 대해 토론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했다.

그 시대와 조금 다르지만 지독히도 닮은 여기, 아들 시대를 살아가는 또다른 우리 난장이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가 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닐까 한다. 혁명이 필요한 시기에 작은 양보 하나로 저지된 우리의 꿈. 키 작은 난장이가 높은 굴뚝에 올라 올려다 보았을 아득한 하늘과 자신을 기어이 밀어낸 차가운 도시의 불빛. 그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난장이는. 함께 보면 좋겠다. 인간에 대한 모멸에 모멸감을 느낄 줄 알아야만 모멸의 시대를 끝낼 수 있다.

(다음 편은 아래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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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읽기 1편

작품은 전체적으로 액자 형식을 띈다. 처음 설명할 ‘뫼비우스의 띠’ 편이 프롤로그라면 마지막 에필로그는 ‘에필로그’편이다. 두 편은 모두 수학선생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앉은뱅이와 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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