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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1992년 출판 당시부터 화제가 된 데다 십여 년이 지나고 모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선정도서로 지정해 권장했던 터에 상당 기간을 두고 애독되어 온 소설입니다. 소설을 보통 픽션이라고 합니다만, 이 소설은 박완서 작가의 유년, 청소년기가 오롯이 담긴 논픽션 소설입니다. 스스로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라고 작가의 말에서 쓰고 있는 이유는 이런 탓입니다.

    박완서라는 굵직한 대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만, 그가 살아낸 시대, 일제말기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질곡의 시대를 관통한 한 개인의 삶의 여정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이 책의 필독이유입니다. 역사와 개인은 어떤 측면에서 서로 대척점에 있는 존재입니다. 역사는 몰개인적이고 개인은 주로 몰역사적입니다. 우리는 주로 저 격변의 시대를 역사로만 인식하며 그 속에 이름을 가진 개인이 어떻게 살아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만큼 그것은 관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 만나는 이적과도 같은 행운이기에, 반드시 읽어보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소설은 작가가 유년을 보낸 개성 가까이 송도 박적골에서 시작합니다. 이곳의 삶은 전형적인 조선말기 촌락민의 삶입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와 엄마는 서울에 가 있습니다만 아직 입학 전인 계집아이인 작가는 시골에서 두 숙부 부부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이곳에 삽니다. 그곳의 추억은 그림 같이 그려집니다. 할아버지는 아비를 일찍 여읜 손녀에게 한없이 자상하십니다.

    입학할 때가 되자 작가마저 서울로 데리고 온 엄마였습니다. 가난했지만 어떻게든 삯바느질로 두 아이를 공부시킵니다. 아이는 서울에서 시골을 그리워하고 시골에 내려가면 서울이 그리워지는 경계인이 됩니다. 오빠가 취업을 하고 가세가 조금 나아지나 싶었지만 전쟁이 터져 전시체제가 됩니다. 물자는 전쟁물자 우선으로 징발 당했고 식량은 배급됩니다.

    그렇게 일본이 패망하고 해방이 도둑처럼 찾아왔습니다. 면서기를 하던 큰숙부 때문에 박적골 집이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38선도, 이념도 희미했던 시절, 사람은 크게 상하지 않고 이러구러 넘어가기도 하면서 해방직후는 지나갑니다. 그러는 사이 오빠는 좌익에 빠져 활동을 시작합니다. 한창 사춘기였던 작가도 민청활동도 따라다녀 보곤 하며 오빠와의 동질감에 뿌듯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활도 오래지 않습니다. 엄마의 극성에 새장가를 든 오빠는 전향하고 보도연맹에도 가입해 교사직을 얻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꿈에도 그리던 스무 살이 됩니다. 학제 편재로 5월에 졸업한 작가는 6월에 대학 첫 학기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그 해가 하필 1950년이었던 것입니다. 대학 강의실도 채 다 파악하기도 전에 전쟁이 터진 것이죠.

    피난을 가느냐, 마느냐 하는 사이 서울이 함락 당합니다. 서울을 사수한다던 이들이 몰래 한강철교를 끊고 도피한 사이 서울은 인공세상이 됩니다. 오빠와 알던 좌익사범이 오빠와 몰려와 집안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작가의 집은 뭔가 대단한 혁명가의 집처럼 동네사람들에게 인식됩니다. 문제는 서울수복 이후입니다. 부역자 척결이 대대적으로 일어납니다. 오빠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의용군으로 끌려가고 없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엄마를 제외하고 갓 해산한 올케를 제외하니 남는 사람은 자기뿐이었습니다. 이웃의 제보로 작가는 숫한 반공, 애국단체에 끌려 다니며 고초를 겪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예사로운 일이었을 따름입니다. 보위부가 숙소로 쓰게 되면서 밥을 끓여먹였던 작은숙부네는 집안이 풍비박산이 납니다. 숙모는 겨우 처형을 면했습니다만, 작은숙부는 끝내 사형당하고 맙니다. 작가는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승리의 시간은 있어도 관용의 시간은 있어선 안 되는 게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특성인 것 같다.]

    그리고 전세는 다시 뒤바뀝니다. 중공군이 개입한 것이죠. 그 유명한 1.4후퇴. 그 난리를 겪은 작가는 차라리 피난이 행복하게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만 이번에도 오빠 덕분에 피난을 떠나지 못합니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이유였습니다. 엄마는 피난한 척이라도 하자며 예전에 살던 현저동에 들어갑니다. 텅 빈 지인의 집으로 들어간 가족은 밥을 먹고 잘 잡니다. 다음날 텅 빈 도시를 바라보며 작가는 자신이 이렇게 벌레처럼 산 시간을 증언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쓰게 될 거라는 예감을 하게 되면서 소설은 끝납니다.

     

    이 소설에 대한 대략적인 필자의 총평은 앞서 다 넣었기에 따로 사족은 달지 않겠습니다만, 딱 한 가지 더 이 책의 매력에 대해 말씀 드릴 것이 있어 꼬감접말을 붙입니다. 여느 작품이나 다 그러하겠지만 이 책은 특히 낱말, 어휘들의 보물창고입니다. 그래서 특히 청소년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시간을 두고 사전, 혹은 포털에서 낱말을 검색해 가면서 한 번 읽어두시면 많은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답니다.

     

    작자에 대하여

    박완서(1931년 ~ 2011년) 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 태어남. 세 살 때 아버지 여의고 7살, 서울 이주. 숙명여자고등학교 입학, 50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문학과 입학. 전쟁으로 중퇴.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에 당선, 사십의 나이로 등단. 2011년 담낭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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