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은 다소 옛 문체라 읽어내기가 그렇게 매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일제시대 1937년 조선일보에서 연재한 소설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하지만 옛날 극장에서 변사가 말하는 것을 듯는 느낌으로 읽으신다면 나름의 재미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필자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소설은 해왕좌, 라는 연극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연극단 단장이 살해당하면서 사건이 전개되지요. 재미 있는 것은 이런 살인상황을 유불란이라는 추리소설가가 극화하면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잡아나간다는 독특한 설정이란 점입니다. 유불란이 범인으로 지목하는 남자에게 극에 출현할 것을 제안합니다. 남자는 고민 끝에 수락의 편지를 보냅니다. 연극이 몇 회 상연되면서 경성은 이 사건과 극에 관심이..

영달은 막일 판을 찾아 전전하는 일당 노동자다. 겨울, 하던 일이 끝날무렵, 하숙집 아낙과 붙어먹다가 남편에게 들켜 아침 댓바람에 도망쳤다. 갈 곳이 딱히 없어 길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쯤, 길을 가던 정 씨를 만난다. 정 씨 또한 영달과 같은 막노동 판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서로는 앞면이 있었다. 정 씨는 능청스럽게 영달에게 아침부터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고, 영달과 붙어먹었던 청주댁이 남편에게 죽도록 맞는 것을 보았다고 전한다.영달은 삼포로 간다는 정씨를 무작정 따라나선다. 갈 곳이 없었던 탓이다. 가난한 그들은 버스를 타지 않고 기차역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찬샘골이란 마을에 이르러 ‘서울집’이라는 대폿집겸 국밥집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아침에 도망친 술집 작부, 백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뚱보 주..

임진년(1592년)에 시작된 왜란은 조선수군의 선전과 명군의 개입으로 1여 년 만에 교착상태에 빠진다. 임진년 이듬해 음력 4월부터 왜군이, 이후 음력 8월부터는 명에서 화의를 추진하게 된다. 지난한 협상은 3년을 끌다가 결렬되고 일본이 다시 쳐들어오면서 정유재란이 일어난다. 휴전이 진행될 당시, 선조와 조정의 출정명령을 계속해서 반려한 이순신은 결국 정유년 2월 통제사직에서 해임, 원균에게 직책을 인계하고 한양으로 압송된다. 압송되어 고초를 겪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내려온 이순신은 권율의 휘하에서 백의종군을 하게 되었다. 1597년 음력 7월 16일, 원균이 이끄는 조선함대가 칠천량해전에서 대패, 수군은 거의 궤멸 상태에 이른다. 이 일로 이순신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조선 정부는 12..

상상해 보자. 요즘과 아주 비슷하다. 전염병이 퍼진다. 이 전염병은 코로나19보다 더 강한 전염력을 지녔고 더 치명적이다. 이 병은 눈을 멀게 하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말에 따르면 앞이 하얗게만 보인다고 한다. 주제 사마라구의 환상적인 리얼리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던 남자가 갑자기 눈이 먼다. 그를 집에 데려다주고 그의 차를 훔쳐 달아난 도둑도, 그의 아내도 다 눈이 멀어간다. 걷잡을 수 없이 이 질환은 퍼져나간다. 정부당국에서는 수백 명의 이 질환자들을 한 정신병원에 수용하기로 한다. 전염력이 너무 강해 군인들이 그들을 감시한다. 군인들이 보초를 서는 쪽으로 다가오기만 해도 발포로 이어졌다. 장님이 된다는 것은 그만..

‘내 이름은 빨강’은 터키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1998년에 발표한 그의 대표작이다.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민음사에서 이난아의 옮김으로 2004년에 1, 2권으로 출판되었다. 1591년 오스만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한 세밀화가가 살해당하면서 며칠 간 펼쳐지는 추적을 통해 그 당시 세밀화가들의 고뇌와 갈등, 사랑 등이 입체감 있게 펼쳐진다. 동서양이 만나는 제국의 중심, 이스탄불에서 새로운 사조를 받아들이려는 혁신적인 인물들과 구 체계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고집스런 장인들의 신념이 충돌하며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을 다양한 인물, 사물을 통해 세밀화처럼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구성이 독특하다. 각 장에 자신의 이름을 소개..
변신 줄거리 '그레고르 잠자'는 아침에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변신한 그레고르의 가장 큰 걱정은 회사출근 걱정이다. 아침이면 으레 돌아오는 반복된 일상이었으니 그러했을 것이다. 회사 지배인이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찾으러 오는 장면은 조금 충격적이다. 어쨌든 그렇게 소동이 일어나고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어 식구들과 살게 되었다. 그레고르의 경제력에 기대어 살고 있던 식구들은 이제 제각각 일을 시작하고 그레고르는 조금씩 소외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레고르가 자신의 방을 치우는 것에 자신이 인간이었던 기억까지 잊혀질까 저항하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를 맞고 등에 박히는 사고가 생긴다. 점점 사람들은 무관심해지다 못해 귀찮아하고, 어쩌다 마주하면 혐오를 드러냈다. 어느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