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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제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인류 근대사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질병은 동물에서 유래한 전염병이지만, 이 세균들은 대부분 거의 인간들 사이에서만 감염을 일으키도록 진화한 것들이다. 과거 역사는 어떤 위대한 장군보다도 병원균이 더 많은 적을 섬멸하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세균은 감염의 방식으로 전파되도록 진화해 왔다. 전파가 잘 되는 균이 자연선택된 것이다. 질병의 증상은 대체로 인간의 몸을 세균이 전파되기에 알맞도록 조절하는 것이 외연화 되는 것이다. 성기가 헌다거나(매독), 기침을 한다거나(감기, 인플루엔자, 백일해 등) 하는 증상들은 세균이 퍼져나가기 위한 전략에서 나타는 것들이다. 광견병은 숙주를 미치게 해서 전파된다. 숙주의 죽음은 세균의 전술에 일종의 부작용일 뿐이다.

    인간의 면역과 병원체는 경쟁하면서 진화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어떤 병원체에 자주 노출되었던 인구 집단은 그 병원체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대체로 유행하는 전염병들(대중성 질병)의 특질은 인구가 충분하고 밀집되어야만 지속하고, 감염시킬 새로운 아이들이 적당한 시기에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소멸하고 만다. 따라서 소규모 무리 사회에 이런 대중성 질병은 존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중성 질병은 농업의 발달과 함께 대규모의 조밀한 인구 집단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이다.

    조밀한 인구와 열악한 위생상태는 세균에게 천국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들은 서로 교역을 했다. 다른 집단끼리의 교역은 세균에겐 행운이었다. 로마시대 유라시아(북아프리카 포함)는 거대한 세균 번식장이었다. 그 무렵 천연두가 발생, A.D. 165년~180년에 수백만 명의 로마시민이 죽는다. 오늘날은 이동수단의 비약적 발전으로 세균들이 하루 안에 대륙을 넘나든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질병들은 어디서 생겨났는가? 대중적 전염병들은 대체로 대규모 집단을 이루고 있는 사회적 동물들에 국한해 발생한다. 앞서 말했듯, 가축화의 조건에 사회적 동물이 가축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동물들은 이미 그러한 유행병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예로 홍역 바이러스는 소를 비롯한 야생 반추 포유류를 감염시키는 우역바이러스와 아주 가깝다. 그러나 홍역은 소에게 옮지 않고 우역 또한 인간에게 옮지 않는다. 이는 곧 우역바이러스가 소에게서 인간에게로 자릴 옮긴 후 변이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동물의 질병이 인간의 질병으로 진화하는 데는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이따금씩 애완동물이나 가축에게서 인간으로 직접 전염되는 수십 가지 질병에서 발견된다. 두 번째 단계에 오면 원래 동물 병원체가 이제 진화해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전염되어 유행병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유행병은 감염자의 전멸 혹은 치유로 면역성을 얻어 사라진다. 세 번째 단계는 원래 동물 병원체였던 세균이 인간의 병원체가 되었는데 아직은 소멸되지 않아서 주요 전염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이미 우리가 아는 유행병의 형태로 나타난다. 

    1520년 코르테스가 아스텍에 재침략했을 때, 천연두가 함께 들어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아스텍인을 몰살시켰다. 보란듯이 스페인인은 죽이지 않고 아스텍인만 죽이는 이 질병은 아스텍인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 처음에 약 2000만 명에 달하던 멕시코 인구는 1618년에 160만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북아메리카에서는 1540년 에르나도 데 소토가 지나간 인디언 마을들이 유행병으로 전멸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도 콜럼버스 당시엔 2천만 명에 이르렀으나, 콜럼버스 이후 한두 세기 만에 인구의 95%가 유행병으로 몰살당했다. 그러면 어째서 역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병원체는 유럽인에게 치명적으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우선 가축화된 동물 수가 적었다. 그나마 그마저 거대 무리를 이루고 사는 동물이 아니었다.  

    유라시아의 병원균은 그 밖의 많은 지역에서도 원주민을 몰살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반대로 아프리카나 뉴기니 등에는 유럽인에게 치명적인 병원체들도 있었는데 이는 유럽인들이 이 지역들을 식민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이제 다시 얄리의 질문을 떠올려 보자. 아무리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의 이점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유럽의 소수 이주민이 그토록 많았던 원주민을 교체하는 건 불가능했다. 유럽이 다른 대륙에 병균이라는 사악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12장 식량 생산 창시와 문자 고안과 밀접한 연관

    문명인이라 자부하는 민족들은 문명인과 야만인의 구분을 주로 문자의 유무로 꼽았다. 문자는 정보를 더욱 쉽고 자세하며, 정확하게 전달한다. 해서 문자 또한 총과 균과 같이 유럽의 정복을 도운 핵심 기여자다. 이런 문자 또한 왜 어떤 특정 민족에게서만 발달했을까? 더해 문자의 확산도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발명한 문자는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멕시코 문자는 안데스로 전파되지 못했을까?

    순전히 자기들만의 능력으로 문자를 만들어낸 경우는 인류 역사상 몇 번밖에 없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일부 농경 마을에서 양의 수나 곡물의 분량을 기록하는 등 회계의 목적으로 점토 신표를 이용했는데, 이것이 발달하면서 최초의 문자 체계가 형성되었다. 초기 수메르문자는 주로 눈에 보이는 사물을 가리키는 명사나 숫자였고 그 내용도 문법적 요소들이 생략된 회계 기록에 불과했다. 이 기호들의 형태가 차츰 추상적으로 변해간다. 

    문자의 역사를 통털어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면 수메르인들이 음성 표기법을 고안한 일이다. 수메르인의 문자에는 첫째, 한 낱말이나 명사 전체를 뜻하는 어표, 둘째, 음절, 글자, 문법적 요소, 낱말의 일부분 등을 나타내는 음성 기호, 마지막으로, 발음되지는 않지만 모호함을 해결하는 데 사용되는 한정부호 등의 기호들이 복잡하게 뒤섞기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많았다.

    현재는 해독이 거의 되지 않지만, 현재까지 중앙아메리카에서 발견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B.C.600 년경의 것이다. 이후 나타난 마야 문자의 원리는 수메르 문자와 흡사하다. 중앙아메리카 문자와 고대 서유라시아 문자 사이의 유사성은 결국 인간 창의성의 보편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수메르인과 옛 멕시코인들이 문자를 만들어내자 이들 문자의 내용이나 원리가 신속하게 다른 사회로 전파되어 다른 사회가 독립적으로 문자를 실험해 볼 기회는 견제되거나 좌절되었다. 문자전파는 청사진 복사처럼 세부적인 청사진을 구하여 그대로 복사하거나 변형하여 사용하는 한 방법이 있고, 다르게는 아이디어 확산 방법인데,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얻어 세부적인 내용은 새로 발명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알파벳은 B.C.2000년~1000년, 시리아로부터 시나이 반도에 이르는 지역에 살면서 셈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고안해냈다. 모든 알파벳은 이 알파벳의 청사진을 복제한 아종이다. 알파벳은 단자음을 나타내는 기호들만 사용하기 시작했고, 글자를 고정된 순서대로 배열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붙여 알파벳을 기억하기 좋게 만들었으며, 모음을 마련했다. 알파벳은 정확성과 간소함을 겸비해 현대 세계에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채택하고 있는 문자다.

    외부의 영향을 받아 아이디어 확산을 통해 고안된 문자체계들의 예로는 바로 우리 한글이 있다.

    (뛰어난 문자 체계인 한글을 소개하면 김소월의 시, 산유화 전문이 삽화형태로 실려 있다. 이 삽화는 영어 원문에 그대로 있다.)

    고대 수메르의 지배층은 전문적인 필경사들이 거둬들여야 할 양의 수를 기록하는 데만 문자가 사용을 바랐다. 고대문자의 주된 기능은 '타인의 예속화를 돕는 일'이었다. 초기 문자의 사용자가 제한되어 있었던 사실은 문자가 늦게 나타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문자들은 사회적으로 계층화되고 복잡한 중안 집권적 정치 제도를 갖춘 뒤에야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식량 생산은 문자가 발달하는 충분조건은 아니었고 필요조건이었을 뿐이다. 복잡한 정치조직을 가졌던 잉카, 하와이 국가 등은 문자가 없었다. 왜일까? 문자를 독립적으로 만든 사회는 지극히 적었다. 잉카 등은 수메르나 중국에 비해 식량 생산이 늦어진 사회였다. 충분한 시간만 주어졌다면 그 사회들도 문자체계를 고안해냈을 것이다. 만약 운이 좋아 수메르나 멕시코, 중국과 가까웠다면 훨씬 빨리 문자를 사용하게 되었을 테다. 문자 또한 지리와 생태가 미친 영향이 농작물과 가축화의 전파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이상으로 3부에 속한 11, 12, 13, 14장의 내용 중, 11장, 12장의 내용을 마친다. 가축화와 병원균의 발달은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극히 우연히 획득한 병원체가 아메리카 등의 다른 대륙을 지배하는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문자체계는 한 사회가 이룬 재부, 기술력 등을 축적해, 요즘 말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이런 정보는 누적되면서 문자가 없는 사회와 격차를 심각하게 벌린다.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사로잡고 죽인 데는 이미 그 전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왔던 개척자들이 남긴 정보, 즉 문자로 된 문서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 

    3부의 나머지 장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3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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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3부 2편

    (본 편은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3부 1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참고하시라.) 제13장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기술은 어떻게 이렇게 불균형하게 발달한 것일까? 사실 발명품은 발명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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