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풍파-루쉰
아큐정전과 광인일기가 전형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중국사회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무거운 작품이라면 풍파는 앞의 두 작품에 비해서는 일반적인 인물이 등장하면서 갈등 또한 나름 가볍게 마무름 되어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풍파는 당시 중국인들의 어리석음을 가벼운 사건 하나로 짚으면서 여전히 폐습에 찌든 사람들의 군상을 고발한다. 풍파는 1920년 작품이다. 신해혁명이 일어나고 여덟 해가 지난 시점에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저 한적하고 목가적으로 보이는 강변마을이 이 소설의 유일한 무대다. 이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몸무게에 따라 이름을 짓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노파는 구근이다. 태어날 때, 아홉 근이 나갔던 모양이다. 손자는 칠근, 증손녀는 육근, 이런 식이다. 구근은 계속 살아가는 ..
2019. 10. 24.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