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삼포 가는 길-황석영
영달은 막일 판을 찾아 전전하는 일당 노동자다. 겨울, 하던 일이 끝날무렵, 하숙집 아낙과 붙어먹다가 남편에게 들켜 아침 댓바람에 도망쳤다. 갈 곳이 딱히 없어 길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쯤, 길을 가던 정 씨를 만난다. 정 씨 또한 영달과 같은 막노동 판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서로는 앞면이 있었다. 정 씨는 능청스럽게 영달에게 아침부터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고, 영달과 붙어먹었던 청주댁이 남편에게 죽도록 맞는 것을 보았다고 전한다.영달은 삼포로 간다는 정씨를 무작정 따라나선다. 갈 곳이 없었던 탓이다. 가난한 그들은 버스를 타지 않고 기차역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찬샘골이란 마을에 이르러 ‘서울집’이라는 대폿집겸 국밥집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아침에 도망친 술집 작부, 백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뚱보 주..
2020. 4. 15.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