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빨갱이와 내통한 좌익분자 하대치는 경찰로 위장해 서운상의 집에 가 경찰서에서 거짓 진술을 한 머슴, 피보길을 데리고 뱀골재를 넘습니다. 그곳에서 강동기, 염상진과 만나 피보길에게 거짓 진술을 철회하고 사실대로 말하라, 협박해 다짐을 받고 보내줍니다. 심재모는 가장자리를 예쁘게 감친 손수건과 연애편지를 받고 묘한 기분에 잠깁니다. 김범우는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기차선로를 일제가 자신들의 은혜라 자랑했고, 아직도 일본의 은혜라 뇌까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실 기차는 수탈의 수단이었고 대륙침공의 첨병이었습니다. 전주를 지나며 함께 OSS, 하와이 포로생활을 했던 박두병을 생각합니다. (김범우가 서울에 가는 것은 작가의 의도입니다. 이 시기 서울에서 향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역사적 사건들의 결..

1. 피할 수 없는 맞섬 심재모, 권병제, 염상구, 임만수가 새벽까지 비상대기 중입니다. 앞서 산에 봉화가 일제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심재모는 염상구가 외서댁을 강간한 사실을 알고 처벌하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참고 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을 죄로 생각하지 않고 여자는 사건화 되는 것을 꺼려하는 시대였습니다. 심재모는 버마전선에서 정신대여성과 관계한 역겨운 경험을 떠올리며 정신대가 얼마나 될까 혼자 가늠해 봅니다. 이것은 왜 공론화 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을 품습니다. 외서댁은 처가에 있었습니다. 자살소동이 있고 외서댁의 어미, 밤골댁은 한사코 외서댁을 붙들어두었던 것입니다. 봉화가 오르자 외서댁의 아비는 외서댁을 장흥 이모네로 보냅니다. 비상대기 시 나왔던 율어면에..

21. 탈주 제보 미행이 붙은 것을 느낀 이지숙은 위험을 감지하고 교무실로 들어섭니다. 어제의 일로 영웅이 된 손승호가 다른 교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지숙은 병원에 전화해 학부모에게 말하듯 염상구에게 위험을 경고합니다. 들몰댁은 방면된 후 친정에서 이틀을 앓아누웠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돌아오자 짐짓 반기는 체하며 이것저것 캐묻는 이웃 구룡댁이 경찰의 끄나풀일 것이라 단정합니다. 시아버지 굿을 위해 다시 소화를 찾아간 들몰댁의 사정을 듣고 소화는 친근감을 느낍니다. 김범우는 유치장에서 만난 스님을 만나기 위해 순천으로 가다 조한규와 마주칩니다. 조한규는 상업학교 주임으로 일제시절 신사참배에 열 올리며 두 학생을 가미가제 특공대로 보내 서장의 표창까지 받은 인간입니다. 그는 김..

11. 체포 최익승은 화가 나 경찰서장 남인태를 부릅니다. 김범우가 최익승을 만나고 간 후였습니다. 김범우가 좌익부역자라도 재판을 통해 처벌할 것과 가족에 대한 테러를 막아야 한다고 최익승에게 요구했던 것이었습니다. 최익승은 남인태를 이용, 좌익 숙청기간, 김범우가 방해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체포할 것을 강요합니다. 더해 염상구를 청년단 단장에 앉힙니다. 친일파 최익승이 미군정에서 되살아나고 더 크게 성공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미군정에 의해 근현대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을 상기시키는 작가의 의도일 것입니다. 최익승은 쌀을 매점매석해 엄청난 부를 축적합니다. 해방직후 쌀값은 미친 듯이 치솟았습니다. 일 년 사이 최익승의 재산은 삼백 배나 늘어났습니다. 최익승을 만나고 집으로 향하던 김범우는 백색..

1. 일출 없는 새벽 정하섭은 새벽 야음을 타고 벌교로 잠입합니다. 외딴 폐허가 된 현부자네 제각에 딸린 무당 월녀의 집에 찾아가 소화를 만납니다. 정하섭과 소화는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깊었습니다. 벌교에서 양조장을 하는 하섭의 아버지는 굿을 즐겨 벌이는 편이었기에 자주 마주쳤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비파를 건네며 맺은 인연은 자라서도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소화는 무당의 딸인 자신에게 다정하고 반듯하게 생긴 정하섭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당의 명령에 따라 벌교에 자금을 확보하러 온 하섭의 손 위에 무당인 소화가 손을 포갭니다. 2. 가슴으로 이어진 물줄기 밤, 하대치의 집에서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하대치는 이날 집을 떠나기 위해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

북로구라는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일 기피했던 것이 장편소설입니다. 한 편, 한 편 써서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블로그 운영의 거의 전부라고 한다면 제 블로그의 특성상 장편소설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입니다. 많은 내용이 있으니 한 작품으로 여러 개의 포스팅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너무 늘어지게 되는 단점이 있지요. 게다가 장편소설은 분석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에 이르고야 말았네요. 다가올 4.3항쟁 추념일에 맞춰 여순항쟁(여순반란)과 한국전쟁 기간-통칭 해방기 공간-을 다룬 작품을 블로깅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독이야 오래 전에 했지만 기억이 희미할 만큼이나 지난 세월입니다. 다시금 꼼꼼히 읽으며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