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 / 2019. 11. 8. 01:0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줄거리 및 독후감-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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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해서는 많은 사설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이 작품은 유명한 작품이다. 줄거리를 미리 읽고 싶지는 않고, 대강의 소개만 보고 싶다면 1과 3만 훑어보시기 바란다. 2의 내용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 전체 줄거리 요약이다. 

 

1

나는 과학, 인문사회과학 서적 등, 비문학은 예왼데, 문학은 번역한 걸 잘 읽지 않는다. 어린 시절 세계문학전집-어느 출판사의 것인지 기억은 안 난다. 동아세계대백과를 사고 얻은 것이니, 동아출판사일 수는 있다. 방문 책 판매원에게 샀고, 사은품으로 받은 책들이었다.-을 많이 읽은 내겐 조금 안 좋은 글 쓰기 습관이 있다. 의도하지 않게 번역체를 많이 쓰는 것이다. 굳이 번역체가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식 표현을 살려 쓰는 게 더 좋다는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번역체 글을 좀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너무 유명한 작품이란 첫 번째 이유와, 두 번째, 우리 집 책장에 이미 있던 책이란 점, 세 번째, 지금, 잠이 안 온다는 이유까지를 보태서, 끝내 이 책을 펼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본은 참 미운 나라다. 그래서 나는 평소, 일본 것이라면, 물건도 문화도 웬만하면 소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누군지 모르고, 앞으로도 계속 모르기로 했다. 물론 해시태그는 달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작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것은 구글에 있는 정보가 가장 권위있는 정보다. 

나는 딱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이란 소설의 내용만을 소비할 것이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공감한 그 내용만. 그 정도면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예는 지킨 것이 아닌가 한다.

독도는 우리 땅!!!!

 

2

제1장 답장은 우유상자에

쇼타, 아쓰야, 고헤이 이 세 친구는 어느 집에서 도둑질을 한 후, 도피처로 쇼타가 미리 봐 두었다는 헌집을 찾아간다. 그곳이 이미 닫은 지 오래된 나미야 잡화점이었다. 그곳에서 새벽 2시에 웬 상담편지가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원래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 나미야 유지가 동네 꼬마들을 상담해 주다가 근방에 꽤 유명세를 얻게 되어 이 잡화점은 고민 상담소가 되었던 곳이었다. 이미 문 닫은 지 오래인 이곳에 다시 편지가 온 것이 의아했지만 셋은 주간지에 실린 기사 대로, 나미야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답장을 써서 뒷문 우유상자에 넣어본다. 그 편지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게 상담을 진행하던 셋은 점점, 그 여자의 편지가 과거에서 온 것임을 깨달아 갔다. 직설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충고하던 그들의 조언은 우연히도 그녀에게 좋은 충고가 되고, 고맙다는 편지까지 받는다. 셋은 생각지도 못한 답에 당황했다. 그만 나가기 위해 뒷문으로 가려는 순간 또 다른 편지가 온다.

 

제2장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마쓰오카 가쓰로는 아마추어 음악가로 크리스마스 위문 공연을 위해 아동복지시설, 환광원에 왔다. 공연 도중 그는 자신의 공연에 눈길도 한번 주지 않는 한 소녀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곡으로 하모니카를 꺼냈다. 눈을 감고 연주한 뒤 눈을 떠보니 그 소녀가 골똘히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식사 중 그 소녀가 하모니카곡의 곡명을 묻는다. 자작곡, <재생>이라 알려주었다. 소녀는 좋다고 다시 들려고 했다. 가쓰로는 기꺼이 다시 들려 주었다. 그 소녀는 세리였는데 다쓰라는 동생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곳으로 온 아이였다.

그날 환광원에서 자게 된 가쓰로는 숙소에서, 팔 년 전, 할머니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편지를 썼던 일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생선가게, 우오마쓰를 물려 받을 것인가, 답도 보이지 않는 음악을 계속할 것인가? 배부른 투정 그만부리고 생선가게나 하라는 충고의 답장이 온다. 잘 모르고 그런다. 가게도 작다는 등의 답신을 보낸 가쓰로. 그러나 두 번째 답장도 지독했다. 재능이 없는 거다, 라는 둥. 그러니 외려 시원한 느낌을 받은 가쓰로는 답장의 주인이 궁금했다. 분명 가쓰로가 아는 나미야 할아버지는 아니었다. 직접 만나고 싶다. 꿈을 포기할 결심이 아직 없다며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편질 쓴다. 그 편지를 편지함에 넣으려다 인기척을 느껴 기다렸다. 밤 11시. 편지를 반쯤 걸쳐놓고 하모니카를 불었다. 자기 곡을 들려주고 싶어서. <재생>이었다. 편지를 넣었다. 

생선가게를 물려 받을까, 갈등하던 가쓰로에게 오히려 목숨 걸고 음악을 해보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가쓰로는 다시 도쿄로 가는 길에 잡화점에 들렀지만 편지의 주인을 만나지는 못하고 답장만을 받는다. 당신은 뮤지션을 할거라고. 음악의 길은 쓸모없는 일이 아니다. 당신 노래에 구원 받는 사람이 있다. 음악은 오래 남는다, 라는 왠지 공손하기까지 한 답장을 받는다. 가쓰로는 그 편지에 큰 용기를 얻었다.

환광원에서 자는 사이 불이 났다. 대피하다 세리와 마주친 가쓰로는, 다쓰가 옥상에 있다는 세리의 말을 듣고 옥상으로 향한다. 다쓰를 찾아서 업고 달리는데, 나미야 잡화점 편지가 떠오른.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아무튼 틀림없는 얘기예요.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유명한 가수가 된 세리의 데뷔곡이자, 공연 마지막에 늘 부르는 노래, <재생>을 수많은 관중들이 숨죽여 듣고 있다. 

 

제3장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나미야 다카유키가 잡화점에 갔을 때, 아버지는 편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장난스러운 편지에도 진지하게 답했다. 아버지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무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알려주는 지금 편지의 사연은 임신한 여자인데, 남자에게 처자식이 있다, 라는 고민이었다. 아들은 끌끌 혀를 차며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그게 답인 걸 아니까 물어온 것이다라고 받는다. 여자는 임신이 어려운 몸인데,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몇 년째 상담을 해보니,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고, 상담으로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할 뿐이란 걸 알겠더라는 아버지. 그러나 이 여자는 혹시 지우기 위해서 편지를 쓴 지도 몰랐다. 다카유키는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누나에게 듣기로, 잡화점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다카유키는 아버지에게 장사를 그만 폐업하고 자신의 집으로 오길 권하하지만 아버지는 거절한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몸이 안 좋아진 아버지는 다카유키의 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옮긴 지 얼마후, 아버지는 간암말기 판정을 받는다. 입원 한달. 아버지는 가게로 돌아가고 싶다고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하룻밤이면 된다고. 둘은 작년에 산 시빅 자동차를 타고 잡화점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혼자 있겠다고 다카유키에게 돌아가라고 하지만, 다카유키는 차에 있기로 했다. 잡화점에 들어가기 전, 유언장이라며 봉투를 전해주는 아버지. 편지는 기묘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내 서른세 번째 제삿날이 다가오면 공고문을 내어달라. 그날 나미야 잡화점 상담 창구가 하루 부활한다고. 그리고 이전에 상담 받으셨던 분들은 상담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알려달라는 공고문을 내어달라는 부탁의 편지였다. 아까 졸라서 들은 이야기로는 신문기사 하나였는데, 미혼모가 아이와 동반 자살하려다 아이만 살아났다는 기사였다. 이태 전 그 편지의 여자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당신의 상담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 지 알고 싶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충고에 누군가 어처구니 없이 불행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잡화점을 그만둔 것었다, 아파서가 아니라. 오늘 가게에 가면 그들이 미래에서 보낸 답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새벽, 시빅에서 깨, 잡화점으로 간 다카유키는 식탁위에 편지가 십여 통이나 있는 것을 본다. 여기 오자마자 내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편지들이 들어오더라는 아버지. 상담이 도움이 된 데는 본인의 마음가짐이 좋아서라는 아버지. 몇몇 편지를 읽고 그만 가려는 순간, 또 하나의 편지가 도착했다. 묘하게도 백지편지였다. 다카유키를 잠시 나가있게 한 아버지는 뭔가 답장을 써주고 뒤따라 나왔다. 

2012년 9월. 나미야 슌고는 망설이고 있다. 할아버지, 나미야 다카유키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내년 9월이 되면 공고를 내달라고 종이 한 장을 주셨다. 얼마후 다카유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것은 다카유키의 아버지, 즉 슌고의 증조부가 부탁한 공고문이었다. 하지 않으려다가 할아버지의 유품인 손목시계를 보고는 다시 노트북을 켠다. 

 

제4장 묵도(默禱)는 비틀스로 (※묵도: 말없이 마음속으로 비는 기도.)

미심쩍은 인터넷 블로그의 글을 보고 나미야 잡화점을 찾아온 와쿠 고스케. 생선가게, 우오마쓰는 없어진 듯하다는 둥, 오래된 기억을 더듬는다. 나미야 잡화점을 찾았다. 밤 11시. 고스케는 Bar Fab 4에 편지를 쓰기 위해 들어가 한잔하기 시작한다. Fab 4는 비틀스의 별명이다. 고스케는 비틀스의 광적인 팬이었다. 

바에서 편지를 쓰는 고스케. 어릴적 사업에 망한 아버지가 야반도주하려고 할 때, 고스케는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편지를 넣었다. 야반도주 하기 싫다고. 당시, 나미야 잡화점의 관례대로, 자기 상담이 벽에 나붙으면 야반도주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거였다. 그 편지로 인해 상담편지의 답장은 우유상자로 하게 되었다. 답신엔 부모님을 따라 가라는 할아버지의 조언이 담겨있었다. 그러리라 마음 먹고 지내던 이사 전날, 비틀스의 다큐 영화 렛이비를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비틀스 음반을 친구에게 모두 팔아버린다. 그리고 야반도주 당일, 휴게소에서 고스케는 남의 트럭에 몰래 타고 가버린다. 끝내 고스케는 환광원이란 아동복지시설로 가게 되었다. 아동복지시설의 생활은 나름 괜찮았다. 학교도 다니고, 나무 조각도 했다. 재능을 인정받아, 이후 사이타마 현의 목각 장인의 휘하에 제자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1988년 환광원 화재 소식을 듣고 환광원에 갔다가 무토 하루미를 만난다. 나미야 잡화점 상담으로 지금은 꽤 잘 산다는 하루미. 1990년 이후 경기 안 좋아지니 주식, 부동산은 미리 매각하라는 묘한 얘기를 남긴다. 자신이 따르지 않은 나미야 할아버지의 충고를 잘 따라서, 잘 살고 있다는 그녀. 고스케는 작업실로 향하지 않고 나미야 잡화점으로 향한다. 그곳, 우유상자 앞에서 다카유키와 마주쳤다. 다카유키는 아버지가 팔 년 전 돌아가셨다고 전한다. 그리고 감사의 편지를 받은 이야기들을 고스케에게 해준다. 그 중에 야반도주한 아이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 남자도 감사편지를? 다카유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스케가 그 편지를 받은 게 언제냐 묻자, 다카유키는 얼버무리는데… 

다시 현재. 고스케는 부모님은 어찌되었는 지는 몰라도 충고와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사람도 잘 살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 라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바를 둘러보다 턴테이블 발견했다. 거기서 예전에 친구에 판 자신의 LP판들을 발견한다. 마담 거냐고 묻자 죽은 오빠 거였다고 대답하는 마담. 마담의 오빠가 전한 말에 의하면 고스케의 가족은 다 죽었다고 했다 한다. 고스케는, 자신도 죽은 걸로 위장하기 위해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을 먼저 죽였다는 유서를 남긴 것이라 추측했다. 지금의 자신은, 부모님이 목숨으로 지켜준 것임을 안 순간, 고스케는 썼던 편지를 찢었다. 편지를 다시 쓴다. 부모님과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꾸몄다. 그리고 신기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편지가, 나미야 할아버지의 아들이 말해주었던, 또 한 명의 야반도주한 아이의 감사 편지와 흡사해진 것에. 고스케는 바에 다시 돌아오기로 한 뒤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제5장 하늘 위에서 기도를

쇼타가 시무룩하다. 답장이 아니었다. ‘생선가게 뮤지션’이 그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단 말을 나누는 이들. (가쓰로의 편지를 받은 이야기다.) 편지를 주고 받다가 들려온 <재생>의 멜로디에 모두 놀랐던 것이다. 이 노랜 미즈하라 세리라는 유명한 여가수의 데뷔곡이었다. 그 곡의 유명한 일화는 아쓰야 일행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환광원 화재 이야기이기 때문인데, 이들도 거기 출신이었던 탓이다. 미즈하라 세리는 그곳 아이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에게 본인 자신의 죽음을 알려주지는 않기로 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남으로, 그저 격려해주자는 아쓰야의 의견이었다. 그 편지를 넣고 없어진 걸 확인하고 그의 답장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으니 실망했던 것이다. 

그때 휴대폰을 보던 쇼타가 놀란다. 인터넷에 뜬 나미야 잡화점 공고글을 본 것이었다. 오늘이 그날, 9월 13일. 고민상담 부활이라니. 딱 그 시간에 그곳에 있는 세 명. 뭔가 방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에 고헤이는 아쓰야가 열어놓은 뒷문을 닫았다. 그러자 편지가 또 왔다. 한 여성 직장인의 고민이었다. 단순업무만 시키는 회사, 적은 월급. 그래서 호스티스 클럽에 스카웃되어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도둑들은 그녀를 골빈 여자 취급하며 우선 타일러 보자고 합의한다. 호스티스 그만두라, 젊은 한 시절 뿐이다…. 답장이 왔다. 자신은 당당히 자립하고 싶은 여성이다는 포부 밝힌다. 셋은 토론한다. 아쓰야는 그런 일하다가 못된 남자나 만나 애비 없는 애나 낳을 거라 말한다. 호스티스로 일하다 남자 잘못 만나 미혼모가 되는 이야기는 아쓰야의 어머니 이야기였다. 아쓰야는 학대당하며 자란다. 방치되었던 아쓰야는 환광원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그녀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 보아라는 편지를 쓴다. 이에 여자의 답장은, 도와줄 스폰이 있다는 둥, 석연찮은 대답을 한다.

편지 상담자는 하루미였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그녀를 받아준 분은 이모할머니 부부, 다무라 부부였다. 그러나 이모할머니의 사위가 사업이 망해 그 집으로 들어오면서, 결국 하루미는 아동보호시설, 환광원으로 들어 가게 된다. 육년 후에야 이모할머니는 하루미를 데리러 올 수 있었다. 

이모할머니댁 맞은편 집, 시즈코는 펜싱을 하는 언니였는데, 이 시즈코 언니가 나미야 잡화점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시즈코는 잡화점 할아버지가 애매하게 넘어가거나 은근슬쩍 속이는 게 없이 명징하다고 일러준다.(시즈코는 도둑들이 상담한 첫 번째 상담자다.) 딸과 사위의 부채를 갚느라, 뇌경색 할아버지 병수발 드느라, 다무라 집안은 힘들었다. 편지를 썼다. 언니의 말대로 답장은 완전히 시비를 거는 느낌이었다. 하루미가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썼다, 환광원 출신이라는 것까지도. 그러자 부자가 될 방법이 있는데 마음이 있다면 알려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편지는 9월 13일까지만 된다고 덧붙였다. 하루미는 편지에서 시킨 대로 몇 가지를 따라본다. 스폰이 되어주겠다는 남자을 떠보는 등. 밑져야 본전, 9월 12일 하루미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돌아온 답장엔 1985년 이전에 도쿄에 부동산을 매입해 재산을 불려 주식에 재투자하라. 89년까진 손해볼 일 없다. 골프회원권도 유망하다. 89년 이후엔 손 떼라, 라고 알려 준다. 더해서 90년대엔 컴퓨터다, 인터넷이다 등등.

훗날 시즈코를 통해 잡화점 할아버지가 9월 13일에 돌아가신 걸 알고 자신이 죽을 날짜까지 알았다니 과연 예언자라는 생각을 한다. 88년, 이모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산 핑계로 이모할머니 집을 뺏으려는 사위와 딸에 대항해, 하루미는 그 집을 자신이 사들이고, 돈을 반반씩 나눠갖게 했다. 기간, 나미야 잡화점의 편지 대로 잘 따라, 하루미는 큰 돈을 벌었다. 환광원 불 소식을 뉴스로 보고 그곳으로 갔다가, 후지카와 히로시를 만났다. 고스케였다. 그리고 다시 갔을 때, 환광원 설립과 전 원장인 현 원장의 누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숨을 거둘 때, 누님이 하늘 위에서 모두를 위해 기도할 테니 걱정 마라고…. 누님은 독신이셨는데, 젊은 시절 단 한번, 기계공 남자와 도망갈 뻔했었다고 했다. 자신들 집안이 자산가 집안이라 반대가 너무 심해 둘이 도주하려다 실패했다고 한다. 훗날 그 남자가 누나에게 전했다는 편지를 하루미에게 보여주는 관장. 그 남자가 바로 나미야 유지였다. 이곳에 환광원을 만든 것은 이곳이 그 사람의 고향과 가까워서인 듯. 하루미는 나미야 유지의 이름에서 나미야 잡화점을 떠올린다. 

오십 대의 하루미. 이전 원장의 아들이 원장인 지금, 어려워진 환광원에 출자하려 했다. 그러나 미지근한 반응이 돌아온다. 알아보니, 유령직원에, 보조금 부당청구 등등. 아마 부관장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미야 잡화점 하루 이벤트 발견하고는 고향으로 향했다. 우선 짐을 풀기 위해 별장으로 쓰던 이모할머니의 집에 잠시 들렀다가, 그만 도둑들과 마주치고 만다. 도둑들은 이것저것 털어 가려고 하루미를 묶어놓고 질문을 하다가, 이런 질문도 한다. 환광원을 헐고 러브호텔 지을 거냐고. 아니라고 하루미는 말한다. 도둑들은 수전노로 소문난 하루미를 믿지 않는다. 나름 다 챙긴 세 도둑은 하루미를 그냥 두고 떠난다. 

셋은 환광원이 헐리고 러브호텔이 들어선다고 알고 있었다. 하루미 그 여자의 회사가 짓는다고. 그래서 그 여자의 별장을 털기로 한 것이었다. 그 후, 그렇게 그들은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왔다. 

아쓰야가 시간을 추측하기 위해 빈 편지를 바깥에서 넣어보았다. 안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들고온 하루미의 핸드백에서 자신들이 상담해준 호스티스 여자가 쓴 감사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들은 하루미가 그녀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셋은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들은 별장에 묶어둔 하루미에게 돌아가 자수할 각오를 했다. 나가며 우유상자를 열었더니 편지가 있다. 어라? 실험삼아 넣었던 빈 편지에다 쓴 나미야 유지의 답장이었다.

'백지 위에 자유롭게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라.'

 

 

3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은 너무 잘 짜맞춘 이야기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배치되어 있다. 이런 건 마치 어떤 정글의 나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줄지어 서있는 것처럼 어색하다. 나는 이 전형적인 신파 같은 글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꼭 필요하다. 첫째, 부담이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복잡한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과도하게 긴장된 세상에서 안정된 서사는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준다. 둘째, 이런 류의 글에서 느끼는 감동은 별반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 이런 류의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 속, 부러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뻔한 함정(?)에 우린 스스로 걸어들어가 허우적댄다. 일종의 목욕 같은 것이다. 일단 들어갔다 나오면 개운하다. 세째, 잘 배치된 이야기 얼개를 분석하는 재미가 있다. 하나도 허투루 볼 것이 없다. 퍼즐 맞추기 게임 같은 것이다. 아차, 싶어서 대략 백여 페이지를 돌아가는 일도 생긴다. 이런 게 이렇게 잘 짜맞춘 이야기를 읽을 때 누릴 수 있는 놀이다. 물론 재미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진짜 기적은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에 코끝이 몇 번 찡해졌던 바로 나 자신이다. 같은 기적을 체험해 보시려거든 펼치시라. 단, 보장은 못한다. 지금 나미야 잡화점에 어떤 잡놈이 들어앉았는 지, 나는 모른다. 당신이 보낸 편지에 돌아올 우유상자 속 답장은, 어쩌면 조금 실망스러운 내용일 수도 있겠지. 모든 것은, 자기 마음 먹기에 달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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