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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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지도 이제 꽤 되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의 부재를 아이폰출시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닌 팀 쿡이 그의 역할을 이어받아 으레 애플의 멋진 브리핑 식의 제품 출시 쇼를 이끌었으니까.

그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것들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냈고, 수요를 충족시킨 것 뿐만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해 냈다. PC시대를 연 혁신가. 고집불통 독불장군. 

이 책은 스티브잡스가 죽기 전에 기획되었고,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전기작가로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책도 썼다 한다.

책의 서사구조는 단순하다. 태어나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애플에서 쫓겨나는 부침을 겪다가 복귀해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들어내는 성공. 그러나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저명한 작가답게 시선은 객관적이다. 수많은 주변인들, 소위 스티브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인터뷰해 그의 일생이 만든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조명했다.

물론 한계도 많다. 우리는 이 책을 펼치면서 그의 성공담내지 영웅적 일대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모든 초점은 그의 기술적인 혁신, 부의 축적 따위의 성공으로 모아진다. 아니라고 생각해도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책을 읽을 때는 필연적으로 내적 모순이 생긴다. 불편함과 또 말도 안 되는 편안함이다. 전자는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이고, 후자는 주인공과 내가 동화되었을 때 느끼는 서사구조 속의 편안함이다. 어쨌든 그는 성공신화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물론 스티브잡스는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괴벽이 만든 병이 아닐까 싶지만, 비과학적인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평생 고집한 식습관,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생활은 분명 그를 나약하게 만든 게 분명해 보였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은 책이다. 개인적 취향인데,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앞서 말했듯,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전기를 읽으면 그런 성공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만 보인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정해진 결론이 '경제적 성공'이기 때문에 그 모든 아집, 독선, 실수, 인간적 결함 따위도 어떤 분야에 성공의 요소로써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스스로 영적이고 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고자 했고, 많은 상품에서 그런 자신을 증명하면서 물신주의의 정점에 섰다는 아이러니. 그래서 그는 야누스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두 가지가 적대적이라 상존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이의 간극을 우리는 가볍게 보아서도 안 된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워즈니악은 모든 기술을 공유하는 사회를 꿈꿨다. 억압이 없는 세상을 꿈꾸던 히피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독점과 부는 결국에는 억압이 된다. 우리가 누리는 이런 초고속인터넷, 전자상거래.... 다 좋다. 그러나 가지지 못한 자,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지구의 온난화만 가속화시키는 악재로만 보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언제나 엔드투엔드라는 독점을 추구했다. 애플에서만, 오로지 애플에서만.... 글쎄 모르겠다. 완벽주의 성향이라 다른 누군가에게 등을 맡길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만, 독선적인 그가 끼친 영향, 변화는 세계적이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 그 관계가 사람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런 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참으로 모순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이 말마따나 그의 스위치는 이제 꺼졌다. 그러나 애플의 불빛은 더욱 빛나고 있다. 그가 엔드투엔드로 정보를 과점한 사이 가볍게 올리는 우리의 이미지, 텍스트 따위들은 어마어마한 탄소를 쏟아내며 세계 어디에나 상존하는 구름이 되었다. 옳고 그름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꽤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애플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구글 안에서, 이 조그만 자판기 안에서. 그러나 저러나 선택은 우리 몫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잡스는 그 시대에 필요한 아이콘이었을 뿐. 결국 그를, 그의 상품을 선택한 것은 우리가 아니겠는가. 

잡스가 궁금하고 그가 만든 혁신들, 그리고 더해 PC시대가 어떻게 개막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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