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음사 2012년 3월 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21년 10월 30일, 모스크바 마린스키 빈민 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페테르부르크 공병학교를 졸업했지만 문학의 길을 택한 뒤,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로 일약 당시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1849년부터 공상적 사회주의 경향을 띤 페트라세프스키 모임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지만 극적인 순간에 사형집행이 취소되어 유형을 떠나게 된다. 4년간의 감옥 생활과 4년간의 복무 이후, 잡지 ‘시대’를 창간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세계에서 이정표가 된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를 발표했다. 이어, 지병인 간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죄와 벌’(1866), ‘백치’(..
우리 삶은 궤도 위에서 시작한다. 설령 내가 서울에서 태어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군소지방도시에서 태어났다면 수정이 불가능하다. 이 궤도는 내가 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도 그렇다. 이렇게 지면에 글을 쓰고 있는 존재이기를 내가 선택한 적이 없다. 침목은 이미 유전자, 진화의 단계대로 놓여 있었고 레일은 이미 저 까마득한 곳으로 뻗어 있을 뿐이다. 나의 ‘선택’은 무엇이었는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며 나의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의문은 보통 사람의 일생에서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하게 된다. 하염없을 것 같았던 부모의 사랑은, 노는 일이 전부였던 어린이의 삶은 이 시기에 다다라 격렬하게 굴절되기 때문이다. 네 삶의 목표는 무엇이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이냐? 이런 격렬한 변화는 스스..
황석영 (1943~ )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등단함. 이후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떠돎.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며 떠돌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 행자생활도 함. 굳이 글머리에 이 유명한 작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소개한 이유인즉, 이 소설이 황석영 자신의 성장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유준’이 겪는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의 성장통이 이 소설의 주된 고갱이입니다. 해서, 이 소설과 접점을 이루는 작가의 발자취를 잠시 먼저 언급하게 된 것이죠. 소설의 서사는 주인공 유준과 그의 주변인물인 인호, 영길, 상진, 정수, 선이, 미아 등이 각 장의 일..
이 소설은 1992년 출판 당시부터 화제가 된 데다 십여 년이 지나고 모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선정도서로 지정해 권장했던 터에 상당 기간을 두고 애독되어 온 소설입니다. 소설을 보통 픽션이라고 합니다만, 이 소설은 박완서 작가의 유년, 청소년기가 오롯이 담긴 논픽션 소설입니다. 스스로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라고 작가의 말에서 쓰고 있는 이유는 이런 탓입니다. 박완서라는 굵직한 대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만, 그가 살아낸 시대, 일제말기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질곡의 시대를 관통한 한 개인의 삶의 여정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이 책의 필독이유입니다. 역사와 개인은 어..

소설은 이진오가 굴뚝위에서 농성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요즘 흔한 회사매각과 이에 따른 고용승계보장, 해고자 복직 등을 걸고 긴 싸움이 시작되면서 소설도 시작하는 것이죠. 이 소설은 황석영 작가가 방북했을 당시 이북에서 만난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구상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구러 삼십여 년을 구상하고 묵혀놓았던 이야기였죠. 작가는 이진오가 있는 높은 굴뚝을 삶과 죽음의 경계 정도로 설정합니다. 해고와 복직의 경계를 두고 삶과 죽음의 경계로 설정한 것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명제에 작가가 동의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여하튼 이진오는 사백십일을 이곳에서 농성하며 마치 접신한 듯, 꿈을 꾸듯, 증조부, 조부, 아버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한편의 민담처럼, 전설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저리주저리 풀..

바슈키르의 수도, 우파에 살고 있는 일리아스는 물려받은 재산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재산을 모으게 됩니다. 온 나라에 소문이 날 정도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집에는 늘 손님이 들끓었습니다. 일리아스는 손님들 접대에 빈틈이 없도록 늘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삶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큰아들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가 맞아서 죽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허영심이 강한 여자와 결혼해 하는 수 없이 많은 재산을 떼어주고 독립시켰습니다. 딸까지 시집보내고 나자 가세는 많이 기울었습니다. 그런 때, 가축은 병들고 마적단에게 말까지 빼앗기는 일이 생깁니다. 결국 가난해진 일리아스 부부는 착한 이웃, 무하멧트샤프의 집에 종살이를 하는 지경에 ..