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살아서 돌아온 그들 경찰병력이 벌교를 떠난 다음날 안창민 부대가 벌교를 장악합니다. 질서유지와 사사로운 보복금지, 토지분배 전면 재실시를 삐라로 공포했지만 이미 하루 사이 사적인 보복폭행이 가해진 후였습니다. 보도연맹 예비검속의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이 남은 경찰가족과 청년단원들을 습격한 것이었죠. 호산댁이 이 보복의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은 염상구가 떠나고 쌀을 퍼서 염상진의 집으로 갔던 덕이었습니다. 남양댁은 소식을 모르던 남편, 강동기와 해후합니다. 하대치는 비운지 오래라 먼지 쌓인 소화네 마루에 ‘길남아 종남아 아부지가 왔다 인민공화국 만세다 하대치’라고 써놓고 돌아갑니다. 사흘 뒤 인민군환영대회가 열리는 자리에 염상진, 안창민, 천점바구가 감격스럽게 해후합니다. 염상진은 자신의 집에 들르기..

1. 니만 사람이냐! 시월, 안창민은 작전 수행 후, 비밀 비트에서 염상진을 만납니다. 조직개편의 의의와 윤곽을 간략하게 듣습니다. 염상진은 정치위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율어에 풍년이 듭니다. 시위대 백여 명을 검거한 뒤 백남식은 주모자 색출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이 이지숙은 신 씨네 작인들과 부녀자를 동원한 석방시위를 계획합니다. 다시 사백여 명의 여자들이 석방시위를 벌입니다. 권 서장이 시위자를 석방하기로 발표합니다. 그러나 김종연, 유동수 등의 주모자들은 이미 순천으로 넘겨져 버리고 없었습니다. 중도방죽의 땅 육만 평을 사들인 정현동은 발동기로 바닷물을 퍼 올렸습니다. 염전허가를 위해 우선 바닷물을 채워야 했던 것이죠. 들에 있던 소작인들이 모여들어 땅이 팔린 것을 확인하고 살려 달라 애..

13. 빨갱이와 내통한 좌익분자 하대치는 경찰로 위장해 서운상의 집에 가 경찰서에서 거짓 진술을 한 머슴, 피보길을 데리고 뱀골재를 넘습니다. 그곳에서 강동기, 염상진과 만나 피보길에게 거짓 진술을 철회하고 사실대로 말하라, 협박해 다짐을 받고 보내줍니다. 심재모는 가장자리를 예쁘게 감친 손수건과 연애편지를 받고 묘한 기분에 잠깁니다. 김범우는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기차선로를 일제가 자신들의 은혜라 자랑했고, 아직도 일본의 은혜라 뇌까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실 기차는 수탈의 수단이었고 대륙침공의 첨병이었습니다. 전주를 지나며 함께 OSS, 하와이 포로생활을 했던 박두병을 생각합니다. (김범우가 서울에 가는 것은 작가의 의도입니다. 이 시기 서울에서 향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역사적 사건들의 결..

1. 피할 수 없는 맞섬 심재모, 권병제, 염상구, 임만수가 새벽까지 비상대기 중입니다. 앞서 산에 봉화가 일제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심재모는 염상구가 외서댁을 강간한 사실을 알고 처벌하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참고 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을 죄로 생각하지 않고 여자는 사건화 되는 것을 꺼려하는 시대였습니다. 심재모는 버마전선에서 정신대여성과 관계한 역겨운 경험을 떠올리며 정신대가 얼마나 될까 혼자 가늠해 봅니다. 이것은 왜 공론화 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을 품습니다. 외서댁은 처가에 있었습니다. 자살소동이 있고 외서댁의 어미, 밤골댁은 한사코 외서댁을 붙들어두었던 것입니다. 봉화가 오르자 외서댁의 아비는 외서댁을 장흥 이모네로 보냅니다. 비상대기 시 나왔던 율어면에..

21. 탈주 제보 미행이 붙은 것을 느낀 이지숙은 위험을 감지하고 교무실로 들어섭니다. 어제의 일로 영웅이 된 손승호가 다른 교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지숙은 병원에 전화해 학부모에게 말하듯 염상구에게 위험을 경고합니다. 들몰댁은 방면된 후 친정에서 이틀을 앓아누웠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돌아오자 짐짓 반기는 체하며 이것저것 캐묻는 이웃 구룡댁이 경찰의 끄나풀일 것이라 단정합니다. 시아버지 굿을 위해 다시 소화를 찾아간 들몰댁의 사정을 듣고 소화는 친근감을 느낍니다. 김범우는 유치장에서 만난 스님을 만나기 위해 순천으로 가다 조한규와 마주칩니다. 조한규는 상업학교 주임으로 일제시절 신사참배에 열 올리며 두 학생을 가미가제 특공대로 보내 서장의 표창까지 받은 인간입니다. 그는 김..

11. 체포 최익승은 화가 나 경찰서장 남인태를 부릅니다. 김범우가 최익승을 만나고 간 후였습니다. 김범우가 좌익부역자라도 재판을 통해 처벌할 것과 가족에 대한 테러를 막아야 한다고 최익승에게 요구했던 것이었습니다. 최익승은 남인태를 이용, 좌익 숙청기간, 김범우가 방해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체포할 것을 강요합니다. 더해 염상구를 청년단 단장에 앉힙니다. 친일파 최익승이 미군정에서 되살아나고 더 크게 성공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미군정에 의해 근현대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을 상기시키는 작가의 의도일 것입니다. 최익승은 쌀을 매점매석해 엄청난 부를 축적합니다. 해방직후 쌀값은 미친 듯이 치솟았습니다. 일 년 사이 최익승의 재산은 삼백 배나 늘어났습니다. 최익승을 만나고 집으로 향하던 김범우는 백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